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6권 1808~1810년 / 제7장
《전쟁과 평화》 · 제6권 1808~1810년

제7장

《전쟁과 평화》 제6권 7장 삽화

그보다 거의 2년 전인 1808년, 영지를 돌아보고 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온 피에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페테르부르크 프리메이슨들 사이에서 지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는 회식 지부와 장례 지부의 모임을 주선하고, 새 회원을 받아들이며, 여러 지부를 통합하고 정식 헌장을 얻는 일에 힘썼다. 성전을 짓는 데 돈을 내놓았으며, 대다수 회원이 인색하고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자선 모금도 힘닿는 데까지 자기 돈으로 메웠다. 그는 페테르부르크에서 결사가 세운 빈민 구호소도 거의 혼자 힘으로 떠받쳤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의 생활은 전과 다름없이 똑같은 방탕과 유흥 속에서 이어졌다. 그는 잘 먹고 잘 마시는 것을 좋아했으며, 그것을 부도덕하고 굴욕적인 일로 여기면서도 자신이 드나드는 독신자들의 사교 모임에서 받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러나 활동과 오락으로 어수선한 나날을 보내는 가운데, 1년쯤 지나자 피에르는 자신이 딛고 선 프리메이슨의 토대가 단단한지 확인하려 애쓸수록 그 토대가 발밑에서 더욱 꺼져 내리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 토대가 발밑에서 깊이 꺼질수록 자신도 모르게 결사에 더욱 단단히 얽매이는 느낌이 들었다. 프리메이슨에 가입했을 때 그는 늪의 매끈한 표면을 자신 있게 밟는 사람과 같은 기분을 맛보았다. 한쪽 발을 디디자 그 발이 빠져들었다. 땅이 정말 단단한지 확인하려고 다른 발까지 디뎠더니 더 깊이 빠져 꼼짝 못 하게 되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릎까지 늪에 잠긴 채 헤쳐 나가게 되었다.

요시프 알렉세예비치는 페테르부르크에 없었다. 그는 최근 페테르부르크 지부의 일에서 물러나 거의 줄곧 모스크바에서 살았다. 지부 회원들은 모두 피에르가 일상생활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어서, 그들을 오직 프리메이슨 형제로만 여기고 사교계에서 대개 나약하고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알았던 베 공작이나 이반 바실리예비치 디 씨로 보지 않기는 어려웠다. 프리메이슨의 앞치마와 표장 밑으로, 그들이 일상생활에서 얻고 싶어 하는 제복과 훈장이 피에르의 눈에 보였다. 흔히 자선금을 모은 뒤, 회원 열두 명가량에게서 대부분 약속뿐인 돈 20루블이나 30루블을 거두었다고 계산하다 보면, 그중 절반은 자기만큼이나 충분히 낼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럴 때마다 피에르는 모든 형제가 자신의 전 재산을 이웃을 위해 바치겠다고 서약한 프리메이슨의 맹세를 떠올렸고,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는 의혹이 마음속에 일어났다.

피에르는 자신이 아는 형제들을 네 부류로 나누었다. 첫째 부류에는 지부의 일에도 인간사의 일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오직 결사의 신비한 학문에만 몰두하는 이들이 속했다. 그들은 하느님을 세 겹으로 지칭하는 문제, 유황·수은·소금이라는 세 가지 원초적 요소, 또는 솔로몬 성전의 정사각형과 온갖 도형이 지닌 의미 같은 문제에 몰두했다. 피에르는 주로 연장자들로 이루어진 이 부류의 형제들을 존경했으며, 요시프 알렉세예비치 자신도 여기에 속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의 관심사를 함께하지는 않았다. 프리메이슨의 신비주의적 측면에는 그의 마음이 끌리지 않았다.

둘째 부류에는 피에르 자신과 그와 같은 사람들, 곧 진리를 찾으면서도 흔들리고 아직 프리메이슨 안에서 곧고 명확한 길을 발견하지 못했으나 언젠가는 찾으리라 바라는 이들을 넣었다.

셋째 부류에는 프리메이슨에서 외적인 형식과 의식밖에 보지 못하고, 그 뜻이나 중요성에는 마음 쓰지 않은 채 그 형식을 엄격히 지키는 것만 중시하는 형제들을 넣었다. 이들이 대다수를 이루었다. 빌라르스키도 그러했고, 중앙 지부의 대지부장조차 그러했다.

마지막 넷째 부류에도 아주 많은 형제가 속했는데, 특히 최근 결사에 가입한 이들이 그러했다. 피에르가 보기에 그들은 아무것도 믿지 않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면서, 오직 연줄이나 지위로 영향력을 지닌 부유하고 젊은 형제들과 교제하기 위해 프리메이슨에 가입한 사람들이었다. 지부에는 그런 젊은이들이 아주 많았다.

피에르는 자신이 하는 일에 불만을 느끼기 시작했다. 적어도 이곳에서 그가 본 프리메이슨은 때때로 오직 외적인 형식 위에 세워진 듯했다. 프리메이슨 자체를 의심할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러시아 프리메이슨이 잘못된 길에 들어서 본래의 원칙에서 벗어났다고 의심했다. 그래서 그해 말, 결사의 더 높은 비의를 전수받으려고 외국으로 떠났다.

1809년 여름, 피에르는 페테르부르크로 돌아왔다. 외국 회원들과 서신을 주고받던 러시아 프리메이슨들은 베주호프가 높은 지위에 있는 많은 사람의 신임을 얻고, 수많은 비의를 전수받았으며, 더 높은 등급에 올랐고, 러시아 프리메이슨 운동에 이바지할 많은 것을 가지고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페테르부르크 프리메이슨들은 모두 그를 찾아와 비위를 맞추려 했고, 피에르가 자신들을 위해 무언가를 준비하면서 숨기고 있다고 하나같이 생각했다.

