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5권 1806~1807년 / 제3장
《전쟁과 평화》 · 제5권 1806~1807년

제3장

《전쟁과 평화》 제5권 3장 삽화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 피에르는 아무에게도 귀환을 알리지 않았고 어디에도 찾아가지 않은 채, 누군가 익명으로 보내 온 토마스 아 켐피스의 책을 읽으며 온종일을 보냈다. 그 책을 읽는 동안 그가 한결같이 깨달은 것은 단 하나였다. 그것은 이제껏 몰랐던 기쁨, 곧 완전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과 요시프 알렉세예비치가 알려 준 인간들 사이의 적극적인 형제애가 가능하다는 믿음에서 오는 기쁨이었다. 도착하고 일주일쯤 지난 어느 날 저녁, 페테르부르크 사교계에서 피에르도 조금 알고 지내던 젊은 폴란드인 빌라르스키 백작이 그의 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앞서 돌로호프의 입회인이 찾아왔을 때처럼 격식을 갖추고 의례적인 태도를 보였다. 뒤로 문을 닫고 방 안에 아무도 없는지 확인한 뒤 피에르에게 말했다.

“백작님께 전할 말씀과 제안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그는 자리에 앉지도 않고 말했다. “우리 형제단에서 매우 높은 지위에 있는 분이 정해진 기한보다 일찍 백작님을 형제단에 받아들이도록 청원했고, 제게 백작님의 인도자가 되어 달라고 제안했습니다. 저는 그분의 뜻을 이루는 것을 신성한 의무로 여깁니다. 제 인도를 받아 프리메이슨 형제단에 들어오시겠습니까?”

피에르는 이 사람의 냉정하고 엄숙한 어조에 놀랐다. 지금까지 그는 빌라르스키를 무도회에서, 가장 빼어난 여인들 사이에서 상냥하게 미소 짓는 모습으로만 보아 왔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진심으로 원합니다.” 그가 말했다.

빌라르스키는 고개를 숙였다.

“한 가지 더 묻겠습니다, 백작님. 아직 프리메이슨이 되지 않은 분께서 장차 프리메이슨이 될 사람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 정직한 한 사람이 다른 정직한 사람에게 묻는 질문이니 진심으로 대답해 주십시오. 이전의 신념을 버리셨습니까? 하느님을 믿으십니까?”

피에르는 잠시 생각했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을 믿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렇다면....” 빌라르스키가 말을 꺼냈으나 피에르가 가로막았다.

“그렇습니다. 저는 하느님을 믿습니다.” 그가 되풀이했다.

“그렇다면 가시지요.” 빌라르스키가 말했다. “제 마차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빌라르스키는 마차를 타고 가는 내내 침묵했다.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떻게 대답해야 하느냐는 피에르의 질문에, 빌라르스키는 자신보다 더 자격 있는 형제들이 그를 시험할 것이며 피에르는 오직 진실만을 말하면 된다고 대답했다.

두 사람은 지부가 자리 잡은 큰 저택의 뜰로 들어가 어두운 계단을 오른 뒤, 환하게 불이 밝혀진 작은 대기실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하인의 도움 없이 겉옷을 벗고 다른 방으로 옮겨 갔다. 문간에는 기묘한 옷차림을 한 사람이 나타났다. 빌라르스키는 그에게 다가가 프랑스어로 나지막하게 무언가를 말한 뒤 작은 벽장으로 갔다. 그 안에는 피에르가 전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옷가지들이 놓여 있었다. 빌라르스키는 벽장에서 천을 하나 꺼내 피에르의 눈을 가리고 뒤통수에서 매듭지었는데, 머리카락까지 매듭에 묶여 아팠다. 그러고는 피에르를 앞으로 숙이게 해 입을 맞춘 뒤 손을 잡고 앞으로 이끌었다. 매듭에 낀 머리카락이 아파서 피에르는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수줍게 미소 지었다. 두 팔을 늘어뜨린 채 얼굴을 찡그리고 웃는 그의 거대한 몸은 불안하고 머뭇거리는 걸음으로 빌라르스키를 따라갔다.

열 걸음쯤 그를 이끈 뒤 빌라르스키가 멈춰 섰다.

“무슨 일을 당하더라도 우리 형제단에 들어오겠다는 결심이 굳다면 용감하게 견뎌야 합니다.” 그가 말했다. 피에르는 그렇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면 눈가리개를 풀어도 됩니다.” 빌라르스키가 덧붙였다. “용기와 성공이 함께하기를 빕니다.” 그는 피에르의 손을 꼭 잡고 나갔다.

