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장

안나 미하일로브나가 아들과 함께 키릴 블라디미로비치 베주호프 백작을 찾아 떠난 뒤, 로스토바 백작부인은 오랫동안 혼자 앉아 손수건으로 눈을 눌렀다. 마침내 종을 울렸다.
“대체 왜 그러는 거니, 얘야?” 몇 분이나 기다리게 한 하녀에게 그녀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내 시중을 들기 싫은 거니? 그렇다면 다른 자리를 찾아 주마.”
백작부인은 친구의 슬픔과 굴욕적인 가난 때문에 마음이 괴로워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그럴 때마다 하녀를 ‘얘야’라고 부르며 지나치게 공손하게 말하곤 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마님.” 하녀가 대답했다.
“백작께 이리 오시라고 해라.”
백작은 여느 때처럼 다소 죄지은 듯한 표정으로 뒤뚱거리며 아내에게 들어왔다.
“그래, 작은 백작부인? 오늘 사냥 고기 마데이라 소테가 얼마나 맛있을지 아시오, 친구! 내가 맛을 봤소. 타라스에게 천 루블을 준 것은 헛돈이 아니야. 그만한 값어치가 있어!”
그는 아내 곁에 앉아 두 팔꿈치를 무릎에 괴고 양손으로 희끗한 머리카락을 헝클었다.
“무엇을 명하실까요, 작은 백작부인?”
“여보, 이것 좀 봐요…… 그게 뭐예요?” 그녀는 남편의 조끼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마 소테겠지요.” 미소를 띠고 덧붙였다. “그런데 백작, 돈이 좀 필요해요.”
그녀의 얼굴이 슬퍼졌다.
“아, 작은 백작부인!” 백작은 부산스럽게 지갑을 꺼내기 시작했다.
“많이 필요해요, 백작! 오백 루블이 필요해요.” 그녀는 고운 아마포 손수건을 꺼내 남편의 조끼를 닦기 시작했다.
“그래, 당장, 당장! 이봐, 누구 없나?” 그는 부르면 사람들이 달려와 명령을 따르리라 확신하는 사람만이 쓰는 어조로 외쳤다. “드미트리를 보내게!”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백작의 집에서 자랐고 지금은 그의 모든 일을 관리하는 드미트리가 조용히 방으로 들어왔다.
“이렇게 해 주게, 친구.” 백작은 공손하게 들어온 젊은이에게 말했다. “내게 가져오게…….” 그는 잠시 생각했다. “그래, 칠백 루블을 가져오게. 하지만 지난번처럼 너덜너덜하고 더러운 지폐는 안 되네. 백작부인께 드릴 깨끗하고 좋은 것으로 가져오게.”
“그래요, 드미트리. 깨끗한 것으로 부탁해요.” 백작부인은 깊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언제 필요하십니까, 각하?” 드미트리가 물었다. “말씀드릴 것이…… 하지만 염려하지 마십시오.” 백작이 거칠고 빠르게 숨쉬기 시작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덧붙였다. 그것은 언제나 분노가 닥쳐온다는 신호였다. “제가 깜빡했습니다…… 지금 곧 가져올까요?”
“그래, 그래. 바로 그거야! 가져오게. 백작부인께 드려.”
“드미트리는 정말 보물 같은 사람이오.” 젊은이가 떠난 뒤 백작은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그에게는 ‘불가능합니다’라는 말이 없어. 나는 그 말을 싫어하거든! 무엇이든 가능해.”
“아, 돈, 백작, 돈이라니! 세상에 얼마나 많은 슬픔을 일으키는지 몰라요.” 백작부인이 말했다. “하지만 내게는 이 돈이 꼭 필요해요.”
“우리 작은 백작부인은 이름난 낭비꾼이지.” 백작은 아내의 손에 입을 맞추고 서재로 돌아갔다.
안나 미하일로브나가 베주호프 백작의 집에서 돌아왔을 때, 백작부인의 작은 탁자에는 손수건 아래 깨끗한 지폐로만 된 돈이 준비되어 있었다. 안나 미하일로브나는 백작부인이 무언가로 동요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땠어요, 친구?” 백작부인이 물었다.
“아, 병세가 얼마나 끔찍한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위중해요! 잠깐 있었을 뿐이고 말도 거의 하지 못했어요…….”
“아네트, 제발 거절하지 말아요.” 백작부인은 가늘고 품위 있는 늙은 얼굴에 몹시 어색해 보이는 홍조를 띠며 말을 꺼내고, 손수건 아래에서 돈을 꺼냈다.
안나 미하일로브나는 즉시 친구의 뜻을 알아차리고 적당한 순간에 백작부인을 껴안을 수 있도록 몸을 숙였다.
“내가 보리스의 군장을 위해 주는 돈이에요.”
안나 미하일로브나는 벌써 친구를 끌어안고 울고 있었다. 백작부인도 울었다. 두 사람은 친구이기 때문에, 마음이 착하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자신들이 돈처럼 비천한 것을 걱정해야 했기 때문에, 그리고 젊은 시절이 끝났기 때문에 울었다…… 하지만 그 눈물은 두 사람 모두에게 달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