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8월 30일 피에르는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도시 성문 가까이에서 로스토프친 백작의 부관을 만났다.
“어디든 안 찾아본 데가 없습니다.” 부관이 말했다. “백작께서 특별히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아주 중요한 일로 즉시 와 달라고 하셨습니다.”
피에르는 집에 들르지 않고 마차를 빌려 모스크바 총독을 만나러 갔다.
로스토프친 백작은 바로 그날 아침 소콜니키의 별장에서 시내로 돌아왔다. 저택의 대기실과 접견실에는 부름을 받았거나 명령을 들으러 온 관리들이 가득했다. 바실치코프와 플라토프는 이미 백작을 만나 모스크바를 방어할 수 없으며 도시를 내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은 주민들에게 숨겨지고 있었으나, 로스토프친 백작 자신이 알았듯이 여러 관청의 책임자인 관리들도 모스크바가 곧 적의 손에 넘어가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개인적인 책임을 피하려고 모두 총독을 찾아와 각 관청의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물었다.
피에르가 접견실로 들어설 때 군대에서 온 급사가 로스토프친의 집무실에서 나왔다.
쏟아지는 질문을 받은 급사는 절망스럽게 손짓하고는 방을 지나갔다.
접견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피에르는 그곳에 있는 늙고 젊은 관리들과 군인과 민간인을 지친 눈으로 바라보았다. 모두가 불만스럽고 불안해 보였다. 피에르는 한 사람을 아는 무리로 다가갔다. 그들은 피에르에게 인사한 뒤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들을 내보냈다가 나중에 다시 데려오는 것은 해가 없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책임질 수 없소.”
“하지만 그분이 뭐라고 썼는지 보시오…….” 다른 사람이 손에 든 인쇄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것은 다른 문제요. 민중에게 필요한 것이오.” 첫 번째 사람이 말했다.
“무엇입니까?” 피에르가 물었다.
“아, 새 벽보입니다.”
피에르는 그것을 받아 읽기 시작했다.
전하께서는 다가오는 군대와 합류하려고 모자이스크를 지나 적이 쉽사리 공격하지 못할 강력한 진지를 잡으셨다. 이곳에서 탄약과 함께 대포 마흔여덟 문을 보내 드렸으며, 전하께서는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모스크바를 지킬 것이고 거리에서라도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씀하신다. 형제들이여, 법원이 문을 닫았다고 화내지 마라. 일을 정리해야 하고 악당들은 우리 방식대로 처리할 것이다! 때가 되면 도시와 농촌의 젊은이들이 모두 필요할 테니 하루나 이틀 앞서 내가 소리쳐 알리겠다. 아직은 필요하지 않아 잠자코 있는 것이다. 도끼도 쓸 만하고 사냥용 창도 나쁘지 않지만 세 갈래 쇠스랑이 가장 좋을 것이다. 프랑스 놈이라고 호밀 한 단보다 무거울 리 없다. 내일 저녁 식사 뒤 이베르 성모 성상을 예카테리나 병원의 부상자들에게 모셔 가 그곳에서 물을 축성하겠다. 그러면 더 빨리 나을 것이다. 나도 이제 건강하다. 한쪽 눈이 아팠지만 지금은 두 눈을 부릅뜨고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군인들은 시내에서 싸우는 것은 불가능하며 진지도…….” 피에르가 말했다.
“물론이지요! 우리가 하던 말이 바로 그것입니다.” 첫 번째 사람이 대답했다.
“‘한쪽 눈이 아팠지만 지금은 두 눈을 부릅뜨고 살펴보고 있다’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피에르가 물었다.
“백작께 다래끼가 났습니다.” 부관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사람들이 무슨 일이 생겼는지 물으러 왔다고 말씀드렸더니 몹시 화를 내셨지요. 그런데 백작.” 그는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피에르에게 말했다. “집안에 곤란한 일이 있다던데요. 부인이신 백작부인께서…….”
“나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습니다.” 피에르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무슨 이야기를 들으셨습니까?”
“아, 사람들이 흔히 말을 지어내는 것 아시지 않습니까. 저는 들은 말만 전하는 겁니다.”
“무슨 말을 들으셨습니까?”
“글쎄요.” 부관은 똑같은 미소를 지으며 계속했다. “부인이신 백작부인께서 외국으로 나갈 준비를 하신답니다. 허튼소리겠지요…….”
