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6권 1808~1810년 / 제15장
《전쟁과 평화》 · 제6권 1808~1810년

제15장

《전쟁과 평화》 제6권 15장 삽화

나타샤는 이른 아침부터 한순간도 쉴 틈이 없었고, 자신 앞에 무엇이 기다리는지 생각할 시간도 한 번 없었다.

흔들리는 마차 안의 축축하고 차가운 공기와 사람들로 꽉 찬 답답함 속에서, 그녀는 무도회장의 환히 밝혀진 방들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을 처음으로 생생하게 상상했다. 음악과 꽃과 춤, 황제와 페테르부르크의 눈부신 젊은이들이 있었다. 그 전망은 너무나 찬란해서 현실이 되리라고 좀처럼 믿기 어려웠다. 마차 안의 차가운 어둠과 답답함과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구의 붉은 나사천을 지나 홀로 들어가 모피 외투를 벗고, 소냐와 나란히 어머니보다 앞서 꽃 사이로 환히 밝혀진 계단을 올라가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을 기다리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 그제야 무도회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떠올리고, 이런 자리에 나온 처녀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위엄 있는 태도를 지으려 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눈앞에 안개가 낀 듯 아무것도 뚜렷이 보이지 않았고, 맥박은 1분에 백 번이나 뛰었으며 심장에서는 피가 세차게 고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우스꽝스럽게 보였을 그 태도를 지을 수 없었던 그녀는 흥분으로 거의 정신을 잃을 듯하면서도 그것을 온 힘을 다해 감춘 채 나아갔다. 바로 그런 모습이 그녀에게 가장 잘 어울렸다. 앞뒤에서는 다른 손님들도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며 무도회복 차림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계단참의 거울에는 흰색과 옅은 푸른색과 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드러난 목과 팔에 다이아몬드와 진주를 두른 부인들이 비쳤다.

나타샤는 거울을 바라보았지만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의 모습을 구별하지 못했다. 모든 것이 하나의 눈부신 행렬로 뒤섞였다. 무도회장에 들어서자 일정하게 울리는 말소리와 발소리와 인사 소리가 나타샤의 귀를 먹먹하게 했고, 빛과 광채는 그녀의 눈을 더욱 어지럽혔다. 벌써 30분 동안 문 앞에 서서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Charmé de vous voir.”*라는 말을 되풀이하던 주인 부부는 로스토프 가족과 페론스카야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인사했다.

* “뵙게 되어 기쁩니다.”

검은 머리에 장미 한 송이씩을 꽂고 흰 드레스를 입은 두 처녀는 똑같은 몸짓으로 절했다. 그러나 안주인의 시선은 자신도 모르게 날씬한 나타샤에게 더 오래 머물렀다. 그녀는 나타샤를 바라보고 주인으로서 모두에게 짓는 미소와는 별도로 그녀만을 위한 특별한 미소를 보냈다. 아마 나타샤를 보며 황금같이 빛났으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자신의 처녀 시절과 첫 무도회를 떠올렸을 것이다. 주인도 나타샤의 모습을 눈으로 좇으며 백작에게 어느 쪽이 그의 딸인지 물었다.

“매력적이군요!” 그는 손가락 끝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무도회장에서는 손님들이 황제를 기다리며 입구에 몰려 서 있었다. 백작부인은 그 군중의 앞줄 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나타샤는 여러 사람이 자신에 관해 묻고 자기를 바라보는 것을 듣고 느꼈다. 자신을 눈여겨보는 사람들이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사실에 마음이 차분해졌다.

‘우리와 같은 사람들도 있고, 우리보다 못한 사람들도 있어.’ 그녀는 생각했다.

페론스카야는 백작부인에게 무도회에 참석한 가장 중요한 인물들을 가리켜 보였다.

“저 사람이 네덜란드 대사예요, 보이죠? 저 흰머리 남자요.” 그녀는 풍성한 은회색 곱슬머리를 한 노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노인의 주위에서는 부인들이 그가 한 어떤 말을 듣고 웃고 있었다.

