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10권 1812년 / 제34장
《전쟁과 평화》 · 제10권 1812년

제34장

《전쟁과 평화》 제10권 34장 삽화

화선 가까이에서 때로 그 안에 들어가기까지 한 나폴레옹의 장군 다부와 네와 뮈라는 질서정연한 대규모 병력을 거듭 그곳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과거 전투에서 늘 일어난 일과 달리, 기대하던 적군의 패주 소식 대신 질서정연했던 병력은 혼란에 빠지고 겁먹은 군중으로 돌아왔다. 장군들이 다시 대열을 세웠지만 병력은 계속 줄어들었다. 정오 무렵 뮈라는 부관을 나폴레옹에게 보내 증원을 요구했다.

나폴레옹은 둔덕 아래에서 펀치를 마시며 앉아 있었다. 뮈라의 부관이 달려와 폐하께서 사단 하나만 더 주시면 러시아군을 격파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증원?” 나폴레옹은 뮈라처럼 긴 검은 곱슬머리를 한 잘생긴 젊은 부관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엄하고 놀란 목소리로 바라보았다.

‘증원이라니!’ 나폴레옹은 생각했다. ‘약하고 참호도 없는 러시아군 측면에 이미 군대 절반을 투입했는데 어떻게 증원이 필요하단 말인가?’

“나폴리 왕에게 전하라.” 그가 엄하게 말했다. “아직 정오도 되지 않았고 나는 아직 장기판이 분명히 보이지 않는다고. 가라!”

긴 머리의 잘생긴 젊은 부관은 모자에 댄 손을 내리지 않은 채 깊이 한숨을 쉬고 사람들이 살육되는 곳으로 달려갔다.

나폴레옹은 일어나 콜랭쿠르와 베르티에를 불러 전투와 관계없는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폴레옹이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대화 중에 베르티에는 수행단과 함께 땀투성이 말을 타고 둔덕으로 달려오는 장군을 보았다. 벨리아르였다. 그는 말에서 내려 빠른 걸음으로 황제에게 가 큰 소리로 대담하게 증원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황제께서 사단 하나를 더 주시면 러시아군은 끝장이라고 명예를 걸고 맹세했다.

나폴레옹은 어깨를 으쓱하고 대답 없이 계속 오갔다. 벨리아르는 주위 수행단의 장군들에게 크고 열렬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자네는 너무 흥분했군, 벨리아르.” 그가 다시 다가오자 나폴레옹이 말했다. “전투의 열기 속에서는 잘못 판단하기 쉬워. 다시 가서 살펴본 뒤 내게 돌아오게.”

벨리아르가 시야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전장의 다른 곳에서 전령이 달려왔다.

“그래, 이번에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폴레옹은 계속 방해받아 짜증 난 사람의 어조로 물었다.

“폐하, 공작께서…….” 부관이 말을 시작했다.

“증원을 요구하나?” 나폴레옹이 성난 손짓으로 물었다.

부관은 그렇다고 고개를 숙이고 보고하려 했으나 황제는 등을 돌려 두어 걸음 가다가 멈춰 돌아온 뒤 베르티에를 불렀다.

“예비대를 주어야겠군.” 그는 팔을 조금 벌리며 말했다. “누구를 보내는 것이 좋겠나?” 훗날 ‘내가 독수리로 만든 거위’라고 부른 베르티에에게 물었다.

“클라파레드 사단을 보내십시오, 폐하.” 모든 사단과 연대와 대대를 외우는 베르티에가 대답했다.

나폴레옹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관은 클라파레드 사단으로 달려갔다. 몇 분 뒤 둔덕 뒤에 있던 청년 근위대가 앞으로 움직였다. 나폴레옹은 말없이 그쪽을 바라보았다.

“안 돼!” 그가 갑자기 베르티에에게 말했다. “클라파레드는 보낼 수 없어. 프리앙 사단을 보내라.”

클라파레드 대신 프리앙 사단을 보내도 이익은 없고, 이미 클라파레드를 멈추고 프리앙을 보내면 분명한 불편과 지연이 생기는데도 명령은 정확히 실행되었다. 나폴레옹은 자기 군대에 약으로 방해하는 의사, 자신이 정당하게 이해하고 비난했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프리앙 사단은 다른 부대들처럼 전장의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부관들이 사방에서 계속 달려와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말을 했다. 모두 증원을 요청했고 러시아군이 진지를 지키며 지옥 같은 불을 유지해 프랑스군이 녹아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나폴레옹은 접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아침부터 굶은 여행 애호가 드 보세 씨가 황제에게 다가가 폐하께 점심을 드시라고 공손히 권했다.

“이제 폐하의 승리를 축하드려도 되겠습니까?” 그가 물었다.

나폴레옹은 말없이 부정하며 고개를 저었다. 드 보세 씨는 부정이 점심이 아니라 승리에만 해당한다고 생각해, 먹을 수 있을 때 점심을 먹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공손한 익살을 섞어 말했다.

“저리 가!” 나폴레옹은 갑자기 침울하게 외치고 몸을 돌렸다.

후회와 참회와 황홀함이 뒤섞인 더없이 행복한 미소가 드 보세 씨 얼굴에 떠올랐고 그는 다른 장군들 쪽으로 미끄러지듯 물러갔다.

나폴레옹은 늘 운이 좋아 무턱대고 돈을 던져도 언제나 이기던 도박꾼이 모든 가능성을 계산한 바로 그 순간, 자기 수를 생각할수록 더 확실히 패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와 같은 침울함을 느꼈다.

