전쟁과 평화 / 제6권 1808~1810년 / 제17장
《전쟁과 평화》 · 제6권 1808~1810년

제17장

《전쟁과 평화》 제6권 17장 삽화

안드레이 공작 다음에는 보리스가 나타샤에게 춤을 청하러 왔고, 이어 무도회의 첫 춤을 열었던 부관과 다른 젊은이 몇 명도 다가왔다. 나타샤는 얼굴을 붉히고 행복해하며 넘치는 춤 상대들을 소냐에게 넘겨주면서 저녁 내내 춤을 멈추지 않았다. 다른 모든 사람의 관심을 끈 일은 알아차리지도 보지도 못했다. 황제가 프랑스 대사와 오랫동안 이야기했다는 것, 어느 부인에게 특별히 다정하게 대했다는 것, 아무개 공작들이 이런저런 말과 행동을 했다는 것, 엘렌이 큰 성공을 거두고 어느 아무개의 특별한 관심을 받았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황제조차 보지 못했고, 그가 떠난 뒤 무도회가 더욱 활기를 띠었기에 비로소 황제가 떠났음을 알았다. 만찬 전에 춘 유쾌한 코티용 가운데 한 곡에서 안드레이 공작은 다시 나타샤의 춤 상대가 되었다. 그는 두 사람이 오트라드노예의 가로수길에서 처음 만났던 일을 일깨워 주었고, 달 밝은 그날 밤 그녀가 잠들지 못했던 일과 자신이 뜻하지 않게 그 말을 엿들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나타샤는 그 기억에 얼굴을 붉히며 변명하려 했다. 마치 안드레이 공작이 엿들은 말에 부끄러워할 점이 있기라도 한 듯했다.

사교계에서 자란 모든 남자처럼 안드레이 공작도 관습적인 사교계의 틀에 물들지 않은 사람을 그곳에서 만나는 일을 좋아했다. 놀라움과 환희와 수줍음, 심지어 프랑스어로 말할 때 저지르는 실수까지 지닌 나타샤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그녀를 특별히 세심하고 다정하게 대했다. 곁에 앉아 가장 단순하고 하찮은 일을 이야기하면서도 그녀의 수줍고 우아한 모습에 감탄했다. 코티용 도중 한 동작을 마친 나타샤가 여전히 숨을 헐떡이며 자리로 돌아가려 할 때 다른 춤꾼이 그녀를 선택했다. 나타샤는 지쳐 가쁜 숨을 내쉬며 분명 거절할 생각을 했지만, 곧바로 밝은 표정으로 그 남자의 어깨에 손을 얹고 안드레이 공작에게 미소 지었다.

‘당신 곁에 앉아 쉬고 싶어요. 피곤하거든요. 하지만 보시다시피 사람들이 계속 나에게 춤을 청해요. 그래서 기쁘고 행복해요. 나는 모두를 사랑해요. 당신과 나는 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어요.’ 그녀의 미소는 이런 말과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전했다. 춤 상대가 그녀를 떠나자 나타샤는 그 동작에 함께할 두 부인을 고르려고 방을 가로질러 달려갔다.

‘저 아이가 먼저 자기 사촌에게 갔다가 다른 부인에게 가면 내 아내가 될 것이다.’ 안드레이 공작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스스로도 놀라며 속으로 말했다. 나타샤는 정말 먼저 사촌에게 갔다.

‘사람의 머릿속에는 때때로 얼마나 허튼 생각이 떠오르는가!’ 안드레이 공작은 생각했다. ‘하지만 저 아가씨가 너무나 매력적이고 독특해서, 이곳에서 춤을 춘 지 한 달도 되기 전에 결혼하게 되리라는 것만은 분명해…… 저런 사람은 이곳에서 드물지.’ 그는 가슴께에서 흘러내리려는 장미를 다시 바로잡고 자기 곁에 앉는 나타샤를 보며 생각했다.

코티용이 끝나자 푸른색 외투를 입은 노백작이 춤추던 이들에게 다가왔다. 그는 안드레이 공작에게 자기 집을 찾아와 달라고 청하고, 딸에게 즐거운지 물었다. 나타샤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할 수 있어요?’라고 나무라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아버지를 올려다보기만 했다.

“이렇게 즐거웠던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녀가 말했다. 안드레이 공작은 나타샤의 가느다란 두 팔이 아버지를 끌어안으려는 듯 재빨리 올라갔다가 곧바로 다시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나타샤는 평생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 사람의 마음이 온전히 다정하고 선해져서 악이나 불행이나 슬픔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믿지 않게 되는, 더없는 행복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그 무도회에서 피에르는 아내가 궁정 사교계에서 차지한 지위로 인해 처음으로 굴욕감을 느꼈다. 그는 침울하고 마음이 딴 데 가 있었다. 이마에는 깊은 주름이 가로질러 있었고, 창가에 서서 안경 너머를 응시하면서도 아무도 보지 못했다.

만찬을 하러 가던 나타샤가 그의 곁을 지나갔다.

피에르의 침울하고 불행한 모습이 그녀의 마음에 걸렸다. 그녀는 그의 앞에 멈추었다. 그를 돕고 자신에게 넘쳐흐르는 행복을 나누어 주고 싶었다.

“정말 즐겁지요, 백작님!” 그녀가 말했다. “그렇지 않나요?”

피에르는 그녀가 한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듯 멍하니 미소 지었다.

“그래요, 나도 무척 기쁩니다.” 그가 말했다.

‘사람들은 어떻게 무언가에 불만을 품을 수 있을까?’ 나타샤는 생각했다. ‘특히 베주호프처럼 훌륭한 사람이!’ 나타샤의 눈에는 무도회에 온 모든 사람이 하나같이 착하고 다정하고 훌륭했으며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로 보였다. 누구도 다른 사람을 해칠 수 없었다. 그러므로 모두가 행복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