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1권 1805년 / 제18장
《전쟁과 평화》 · 제1권 1805년

제18장

《전쟁과 평화》 제1권 18장 삽화

로스토바 백작부인은 딸들과 수많은 손님과 함께 이미 응접실에 앉아 있었다. 백작은 남자 손님들을 서재로 데려가 자신이 엄선해 모은 터키 담뱃대를 보여 주었다. 이따금 밖으로 나가 “아직도 안 오셨소?” 하고 물었다. 그들은 사교계에서 ‘무서운 용’으로 알려진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 아흐로시모바를 기다리고 있었다. 재산이나 지위가 아니라 상식과 거침없이 솔직한 말로 이름난 부인이었다.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는 황실뿐 아니라 모스크바와 페테르부르크의 모든 사람에게 알려져 있었다. 두 도시 사람들은 그녀를 놀라워하고, 뒤에서는 그 거친 언행을 비웃으며 재미있는 일화로 삼았다. 그러면서도 예외 없이 모두가 그녀를 존경하고 두려워했다.

담배 연기로 가득한 백작의 방에서는 선언문으로 공표된 전쟁과 징병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다. 아직 아무도 선언문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발표되었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었다. 백작은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하는 두 손님 사이의 소파에 앉아 있었다. 담배도 피우지 않고 말도 하지 않은 채 머리를 이쪽저쪽으로 기울이며 흡연자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서로 논쟁하도록 부추긴 두 이웃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한 사람은 누르스름하고 면도를 말끔히 한 민간인으로, 야위고 주름진 얼굴은 이미 늙어 가고 있었지만 옷차림은 가장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 같았다. 그는 자기 집이라도 되는 듯 두 다리를 소파 위에 올리고 앉아 호박색 물부리를 입 깊숙이 문 채, 눈을 가늘게 뜨며 간헐적으로 연기를 빨아들였다. 백작부인의 사촌인 노총각 신신이었다. 모스크바 사교계에서 말하듯 ‘혀가 날카로운’ 사람이었다. 그는 대화 상대를 내려다보는 듯했다. 상대는 혈색 좋고 발그레한 근위대 장교로, 흠잡을 데 없이 씻고 빗고 단추를 채운 차림이었다. 담뱃대를 입 한가운데 물고 붉은 입술로 연기를 부드럽게 빨아들여 잘생긴 입으로 고리를 만들어 내보냈다. 세묘놉스키 연대의 베르크 중위였다. 보리스와 함께 군에 합류하러 갈 장교이며, 나타샤가 맏언니 베라의 ‘약혼자’라 부르며 놀렸던 인물이었다. 백작은 두 사람 사이에 앉아 주의 깊게 들었다. 무척 좋아하는 카드놀이 보스턴을 하지 않을 때 백작이 가장 좋아하는 일은 남의 말을 듣는 것이었다. 특히 말 많은 두 사람을 서로 맞붙게 하는 데 성공했을 때 그랬다.

“그래, 친구, 나의 지극히 존경하는 알퐁스 카를로비치.” 신신은 빈정거리며 웃었다. 일상적인 러시아 표현에 가장 세련된 프랑스어 구절을 섞는 것이 그의 말버릇이었다. “국가에서 연금을 얻을 셈인가? 중대를 이용해 한몫 챙기고 싶은 거군?”

‘정부에서 수입을 얻을 생각이군’이라는 뜻이다.

“아닙니다, 표트르 니콜라예비치. 기병대가 보병대보다 혜택이 훨씬 적다는 점을 보여 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지금 제 처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표트르 니콜라예비치…….”

베르크는 언제나 차분하고 공손하며 대단히 정확하게 말했다. 그의 이야기는 오로지 자기 자신에 관한 것이었다. 자신과 직접 관계없는 주제가 나오면 전혀 당황하지도,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도 않으며 차분히 몇 시간이고 침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야기가 자신에 관한 것이 되는 순간, 자세하고도 뚜렷이 만족스러운 태도로 말하기 시작했다.

