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6권 1808~1810년 / 제18장
《전쟁과 평화》 · 제6권 1808~1810년

제18장

《전쟁과 평화》 제6권 18장 삽화

이튿날 안드레이 공작은 무도회를 떠올렸지만 오래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래, 아주 화려한 무도회였지.’ 그리고 또…… ‘그래, 그 작은 로스토바는 정말 매력적이야. 페테르부르크 사람답지 않은 신선하고 독특한 무언가가 있어서 남들과 달라.’ 전날 무도회에 관해 생각한 것은 그것뿐이었다. 그는 아침 차를 마신 뒤 일에 착수했다.

그러나 피곤해서인지 잠이 부족해서인지 일할 기분이 나지 않아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다. 흔히 그랬듯 자기 일을 계속 비판하던 그는 누군가 찾아오는 소리를 듣고 기뻐했다.

찾아온 사람은 비츠키였다. 그는 여러 위원회에서 일하고 페테르부르크의 모든 사교 모임을 드나들며 새로운 사상과 스페란스키를 열렬히 숭배했고, 페테르부르크 소식을 부지런히 퍼뜨리는 사람이었다. 유행에 따라 옷을 고르듯 자기 견해를 고르면서도, 바로 그런 까닭에 가장 열렬한 지지자로 보이는 부류에 속했다. 그는 모자를 벗기가 무섭게 무언가에 온통 정신이 팔린 표정으로 안드레이 공작의 방에 뛰어 들어와 곧바로 말을 시작했다. 그날 아침 황제가 개회한 국가평의회 회의의 자세한 내용을 막 전해 들은 그는 흥분해서 이야기했다. 황제의 연설은 비범했다. 오직 입헌 군주만이 할 수 있는 연설이었다. “폐하께서는 국가평의회와 원로원이 국가의 *신분제 기관*이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정부는 권위가 아니라 확고한 토대 위에 서야 한다고 하셨지요. 조세 제도를 개편하고 회계를 공개해야 한다고도 말씀하셨습니다.” 비츠키는 몇몇 단어를 힘주어 말하고 의미심장하게 눈을 크게 뜨며 전했다.

“아, 그렇습니다! 오늘의 사건은 하나의 시대,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대를 열었습니다.” 그가 결론지었다.

안드레이 공작은 그토록 초조하게 기다리며 대단히 중요하게 여겼던 국가평의회 개회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막상 그 일이 일어나자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아주 하찮게 보인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는 비츠키의 열띤 이야기를 조용한 빈정거림을 품고 들었다. 아주 단순한 생각이 떠올랐다. ‘국가평의회에서 황제께서 무슨 말씀을 하셨든 그것이 나나 비츠키에게 무슨 상관인가? 그 모든 것이 나를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거나 훌륭하게 만들 수 있는가?’

이 단순한 생각은 다가오는 개혁에 대해 안드레이 공작이 느끼던 모든 관심을 갑자기 무너뜨렸다. 그날 저녁 그는 스페란스키의 초대를 받아, 주인이 말한 대로 ‘친한 친구 몇 사람만 모이는’ 만찬에 가기로 했다. 그토록 존경하는 인물의 친밀한 가정 모임에서 열리는 만찬에 큰 관심을 품었다. 특히 스페란스키의 사적인 생활 모습을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그래도 약속된 시간이 되자 그는 타우리다 정원에 있는 스페란스키의 소박한 집으로 들어갔다. 유난히 깨끗해 수도원을 연상시키는 작은 집의 마룻바닥을 댄 식당에는, 조금 늦게 도착한 안드레이 공작이 5시에 들어섰을 때 스페란스키의 가까운 지인들이 이미 친근한 모임을 이루고 있었다. 여자라고는 아버지처럼 얼굴이 긴 스페란스키의 어린 딸과 그 가정교사뿐이었다. 다른 손님은 제르베와 마그니츠키와 스톨리핀이었다. 안드레이 공작은 아직 현관방에 있을 때부터 큰 목소리와 낭랑하게 끊기는 웃음소리를 들었다. 무대에서나 들을 법한 웃음이었다. 스페란스키인 듯한 누군가가 *하하하* 하고 한 음절씩 또렷이 내뱉었다. 안드레이 공작은 스페란스키의 유명한 웃음소리를 전에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고, 정치가가 내는 높고 낭랑한 웃음은 기묘한 인상을 주었다.

