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5권 1806~1807년 / 제5장
《전쟁과 평화》 · 제5권 1806~1807년

제5장

《전쟁과 평화》 제5권 5장 삽화

지부에 들어간 다음 날, 피에르는 집에서 책을 읽으며 정사각형의 의미를 헤아리려 애쓰고 있었다. 정사각형의 한 변은 하느님을, 다른 한 변은 도덕을, 셋째 변은 자연을, 넷째 변은 이 셋의 결합을 상징했다. 때때로 그의 관심은 책과 정사각형에서 벗어나 상상 속에서 새로운 삶의 계획을 세웠다. 전날 밤 지부에서 그는 결투에 관한 소문이 황제에게까지 들어갔으니 페테르부르크를 떠나는 것이 현명하리라는 말을 들었다. 피에르는 남부의 영지로 가 농노들의 복지를 돌볼 생각이었다. 그는 이 새로운 삶을 기쁘게 계획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바실리 공작이 방으로 들어왔다.

“친애하는 친구, 모스크바에서 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 엘렌과는 왜 다투었나, mon cher? 자네가 잘못 알고 있는 거야.” 바실리 공작은 방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나는 전부 알고 있네. 분명히 말하지만, 그리스도가 유대인들 앞에서 결백했던 것처럼 엘렌도 자네 앞에서 결백해.”

피에르가 대답하려 했지만 바실리 공작이 가로막았다.

“그런데 왜 친구인 나를 곧장 찾아오지 않았나? 나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이해하네.” 그가 말했다. “자네는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답게 행동했어. 다만 너무 성급했지. 그 문제는 더 말하지 않겠네. 하지만 자네가 엘렌과 나를 사교계에서, 심지어 궁정에서 어떤 처지에 빠뜨렸는지 생각해 보게.” 그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엘렌은 모스크바에 있고 자네는 여기 있지. 기억하게, 친구.” 그는 피에르의 팔을 아래로 잡아당겼다. “이건 단순한 오해야. 자네도 그렇게 느낄 거라고 생각하네. 당장 편지를 쓰게. 그러면 엘렌이 이리 올 테고 모든 일이 해명될 거야. 그렇지 않으면, 친구, 자네도 아주 곤란해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해 두겠네.”

바실리 공작은 의미심장한 눈길로 피에르를 바라보았다.

“확실한 소식통을 통해 황태후께서 이 일에 깊은 관심을 두고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네. 폐하께서 엘렌을 각별히 총애하신다는 것은 자네도 알지.”

피에르는 몇 번이나 말을 꺼내려 했지만 한편으로는 바실리 공작이 틈을 주지 않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이 장인에게 답하겠다고 마음먹은 단호한 거절과 불화의 어조로 말을 시작하기가 두려웠다. 더구나 프리메이슨의 규약에 있던 “친절하고 예의 바르게 대하라”는 말이 되풀이해 떠올랐다. 그는 눈을 깜박이고 얼굴을 붉히며 일어났다가 다시 앉았다. 그러면서 삶에서 가장 어려운 일, 곧 상대가 누구든 면전에서 불쾌한 말을 하고 상대가 기대하지 않는 말을 해야 하는 상황에 맞서 자신과 싸웠다. 바실리 공작의 거리낌 없는 자신만만한 어조에 너무 익숙해 이제는 그것을 거스를 수 없을 듯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느냐에 자신의 앞날이 달렸다고도 느꼈다. 전과 똑같은 낡은 길을 갈 것인지, 아니면 프리메이슨들이 매력적으로 보여 준 새 길, 그 길에서 자신이 새 삶으로 다시 태어나리라 굳게 믿는 길을 갈 것인지가 달려 있었다.

“자, 친구.” 바실리 공작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예’라고 한마디만 하게. 그러면 내가 직접 편지를 쓰고 살진 송아지를 잡아 잔치를 벌이겠네.”

그러나 바실리 공작이 농담을 끝내기도 전에 피에르는 그를 쳐다보지 않은 채 아버지를 닮은 격노를 얼굴에 띠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공작님, 저는 공작님을 이리 모신 적이 없습니다. 나가 주십시오. 제발 나가 주십시오!” 그는 벌떡 일어나 문을 열었다.

“나가십시오!” 그는 되풀이했다. 자기 행동에 스스로 놀라면서도 바실리 공작의 얼굴에 떠오른 당혹과 두려움을 보고 기쁨을 느꼈다.

“대체 왜 그러나? 어디 아픈가?”

“나가십시오!” 떨리는 목소리가 다시 말했다. 바실리 공작은 아무 설명도 듣지 못한 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일주일 뒤 피에르는 새 친구인 프리메이슨 형제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많은 구호금을 맡긴 뒤 자기 영지로 떠났다. 새 형제들은 키예프와 오데사의 프리메이슨들에게 전할 편지를 써 주고, 계속 편지를 보내 그의 새로운 활동을 지도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