혼자 남은 피에르는 여전히 똑같이 미소 짓고 있었다. 한두 번 어깨를 으쓱하며 눈가리개를 벗으려는 듯 손을 가져갔다가 다시 내렸다. 눈을 가린 채 보낸 오 분이 그에게는 한 시간처럼 느껴졌다. 두 팔은 저려 왔고 다리는 휘청거릴 만큼 피곤했다. 그는 극도로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들을 겪었다. 무슨 일을 당하게 될지 두려웠고, 그 두려움을 드러내는 것은 더욱 두려웠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며 무엇이 자기에게 밝혀질지 궁금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요시프 알렉세예비치를 만난 뒤 꿈꾸어 온 갱생과 적극적이고 도덕적인 삶의 길을 마침내 시작할 순간이 왔다는 것이 기뻤다. 문을 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피에르는 눈가리개를 풀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 안은 어둡고 음침했으며, 어떤 흰 물체 안에서 작은 등불 하나만 타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등불은 펼쳐진 책이 놓인 검은 탁자 위에 서 있었다. 그 책은 복음서였고, 등불이 들어 있는 흰 물체는 움푹 팬 눈구멍과 이빨까지 남은 사람의 해골이었다. 피에르는 복음서 첫 구절인 “태초에 말씀이 계셨고,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를 읽고 탁자 주위를 돌아갔다. 그러자 무언가로 가득 찬 커다란 상자가 뚜껑을 연 채 놓여 있었다. 뼈가 들어 있는 관이었다. 그는 눈앞의 광경에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삶에 들어가기를 바라면서 모든 것이 낯설 것이며, 지금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기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골과 관과 복음서—그는 이 모든 것을, 아니 그보다 더한 것까지도 기대했던 듯했다. 그는 스스로 감정을 불러일으키려 애쓰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느님, 죽음, 사랑, 인간의 형제애.’ 그는 이 말들을 모호하지만 기쁜 생각들과 연결하며 마음속으로 되풀이했다.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피에르는 이미 눈에 익은 희미한 불빛 속에서 키 작은 남자를 보았다. 밝은 곳에서 어둠 속으로 들어온 것이 분명한 그 사람은 잠시 멈추었다가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탁자에 다가와 가죽 장갑을 낀 작은 두 손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키 작은 남자는 가슴과 다리 일부를 덮는 흰 가죽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목에는 무엇인가 목걸이 같은 것을 걸쳤고, 그 위로 흰 주름 장식이 솟아 있었다. 아래에서 비치는 불빛은 다소 길쭉한 그의 얼굴 윤곽을 드러냈다.

“무엇을 위해 이곳에 왔습니까?” 새로 들어온 사람은 피에르 쪽에서 가벼운 부스럭거림이 들리자 그쪽으로 몸을 돌리며 물었다. “빛의 진리를 믿지도 않고 그 빛을 보지도 못한 그대가 어찌하여 이곳에 왔습니까? 우리에게서 무엇을 구합니까? 지혜입니까, 덕입니까, 깨달음입니까?”

문이 열리고 낯선 사람이 들어선 순간부터 피에르는 어린 시절 고해성사를 할 때 느꼈던 것과 같은 경외와 존경심을 느꼈다. 사교계에서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지만 인간의 형제애를 통해서는 더없이 가까운 이 사람 앞에서 그는 숨을 죽이고 가슴을 두근거리며 수사자—형제단 입회를 청하는 사람을 준비시키는 형제를 이렇게 불렀다—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가 보니 그 수사자는 아는 사람인 스몰랴니노프였다. 새로 들어온 이가 아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피에르는 낙담했다. 그는 이 사람이 그저 한 형제이며 덕을 가르치는 스승이기만을 바랐던 것이다. 한참 동안 한마디도 하지 못해 수사자가 질문을 되풀이해야 했다.

“그렇습니다.... 저는.... 저는.... 갱생하고 싶습니다.” 피에르가 힘겹게 말했다.

“좋습니다.” 스몰랴니노프가 말하고는 곧바로 이어 물었다. “우리의 성스러운 결사가 어떤 수단으로 그 목적을 이루도록 도울 수 있는지 알고 있습니까?” 그는 낮고 빠른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인도와.... 도움을.... 갱생하는 데 필요한 도움을 기대합니다.” 피에르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흥분한 데다 러시아어로 추상적인 문제를 말하는 데 익숙하지 않아 말을 이어 가기가 어려웠다.

