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11권 1812년 / 제17장
《전쟁과 평화》 · 제11권 1812년

제17장

《전쟁과 평화》 제11권 17장 삽화

오후 두 시가 되기 전에 짐을 가득 싣고 말까지 맨 로스토프 집안의 승용마차 네 대가 현관 앞에 섰다. 부상자들을 태운 마차들은 한 대씩 뜰을 빠져나갔다.

안드레이 공작을 태운 사륜마차가 현관 앞을 지날 때 소냐의 눈길을 끌었다. 소냐는 하녀의 도움을 받아 입구에 선 높고 거대한 마차 안에 백작부인이 앉을 자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저것은 누구의 사륜마차니?” 그녀는 마차 창밖으로 몸을 내밀며 물었다.

“아가씨, 모르셨어요?” 하녀가 대답했다. “부상당한 공작님이세요. 어젯밤 저희 집에 계셨고 저희와 함께 가세요.”

“그런데 누구야? 이름이 무엇인데?”

“전에 우리 아가씨와 결혼하기로 하셨던 분, 볼콘스키 공작님이세요! 돌아가신다는 말이 있어요.” 하녀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소냐는 마차에서 뛰어 내려 백작부인에게 달려갔다. 지쳐 버린 백작부인은 여행용 숄과 모자까지 이미 갖추고 응접실을 오갔다. 출발 전에 문을 닫고 늘 하던 침묵의 기도를 함께 드리려고 집안사람들이 모이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나타샤는 방에 없었다.

“엄마.” 소냐가 말했다. “안드레이 공작이 여기 계세요. 치명상을 입으셨어요. 우리와 함께 가세요.”

백작부인은 놀라 눈을 크게 뜨고 소냐의 팔을 붙잡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타샤는?”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 순간 두 사람에게 이 소식은 오직 한 가지 의미만을 지녔다. 두 사람은 자기들의 나타샤를 잘 알았고, 그녀가 이 소식을 들으면 어떻게 될지 두려워서 두 사람 모두 좋아했던 그 남자에 대한 모든 동정심이 눌려 버렸다.

“나타샤는 아직 몰라요. 하지만 공작님은 우리와 함께 가세요.” 소냐가 말했다.

“죽어 간다고 했니?”

소냐는 고개를 끄덕였다.

백작부인은 소냐를 두 팔로 감싸 안고 울기 시작했다.

‘하느님의 섭리는 헤아릴 수 없구나!’ 그녀는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전능한 손이 이제 벌어지는 모든 일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고 느끼며 생각했다.

“엄마, 이제 모두 준비됐어요. 왜 그러세요?” 나타샤가 활기찬 얼굴로 방에 뛰어 들어오며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백작부인이 대답했다. “모두 준비됐으면 떠나자.”

백작부인은 흥분한 얼굴을 감추려고 손가방 위로 몸을 숙였다. 소냐는 나타샤를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나타샤는 묻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 그래? 무슨 일이 있었어?”

“아무것도…… 아니야…….”

“나한테 아주 나쁜 일이야? 무엇인데?” 눈치 빠른 나타샤가 끈질기게 물었다.

소냐는 한숨을 쉬고 대답하지 않았다. 백작과 페탸, 쇼스 부인, 마브라 쿠즈미니치나와 바실리치가 응접실로 들어왔다. 문을 닫고 모두 자리에 앉아 잠시 서로를 바라보지 않은 채 말없이 앉아 있었다.

백작이 가장 먼저 일어나 큰 한숨을 내쉬고 성상 앞에서 성호를 그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했다. 이어 백작은 모스크바에 남을 마브라 쿠즈미니치나와 바실리치를 껴안았다. 두 사람이 그의 손을 붙잡고 어깨에 입을 맞추는 동안 백작은 다정하고 위로하는 듯한 불분명한 말을 하며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백작부인은 기도실로 들어갔다. 소냐가 찾아갔을 때 그녀는 벽 여기저기에 남겨 둔 성상들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집안의 전승과 관련된 가장 귀중한 성상들은 가져가기로 했다.