“제 처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표트르 니콜라예비치. 기병대에 있었다면 중위 계급이어도 넉 달마다 이백 루블밖에 받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백삼십 루블을 받습니다.” 그는 자신의 성공이 언제나 다른 모든 사람의 가장 큰 바람임이 자명하다는 듯 기쁘고 상냥한 미소로 신신과 백작을 바라보며 말했다.

“게다가 표트르 니콜라예비치, 근위대로 옮기면 더 눈에 띄는 위치에 있게 됩니다.” 베르크가 말을 이었다. “근위보병대에는 빈자리도 훨씬 자주 생깁니다. 이백삼십 루블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조금씩 저축하면서 아버지께도 얼마를 보내 드립니다.” 그는 연기 고리를 내뿜으며 계속 말했다.

“그러면 수지가 맞는군…… 독일인은 부싯돌에서도 가죽을 벗긴다는 속담이 있지.” 신신은 담뱃대를 입 반대쪽으로 옮기며 백작에게 눈을 찡긋했다.

‘그러면 계산이 맞는다’는 뜻이다.

백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신신이 말하는 것을 본 다른 손님들도 들으려고 다가왔다. 베르크는 빈정거림이나 무관심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설명을 계속했다. 근위대로 옮긴 덕분에 사관학교 동기들보다 이미 한 계급 앞서게 된 일, 전시에는 중대장이 전사할 수 있고 자신이 중대의 선임자로서 쉽게 그 자리를 이어받을 수 있다는 점, 연대의 모든 사람이 자신을 얼마나 좋아하며 아버지가 자신에게 얼마나 만족하는지를 이야기했다. 베르크는 이 모든 이야기를 분명 즐기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각자의 관심사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의 말투는 너무나 침착하고 점잖았고 젊은이다운 이기심의 순진함도 너무나 분명해서 듣는 사람들은 화를 낼 수가 없었다.

“그래, 친구, 보병이든 기병이든 어디에 가도 출세할 거야. 내가 보증하지.” 신신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고 소파에서 다리를 내리며 말했다.

베르크는 기쁘게 미소 지었다. 백작은 손님들을 이끌고 응접실로 갔다.

성대한 만찬을 앞두고 모인 손님들이 전채 요리를 먹으라는 부름을 기다리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누구도 긴 대화에 빠지지는 않으면서도, 음식을 조급하게 기다린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때였다. 주인 부부는 문을 바라보다가 이따금 서로 눈길을 교환했다. 손님들은 그 눈길을 보고 아직 오지 않은 중요한 친척을 기다리는지, 준비되지 않은 음식을 기다리는지 짐작하려 했다.

‘전채 요리’라는 뜻이다.

피에르는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서야 도착했다. 응접실에 들어와 처음 눈에 띈 의자에 앉는 바람에 방 한가운데서 모든 사람의 길을 어색하게 가로막고 있었다. 백작부인이 말을 시키려 했지만 그는 누군가를 찾는 듯 안경 너머로 순진하게 주위를 둘러보면서 모든 질문에 한두 마디로만 대답했다. 그는 방해가 되고 있었지만 혼자만 그 사실을 몰랐다. 곰 사건을 아는 손님들은 대부분 크고 뚱뚱하며 얌전한 이 남자를 호기심 있게 바라보았다. 저토록 서투르고 겸손한 사람이 어떻게 경찰관에게 그런 장난을 쳤는지 궁금해했다.

“최근에 도착하셨나요?” 백작부인이 물었다.

“네, 부인.”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대답했다.

“아직 남편을 만나지 못했나요?”

“아닙니다, 부인.” 그는 상황에 전혀 어울리지 않게 미소 지었다.