군대도 장군들도 같고 준비도 배치안도 같았으며 짧고 힘찬 포고문도 같았다. 그 자신도 여전히 같았고 전보다 경험 많고 능숙해졌다는 것을 알았다. 적군조차 아우스터리츠와 프리틀란트에서와 같았다. 그런데 그의 팔이 내리치는 무서운 일격은 초자연적으로 무력해졌다.

한 지점에 포대를 집중하고 예비대로 적 전선을 돌파하며 ‘철의 사나이들’인 기병대를 공격시키는, 과거 반드시 성공한 방법을 모두 썼다. 그러나 승리는 오지 않았고 사방에서 장군들의 전사와 부상, 증원의 필요, 러시아군을 몰아낼 수 없다는 것, 아군의 혼란에 관한 같은 소식만 왔다.

전에는 명령 두세 가지와 몇 마디를 내놓으면 원수와 부관들이 축하와 행복한 얼굴로 달려왔다. 노획물과 포로 군단, 적의 군기와 깃발 다발, 대포와 군수품을 보고했다. 뮈라는 기병대를 풀어 치중 마차를 거두게 해 달라고만 부탁했다. 로디와 마렝고, 아르콜레와 예나, 아우스터리츠와 바그람 등에서 늘 그랬다. 그러나 지금 군대에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보루를 점령했다는 소식에도 나폴레옹은 이것이 예전 전투와 같지 않음을 알았다. 전쟁에 익숙한 주위 사람들도 똑같이 느낀다는 것을 보았다. 모두 낙담한 얼굴로 서로 눈길을 피했다. 드 보세 같은 사람만 일어나는 일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오랜 전쟁 경험을 지닌 나폴레옹은 모든 노력을 다했는데도 공격하는 쪽이 여덟 시간 안에 얻지 못한 전투가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았다. 패배한 전투이며, 팽팽한 균형 위에 놓인 지금에는 사소한 우연 하나가 자신과 군대를 파멸시킬 수 있음을 알았다.

두 달 동안 전투 하나 이기지 못하고 군기 하나, 대포 하나, 군단 하나도 빼앗지 못한 기묘한 러시아 원정 전체를 마음속으로 훑어보았다. 주위 얼굴에 감춘 침울함을 보고 러시아군이 여전히 버틴다는 보고를 듣자 악몽 같은 무서운 감정이 그를 사로잡았다. 자신을 파멸시킬 불운한 우연이 모두 떠올랐다. 러시아군이 좌익을 공격하거나 중앙을 돌파할 수 있었고, 유탄에 자신이 죽을 수도 있었다. 모두 가능한 일이었다. 과거 전투에서는 성공의 가능성만 생각했으나 이제는 불운한 가능성이 무수히 떠올랐고 그는 모두를 기다렸다. 꿈속에서 악당에게 결정적인 일격을 가하려고 팔을 드는 사람이 그 일격이 적을 없애리라고 알면서도 팔이 누더기처럼 무력하게 떨어지는 것을 느끼고 피할 수 없는 파멸의 공포에 사로잡히는 것과 같았다.

러시아군이 프랑스군 좌익을 공격한다는 소식은 나폴레옹의 공포를 일깨웠다. 그는 둔덕 아래 접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팔꿈치를 무릎에 댄 채 침묵했다. 베르티에가 다가와 상황을 살피러 전선을 따라 말을 타고 가자고 제안했다.

“뭐라고? 무슨 말이지?” 나폴레옹이 물었다. “그래, 내 말을 가져오라고 하라.”

그는 말에 올라 세묘놉스크로 갔다.

나폴레옹이 말을 타고 지나는 전역에는 서서히 흩어지는 포연 속에 사람과 말이 혼자 또는 무더기로 피 웅덩이에 누워 있었다. 그도 장군들도 이렇게 좁은 곳에서 그토록 끔찍한 광경과 많은 시체를 본 적이 없었다. 열 시간 동안 그치지 않은 포성은 귀를 지치게 했고, 활인화에 음악이 의미를 더하듯 광경에 기묘한 의미를 주었다. 나폴레옹은 세묘놉스크 고지로 올라 연기 사이에서 낯선 색의 군복을 입은 대열을 보았다. 러시아군이었다.

러시아군은 세묘놉스크 마을과 둔덕 뒤에 밀집 대형으로 서 있었다. 전선을 따라 대포가 끊임없이 울리고 연기를 뿜었다. 이제 전투가 아니라 프랑스군과 러시아군 어느 쪽에도 이익이 되지 않을 계속되는 살육이었다. 나폴레옹은 말을 멈추고 베르티에가 깨웠던 상념에 다시 빠졌다. 그는 앞과 주위에서 진행되며 자기 지휘와 자기 의지에 달렸다고 여겨지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 성공하지 못하자 이 일은 처음으로 불필요하고 끔찍하게 보였다.

장군 하나가 나폴레옹에게 다가와 고참 근위대를 전투에 투입하게 해 달라고 제안했다. 곁에 선 네와 베르티에는 눈길을 주고받으며 장군의 어리석은 제안을 경멸하듯 웃었다.

나폴레옹은 고개를 숙이고 오래 침묵했다.

“프랑스에서 8백 리외나 떨어진 곳에서 내 근위대를 파멸시키지는 않겠다!” 그는 말하고 말을 돌려 셰바르디노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