2등급 지부의 엄숙한 집회가 소집되었다. 피에르는 그 자리에서 결사의 최고 지도자들에게서 페테르부르크 형제들에게 전하도록 받은 말을 밝히겠다고 약속했다. 집회에는 회원 전원이 참석했다. 통상적인 의식이 끝나자 피에르는 자리에서 일어나 연설을 시작했다.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피에르는 얼굴을 붉히고 말을 더듬으며, 손에 원고를 든 채 시작했다. “우리 지부의 은밀한 곳에서 비의를 지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행동해야 합니다, 행동해야 합니다! 우리는 졸고 있지만 행동해야 합니다.” 피에르는 수첩을 들어 올리고 읽기 시작했다.

“순수한 진리를 널리 퍼뜨리고 덕의 승리를 이루기 위해 우리는 사람들을 편견에서 깨끗이 씻어 내고, 시대정신에 맞는 원칙을 보급하며, 젊은이들의 교육을 맡고, 가장 현명한 사람들과 끊을 수 없는 유대로 결합하고, 대담하면서도 신중하게 미신과 불신과 어리석음을 이겨 내며, 우리에게 헌신하는 사람들로 목적을 함께하고 권위와 힘을 갖춘 하나의 단체를 이루어야 합니다.

“이 목적을 이루려면 덕이 악덕보다 우세하게 만들고, 정직한 사람이 이 세상에서도 자신의 덕에 대해 변함없는 보상을 받도록 힘써야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정치 제도는 이 위대한 노력에 심각한 장애가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혁명을 지지하고 모든 것을 뒤엎으며 힘을 힘으로 물리쳐야 하겠습니까?…… 아닙니다! 우리는 그런 생각과는 아주 거리가 멉니다. 폭력적인 개혁은 모두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사람들이 지금과 같은 상태로 남아 있는 한 그런 개혁은 악을 바로잡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지혜에는 폭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결사의 모든 계획은 확고하고 덕망 있으며 하나의 신념으로 결속된 사람들을 양성한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어야 합니다. 그 목적은 악덕과 어리석음을 벌하고 재능과 덕을 보호하는 데 있습니다. 훌륭한 사람들을 먼지 속에서 일으켜 세워 우리 형제단에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 결사는 무질서를 비호하는 자들의 손을 눈에 띄지 않게 묶고, 그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그들을 통제할 힘을 얻게 됩니다. 한마디로 말해, 시민으로서의 유대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온 세계에 퍼져 보편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통치 형태를 세워야 합니다. 다른 모든 정부는 그 곁에서 평소의 길을 계속 걸으며, 우리 결사의 위대한 목적을 방해하는 일 이외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목적은 덕이 악덕에 승리하게 하는 것입니다. 바로 기독교도 이 목적을 추구했습니다. 기독교는 사람들에게 현명하고 선하게 살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가장 훌륭하고 현명한 사람들의 모범과 가르침을 따르라고 가르쳤습니다.

“모든 것이 어둠에 잠겨 있던 그 시대에는 설교만으로도 물론 충분했습니다. 진리는 새로움으로 인해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훨씬 더 강력한 수단이 필요합니다. 이제 감각의 지배를 받는 인간이 그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매력을 덕에서 발견하게 해야 합니다. 정념을 뿌리 뽑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고귀한 목적으로 이끌려고 힘써야 하며, 그러므로 누구나 덕의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정념을 충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결사는 그 목적을 이룰 수단을 마련해야 합니다.

“각 나라에 일정한 수의 훌륭한 사람들이 생기고, 그들 각자가 다시 두 사람을 양성하며, 모두가 서로 긴밀히 결속되는 순간, 이미 인류의 복지를 위해 비밀리에 많은 일을 이룬 우리 결사에는 무엇이든 가능해질 것입니다.”

이 연설은 강한 인상을 남겼을 뿐 아니라 지부 안에 흥분을 불러일으켰다. 형제들 대다수는 그 연설에서 일루미나티주의의 위험한 의도를 보고 피에르가 놀랄 만큼 냉담하게 받아들였다. 대지부장이 반박하기 시작하자 피에르는 점점 더 열을 올리며 자신의 견해를 펼쳤다. 이토록 격렬한 집회는 오래간만이었다. 파벌이 생겨나 어떤 이들은 피에르를 일루미나티주의자라고 비난했고, 어떤 이들은 그를 지지했다. 그 집회에서 피에르는 인간의 정신이 끝없이 다양하기 때문에 하나의 진리도 두 사람에게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날 수 없다는 사실에 처음으로 충격을 받았다. 그의 편으로 보이는 회원들조차 자신만의 방식으로, 피에르가 받아들일 수 없는 제한과 변경을 가해 그의 말을 이해했다. 피에르가 언제나 무엇보다 원한 것은 자신이 이해한 그대로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 일루미나티는 군주제를 공화제로 바꾸려 했다.

집회가 끝날 무렵 대지부장은 빈정거림과 악의를 담아 베주호프의 격렬한 태도를 꾸짖으며, 논쟁에서 그를 움직인 것은 덕에 대한 사랑뿐 아니라 다툼에 대한 사랑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피에르는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지 짤막하게 물었다.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답을 듣자, 통상적인 폐회 의식도 기다리지 않고 지부를 떠나 집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