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11권 1812년 / 제28장
《전쟁과 평화》 · 제11권 1812년

제28장

《전쟁과 평화》 제11권 28장 삽화

피에르는 계획을 실행하기 전까지 신분과 프랑스어를 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기로 결심했으므로 반쯤 열린 복도 문가에 서서 프랑스인들이 들어오자마자 숨으려 했다. 하지만 프랑스인들이 들어왔는데도 물러나지 않았다. 억누를 수 없는 호기심이 그를 붙들었다.

두 사람이었다. 하나는 키가 크고 군인답게 잘생긴 장교였고, 다른 하나는 볕에 그을리고 키가 작고 마른 데다 뺨이 움푹하고 표정이 둔한 것으로 보아 사병이나 당번병이 분명했다. 장교는 지팡이에 기대 조금 다리를 절며 앞서 걸었다. 몇 걸음 나아가다 좋은 숙소라고 판단한 듯 멈추어 입구에 선 병사들에게 몸을 돌리고, 말을 묶어 두라고 큰 명령조의 목소리로 지시했다. 이어 세련된 동작으로 팔꿈치를 들고 콧수염을 쓰다듬은 뒤 모자에 가볍게 손을 댔다.

“Bonjour, la compagnie!” 그는 명랑하게 웃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 여러분, 안녕하시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Vous êtes le bourgeois?” 장교가 게라심에게 물었다.

* 당신이 이 집 주인이오?

게라심은 놀라고 묻는 눈길로 장교를 바라보았다.

“Quartier, quartier, logement!” 장교는 작은 남자를 내려다보며 너그럽고 선량하게 웃었다. “Les français sont de bons enfants. Que diable! Voyons! Ne nous fâchons pas, mon vieux!” 그는 겁먹고 말없는 게라심의 어깨를 두드리며 덧붙였다. “그런데 이 집에는 프랑스어를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소?” 그는 프랑스어로 다시 물으며 주위를 보다가 피에르와 눈이 마주쳤다. 피에르는 문에서 물러났다.

* 숙영, 숙영, 숙소요! 프랑스인들은 좋은 사람들이오. 이런! 자, 화내지 맙시다, 노인장!

장교는 다시 게라심에게 몸을 돌려 집의 방들을 보여 달라고 했다.

“주인, 여기 없어…… 이해 못 해…… 나, 당신…….” 게라심은 몸을 비틀며 말을 더 알아듣기 쉽게 하려 했다.

여전히 미소 지은 프랑스 장교는 자신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게라심의 코앞에서 두 손을 벌리고 다리를 절며 피에르가 선 문으로 갔다. 피에르는 떠나 숨어 버리고 싶었지만 그 순간 열린 부엌 문에 권총을 든 마카르 알렉세예비치가 나타난 것을 보았다. 그는 광인다운 교활함으로 프랑스인을 노려보고 권총을 들어 겨누었다.

“놈들의 배에 올라타라!” 술 취한 남자는 방아쇠를 당기려 하며 고함쳤다. 외침을 들은 장교가 몸을 돌린 순간 피에르는 술꾼에게 몸을 던졌다. 피에르가 권총을 붙잡아 위로 쳐올릴 때 마카르 알렉세예비치의 손가락이 마침내 방아쇠에 닿았다. 귀를 먹먹하게 하는 총성이 울리고 모두가 연기구름에 싸였다. 프랑스인은 창백해져 문으로 달려갔다.

프랑스어를 안다는 사실을 숨기려던 뜻을 잊은 피에르는 권총을 빼앗아 던지고 장교에게 달려가 프랑스어로 말했다.

“다치지 않았습니까?” 그가 물었다.

“그렇지는 않은 것 같소.” 프랑스인은 자기 몸을 만져 보며 대답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운이 좋았군.” 그는 벽의 부서진 회반죽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저 사람은 누구요?” 그는 피에르를 엄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아, 벌어진 일이 참으로 절망스럽습니다.” 피에르는 맡으려던 역할을 완전히 잊고 빠르게 말했다.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도 몰랐던 불행한 광인입니다.”

장교는 마카르 알렉세예비치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았다.

마카르 알렉세예비치는 벽에 기대 입을 벌린 채 곧 잠들려는 사람처럼 흔들거리며 서 있었다.

“악당! 이 일의 대가를 치르게 해 주마.” 프랑스인은 그를 놓아주며 말했다. “우리 프랑스인은 승리한 뒤 자비롭지만 반역자는 용서하지 않는다.” 그는 침울하고 위엄 있는 표정으로 힘차고 멋진 몸짓을 하며 덧붙였다.

피에르는 술 취한 바보에게 책임을 묻지 말아 달라고 프랑스어로 계속 설득했다. 프랑스인은 똑같이 침울한 표정으로 말없이 듣다가 갑자기 피에르에게 몸을 돌려 미소 지었다. 몇 초 동안 말없이 바라보았다. 잘생긴 얼굴에는 통속극의 주인공처럼 다정한 표정이 떠올랐고 손을 내밀었다.

“당신은 내 목숨을 구했소. 당신은 프랑스인이오.” 그가 말했다.

프랑스인에게 그 결론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위대한 행동을 하는 사람은 프랑스인뿐이며, 제13경보병연대의 랑발 대위인 자신의 목숨을 구한 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위대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 결론과 그것을 근거로 한 장교의 확신이 아무리 의심할 여지가 없어도 피에르는 착각을 깨 주어야 한다고 느꼈다.

“나는 러시아인입니다.” 그가 빠르게 말했다.

“쯧, 쯧, 쯧! 그런 말은 다른 사람에게나 하시오.” 장교는 코앞에서 손가락을 흔들고 웃으며 말했다. “조금 뒤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시오. 동포를 만나 정말 기쁘군. 그런데 이 사람은 어떻게 할까요?” 그는 피에르를 형제처럼 대하며 덧붙였다.

설령 프랑스인이 아니더라도,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높은 칭호를 이미 받았으니 이제 거부할 수 없다는 뜻이 장교의 눈길과 어조에 담겨 있었다. 마지막 질문에 피에르는 마카르 알렉세예비치가 누구인지 다시 설명했다. 그들이 도착하기 직전에 술 취한 바보가 장전된 권총을 움켜쥐었고 사람들이 미처 빼앗지 못했으며, 그 행동을 벌하지 말아 달라고 장교에게 애원했다.

프랑스인은 가슴을 펴고 팔로 장엄한 몸짓을 했다.

“당신은 내 목숨을 구했소! 당신은 프랑스인이오. 당신이 그의 용서를 구하니 허락하겠소. 저 사람을 데려가시오!” 그는 빠르고 힘차게 말했다. 피에르를 자기 목숨을 구한 공으로 프랑스인으로 승격시킨 뒤 팔을 잡고 함께 방으로 갔다.

총성을 들은 뜰의 병사들은 복도로 들어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고 죄인을 벌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드러냈으나 장교가 엄하게 막았다.

“필요할 때 부르겠다.” 그가 말했다.

병사들은 다시 나갔다. 그사이 부엌까지 다녀올 시간이 있었던 당번병이 장교에게 다가왔다.

“대위님, 부엌에 수프와 양고기 다리가 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내올까요?”

“그래, 포도주도 가져오게.” 대위가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