“그럴지도 모르지요.” 피에르는 멍하니 주위를 보며 말했다. “저 사람은 누구입니까?” 그는 깨끗한 푸른 농민 외투를 입은 키 작은 노인을 가리켰다. 눈처럼 새하얀 큰 수염과 눈썹, 혈색 좋은 얼굴을 지닌 사람이었다.
“저 사람 말입니까? 상인입니다. 그러니까 음식점 주인이지요, 베레샤긴입니다. 그 포고문 사건을 들어 보셨을지도 모르겠군요.”
“아, 저 사람이 베레샤긴입니까!” 피에르는 노인의 단단하고 침착한 얼굴을 바라보며 배신자의 흔적을 찾았다.
“본인이 아니라 포고문을 쓴 자의 아버지입니다.” 부관이 말했다. “젊은이는 감옥에 있는데, 아마 심한 일을 당할 겁니다.”
가슴에 별 모양 훈장을 단 늙은 신사와 목에 십자훈장을 건 독일인 관리가 말하는 사람에게 다가왔다.
“아시겠지만 복잡한 이야기입니다.” 부관이 말했다. “그 포고문은 두 달쯤 전에 나타났습니다. 백작께 보고되었고 백작께서 조사하라고 명령하셨지요. 여기 계신 가브릴라 이바노비치가 조사했습니다. 포고문은 정확히 예순세 사람의 손을 거쳤더군요. 한 사람에게 ‘누구에게 받았나?’ 하고 물으면 ‘아무개에게 받았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다음 사람에게 가서 ‘누구에게 받았나?’ 하고 묻고, 그렇게 계속하다가 반쯤 배운 상인, 아시겠지만 ‘상인 나부랭이’인 베레샤긴에게 이르렀습니다.” 부관은 미소 지었다. “그에게 ‘누가 주었나?’ 하고 물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가 누구에게 받았는지를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우체국장 말고는 받을 사람이 없었지요. 하지만 두 사람이 미리 말을 맞춘 것이 분명합니다. 그는 ‘아무에게도 받지 않았습니다. 제가 지어냈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위협하고 심문해도 ‘제가 지어냈습니다’라는 말만 고집했습니다. 그리하여 백작께 보고했고 백작께서 그자를 불렀습니다. ‘포고문은 누구에게 받았나?’ ‘제가 썼습니다.’ 자, 백작께서 어떤 분인지 아시지요.” 부관은 자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명랑하게 말했다. “무섭게 발끈하셨습니다. 그자의 뻔뻔함과 거짓말과 고집을 생각해 보십시오!”
“백작은 클류차료프에게서 받았다고 말하게 하고 싶었던 것이군요? 알겠습니다!” 피에르가 말했다.
“전혀 아닙니다.” 부관은 당황하며 대꾸했다. “클류차료프는 그 일 없이도 자기 죄가 있어 유배된 겁니다. 문제는 백작께서 몹시 화가 났다는 것이지요. ‘네가 어떻게 직접 썼다는 것이냐?’ 백작께서는 그렇게 말하고 탁자 위의 《함부르크 신문》을 집어 드셨습니다. ‘여기 있다! 네가 직접 쓴 것이 아니라 번역했어. 그것도 형편없이 번역했지. 이 바보야, 너는 프랑스어조차 모르니까!’ 그런데 어떻게 대답했는지 아십니까? ‘아닙니다. 저는 신문을 읽은 적이 없고 직접 지어냈습니다.’ ‘그렇다면 너는 반역자다. 재판에 넘기면 교수형을 당할 거야! 누구에게 받았는지 말해라.’ ‘신문은 본 적이 없고 제가 지어냈습니다.’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백작께서 아버지까지 불러오게 했지만 그자는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재판에 넘겨져 아마 강제노동형을 선고받았을 겁니다. 이제 아버지가 선처를 호소하러 왔지요. 하지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젊은이입니다! 상인의 아들 가운데 멋이나 부리고 여자를 밝히는 그런 부류를 아시지요. 어디선가 강의 몇 번을 듣고는 악마도 자기 상대가 못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자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여기 돌다리 근처에서 음식점을 합니다. 한 손에는 왕홀, 다른 손에는 보주를 든 전능하신 하느님을 그린 커다란 성상이 있었던 것 아시지요. 그자가 며칠 동안 그 성상을 집으로 가져가 무엇을 했는지 아십니까? 어떤 악당 화가를 찾아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