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장

그동안 도시 자체는 버려져 있었다. 거리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대문과 가게 문은 모두 닫혔고, 술집 주위 여기저기에서 외로운 외침이나 술 취한 노랫소리만 들렸다. 거리를 달리는 마차도 없고 발소리도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 포바르스카야 거리는 완전히 고요하고 황량했다. 로스토프 저택의 거대한 뜰에는 건초 부스러기와 말똥이 널려 있었고 사람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모든 물건을 그대로 남겨 둔 저택의 큰 응접실에는 두 사람이 있었다. 뜰지기 이그나트와 바실리치의 손자로 할아버지와 함께 모스크바에 남은 어린 시종 미시카였다. 미시카는 클라비코드를 열고 손가락 하나로 건반을 두드렸다. 뜰지기는 두 손을 허리에 얹고 커다란 거울 앞에 서서 만족스럽게 웃었다.
“멋지지 않아요, 이그나트 아저씨?” 소년은 갑자기 두 손으로 건반을 두드리며 말했다.
“거참!” 이그나트는 거울 속 자기 얼굴의 웃음이 넓어지는 것을 보고 놀라며 대답했다.
“뻔뻔하기도 해라! 뻔뻔해!” 소리 없이 들어온 마브라 쿠즈미니치나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저 뚱뚱한 낯짝으로 웃는 것 좀 봐! 그러려고 여기 있니? 아래층은 아무것도 치우지 않았고 바실리치는 지쳐 쓰러질 지경이야. 조금만 기다려 봐!”
이그나트는 웃음을 거두고 허리띠를 바로잡은 뒤 온순하게 눈을 내리깔고 방을 나갔다.
“아주머니, 살살 쳤어요.” 소년이 말했다.
“살살 맛 좀 보여 줄까, 이 원숭이 같은 녀석아!” 마브라 쿠즈미니치나는 위협적으로 팔을 들며 외쳤다. “가서 할아버지 드실 사모바르에 불을 지펴라.”
마브라 쿠즈미니치나는 클라비코드의 먼지를 털고 뚜껑을 닫은 뒤 깊은 한숨을 쉬며 응접실을 나가 정문을 잠갔다.
뜰로 나간 그녀는 다음에 어디로 갈지를 생각하며 멈추었다. 하인 별채에서 바실리치와 차를 마실지, 아직 흩어진 물건을 정리하러 창고로 갈지 생각했다.
고요한 거리에서 빠른 발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대문 앞에 멈추었고 문을 열려고 빗장이 덜컹거렸다. 마브라 쿠즈미니치나는 대문으로 갔다.
“누구를 찾으시오?”
“백작님, 일리야 안드레예비치 로스토프 백작님이오.”
“그쪽은 누구시오?”
“장교요. 꼭 만나 뵈어야 하오.” 유쾌하고 교양 있는 러시아어 목소리로 대답이 들렸다.
마브라 쿠즈미니치나가 대문을 열자 로스토프가 특유의 둥근 얼굴을 한 열여덟 살 장교가 뜰로 들어왔다.
“주인어른들은 떠나셨습니다, 나리. 어제 저녁 무렵 떠나셨어요.” 마브라 쿠즈미니치나가 다정하게 말했다.
젊은 장교는 대문 안에 서서 들어갈지 말지 망설이는 듯 혀를 찼다.
“아, 이런 안타까운 일이!” 그가 중얼거렸다. “어제 왔어야 했는데……. 아, 정말 아쉽군.”
마브라 쿠즈미니치나는 그동안 젊은이 얼굴의 낯익은 로스토프 집안 이목구비와 해진 외투, 닳아 빠진 장화를 주의 깊고 동정 어린 눈으로 살폈다.
“백작님은 무슨 일로 만나려 했습니까?” 그녀가 물었다.
“아, 뭐…… 어쩔 수 없지요!” 그는 짜증 섞인 어조로 말하고 떠나려는 듯 대문에 손을 얹었다.
그는 다시 망설이며 멈추었다.
“있잖소.” 그가 갑자기 말했다. “나는 백작님의 친척이고 백작님은 내게 아주 잘해 주셨소. 보시다시피…….” 그는 익살스럽고 선량한 미소를 지으며 외투와 장화를 바라보았다. “옷과 신발은 다 닳았고 돈도 없어서 백작님께 부탁드리려고…….”
마브라 쿠즈미니치나는 그가 말을 마치게 두지 않았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나리. 아주 잠깐만요.” 그녀가 말했다.
장교가 대문 손잡이에서 손을 놓자마자 몸을 돌려 늙은 두 다리로 서둘러 뒤뜰을 지나 하인 숙소로 갔다.
마브라 쿠즈미니치나가 자기 방으로 달려간 동안 장교는 고개를 숙이고 닳은 장화를 바라보며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띤 채 뜰을 오갔다. ‘외숙부님을 놓쳐 아쉽군! 참 좋은 노인이야! 저 아주머니는 어디로 달려갔지? 이제 로고시스키 문 가까이 갔을 우리 연대를 따라잡을 가장 가까운 길은 어떻게 찾지?’ 그가 생각했다. 바로 그때 마브라 쿠즈미니치나가 겁먹었지만 단호한 표정으로 손에 격자무늬 손수건을 말아 쥐고 집 모퉁이에서 나타났다. 장교에게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손수건을 펴 흰 25루블 지폐를 꺼내 서둘러 건넸다.
“각하께서 댁에 계셨다면 친척이신 나리께 당연히…… 하지만 지금은…….”
마브라 쿠즈미니치나는 부끄럽고 당황했다. 장교는 거절하지 않고 조용히 지폐를 받아 그녀에게 감사했다.
“백작님이 댁에 계셨다면…….” 마브라 쿠즈미니치나는 미안한 듯 말을 이었다. “그리스도께서 함께하시기를, 나리! 하느님께서 지켜 주시기를!” 그녀는 절하며 그를 배웅했다.
장교는 스스로를 재미있어하듯 고개를 흔들고 미소 지으며, 연대를 따라잡으려고 황량한 거리를 거의 달리다시피 야우자강 다리 쪽으로 갔다.
마브라 쿠즈미니치나는 닫힌 대문 앞에 한동안 서서 눈물을 머금은 채 생각에 잠겨 고개를 저었다. 이름 모를 젊은 장교에게 뜻밖의 모성애와 연민이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