“최근에 파리에 계셨다고 들었어요. 아주 흥미로웠겠군요.”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백작부인은 안나 미하일로브나와 눈길을 교환했다. 안나 미하일로브나는 이 젊은이를 상대해 달라는 뜻임을 알아듣고 곁에 앉아 그의 아버지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피에르는 백작부인에게 그랬듯 한두 마디로만 대답했다. 다른 손님들은 모두 서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라주몹스키 집안은……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무척 친절하시군요…… 아프락시나 백작부인이…….” 하는 말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백작부인은 일어나 무도회장으로 갔다.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인가요?” 그곳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나요.” 거친 목소리로 대답이 들리고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가 방으로 들어왔다.

아주 나이 많은 여인들을 제외한 미혼 여성 전원과 기혼 여성들까지 모두 일어섰다.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는 문간에 멈춰 섰다. 키가 크고 몸집이 굵은 그녀는 희끗한 곱슬머리의 쉰 살 난 머리를 높이 들고 손님들을 둘러보며, 소매를 걷어 올리듯 넓은 소매를 느긋하게 정리했다.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는 언제나 러시아어로 말했다.

“오늘 명명일을 맞은 분과 그 자녀들에게 건강과 행복이 있기를 바랍니다.” 그녀는 다른 모든 목소리를 압도하는 크고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이 늙은 죄인아.” 손에 입을 맞추는 백작에게 몸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모스크바에서는 지루한가 보지? 개를 데리고 사냥할 곳이 없으니 말이야. 하지만 어쩌겠나, 늙은이? 이 새끼 새들이 자라는 모습을 좀 보게.” 그녀는 소녀들을 가리켰다. “좋든 싫든 남편감을 찾아 줘야겠어…….”

“그래, 내 카자크 아이는 어떠냐?”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는 나타샤를 늘 카자크라고 불렀다. 겁 없이 즐거운 얼굴로 손에 입 맞추러 다가온 아이의 팔을 쓰다듬었다. “말썽꾸러기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나는 이 아이가 좋아.”

그녀는 커다란 손가방에서 배 모양의 루비 귀걸이 한 쌍을 꺼내 명명일의 기쁨으로 빛나는 발그레한 나타샤에게 주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몸을 돌려 피에르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 친구! 잠깐 이리 와.” 그녀는 부드럽고 높은 목소리를 지으며 말했다. “이리 오게, 친구…….” 그러고는 불길하게 소매를 더 높이 걷어 올렸다. 피에르는 안경 너머로 어린아이처럼 그녀를 바라보며 다가갔다.

“더 가까이, 더 가까이 오게, 친구! 자네 아버지가 총애를 누릴 때도 그분께 진실을 말한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어. 그러니 자네에게도 말하는 것이 내 분명한 의무야.” 그녀는 말을 멈췄다. 모두가 다음 말을 기다리며 조용해졌다. 이것은 분명 서두에 불과했다.

“훌륭한 젊은이로군! 정말이지 훌륭해!…… 아버지는 임종을 앞두고 누워 계신데, 자네는 경찰관을 곰에 태워 즐기고 있다니! 부끄러운 줄 알게, 부끄러운 줄 알아! 차라리 전쟁터에 가는 편이 낫겠어.”

그녀는 몸을 돌려 웃음을 간신히 참는 백작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이제 식탁으로 갈 시간 아닌가?”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가 말했다.