그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일행은 간단한 전채를 차려 놓은 작은 탁자 주위, 두 창문 사이에 서 있었다. 가슴에 별 모양 훈장을 단 회색 연미복 차림의 스페란스키는 환한 얼굴로 탁자 앞에 서 있었다. 분명 국가평의회 회의 때 입었던 바로 그 조끼와 목까지 올라오는 흰색 넥타이를 그대로 착용하고 있었다. 손님들이 그를 둘러쌌다. 마그니츠키는 스페란스키에게 일화를 들려주고 있었고, 스페란스키는 그가 무슨 말을 할지 미리부터 웃고 있었다. 안드레이 공작이 방에 들어섰을 때 마그니츠키의 이야기는 또다시 웃음으로 끝났다. 스톨리핀은 빵과 치즈를 씹으며 굵은 저음으로 껄껄 웃었다. 제르베는 쉭쉭 소리를 내며 조용히 웃었고, 스페란스키는 높고 끊어지는 소리로 웃었다.

스페란스키는 여전히 웃으며 부드럽고 흰 손을 안드레이 공작에게 내밀었다.

“공작님을 뵙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그가 말했다. “잠깐만요…….” 그는 마그니츠키 쪽으로 돌아서 이야기를 끊으며 말을 이었다. “오늘은 휴식을 위한 만찬이고 일 이야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기로 약속했잖습니까!” 그러고는 다시 이야기하는 사람을 바라보며 새로 웃음을 터뜨렸다.

안드레이 공작은 웃고 있는 스페란스키를 놀라움과 아쉬움과 환멸을 느끼며 바라보았다. 그 사람은 스페란스키가 아니라 다른 누구인 듯했다. 전에 스페란스키에게서 신비롭고 매혹적으로 보였던 모든 것이 갑자기 평범하고 매력 없게 변했다.

만찬 자리에서는 한순간도 대화가 끊이지 않았고, 우스운 일화를 모아 놓은 책의 내용을 이어 붙인 듯했다. 마그니츠키가 이야기를 끝내기도 전에 다른 사람이 더욱 우스운 일을 말하고 싶어 했다. 일화는 대부분 관직의 일에 관한 것이었고, 그렇지 않으면 관직에 있는 사람들에 관한 것이었다. 이 모임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하찮다는 사실이 너무나 확고하게 받아들여져, 선의로 비웃는 것 이외에는 그들을 대할 다른 태도가 없는 듯했다. 스페란스키는 그날 아침 국가평의회에서 귀가 먼 어느 고관에게 의견을 묻자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대답한 일을 들려주었다. 제르베는 관련된 모든 사람의 어리석음으로 주목할 만한 어느 관청 감사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았다. 스톨리핀은 말을 더듬으며 대화에 끼어들어 옛 제도 아래에서 벌어진 폐단들을 흥분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대화가 진지한 방향으로 흐를 듯했다. 마그니츠키는 스톨리핀의 격앙된 태도를 놀리기 시작했다. 제르베가 농담으로 끼어들자 대화는 다시 이전의 활기찬 분위기로 돌아갔다.

스페란스키는 일을 마친 뒤 친구들 사이에서 쉬며 즐기기를 좋아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의 뜻을 이해한 손님들은 그를 즐겁게 하고 자신들도 즐기려 했다. 하지만 그들의 유쾌함은 안드레이 공작에게 즐겁지도 않고 지루하기만 했다. 스페란스키의 높은 목소리는 불쾌하게 귀에 거슬렸고, 끊임없는 웃음은 틀린 음처럼 신경을 긁었다. 안드레이 공작은 웃지 않았고 자신이 모임의 흥을 깨뜨릴까 염려했지만, 누구도 그가 전체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모두가 무척 즐거워 보였다.

