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11권 1812년 / 제23장
《전쟁과 평화》 · 제11권 1812년

제23장

《전쟁과 평화》 제11권 23장 삽화

1층이 술집인 바르바르카 거리의 미완성 건물에서 술 취한 외침과 노랫소리가 들렸다. 더러운 작은 방의 탁자 둘레 긴 의자에는 공장 노동자 열 명쯤이 앉아 있었다. 술기운이 오른 데다 땀을 흘리고 흐릿한 눈과 벌린 입으로 모두가 힘겹게 어떤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노래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취하여 흥청거리고 있음을 보여 주려고 음정도 맞지 않게 온 힘을 다해 불렀다. 깨끗한 푸른 외투를 입은 키 큰 금발 젊은이 하나가 그들 위에 서 있었다. 가늘고 다문 채 떨리는 입술과 흐리고 음울하게 고정된 눈만 아니었다면 반듯하고 고운 코를 지닌 얼굴은 잘생겼을 것이다. 어떤 생각에 사로잡힌 것이 분명한 그는 노래하는 이들 위에 서서 팔꿈치까지 걷은 흰 팔을 엄숙하고 경련하듯 머리 위로 휘저으며, 더러운 손가락을 부자연스럽게 벌리려 했다. 외투 소매가 자꾸 흘러내리면 힘줄이 드러난 흰 팔을 반드시 맨살로 내놓아야 한다는 듯 왼손으로 정성껏 다시 걷어 올렸다. 노래 도중 복도와 현관에서 고함과 싸움과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키 큰 젊은이가 팔을 휘둘렀다.

“멈춰!” 그는 명령하듯 외쳤다. “얘들아, 싸움이 났다!” 그는 여전히 소매를 걷어 올리며 현관으로 나갔다.

공장 노동자들이 뒤따랐다. 그날 아침 키 큰 젊은이의 지휘 아래 술집에서 마시던 이들은 공장에서 가져온 가죽 몇 장을 술집 주인에게 주고 술을 대접받았다. 이웃 대장간의 대장장이들은 술집의 흥청거리는 소리를 듣고 문이 부서져 열렸다고 생각하여 자기들도 억지로 들어가려 했고, 그 때문에 현관에서 싸움이 벌어졌다.

술집 주인은 문간에서 대장장이 하나와 싸우고 있었다. 노동자들이 나오자 대장장이는 주인의 손을 뿌리치고 보도에 얼굴부터 쓰러졌다.

다른 대장장이는 가슴으로 술집 주인을 밀치며 문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젊은이는 대장장이의 얼굴을 때리고 사납게 외쳤다. “얘들아, 저들이 우리와 싸운다!”

그 순간 첫 번째 대장장이는 일어나 멍든 얼굴을 긁어 피를 내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경찰! 살인이다!…… 사람을 죽였어, 여러분!”

“어머나, 사람을 때려죽였어, 죽였어!…….” 가까운 대문에서 나온 여자가 비명을 질렀다.

피투성이 대장장이 주위로 군중이 모였다.

“사람들의 마지막 속옷까지 빼앗아 간 것으로 모자라느냐?” 누군가 술집 주인에게 말했다. “왜 사람을 죽였어, 이 도둑아?”

현관에 선 키 큰 젊은이는 이제 누구와 싸워야 할지 생각하듯 술집 주인과 대장장이를 흐린 눈으로 번갈아 바라보았다.

“살인자!” 그는 갑자기 술집 주인에게 외쳤다. “얘들아, 묶어라!”

“날 묶고 싶겠지!” 술집 주인은 다가오는 사람들을 밀어내고 머리에서 모자를 벗어 땅에 내던지며 외쳤다.

그 행동에 어떤 신비롭고 위협적인 의미라도 있는 듯 주위를 둘러싼 노동자들은 망설이며 멈추었다.

“동무들, 나는 법을 아주 잘 알아! 경찰서장에게 이 일을 가져가겠어. 내가 못 갈 줄 아나? 요즘은 누구도 약탈을 해서는 안 돼!” 술집 주인은 모자를 집어 들며 외쳤다.

“그러면 함께 가자! 함께 가자!” 술집 주인과 키 큰 젊은이는 번갈아 되풀이하고 함께 거리를 올라갔다.

피투성이 대장장이도 곁을 따라갔다. 공장 노동자들과 다른 이들은 이야기하고 외치며 뒤따랐다.

모로세이카 거리 모퉁이, 덧문을 닫고 구둣방 간판을 내건 큰 집 맞은편에는 작업복과 해진 긴 외투를 입은 여위고 지친 침울한 얼굴의 제화공 스무 명쯤이 서 있었다.

“사람들 품삯을 제대로 치러야지.” 찌푸린 눈썹에 수염이 듬성듬성한 마른 노동자가 말했다.

“하지만 우리 피를 빨아먹고 이제는 끝났다고 생각하는군. 한 주 내내 우리를 속이더니 이런 지경에 몰아넣고 달아났어.”

군중과 피투성이 남자를 본 노동자는 말을 멈추었다. 제화공들은 열띤 호기심으로 모두 움직이는 군중에 합류했다.

“사람들이 모두 어디로 가는 거요?”

“어디긴, 경찰한테 가지!”

“이봐, 우리가 패했다는 말이 정말이오?” “그럼 어떻게 생각했나?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어 보게.”