백작은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와 함께 먼저 들어갔다. 백작부인은 경기병대 대령의 팔을 잡고 뒤따랐다. 니콜라이가 그와 함께 연대로 갈 예정이라 로스토프 집안에는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 뒤로 안나 미하일로브나와 신신이 들어갔다. 베르크는 베라에게 팔을 내주었다. 미소 띤 줄리 카라기나는 니콜라이와 함께 들어갔다. 그 뒤로 다른 남녀 쌍들이 식당을 가득 메우며 따라왔고, 맨 마지막에는 아이들과 가정교사와 여자 가정교사들이 한 명씩 들어왔다. 하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의자 끄는 소리가 났으며, 회랑에서 악단이 연주를 시작하자 손님들이 자리에 앉았다. 이어 백작의 전속 악단이 내는 선율은 나이프와 포크가 부딪치는 소리, 손님들의 목소리, 하인들의 조용한 발걸음으로 바뀌었다. 식탁 한쪽 끝에는 백작부인이 앉았고 오른쪽에는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 왼쪽에는 안나 미하일로브나가 자리했다. 다른 여자 손님들은 그 아래로 앉았다. 반대편 끝에는 백작이 앉고, 왼쪽에는 경기병대 대령, 오른쪽에는 신신과 다른 남자 손님들이 자리했다. 긴 식탁의 중간쯤 한쪽에는 다 자란 젊은이들이 앉았다. 베라는 베르크 곁에, 피에르는 보리스 곁에 앉았다. 맞은편에는 아이들과 가정교사들이 앉았다. 백작은 수정 술병과 과일 화병 너머로 하늘색 리본을 단 높은 모자의 아내를 계속 바라보면서 이웃들의 잔을 부지런히 채웠고 자기 잔도 빼놓지 않았다. 백작부인도 여주인의 의무를 잊지 않으면서 파인애플 너머로 남편에게 의미심장한 눈길을 보냈다. 남편의 붉어진 얼굴과 대머리는 희끗한 머리카락과 평소보다 더 강한 대조를 이루었다. 여자들이 앉은 쪽에서는 고른 말소리가 줄곧 들렸지만, 남자들 쪽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특히 경기병대 대령은 얼굴이 갈수록 붉어지며 너무나 많이 먹고 마셔 백작이 다른 손님들에게 본보기로 내세울 정도였다. 베르크는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베라에게 사랑은 지상의 감정이 아니라 천상의 감정이라고 말했다. 보리스는 새 친구 피에르에게 손님들이 누구인지 알려 주면서 맞은편의 나타샤와 눈길을 주고받았다. 피에르는 말은 거의 하지 않았지만 낯선 얼굴들을 살피며 많이 먹었다. 두 가지 수프 가운데 맛있는 파이를 곁들인 거북 수프를 골랐고, 사냥 고기 요리에 이를 때까지 음식도 포도주도 하나도 빠뜨리지 않았다. 집사는 옆 사람의 어깨 뒤에서 냅킨으로 감싼 병을 은밀하게 내밀며 경우에 따라 “드라이 마데이라”, “헝가리산”, “라인 포도주”라고 속삭였다. 피에르는 자기 접시 앞에 놓인, 백작의 문장이 새겨진 네 개의 수정잔 가운데 아무것이나 내밀어 즐겁게 마셨다. 다른 손님들을 바라보는 눈길은 갈수록 더 다정해졌다. 맞은편의 나타샤는 사랑하는 소년과 처음 입 맞춘 열세 살 소녀의 눈길로 보리스를 바라보았다. 때때로 그 눈길이 피에르에게도 향했고, 피에르는 까닭도 모른 채 우습고 생기 넘치는 작은 소녀의 눈빛에 웃고 싶어졌다.

니콜라이는 소냐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줄리 카라기나 곁에 앉아, 다시 그 무심한 미소를 띠고 그녀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소냐는 사교적인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질투로 괴로워하는 것이 분명했다. 때로 창백해지고 때로 얼굴을 붉히면서 니콜라이와 줄리가 주고받는 말을 들으려고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여자 가정교사는 아이들이 무시당하는 일이 생기면 항의하려는 듯 불안하게 주위를 살폈다. 독일인 가정교사는 만찬을 자세히 기록해 독일의 가족에게 보내려고 모든 음식과 포도주와 후식의 종류를 기억하려 애썼다. 집사가 냅킨으로 감싼 병을 들고 자신을 지나치자 몹시 모욕감을 느꼈다. 그는 얼굴을 찌푸리고 그 포도주를 원하지 않는 척했다. 갈증이나 탐욕 때문이 아니라 오직 성실한 지식욕 때문에 맛보고 싶었다는 것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속이 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