“프리메이슨에 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프리메이슨은 선한 목적을 지닌 사람들의 형제애와 평등이라고 생각합니다.” 피에르는 엄숙한 이 순간에 자기 말이 보잘것없게 들리는 것이 부끄러워지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좋습니다!” 수사자는 그 대답에 만족한 듯 재빨리 말했다. “종교에서 그 목적을 이룰 수단을 찾은 적이 있습니까?”

“아닙니다. 종교는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서 따르지 않았습니다.” 피에르가 너무 작은 목소리로 말해 수사자가 알아듣지 못하고 무엇이라고 했느냐고 다시 물었다. “저는 무신론자였습니다.” 피에르가 대답했다.

“그대는 삶 속에서 진리의 법칙을 따르기 위해 진리를 찾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혜와 덕을 구하는 것이 아닙니까?” 수사자가 잠시 침묵한 뒤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피에르가 맞장구쳤다.

수사자는 헛기침을 하고 장갑 낀 두 손을 가슴에 얹은 뒤 말을 시작했다.

“이제 나는 우리 결사의 으뜸가는 목적을 밝혀야 합니다. 이 목적이 그대의 목적과 일치한다면 우리 형제단에 들어오는 것이 그대에게 유익할 것입니다. 우리 결사의 첫째이자 으뜸가는 목적, 결사의 토대이자 어떤 인간의 힘도 무너뜨릴 수 없는 그 토대는 하나의 중대한 비밀을 보존하여 후세에 전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아주 먼 옛날, 최초의 인간에게서부터 우리에게 전해진 비밀이며, 어쩌면 인류의 운명이 달린 비밀입니다. 그러나 그 비밀의 본질상 오랫동안 부지런히 자기를 정화할 준비를 하지 않으면 누구도 그것을 알거나 이용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둘째 목적이 있습니다. 가능한 한 형제들의 마음을 다듬고, 정신을 정화하고 밝게 하여 그 비밀을 깨달을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비밀을 얻으려 애썼던 이들에게서 전승된 수단을 사용합니다.

“형제들을 정화하고 갱생시킴으로써 우리는 셋째로 온 인류를 향상시키고자 합니다. 형제들이 신앙심과 덕행의 본보기가 됨으로써 세상을 지배하는 악에 맞서 온 힘을 다해 싸우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생각해 보십시오. 잠시 뒤 다시 오겠습니다.”

‘세상을 지배하는 악과 싸운다....’ 피에르는 되풀이했고, 앞으로 자신이 그 길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마음속에 그려 보았다. 그는 보름 전의 자신과 같은 사람들에게 훈계하고 가르치는 모습을 상상했다. 말과 행동으로 도와줄 사악하고 불행한 사람들, 자신이 구해 낼 억압받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수사자가 열거한 세 가지 목적 가운데 피에르의 마음을 가장 끈 것은 인류를 향상시킨다는 마지막 목적이었다. 수사자가 말한 중대한 비밀은 호기심을 자극하기는 했지만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았다. 자신을 정화하고 갱생시킨다는 둘째 목적에도 별로 마음이 끌리지 않았다. 그 순간의 피에르는 자신이 이미 과거의 악덕에서 완전히 치유되어 오직 선한 일만 할 준비가 되었다고 기쁘게 느꼈기 때문이다.

반 시간 뒤 수사자가 돌아와, 솔로몬 성전의 일곱 계단에 상응하며 모든 프리메이슨이 자기 안에서 길러야 할 일곱 가지 덕을 입회 지원자에게 알려 주었다. 그 덕목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신중함, 곧 결사의 비밀을 지키는 것. 둘째, 결사에서 높은 지위에 있는 이에게 복종하는 것. 셋째, 선량한 품행. 넷째, 인류에 대한 사랑. 다섯째, 용기. 여섯째, 관대함. 일곱째, 죽음에 대한 사랑.

“일곱째, 죽음을 자주 생각함으로써 죽음을 두려운 적으로 여기지 말고 친구로 여기도록 힘쓰십시오. 죽음은 덕을 행하느라 지친 영혼을 이 고된 삶에서 해방시켜 보상과 평화의 자리로 데려갑니다.”

이 말을 마친 수사자는 혼자 생각하라며 피에르를 남겨 두고 나갔다. ‘그렇기는 하지만 나는 아직 너무 나약해서 내 삶을 사랑한다. 이제야 삶의 의미가 조금씩 내 앞에 펼쳐지고 있으니까.’ 피에르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나머지 여섯 덕목—그중 다섯은 기억하여 손가락으로 꼽아 보았다—은 이미 자기 영혼 안에 있다고 느꼈다. 용기, 관대함, 선량한 품행, 인류에 대한 사랑, 특히 복종은 그에게 덕목이라기보다 기쁨처럼 여겨졌다. 그는 이제 자기 의지의 무법함에서 벗어나 의심할 여지 없는 진리를 아는 이들에게 그것을 맡기게 된 사실이 몹시 기뻤다. 일곱째 덕목은 잊어버려 아무리 해도 떠올릴 수 없었다.