“아, 페테르부르크의 여왕 베주호바 백작부인이 왔군요.” 페론스카야는 막 들어온 엘렌을 가리키며 말했다. “정말 아름답네요! 마리야 안토노브나와 조금도 뒤지지 않아요. 젊은이와 늙은이 할 것 없이 남자들이 어떻게 그녀에게 구애하는지 보세요. 아름답고 영리하지요…… 어느 공작은 그녀에게 완전히 정신이 나갔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기 저 두 사람은 미인은 아니어도 훨씬 더 인기가 많아요.”

그녀는 몹시 못생긴 딸을 뒤에 거느리고 방을 가로질러 가는 어느 부인을 가리켰다.

“훌륭한 혼처예요. 백만장자 상속녀거든요.” 페론스카야가 말했다. “자, 저기 구혼자들이 오는군요.”

“저 사람은 베주호바의 남동생 아나톨 쿠라긴이에요.” 그녀는 머리를 꼿꼿이 들고 부인들의 머리 너머로 무언가를 바라보며 그들 곁을 지나가는 잘생긴 근위 기병대 장교를 가리켰다. “잘생겼죠? 그 부유한 아가씨와 결혼시킬 거라고 들었어요. 하지만 당신 친척 드루베츠코이도 그 아가씨에게 무척 공을 들이고 있답니다. 재산이 수백만이나 된다더군요. 아, 그래요, 저 사람이 바로 프랑스 대사예요!” 백작부인이 콜랭쿠르에 관해 묻자 그녀가 대답했다. “꼭 왕처럼 보이네요! 그래도 프랑스 사람들은 매력적이에요, 정말 매력적이죠. 사교계에서는 그들보다 매력적인 이들이 없어요. 아, 저분이 왔군요! 역시 우리 마리야 안토노브나가 여전히 모두 가운데 가장 아름다워요! 옷차림도 얼마나 수수한지! 정말 아름답군요! 그리고 안경 쓴 저 뚱뚱한 사람은 온 세상의 프리메이슨이에요.” 그녀는 피에르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아내 곁에 세워 놓으면 영락없는 어릿광대처럼 보여요!”

피에르는 뚱뚱한 몸을 흔들며 군중 사이를 비집고 나아갔다. 장터의 군중 속을 지나가는 사람처럼 태평하고 선량하게 좌우로 고개를 끄덕이며 길을 냈다. 분명 누군가를 찾는 모습으로 사람들을 헤치고 나아왔다.

나타샤는 페론스카야가 ‘어릿광대’라고 부른 피에르의 낯익은 얼굴을 기쁘게 바라보며, 그가 자신들을, 특히 자신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피에르는 무도회에 와서 그녀에게 춤 상대를 소개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다다르기 전에 피에르는 창가에서 별 모양 훈장과 훈장 띠를 두른 키 큰 남자와 이야기하던, 흰 제복 차림의 중간 키에 매우 잘생기고 머리색이 짙은 남자 곁에 멈추었다. 나타샤는 더 젊고 키 작은 흰 제복 차림의 남자를 즉시 알아보았다. 볼콘스키였다. 그녀의 눈에는 그가 훨씬 젊고 행복하며 잘생겨진 듯했다.

“여기 우리가 아는 사람이 또 있어요. 볼콘스키예요. 보이죠, 엄마?” 나타샤는 안드레이 공작을 가리키며 말했다. “기억나죠? 오트라드노예에서 우리와 하룻밤 묵었잖아요.”

“아, 그 사람을 알아요?” 페론스카야가 말했다. “나는 저 사람이 정말 싫어요. *Il fait à présent la pluie et le beau temps.* 이루 말할 수 없이 오만하죠. 아버지를 꼭 닮았어요. 스페란스키와도 한통속이 되어 무슨 계획인가를 쓰고 있고요. 저 사람이 부인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좀 보세요! 어떤 부인이 말을 걸고 있는데 고개를 돌렸잖아요.” 그녀는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 “나를 저 부인들처럼 대했다가는 단단히 혼내 줬을 거예요.”

* “요즘 저 사람이 한창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