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11권 1812년 / 제4장
《전쟁과 평화》 · 제11권 1812년

제4장

《전쟁과 평화》 제11권 4장 삽화

작전회의 참석자들은 오후 두 시부터 안드레이 사보스티야노프의 농가에서 더 넓고 좋은 쪽 방에 모이기 시작했다. 대가족인 농민 집안의 남자와 여자와 아이들은 복도 건너편 뒷방으로 몰려갔다. 다만 안드레이의 여섯 살 난 손녀 말라샤만은 큰방의 벽돌 난로 위에 남았다. 전하가 차를 마시며 귀여워해 설탕 덩어리를 주었던 아이였다. 말라샤는 한 사람씩 방으로 들어와 성상 아래 구석의 널찍한 긴 의자에 앉는 장군들의 얼굴과 군복과 훈장을 난로 위에서 수줍고 기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말라샤가 마음속으로 쿠투조프를 부르는 이름인 ‘할아버지’ 자신은 난로 뒤 어두운 구석에 홀로 앉았다. 그는 접이식 안락의자에 깊숙이 파묻힌 채 계속 헛기침을 하고, 단추를 풀었는데도 목을 조르는 듯한 군복 깃을 자꾸 잡아당겼다. 들어온 사람들은 한 사람씩 원수에게 다가갔다. 그는 몇 사람의 손은 힘주어 잡아 주고, 다른 이들에게는 고개만 끄덕였다. 부관 카이사로프가 쿠투조프와 마주한 창문의 휘장을 걷으려 했으나, 쿠투조프는 성난 듯 손을 저었다. 카이사로프는 전하가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지도와 도면과 연필과 서류가 놓인 농가의 소나무 탁자 둘레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모여, 당번병들이 긴 의자를 하나 더 가져와 탁자 옆에 놓았다. 막 도착한 예르몰로프와 카이사로프와 톨이 그 의자에 앉았다. 성상 바로 아래 가장 앞자리에는 바클라이 드 톨리가 앉았다. 그의 높은 이마는 벗어진 정수리로 이어져 있었고, 목에는 성 게오르기 십자훈장을 걸었다. 그는 창백하고 병들어 보였다. 이틀 동안 열을 앓은 그는 이제 몸을 떨며 고통스러워했다. 옆에는 우바로프가 앉아 재빠른 손짓을 하며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알려 주었다. 모두가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통통하고 몸집이 작은 도흐투로프는 눈썹을 치켜올리고 배 위에 두 팔을 포갠 채 귀 기울여 들었다. 반대편에는 오스테르만-톨스토이 백작이 앉아 자기 생각에 잠긴 듯했다. 대담한 이목구비와 번뜩이는 눈을 지닌 넓은 머리를 한 손으로 받치고 있었다. 라예프스키는 버릇대로 관자놀이의 검은 머리카락을 앞으로 잡아당기며 조급한 표정으로 쿠투조프와 문을 번갈아 보았다. 코노브니친의 단단하고 잘생긴 선량한 얼굴에는 다정하면서도 장난기 어린 미소가 비쳤다. 그의 시선이 말라샤의 눈과 마주치자 그 눈빛 때문에 아이도 미소 지었다.

모두가 진지 시찰을 핑계로 푸짐한 저녁 식사를 끝내고 있던 베니히센을 기다렸다. 사람들은 네 시부터 여섯 시까지 그를 기다렸고, 그동안 회의를 시작하지 않은 채 다른 일들을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베니히센이 농가에 들어오고 나서야 쿠투조프는 구석에서 나와 탁자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탁자 위에 놓인 촛불이 얼굴을 비출 만큼 가까이 가지는 않았다.

베니히센은 이런 질문으로 회의를 열었다. “러시아의 오래되고 성스러운 수도를 싸우지도 않고 포기해야 합니까, 아니면 지켜야 합니까?” 길고 깊은 침묵이 이어졌다. 모든 얼굴이 찌푸려졌고 쿠투조프의 성난 끙끙거림과 이따금 나는 기침 소리만 침묵을 깨뜨렸다. 모든 눈이 그를 바라보았다. 말라샤도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그에게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았다. 그는 곧 울음을 터뜨릴 듯했으나 그 표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러시아의 오래되고 성스러운 수도라!” 그는 갑자기 성난 목소리로 베니히센의 말을 되풀이하여 그 말에 섞인 거짓된 음조에 주의를 끌었다. “각하, 러시아인에게 그런 질문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씀드리겠소.” 그는 무거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런 질문은 제기할 수도 없으며, 이치에 닿지 않소! 내가 이 신사들을 불러 논의하고자 한 것은 군사적 문제요. 문제는 러시아를 구하는 것이오. 싸우지 않고 모스크바를 내주는 편이 나은가, 아니면 전투를 받아들여 군대와 모스크바를 모두 잃을 위험을 무릅쓰는 편이 나은가? 내가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은 것은 바로 그 문제요.” 그는 다시 의자 깊숙이 몸을 묻었다.

