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1권 1805년 / 제12장
《전쟁과 평화》 · 제1권 1805년

제12장

《전쟁과 평화》 제1권 12장 삽화

방문객인 젊은 아가씨와 백작부인의 맏딸을 빼면 응접실에 남은 젊은이는 니콜라이와 조카딸 소냐뿐이었다. 언니보다 네 살 많은 맏딸은 이미 어른처럼 행동했다. 소냐는 몸집이 작고 날씬한 갈색 머리 소녀였다. 긴 속눈썹 아래 눈빛은 다정했고, 숱 많은 검은 머리채는 머리 둘레를 두 번 감고 있었다. 얼굴빛, 특히 가늘면서도 우아하고 탄탄한 팔과 목에는 황갈색 기운이 돌았다. 우아한 몸놀림과 작고 부드러우며 유연한 팔다리, 수줍고 조심스러운 태도 때문에 그녀는 자라면 아름다운 고양이가 될, 아직 다 크지 않은 예쁜 새끼 고양이를 떠올리게 했다. 소냐는 미소를 지으며 모두의 대화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나 긴 속눈썹 아래 두 눈은 입대를 앞둔 사촌 오빠를 소녀다운 열정으로 숭배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 때문에 그녀의 미소는 한순간도 누구를 속일 수 없었다. 새끼 고양이는 나타샤와 보리스처럼 응접실을 빠져나갈 수 있게 되는 순간, 더욱 힘차게 뛰어올라 사촌과 다시 장난치려고 잠시 웅크리고 있을 뿐임이 분명했다.

“아, 그래요, 친구.” 백작은 방문객에게 말하며 니콜라이를 가리켰다. “이 아이의 친구 보리스가 장교가 되었지요. 그래서 우정 때문에 대학도, 늙은 아버지인 나도 버리고 군에 들어간답니다, 친구. 문서국에는 자리까지 마련되어 있었는데 말이오! 이것이야말로 우정 아니겠소?” 백작은 묻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전쟁이 선포되었다고 하던데요.” 방문객이 대답했다.

“그런 말은 벌써 오래전부터 했지요.” 백작이 말했다. “앞으로도 몇 번이고 되풀이하다가 그것으로 끝날 겁니다. 친구, 이게 바로 우정이라는 거요.” 그가 거듭 말했다. “경기병대에 들어간답니다.”

방문객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고개를 저었다.

“우정 때문이 아닙니다.” 니콜라이는 발끈하며, 수치스러운 비난이라도 받은 듯 몸을 돌려 말했다. “절대로 우정 때문이 아닙니다. 저는 그저 군대가 제 천직이라고 느낄 뿐입니다.”

그는 사촌과 방문객인 젊은 아가씨를 흘끗 바라보았다. 두 사람 모두 흐뭇한 미소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파블로그라드 경기병연대의 슈베르트 대령이 오늘 우리 집에서 저녁을 먹습니다. 휴가를 와 있었는데 니콜라이를 데리고 부대로 돌아갈 거예요. 어쩔 수 없지요!” 백작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분명 마음 아픈 일을 장난스럽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미 말씀드렸잖아요, 아버지.” 아들이 말했다. “아버지께서 보내고 싶지 않으시면 남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군대가 아니면 어디에서도 쓸모가 없다는 것을 압니다. 저는 외교관도 관리도 아니니까요. 제 감정을 숨길 줄 모릅니다.” 그는 말하면서 잘생긴 젊은이 특유의 추파 어린 눈길로 소냐와 방문객인 젊은 아가씨를 거듭 바라보았다.

그를 바라보는 기쁨에 빠진 작은 새끼 고양이는 당장이라도 다시 뛰어놀며 고양이 같은 본성을 드러낼 태세로 보였다.

“그래, 그래!” 늙은 백작이 말했다. “이 아이는 늘 발끈한다니까! 이 보나파르트가 젊은이들을 모조리 홀려 놓았어. 다들 그가 소위에서 황제가 된 일만 생각하지. 그래, 그래, 하느님께서 뜻대로 이루어 주시기를.” 그는 방문객의 빈정거리는 미소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덧붙였다.

어른들은 보나파르트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줄리 카라기나는 젊은 로스토프에게 몸을 돌렸다.

“목요일에 아르하로프 댁에 오지 않으셔서 정말 아쉬웠어요. 당신이 없으니 너무 지루했답니다.” 그녀는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쭐해진 젊은이는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 가까이 앉아, 미소 띤 줄리와 은밀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자신의 무심한 미소가 얼굴을 붉히며 부자연스럽게 웃는 소냐의 마음을 찔렀다는 사실은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는 소냐를 돌아보았다. 소냐는 열정과 분노가 뒤섞인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눈물을 간신히 억누르며 입가의 억지 미소를 지키던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니콜라이의 활기는 모두 사라졌다. 그는 대화가 처음 끊기기를 기다렸다가 괴로운 표정으로 소냐를 찾아 방을 나갔다.