현관과 뜰에서는 페탸가 칼과 단검으로 무장시킨 남자들이 바짓단을 긴 장화 속에 넣고 허리띠와 띠를 단단히 조인 채 남는 사람들과 작별했다.

떠날 때면 언제나 그렇듯 많은 물건을 잊거나 잘못 놓았다. 두 남자 하인은 백작부인이 타는 것을 도우려고 열린 마차 문과 발판 양쪽에 오래 서서 기다렸고, 하녀들은 방석과 보따리를 들고 집과 승용마차, 사륜마차와 경마차 사이를 오갔다.

“늘 무엇이든 잊어버리는군!” 백작부인이 말했다. “내가 그렇게 앉을 수 없다는 걸 모르니?”

두냐샤는 이를 악물고 대답하지 않은 채 억울한 얼굴로 서둘러 마차에 올라 좌석을 다시 정리했다.

“아, 이 하인들이란!” 백작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백작부인이 운전을 맡기는 유일한 사람인 늙은 마부 예핌은 높은 마부석에 앉아 뒤에서 벌어지는 일을 돌아보지도 않았다. 30년의 경험으로 ‘자, 하느님의 이름으로 출발하세!’라는 명령을 듣기까지 아직 시간이 걸리리라는 것을 알았다. 명령이 나온 뒤에도 잊은 물건을 가지러 사람을 돌려보내느라 한두 번은 더 멈추고, 그 뒤에도 다시 멈추어 백작부인이 창밖으로 몸을 내밀고 하느님을 생각해서라도 비탈길에서 조심히 몰아 달라고 애원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모든 일을 알고 있었으므로 말들보다, 특히 땅을 발로 긁고 재갈을 씹는 안쪽의 밤색 말 소콜보다 더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마침내 모두 자리에 앉고 발판을 접어 올렸으며 문을 닫았다. 누군가 여행 가방을 가지러 갔고 백작부인은 창밖으로 몸을 내밀어 할 말을 했다. 예핌은 천천히 모자를 벗고 성호를 긋기 시작했다. 앞잡이와 다른 하인들도 모두 그렇게 했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출발하세!” 예핌은 모자를 쓰며 말했다. “가자!” 앞잡이가 말을 출발시켰다. 바깥쪽 채마가 멍에를 힘껏 당기고 높은 용수철이 삐걱거리며 마차 몸체가 흔들렸다. 시종은 움직이는 마차의 마부석으로 뛰어올랐다. 마차는 뜰에서 울퉁불퉁한 도로로 나가며 덜컹거렸고 다른 마차들도 차례로 흔들렸다. 행렬은 거리를 따라 움직였다. 승용마차와 사륜마차와 경마차 안의 사람들은 맞은편 교회를 지날 때 모두 성호를 그었다. 모스크바에 남을 사람들은 마차 양쪽을 따라 걸으며 떠나는 이들을 배웅했다.

나타샤는 백작부인 곁에 앉아 버려지고 동요하는 모스크바의 성벽이 천천히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좀처럼 느껴 보지 못한 기쁨을 맛보았다. 때때로 마차 창밖으로 몸을 내밀고 뒤를 돌아보거나 앞에 이어진 긴 부상자 행렬을 바라보았다. 행렬의 거의 맨 앞에는 안드레이 공작의 사륜마차 덮개가 높이 솟은 것이 보였다. 나타샤는 그 안에 누가 있는지 몰랐지만 행렬을 바라볼 때마다 눈으로 그 마차를 찾았다. 바로 앞에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쿠드리노에서는 니키츠카야 거리와 프레스냐 거리, 포드노빈스코예 거리에서 로스토프 집안의 것과 비슷한 마차 행렬 몇 개가 더 합류했다. 사도바야 거리를 지날 때 승용마차와 짐마차는 두 줄로 나란히 늘어섰다.

수하레프 급수탑을 돌아갈 때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빠짐없이 살피던 나타샤가 갑자기 기쁨과 놀라움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어머나! 엄마, 소냐, 보세요. 저 사람이에요!”

“누구? 누구 말이니?”