토론이 시작되었다. 베니히센은 아직 승부에서 졌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필리에서 방어전을 치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바클라이와 다른 이들의 견해를 인정하면서도 러시아의 애국심과 모스크바에 대한 사랑에 젖어, 밤사이에 군대를 오른쪽 측면에서 왼쪽 측면으로 옮겨 이튿날 프랑스군의 오른쪽 측면을 공격하자고 제안했다. 의견은 갈렸고 그 계획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논거가 제시되었다. 예르몰로프와 도흐투로프와 라예프스키는 베니히센의 의견에 동의했다. 수도를 포기하기 전에 희생이 필요하다고 느껴서였는지, 아니면 다른 개인적 고려에 이끌려서였는지, 이 장군들은 이 회의가 피할 수 없는 사건의 흐름을 바꿀 수 없으며 모스크바는 사실상 이미 포기되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러나 다른 장군들은 그것을 이해했으므로 모스크바 문제는 제쳐 두고 군대가 어느 방향으로 퇴각해야 할지를 이야기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에 시선을 고정한 말라샤는 회의의 의미를 달리 이해했다. 아이에게는 그저 ‘할아버지’와, 베니히센을 가리키는 아이의 별명인 ‘긴 외투’ 사이의 개인적인 싸움으로 보였다. 두 사람이 서로 말할 때 심술을 부리는 것을 보고 아이는 마음속으로 ‘할아버지’ 편을 들었다. 대화 도중 ‘할아버지’가 베니히센을 향해 재빠르고 날카로운 눈길을 던지는 것을 보았고, 이어 기쁘게도 ‘할아버지’가 ‘긴 외투’에게 무언가 말하여 그를 꼼짝 못 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았다. 베니히센은 갑자기 얼굴이 붉어져 성난 걸음으로 방 안을 오갔다. 그를 그토록 자극한 것은, 밤사이에 군대를 오른쪽 측면에서 왼쪽 측면으로 옮겨 프랑스군의 오른쪽 측면을 공격하자는 그의 제안이 지닌 장단점에 대해 쿠투조프가 조용하고 침착하게 한 말이었다.

“여러분.” 쿠투조프가 말했다. “나는 백작의 계획을 승인할 수 없소. 적과 아주 가까운 곳에서 군대를 이동하는 일은 언제나 위험하고, 군사사도 그 견해를 뒷받침하오. 예를 들면…….” 쿠투조프는 생각에 잠겨 사례를 찾는 듯하다가, 맑고 순진한 눈길로 베니히센을 보며 덧붙였다. “아, 그렇지. 프리틀란트 전투를 생각해 봅시다. 백작도 잘 기억하실 텐데, 그 전투는…… 완전히 성공하지는 못했소. 우리 군대가 적에게 너무 가까운 곳에서 재배치되었기 때문이오…….”

잠시 침묵이 이어졌는데, 모두에게 매우 길게 느껴졌다.

토론이 다시 시작되었으나 자주 멎었고, 모두가 더는 할 말이 없다고 느꼈다.

그런 침묵이 흐르는 동안 쿠투조프는 말을 준비하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모두가 그를 바라보았다.

“자, 여러분. 깨진 그릇 값을 치러야 할 사람은 나라는 것을 알겠소.” 쿠투조프는 그렇게 말하고 천천히 일어나 탁자로 다가갔다. “여러분, 나는 여러분의 의견을 들었소. 몇몇은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오. 그러나 나는…….”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폐하와 조국이 내게 맡긴 권한으로 퇴각을 명령하오.”

그 뒤 장군들은 장례식을 마치고 떠나는 사람들처럼 엄숙하고 신중한 침묵을 지키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몇몇 장군은 회의에서 말할 때와는 아주 다른 어조로 작은 목소리를 내어 총사령관에게 무언가를 전했다.

오래전부터 저녁 식사를 하러 오라는 말을 들었던 말라샤는 조심스럽게 뒷걸음질로 난로에서 내려왔다. 맨발의 작은 발로 돌출부를 짚고 내려와 장군들의 다리 사이를 빠져나가 방 밖으로 달려갔다.

쿠투조프는 장군들을 돌려보낸 뒤 탁자에 두 팔꿈치를 괴고 오랫동안 앉아 언제나 똑같은 무서운 질문을 생각했다. ‘언제, 언제 모스크바를 포기하는 일이 피할 수 없게 되었는가? 그 일을 결정지은 것은 언제 이루어졌는가? 그리고 누구에게 잘못이 있는가?’

“나는 이런 일을 예상하지 못했네.” 그날 밤늦게 부관 슈나이더가 들어왔을 때 그가 말했다. “예상하지 못했어! 이렇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네.”

“좀 쉬셔야 합니다, 전하.” 슈나이더가 대답했다.

“아니야! 놈들은 튀르키예인들처럼 말고기를 먹게 될 걸세!” 쿠투조프는 대답도 하지 않고 외치며 통통한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그렇게 되고말고, 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