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6권 1808~1810년 / 제20장
《전쟁과 평화》 · 제6권 1808~1810년

제20장

《전쟁과 평화》 제6권 20장 삽화

어느 날 아침, 피에르가 모스크바와 페테르부르크의 모든 사람을 알듯이 알고 지내던 베르크 대령이 찾아왔다. 베르크는 티 하나 없이 말끔한 새 제복을 입고, 알렉산드르 황제가 하듯 머릿기름을 바른 머리카락을 관자놀이 앞으로 빗어 내린 모습이었다.

“방금 백작님의 부인인 백작부인을 찾아뵈었습니다. 불행히도 제 청을 들어주지 못하셨지만, 백작님께는 더 좋은 결과를 얻으리라 바랍니다.” 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무엇을 바라십니까, 대령? 기꺼이 도와드리지요.”

“이제 새집에 완전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백작님.” 베르크는 이 소식이 상대에게 반갑지 않을 리 없다는 굳은 확신을 품고 말했다. “그래서 저와 아내의 친구들을 모시고 조촐한 모임을 열고 싶습니다.” 그는 더욱 상냥하게 미소 지었다. “백작부인과 백작님께서 차와 만찬에 참석하는 영광을 베풀어 주십사 청하려고 했습니다.”

베르크 같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자기 품위에 못 미치는 일로 여기는 엘렌 백작부인만이 그런 초대를 거절할 만큼 매정할 수 있었다. 베르크는 왜 자기 집에 적은 수지만 엄선한 사람들을 모으고 싶은지, 그것이 왜 자신에게 기쁨을 주는지, 카드놀이나 해로운 일에 돈 쓰는 것은 아까워해도 훌륭한 사람들과 교제하기 위해서는 얼마간 비용을 치를 각오가 되어 있는지를 너무도 분명하게 설명했다. 피에르는 거절할 수 없어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늦지는 말아 주십시오, 백작님. 감히 부탁드리자면 8시 10분 전에 와 주십시오. 카드 한 판을 꾸릴 겁니다. 우리 장군님도 오십니다. 저를 아주 잘 대해 주시는 분이지요. 만찬도 준비합니다, 백작님. 부디 와 주십시오.”

늘 늦는 습관과 달리 피에르는 그날 베르크의 집에 8시 10분 전이 아니라 15분 전에 도착했다.

모임에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한 베르크 부부는 손님을 맞을 채비를 마친 상태였다.

작은 흉상과 그림, 새 가구가 놓인 새롭고 깨끗하며 밝은 서재에는 베르크와 아내가 앉아 있었다. 새 제복의 단추를 목까지 꼭 채운 베르크는 아내 곁에 앉아, 사람은 언제나 자기보다 높은 이들과 알고 지낼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야만 교제를 통해 만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무언가를 배울 수도 있고, 무언가를 부탁할 수도 있소. 내가 첫 진급 때부터 어떻게 해 왔는지 보시오.” 베르크는 햇수가 아니라 진급 횟수로 자신의 삶을 헤아렸다. “내 전우들은 아직도 보잘것없는 사람들이지만, 나는 연대장 자리가 나기만을 기다리고 있고 당신의 남편이 되는 행복도 얻었소.” 그는 일어서서 베라의 손에 입을 맞추고, 그녀에게 가는 도중 위로 말린 양탄자 모서리를 바로 폈다. “내가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얻었겠소? 무엇보다 교제할 사람을 고를 줄 알았기 때문이오. 물론 양심적이고 체계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베르크는 나약한 여자보다 자신이 우월하다는 생각으로 미소 짓고 잠시 말을 멈췄다. 사랑하는 아내라 해도 결국은 남자의 존엄을 이루는 모든 것, 곧 *ein Mann zu sein*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나약한 여자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 그와 동시에 베라는 선량하고 양심적인 남편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으로 미소 지었다. 베라가 보기에 모든 남자가 그렇듯, 남편도 삶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베르크는 자기 아내를 기준으로 모든 여자는 나약하고 어리석다고 판단했다. 베라는 오직 남편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그 관찰을 일반화한 끝에, 모든 남자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허영심과 이기심에 차 있으면서도 오직 자기에게만 분별력이 있다고 여긴다고 생각했다.