세 번째로 돌아온 수사자는 이번에는 더 빨리 왔다. 그는 피에르의 결심이 여전히 확고한지, 요구받는 모든 일에 따르기로 마음먹었는지 물었다.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피에르가 말했다.

“우리 결사는 말뿐 아니라 다른 수단으로도 가르침을 전한다는 사실을 알려 주어야 합니다. 진심으로 지혜와 덕을 구하는 사람에게는 단순한 말보다 그런 수단이 더 강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대가 보고 있는 이 방도 마음이 진실하다면 이미 말보다 많은 것을 그대의 가슴에 일러 주었을 것입니다. 이어질 입회 의식에서도 이와 비슷한 깨달음의 방법을 보게 될 것입니다. 우리 결사는 상형문자로 가르침을 나타냈던 고대 사회를 본받습니다. 상형문자란 감각으로는 지각할 수 없는 어떤 것을, 그와 비슷한 속성을 지닌 대상으로 나타낸 상징입니다.” 수사자가 말했다.

피에르는 상형문자가 무엇인지 잘 알았지만 감히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그는 수사자의 말을 침묵 속에서 들으며, 그가 하는 모든 말에서 시험이 곧 시작되리라는 느낌을 받았다.

“결심이 확고하다면 이제 입회 의식을 시작해야 합니다.” 수사자는 피에르에게 가까이 다가오며 말했다. “관대함의 표시로 귀중품을 모두 제게 주십시오.”

“하지만 여기에는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습니다.” 피에르는 가진 재산 전부를 내놓으라는 뜻으로 알아듣고 대답했다.

“지금 몸에 지닌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시계, 돈, 반지....”

피에르는 황급히 지갑과 시계를 꺼냈으나 살찐 손가락에서 결혼반지가 좀처럼 빠지지 않아 한동안 애를 먹었다. 마침내 반지를 빼내자 수사자가 말했다.

“복종의 표시로 옷을 벗으십시오.”

피에르는 수사자의 지시에 따라 연미복과 조끼와 왼쪽 장화를 벗었다. 프리메이슨은 그의 왼쪽 가슴에서 셔츠를 젖혀 내고, 몸을 굽혀 바지의 왼쪽 자락을 무릎 위까지 걷어 올렸다. 피에르는 이 낯선 사람의 수고를 덜어 주려는 듯 황급히 오른쪽 장화도 벗고 다른 쪽 바짓단도 걷으려 했지만 프리메이슨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왼발에 슬리퍼를 신겨 주었다. 피에르는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얼굴에 떠오르는 어린아이 같은 수줍음과 의심과 자조의 미소를 띤 채 두 팔을 늘어뜨리고 두 다리를 벌리고 수사자 형제 앞에 서서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이제 진실한 마음으로 그대를 지배하는 가장 강한 욕망이 무엇인지 내게 밝혀 주십시오.” 수사자가 말했다.

“저를 지배하는 욕망이라니요! 제게는 너무 많습니다.” 피에르가 대답했다.

“다른 무엇보다도 그대를 덕의 길에서 벗어나게 한 욕망을 말하는 것입니다.” 프리메이슨이 말했다.

피에르는 대답을 찾으며 잠시 말을 멈췄다.

‘술? 탐식? 게으름? 성마름? 분노? 여자?’ 그는 자기 악덕들을 마음속으로 되짚어 보면서 어느 것에 첫자리를 주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여자입니다.” 그는 거의 들리지 않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프리메이슨은 그 대답을 듣고도 오랫동안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않았다. 마침내 피에르에게 다가와 탁자 위의 천을 집어 다시 그의 눈을 가렸다.

“그대에게 마지막으로 말합니다. 온 정신을 자기 자신에게 돌리고 감각을 억누르십시오. 행복을 구하되 욕망에서 구하지 말고 자신의 마음에서 구하십시오. 행복의 근원은 우리 바깥에 있지 않고 우리 안에 있습니다....”

피에르는 벌써 오래전부터 그 상쾌한 행복의 샘물이 자기 안에서 솟아올라 영혼을 기쁜 감정으로 가득 채우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