질문과 대답이 들렸다. 군중이 늘어난 틈을 탄 술집 주인은 뒤로 처졌다가 자기 술집으로 돌아갔다.

키 큰 젊은이는 적이 사라진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맨팔을 휘두르며 쉬지 않고 말했다. 사람들의 관심이 모두 그에게 쏠렸다. 마음을 사로잡은 질문에 그가 답해 주리라 기대하여 주로 그의 주위로 몰렸다.

“질서를 지키고 법을 시행해야지. 그러려고 정부가 있는 것 아니오. 안 그렇습니까, 신앙 좋은 여러분?” 키 큰 젊은이는 거의 알아볼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부가 없다고 생각하나! 정부 없이 어떻게 살겠어? 그렇지 않으면 우리를 약탈할 자들이 많을 텐데.”

“왜 허튼소리를 해?” 군중 속에서 목소리들이 대꾸했다. “이런 식으로 모스크바를 내주겠어? 재미로 한 말을 믿었군! 행군하는 군대가 얼마나 많은데? 그자를 들여보낸다고! 그런 일을 하라고 정부가 있는 거야.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나 들어 봐.” 군중 일부는 키 큰 젊은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키타이고로드의 성벽 옆에서는 두꺼운 모직 외투를 입고 손에 종이를 든 남자 주위로 더 작은 무리가 모여 있었다.

“칙령이다, 칙령을 읽는다! 칙령을 읽고 있어!” 군중 속에서 목소리들이 외쳤고 사람들은 읽는 이에게 몰려갔다.

모직 외투를 입은 남자는 8월 31일 자 벽보를 읽고 있었다. 군중이 모이자 당황한 듯했으나 앞으로 밀고 나온 키 큰 젊은이가 요구하자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다.

“내일 일찍 전하를 찾아뵐 것이오.” 그가 읽었다. “‘전하’라잖아.” 키 큰 젊은이는 입가에 승리의 미소를 띠고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 “그분과 의논하여 군대가 저 악당들을 전멸시키도록 행동하고 도울 것이오. 우리도 가담할 것이오…….” 읽던 사람이 계속하다 멈추었다. “봤지?” 젊은이가 승리한 듯 외쳤다. “모든 일을 해결해 주실 거야…….” “저들을 멸망시키고 이 손님들을 지옥으로 보낼 것이오. 나는 저녁을 먹으러 돌아와 일을 시작하겠소. 우리는 해내고, 완전히 해내어 저 악당들을 끝장낼 것이오.”

마지막 말은 완전한 침묵 속에서 읽혔다. 키 큰 젊은이는 침울하게 고개를 숙였다. 아무도 마지막 부분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특히 ‘저녁을 먹으러 돌아오겠다’는 말이 읽는 이와 듣는 이 모두의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사람들의 마음은 높은 음조로 조율되어 있었는데 그 말은 너무 단순하고 불필요할 만큼 이해하기 쉬웠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므로 최고 권력에서 나온 칙령에는 들어가서는 안 될 말이었다.

모두가 풀이 죽어 말없이 서 있었다. 키 큰 젊은이는 입술을 움직이고 몸을 좌우로 흔들었다.

“그분께 물어봐야 해…… 저기 본인이 아닌가?” “그래, 물어봐!…… 왜 안 돼? 설명해 주실 거야…….” 군중 뒤에서 갑자기 목소리가 들렸고, 기마 용기병 둘을 거느리고 광장으로 들어오는 경찰서장의 이륜마차로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경찰서장은 그날 아침 로스토프친 백작의 명령으로 거룻배들을 불태우러 갔다가 그 일과 관련하여 큰돈을 얻었고 바로 그 순간 호주머니에 넣고 있었다. 군중이 자기 쪽으로 몰려오는 것을 보고 마부에게 멈추라고 했다.

“이 사람들은 무엇인가?” 그는 머뭇거리며 한 사람씩 마차 쪽으로 다가오는 이들에게 외쳤다.

“이 사람들은 무엇인가?” 대답이 없자 그가 다시 외쳤다.

“나리…….” 모직 외투를 입은 상점 점원이 대답했다. “나리, 백작 각하의 포고에 따라 이 사람들은 목숨을 아끼지 않고 봉사하고자 하는 것이며, 폭동 같은 것이 아니라 각하께서 말씀하신 대로…….”

“백작께서는 떠나지 않으셨고 여기 계시며, 너희에 관한 명령이 내려질 것이다.” 경찰서장이 말했다. “가게!” 그는 마부에게 명했다.

군중은 멈추어 경찰서장의 말을 들은 이들 주위로 몰리고 멀어지는 이륜마차를 바라보았다.

경찰서장은 그 순간 겁먹은 눈길로 뒤를 돌아보고 마부에게 무언가 말했다. 말들은 속도를 높였다.

“사기다, 얘들아! 본인에게 가자!” 키 큰 젊은이가 외쳤다. “놓치지 마, 얘들아! 직접 대답하게 해! 붙잡아!” 여러 사람이 외쳤고 군중은 이륜마차를 뒤쫓아 달렸다.

경찰서장을 따라 큰 소리로 이야기하며 군중은 루뱐카 거리 쪽으로 갔다.

“자, 귀족과 상인들은 떠나고 우리를 죽도록 버렸어. 우리를 개로 아나?” 군중 속에서 그런 목소리가 갈수록 자주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