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5권 1806~1807년 / 제7장
《전쟁과 평화》 · 제5권 1806~1807년

제7장

《전쟁과 평화》 제5권 7장 삽화

보리스와 안나 파블로브나가 다른 사람들 곁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이폴리트 공작이 모두의 주의를 끌고 있었다.

그는 안락의자에 몸을 젖히고 말했다. “Le Roi de Prusse(프로이센 왕)!” 그러고는 웃었다. 모두가 그를 돌아보았다.

“Le Roi de Prusse?” 이폴리트는 묻는 듯 되풀이하고 다시 웃더니, 침착하고 진지한 태도로 안락의자에 앉았다. 안나 파블로브나는 그가 말을 계속하기를 기다렸지만, 이폴리트가 더는 말하지 않기로 작정한 듯하자 악당 보나파르트가 포츠담에서 프리드리히 대왕의 검을 훔쳐 갔다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제가....” 그녀가 말을 꺼냈으나 이폴리트가 “Le Roi de Prusse....”라는 말로 가로막았다. 다시 모두가 그를 돌아보자 그는 양해를 구하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안나 파블로브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이폴리트의 친구인 모르테마르가 단호하게 물었다.

“그래서 프로이센 왕이 어쨌다는 건가?”

이폴리트는 웃는 것이 부끄럽다는 듯 웃었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저 이런 말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는 빈에서 들은 농담, 저녁 내내 말할 기회를 노리던 농담을 되풀이하려 했다. “그저 우리가 프로이센 왕을 위해 싸우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하려던 겁니다.”

보리스는 그 농담을 듣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빈정거림으로도 찬동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미소 지었다. 모두가 웃었다.

“공작님의 농담은 대단히 좋지 않아요. 재치가 있기는 하지만 공정하지 않군요.” 안나 파블로브나는 쭈글쭈글한 작은 손가락을 그에게 흔들며 말했다.

“우리는 프로이센 왕을 위해서가 아니라 올바른 원칙을 위해 싸우는 거예요. 아, 이 못된 이폴리트 공작 같으니!” 그녀가 말했다.

저녁 내내 대화는 끊이지 않았고 주로 정치 소식을 다루었다. 황제가 내리는 포상 이야기가 나온 밤의 끝 무렵에는 특히 활기를 띠었다.

“N 아무개가 지난해 황제의 초상이 든 코담뱃갑을 받았다는 것을 아십니까?” ‘대단히 깊은 지성을 지닌 분’이 말했다. “그렇다면 왜 S 아무개는 같은 훈장을 받지 못하겠습니까?”

“실례합니다만, 황제의 초상이 든 코담뱃갑을 하사받는 것은 포상이지만 훈장은 아닙니다.” 외교관이 말했다. “오히려 선물이지요.”

“선례가 있습니다. 슈바르첸베르크를 들 수 있지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대답했다.

“내기하시겠습니까? 훈장의 리본은 또 다른 문제지만....”

모두가 일어나 돌아가려 할 때, 저녁 내내 거의 말이 없던 엘렌은 다시 보리스에게 다정하면서도 의미심장한 어조로 화요일에 반드시 오라고 명했다.

“제게는 아주 중요한 일이에요.” 그녀는 미소 지으며 안나 파블로브나를 돌아보았다. 안나 파블로브나는 지체 높은 후원자 이야기를 할 때와 똑같은 슬픈 미소를 지으며 엘렌의 부탁을 거들었다.

그날 저녁 보리스가 프로이센군에 관해 몇 마디 하는 것을 듣고 엘렌은 갑자기 그를 만나야겠다고 마음먹은 듯했다. 화요일에 찾아오면 그럴 필요가 있는 까닭을 알려 주겠다고 약속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화요일 저녁 엘렌의 호화로운 응접실을 찾아간 보리스는 자기가 왜 와야 했는지에 관해 아무런 분명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 다른 손님들이 있었고 백작부인은 그와 거의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가 작별하며 손에 입을 맞추자 엘렌은 갑자기 미소 없는 낯선 얼굴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 저녁 먹으러 오세요. 꼭 오셔야 해요.... 오세요!”

페테르부르크에 머무는 동안 보리스는 베주호바 백작부인의 집에서 가까운 사람으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