그는 몇 번이나 대화에 끼어들려 했지만, 그때마다 그의 말은 물이 밀어내는 코르크처럼 튕겨 나갔다. 그는 그들과 함께 농담할 수 없었다.

그들이 하는 말에는 나쁘거나 부적절한 점이 없었다. 재치가 넘쳤고 우스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유쾌함에 맛을 더해 주는 바로 그것이 빠져 있었으며, 그들은 그런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만찬 뒤 스페란스키의 딸과 가정교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페란스키는 흰 손으로 어린 딸을 토닥이고 입을 맞추었다. 그 몸짓조차 안드레이 공작에게는 부자연스럽게 보였다.

남자들은 영국식으로 포트와인을 마시며 탁자에 남았다. 나폴레옹의 에스파냐 정책에 관한 대화가 시작되었고, 모두가 그것을 찬성했다. 그 와중에 안드레이 공작이 반대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스페란스키는 미소를 지으며 대화가 불쾌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막고 싶은 기색을 분명히 드러내더니, 앞선 대화와 아무 관련도 없는 일화를 들려주었다. 잠시 모두가 침묵했다.

한동안 탁자에 앉아 있던 스페란스키는 포도주병에 마개를 막으며 “요즘은 좋은 포도주가 쌍두마차를 타고 다니지요”라고 말한 뒤 하인에게 병을 건네고 일어섰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이야기를 계속하며 응접실로 갔다. 전령이 가져온 편지 두 통이 스페란스키에게 전달되자 그는 편지를 들고 서재로 갔다. 그가 방을 나서자마자 모두의 유쾌함은 멎었고 손님들은 서로 이성적이고 조용하게 대화하기 시작했다.

“자, 이제 낭송을 들읍시다!” 서재에서 돌아온 스페란스키가 말했다. “놀라운 재능입니다!” 그는 안드레이 공작에게 말했다. 마그니츠키는 즉시 자세를 잡고 자신이 페테르부르크의 여러 유명 인사를 두고 지은 익살스러운 프랑스어 시를 낭송하기 시작했다. 박수 때문에 여러 번 낭송이 끊겼다. 시가 끝나자 안드레이 공작은 스페란스키에게 다가가 작별을 고했다.

“왜 그렇게 일찍 가십니까?” 스페란스키가 물었다.

“어느 모임에 가기로 약속했습니다.”

두 사람은 더 말하지 않았다. 안드레이 공작은 거울처럼 반들거리지만 속을 꿰뚫어 볼 수 없는 그 눈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스페란스키에게서, 그와 관계된 자신의 활동에서 무언가를 기대하거나 스페란스키가 하는 일을 중요하게 여긴 자신이 우스웠다고 느꼈다. 집을 떠난 뒤에도 정확하면서 즐거움 없는 그 웃음소리가 오랫동안 안드레이 공작의 귓가에 울렸다.

집에 도착한 안드레이 공작은 지난 4개월 동안 페테르부르크에서 보낸 삶을 새로운 것처럼 돌이켜 생각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노력과 청탁, 그리고 심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진 군제 개혁안의 경과를 떠올렸다. 이미 다른 사람이 몹시 형편없는 개혁안을 만들어 황제에게 제출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그의 개혁안을 조용히 묻어 버리려 하고 있었다. 베르크도 위원으로 참여한 어느 위원회의 회의들을 생각했다. 그 회의에서 형식과 절차에 관한 모든 일을 얼마나 세심하고 장황하게 논의했는지, 문제의 본질과 관계된 모든 일은 얼마나 부지런하고 신속하게 회피했는지 떠올렸다. 법전 편찬 작업과 로마 및 프랑스 법전의 조문들을 러시아어로 정성껏 번역했던 일도 되새기며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이어 보구차로보와 시골에서 하던 일, 랴잔으로 떠난 여행이 눈앞에 생생히 떠올랐다. 농민들과 마을 원로 드론을 생각하고, 자신이 조항별로 나눈 개인의 권리를 그들에게 마음속으로 적용해 보았다. 그러자 그토록 쓸모없는 일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었는지 놀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