“저 젊은이들은 속마음을 어쩌면 저렇게 고스란히 드러내는지!” 안나 미하일로브나는 나가는 니콜라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사촌 사이는 위험한 이웃이지요.” 그녀는 덧붙였다.

“사촌 관계는 위험한 이웃 관계라는 뜻이다.”

“그래요.” 젊은이들이 방 안에 가져왔던 밝은 기운이 사라지자 백작부인이 말했다.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언제나 마음속에 품고 있던 질문에 답하는 듯했다. “이제 저 아이들을 보며 기뻐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과 근심을 겪었는지 몰라요! 그런데도 지금은 기쁨보다 근심이 더 크답니다. 언제나, 언제나 걱정이지요! 특히 바로 이 나이는 여자아이에게나 남자아이에게나 위험한 때예요.”

“모두 양육하기에 달렸지요.” 방문객이 말했다.

“그래요, 정말 옳은 말씀이에요.” 백작부인이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하느님 덕분에 늘 아이들의 친구였고, 아이들도 나를 온전히 믿어 왔어요.” 그녀는 자녀가 자신에게 아무 비밀도 없다고 생각하는 많은 부모의 착각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나는 앞으로도 언제나 딸들이 가장 먼저 속마음을 털어놓는 사람이 될 거예요. 니콜라이도 성미가 급해 못된 장난을 친다 해도, 남자아이란 어쩔 수 없으니까요, 그래도 페테르부르크의 그 젊은이들처럼 되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요, 훌륭하고 또 훌륭한 아이들이지요.” 백작이 맞장구쳤다. 그는 복잡하게 느껴지는 문제가 생기면 언제나 모든 것이 훌륭하다고 단정하는 것으로 해결하곤 했다. “생각해 보시오. 경기병이 되고 싶다지 않소. 어쩌겠소, 친구?”

“댁의 막내딸은 정말 매력적이에요.” 방문객이 말했다. “작은 화산 같아요!”

“그래요, 완전히 화산이지요.” 백작이 말했다. “나를 닮았어요! 목소리도 얼마나 좋은지. 내 딸이지만 사실대로 말하자면, 장차 가수가 되어 제2의 살로모니가 될 겁니다! 노래를 가르치려고 이탈리아 사람을 고용했지요.”

“너무 어리지 않나요? 그 나이에 목소리를 훈련하면 해롭다고 들었는데요.”

“아니, 아니, 전혀 어리지 않아요!” 백작이 대답했다. “우리 어머니들 세대에는 열두세 살이면 결혼하지 않았소.”

“벌써 보리스를 사랑하고 있답니다. 생각해 보세요!” 백작부인은 보리스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늘 마음을 차지하고 있던 생각에 관해 말을 이었다. “보세요. 내가 아이에게 엄하게 굴며 그 일을 금한다면…… 둘이 몰래 무슨 짓을 할지 누가 알겠어요.” 그녀는 두 아이가 입을 맞출 것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가 하는 말을 내가 하나도 빠짐없이 알고 있어요. 저녁이면 제 발로 달려와 모든 것을 말할 테니까요. 어쩌면 내가 아이를 버릇없게 만드는지도 모르지만, 정말로 이 방법이 가장 좋아 보여요. 맏딸에게는 더 엄하게 했지요.”

“그래요, 저는 아주 다르게 자랐지요.” 아름다운 맏딸 베라 백작 영애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나 미소는 대개 그렇듯 베라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얼굴을 부자연스럽고 불쾌하게 만들었다. 베라는 아름다웠고 결코 어리석지 않았으며 배우는 것도 빨랐다. 교육도 잘 받았고 목소리도 듣기 좋았다.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고 상황에도 알맞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방문객과 백작부인을 비롯한 모두가 왜 그런 말을 했느냐는 듯 그녀를 돌아보았고, 하나같이 어색함을 느꼈다.

“맏아이에게는 언제나 지나치게 영리하게 굴면서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지요.” 방문객이 말했다.

“부인할 필요가 무엇이겠소, 친구? 우리 백작부인은 베라를 키울 때 너무 영리하게 굴었지요.” 백작이 말했다. “하지만 그게 어떻소? 그래도 훌륭하게 자라지 않았소.” 그는 베라에게 눈을 찡긋하며 덧붙였다.

손님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작별을 고하고, 저녁 식사 때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

“참 예의도 없지! 영영 가지 않을 줄 알았네.” 백작부인은 손님들을 배웅하고 나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