“보세요! 정말이지 베주호프예요!” 나타샤는 마차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키가 크고 뚱뚱한 남자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했다. 마부의 긴 외투를 입었지만 걷고 움직이는 태도로 보아 변장한 신사임이 분명했다. 그는 두꺼운 모직 외투를 입은 누르스름한 얼굴에 수염 없는 키 작은 노인과 함께 수하레프 탑의 아치 아래를 지나고 있었다.

“그래요, 정말 마부 외투를 입은 베주호프예요. 이상하게 생긴 노인과 함께 있어요. 정말이에요.” 나타샤가 말했다. “보세요, 보세요!”

“아니다, 그 사람이 아니야. 무슨 그런 허튼소리를 하니?”

“엄마!” 나타샤가 소리쳤다. “틀림없이 그 사람이라고 제 목을 걸 수 있어요! 장담해요! 세워요, 세워요!” 그녀는 마부에게 소리쳤다.

그러나 마부는 멈출 수 없었다. 메셴스카야 거리에서 더 많은 짐마차와 승용마차가 들어왔고, 사람들이 로스토프 집안의 마차에 길을 막지 말고 움직이라고 소리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훨씬 멀어졌지만 로스토프 집안사람들은 모두 피에르, 아니면 그와 놀랍도록 닮은 사람이 마부 외투를 입고 고개를 숙인 채 심각한 얼굴로 거리를 내려가는 것을 보았다. 시종처럼 생긴 수염 없는 키 작은 노인이 곁에 있었다. 노인은 마차 창밖으로 내민 얼굴이 자신들을 바라보는 것을 알아차리고 피에르의 팔꿈치를 공손히 건드려 무언가 말하며 마차를 가리켰다. 생각에 깊이 잠긴 피에르는 처음에는 알아듣지 못했다. 마침내 이해하고 노인이 가리킨 쪽을 바라보았다. 나타샤를 알아본 그는 최초의 충동에 따라 즉시 빠른 걸음으로 마차 쪽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열두 걸음쯤 가다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멈추었다.

창밖으로 내민 나타샤의 얼굴은 장난기 어린 다정함으로 환하게 빛났다.

“표트르 키릴로비치, 이리 오세요! 알아봤어요! 정말 놀랍네요!” 그녀는 피에르에게 손을 내밀며 외쳤다. “무얼 하고 계세요? 왜 그런 모습이에요?”

피에르는 내민 손을 잡았다. 마차가 계속 움직여 그 옆을 따라 걸으면서 어색하게 손에 입을 맞추었다.

“무슨 일인가요, 백작?” 백작부인이 놀라고 가엾어하는 어조로 물었다.

“무슨 일이냐고요? 왜냐고요? 묻지 마십시오.” 피에르는 그렇게 말하고 나타샤를 돌아보았다. 바라보지 않아도 의식할 수 있는 그녀의 빛나고 행복한 표정은 그를 황홀하게 했다.

“그렇다면 모스크바에 남으시는 건가요?”

피에르는 망설였다.

“모스크바에요?” 그는 되묻듯 말했다. “예, 모스크바에 남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아, 내가 남자라면! 틀림없이 당신과 함께 남을 텐데요. 얼마나 멋져요!” 나타샤가 말했다. “엄마, 허락하시면 저도 남을래요!”

피에르는 멍하니 나타샤를 바라보고 무언가 말하려 했으나 백작부인이 가로막았다.

“전투에 다녀오셨다지요. 들었어요.”

“예, 다녀왔습니다.” 피에르가 대답했다. “내일 또 전투가 있을 겁니다…….” 그가 말을 시작했으나 나타샤가 가로막았다.

“하지만 무슨 일이에요, 백작? 평소의 모습이 아니에요…….”

“아, 묻지 말아요, 묻지 마십시오! 나도 모르겠습니다. 내일…… 아니, 됐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안녕히 가십시오!” 그가 중얼거렸다. “무서운 때입니다!” 그는 마차에 뒤처져 보도로 올라갔다.

나타샤는 오랫동안 창밖으로 몸을 내민 채 다정하고 조금 장난기 어린 행복한 미소를 환하게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