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10권 1812년 / 제30장
《전쟁과 평화》 · 제10권 1812년

제30장

《전쟁과 평화》 제10권 30장 삽화

안드레이 공작을 만나고 고르키로 돌아온 피에르는 말 담당 하인에게 말을 준비하고 아침 일찍 깨우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보리스가 내준 구석의 칸막이 뒤에서 곧 잠들었다.

다음 날 완전히 잠에서 깨기도 전에 모두 이미 오두막을 떠났다. 작은 창문의 유리창이 덜컹거렸고 하인이 피에르를 흔들었다.

“각하! 각하! 각하!” 그는 이제 깨울 희망을 잃은 듯 피에르를 보지도 않고 어깨를 흔들며 끈질기게 되풀이했다.

“뭐지? 시작했나? 시간이 되었어?” 피에르는 잠에서 깨며 물었다.

“포성을 들어 보십시오.” 퇴역 군인인 하인이 말했다. “신사분들은 모두 나가셨고 전하께서도 오래전에 말을 타고 지나가셨습니다.”

피에르는 서둘러 옷을 입고 현관으로 뛰어나갔다. 밖은 모든 것이 밝고 신선하고 이슬에 젖어 즐거워 보였다. 막 구름 뒤에서 터져 나온 해는 구름 때문에 아직 절반쯤 갈라진 광선을 맞은편 거리의 지붕과 이슬 내린 길의 먼지, 집의 벽과 창문과 울타리, 오두막 앞에 서 있는 피에르의 말에 비추었다. 밖에서는 포성이 더 뚜렷하게 들렸다. 부관 하나가 카자크 병사와 함께 빠른 속보로 지나갔다.

“시간이 되었습니다, 백작님. 때가 되었습니다!” 부관이 외쳤다.

피에르는 하인에게 말을 끌고 뒤따라오라고 하고 전날 전장을 바라본 둔덕으로 거리를 내려갔다. 그곳에는 군인 무리가 모여 있었고 참모들이 프랑스어로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붉은 띠가 있는 흰 모자를 쓴 쿠투조프의 잿빛 머리와 두 어깨 사이로 파묻힌 잿빛 목덜미가 보였다. 그는 앞쪽 큰길 아래를 망원경으로 보고 있었다.

둔덕의 계단을 오른 피에르는 눈앞의 풍경에 아름다움으로 넋을 잃었다. 전날 같은 자리에서 감탄한 것과 같은 전경이었다. 그러나 이제 전역은 군대로 가득하고 포연에 덮였다. 피에르의 왼쪽 뒤편에서 조금씩 떠오르는 밝은 해의 비스듬한 광선은 맑은 아침 공기를 지나 장밋빛과 금빛이 섞인 꿰뚫는 줄기와 길고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전경 끝의 숲은 황록색 보석을 조각한 듯했고 물결치는 윤곽은 지평선을 배경으로 도드라졌다. 발루예보 너머에서는 병력으로 가득 찬 스몰렌스크 큰길이 숲을 뚫었다. 가까이에는 잡목 숲이 섞인 황금빛 곡식밭이 반짝였다. 앞과 오른쪽과 왼쪽 어디에나 군대가 보였다. 모든 것이 생생하고 장엄하며 뜻밖이었다. 그러나 피에르에게 가장 큰 인상을 준 것은 전장 자체, 보로디노와 콜로차강 양쪽 골짜기의 모습이었다.

콜로차강 위와 보로디노와 그 양쪽, 특히 늪지 둑 사이를 흐르는 보이나강이 콜로차강으로 합류하는 왼쪽에는 안개가 퍼져 있었다. 찬란한 해가 나타나면 안개는 녹고 풀리고 투명해지며 모든 것에 마법 같은 빛깔과 윤곽을 주었다. 포연이 안개와 뒤섞였고 그 넓은 공간과 안개 사이로 아침 햇살이 반사되었다. 물과 이슬, 강둑과 보로디노에 밀집한 병사들의 총검에서 번개처럼 번쩍였다. 안개 사이로 흰 교회와 보로디노 오두막의 지붕 몇 개, 빽빽한 병사 무리와 녹색 탄약 상자와 대포가 보였다. 연기와 안개가 사방으로 퍼지자 모든 것이 움직이거나 움직이는 듯했다. 안개 덮인 보로디노 근처 골짜기와 마찬가지로 전선 전체의 바깥과 위, 특히 왼쪽 숲과 들판과 골짜기와 고지의 꼭대기에서는 포연 구름이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계속 솟는 듯했다. 하나씩 또는 여러 개씩, 투명하거나 짙은 구름이 부풀고 커지고 굴러가고 합쳐지며 전역으로 퍼졌다.

이 포연과 이상하게도 포성이 광경의 주된 아름다움을 이루었다.

“푹!” 보랏빛에서 회색과 젖빛 흰색으로 변하는 둥글고 단단한 연기 구름이 갑자기 나타났고 한 초 뒤 “쾅!” 소리가 들렸다.

“푹! 푹!” 구름 둘이 솟아 서로 밀고 합쳐졌고, 눈으로 본 것을 확인하듯 “쾅, 쾅!” 소리가 이어졌다.

피에르는 처음 둥글고 단단한 공처럼 본 구름을 돌아보았다. 그 자리에는 벌써 옆으로 떠가는 연기 풍선들이 있었고, “푹,” 잠시 뒤 “푹, 푹!” 하며 셋, 이어 넷이 나타났다. 그리고 똑같은 간격으로 각각에서 “쾅―쾅, 쾅!” 하는 멋지고 단단하고 정확한 응답이 들렸다. 연기 구름은 때로 달리고 때로 멈춰 있고, 숲과 들판과 번쩍이는 총검이 그 곁을 달려가는 듯했다. 왼쪽 들판과 덤불 너머에서는 큰 연기 덩어리가 계속 나타나 장엄한 소리를 뒤따르게 했다. 더 가까운 골짜기와 숲에서는 공 모양이 될 틈도 없는 작은 연기 구름들이 소총에서 터져 나와 똑같이 작은 메아리를 냈다. “타타타탕!” 소총 소리가 잦게 터졌지만 불규칙하고 포성에 비하면 약했다.

피에르는 저 연기와 빛나는 총검과 움직임과 소리 속에 있고 싶었다. 자기 느낌과 다른 사람들의 느낌을 비교하려고 쿠투조프와 수행단을 돌아보았다. 그들은 모두 피에르처럼 전장을 바라보았고 같은 감정을 느끼는 듯했다. 모든 얼굴은 이제 피에르가 전날 알아차리고 안드레이 공작과 이야기한 뒤 완전히 이해한 감정의 잠열로 빛났다.

“가게, 이 사람아, 가…… 그리스도께서 함께하시기를!” 쿠투조프는 전장에서 눈을 떼지 않고 곁의 장군에게 말했다.

명령을 받은 장군은 피에르 곁을 지나 둔덕 아래로 내려갔다.

“도하지점으로!” 장군은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 참모에게 차갑고 엄하게 대답했다.

‘나도 저기로 가겠어!’ 피에르는 생각하고 장군을 따라갔다.

장군은 카자크 병사가 끌고 온 말에 올랐다. 피에르는 말을 붙잡은 하인에게 가서 어느 말이 가장 온순한지 물었다. 그 말 위로 기어올라 갈기를 움켜잡고 발끝을 바깥으로 벌린 채 뒤꿈치로 옆구리를 눌렀다. 안경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지만 갈기와 고삐를 놓을 수 없어 장군 뒤를 달렸다. 둔덕에서 바라보던 참모 장교들이 그를 보고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