* 남자가 되는 것.

베르크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를 끌어안았다. 비싼 값을 치른 레이스 피슈가 구겨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입술 한가운데에 입을 맞추었다.

“다만 아이를 너무 일찍 가져서는 안 되오.” 그는 무의식적으로 이어지는 생각을 따라 말을 계속했다.

“그래요.” 베라가 대답했다. “나도 전혀 원하지 않아요. 우리는 사교계를 위해 살아야 해요.”

“유수포바 공작부인이 꼭 이것과 같은 것을 착용했소.” 베르크는 행복하고 다정한 미소로 피슈를 가리키며 말했다.

바로 그때 베주호프 백작이 왔다는 전갈이 들렸다. 부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띤 채 서로를 바라보았고, 각자 마음속으로 이 방문을 이루어 낸 공을 자기에게 돌렸다.

‘사람을 사귀는 법을 알면 이런 결과를 얻는 거야.’ 베르크는 생각했다. ‘행동할 줄 알면 이렇게 되는 거지.’

“하지만 내가 손님들을 대접할 때는 제 말을 끊지 말아요.” 베라가 말했다. “나는 사람마다 무엇에 관심이 있고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아니까요.”

베르크는 다시 미소 지었다.

“어쩔 수 없소. 때로는 남자끼리 남자다운 대화를 나누어야 하니까.” 그가 말했다.

두 사람은 작고 새로운 응접실에서 피에르를 맞았다. 그곳은 어느 자리에 앉더라도 대칭과 단정함과 질서를 흐트러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사랑하는 손님을 위해 안락의자나 소파의 대칭을 깨뜨려도 좋다고 너그럽게 제안하고도, 어느 쪽을 택할지 자신도 괴롭게 망설이는 듯하던 베르크가 결국 손님에게 선택을 맡긴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했고 이상하지도 않았다. 피에르는 스스로 의자를 옮겨 대칭을 깨뜨렸다. 베르크와 베라는 즉시 저녁 모임을 시작하고 서로 앞다투어 손님을 대접하느라 상대의 말을 끊었다.

베라는 피에르에게 프랑스 대사관 이야기로 즐거움을 주어야 한다고 마음속으로 정하고 곧바로 그 이야기를 시작했다. 남자다운 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베르크는 아내의 말을 끊고 오스트리아와의 전쟁 문제를 꺼냈다. 그러다가 자기도 모르게 일반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오스트리아 전쟁에 참여하라는 제안을 자신이 받은 일과 그것을 거절한 이유에 관한 개인적인 이야기로 넘어갔다. 대화는 몹시 두서가 없었고 베라는 남자다운 요소가 끼어든 것에 화가 났다. 그런데도 부부는 손님이 한 명뿐이지만 저녁 모임이 아주 훌륭하게 시작되었으며, 대화와 차와 밝혀진 촛불이 있는 다른 모든 야회와 꼭 닮았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베르크의 옛 전우 보리스가 도착했다. 그가 베르크와 베라를 대하는 태도에는 약간의 아량과 후원의 기색이 배어 있었다. 보리스 뒤로 대령과 함께 온 어느 부인, 장군 자신, 로스토프 가족이 차례로 도착했다. 이제 이 모임은 의심할 여지 없이 다른 모든 야회와 똑같아졌다. 베르크와 베라는 응접실에서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과 서로 이어지지 않는 말소리, 드레스가 스치는 소리와 깍듯한 인사들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억누르지 못했다. 모든 것이 어느 집에서나 늘 벌어지는 것과 똑같았다. 특히 장군이 그러했다. 그는 집을 칭찬하고 베르크의 어깨를 두드렸으며, 아버지 같은 권위를 보이며 보스턴 카드놀이 탁자를 차리는 일을 감독했다. 장군은 자신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손님인 일리야 로스토프 백작 곁에 앉았다. 노인들은 노인들끼리, 젊은이들은 젊은이들끼리 앉았고, 안주인은 차 탁자에 앉았다. 그 위의 은제 과자 바구니에는 파닌 집안의 모임에 나온 것과 꼭 같은 과자들이 담겨 있었다. 모든 것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대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