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8부 제18장

겉으로만 대화에 참여하던 하루의 끝
겉으로만 대화에 참여하던 하루의 끝

그날 하루 종일 온갖 이야기가 오가는 동안 레빈은 마치 정신의 겉부분으로만 대화에 참여하는 듯했다. 자기 안에 일어나리라고 기대했던 변화가 실제 현실에서는 그렇게 곧장 나타나지 않는 데 실망했음에도, 그는 자기 마음을 가득 채운 충만함의 울림을 기쁨 속에서 계속 듣고 있었다.

비가 온 뒤라 산책하러 나가기에는 땅이 너무 젖었다. 게다가 뇌우 구름은 지평선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여기저기 하늘 가장자리를 따라 검어졌다가 천둥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사람들은 남은 하루를 모두 집 안에서 보냈다.

더 이상의 논쟁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저녁 식사가 끝난 뒤에는 모두가 아주 기분이 좋았다.

카타바소프는 처음에는 처음 만난 사람들이 언제나 재미있어 하는 특유의 기발한 농담으로 여자들을 웃겼다. 그러다가 세르게이 이바노비치가 말을 시키자, 집파리의 암컷과 수컷이 성격에서뿐 아니라 얼굴 모습에서도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그들의 생활이 어떠한지에 관해 자기가 관찰한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도 기분이 좋았다. 차를 마실 때 동생이 이야기를 청하자 동방 문제의 장래에 관한 자기 견해를 설명했는데, 말이 너무도 쉽고 훌륭해서 모두가 넋을 잃고 들었다.

키티 혼자만 끝까지 들을 수 없었다. 미탸를 목욕시키러 오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키티가 나간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레빈도 아기방으로 오라는 말을 들었다.

레빈은 차를 남겨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중단되는 것이 아쉽기도 했지만, 자기를 부른 것이 걱정스럽기도 했다.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만 그를 따로 불렀기 때문이다.

해방된 사천만 슬라브 세계가 러시아와 함께 역사에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세르게이 이바노비치의 구상은 레빈에게 완전히 새로운 생각이어서 아주 흥미로웠고, 자기를 왜 불렀는지에 대한 호기심과 걱정도 그를 사로잡고 있었다.

그러나 거실에서 나와 혼자가 되는 순간 그는 곧 그날 아침의 생각을 떠올렸다.

세계사에서 슬라브 요소가 갖는 의미에 관한 그 모든 논의는 자기 영혼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비하면 너무도 하찮아 보였으므로, 그는 그것을 순식간에 모두 잊고 아침에 있었던 바로 그 마음상태로 돌아갔다.

예전처럼 사고의 전 과정을 다시 떠올릴 필요가 없었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는 곧바로 그 생각들과 이어져 자기를 이끌어주던 감정으로 옮겨갔고, 그 감정이 전보다 더 강하고 분명하게 자기 영혼 안에 살아 있음을 발견했다.

예전에 스스로 만들어낸 위안에서는, 그 감정을 되찾으려면 생각의 모든 과정을 다시 되짚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정반대였다. 기쁨과 평온의 감정이 전보다 더 생생하게 살아 있었고, 생각이 오히려 그 감정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는 테라스를 지나며 이미 어두워진 하늘에 돋아난 별 두 개를 바라보다가 문득 떠올렸다.

‘그래, 하늘을 보면서 내가 보는 이 둥근 천장이 거짓이 아니라고 생각했었지. 그런데 그때 끝까지 생각하지 않은 것이 있었어. 내가 나 자신에게 숨긴 것이 있었어.’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반론이 될 수는 없어. 제대로 생각하기만 하면 모두 분명해질 거야.’

아기방에 들어서려는 순간 그는 자기가 무엇을 숨겼는지 기억해냈다.

만일 신적인 것의 가장 중요한 증거가 무엇이 선한가에 관한 계시라면, 왜 그 계시는 오직 기독교 교회에만 한정되는가? 선을 고백하고 실제로 선을 행하는 불교도들과 이슬람교도들의 믿음은 그 계시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자기 안에 있는 것 같았지만, 미처 말로 표현해보기도 전에 그는 아기방 안으로 들어갔다.

키티는 소매를 걷어붙인 채 욕조 앞에 서서 물속에서 팔다리를 버둥거리는 아기 위로 몸을 굽히고 있었다. 남편의 발소리를 듣자 얼굴을 돌리고, 미소로 가까이 오라고 불렀다.

한 손으로는 물에 등을 대고 떠서 통통한 다리를 움직이는 아이의 머리를 받치고, 다른 손으로는 근육에 일정하게 힘을 주어 스펀지를 짜 아이의 몸 위로 물을 흘리고 있었다.

“자, 봐. 이것 좀 봐!”

남편이 가까이 오자 그녀가 말했다.

“아가피야 미하일로브나가 옳았어. 알아봐.”

그날부터 미탸가 정말 의심할 여지 없이 자기 주위 사람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였다.

레빈이 욕조에 가까이 오자 곧 실험이 이루어졌고, 실험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일부러 불러온 요리사가 키티 대신 몸을 굽혀 아기에게 다가갔다. 아이는 얼굴을 찌푸리며 싫다는 듯 머리를 흔들었다.

키티가 몸을 굽히자 아이의 얼굴은 환한 미소로 빛났다. 그는 두 손으로 스펀지를 짚고 입술을 오므려 이상하고도 만족스러운 소리를 냈다. 그 모습에 키티와 유모뿐 아니라 레빈까지 뜻밖의 감탄을 느꼈다.

사람들은 한 팔로 아기를 욕조에서 꺼내 물을 끼얹고 시트로 감싸 닦았다. 아이는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한 번 터뜨린 뒤 어머니에게 넘겨졌다.

“당신이 이제 아이를 사랑하기 시작해서 정말 기뻐.”

키티는 아기를 가슴에 안고 늘 앉는 자리에 편안하게 앉은 뒤 남편에게 말했다.

“정말 기뻐. 전에는 그게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거든. 당신이 이 아이에게 아무 감정도 없다고 했잖아.”

“아니, 내가 아무 감정도 없다고 했던가? 그냥 실망했다고 했지.”

“뭐라고? 이 아이에게 실망했다고?”

“아이 자체에게 실망했다는 게 아니라 내 감정에 실망했다는 뜻이야. 나는 더 큰 것을 기대했어. 놀라운 선물처럼 새로운 기쁜 감정이 내 안에서 갑자기 피어날 거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막상 느낀 것은…… 꺼림칙함, 가엾음 같은 것이었어.”

키티는 아이 너머로 남편의 말을 주의 깊게 들으면서 미탸를 씻기기 전에 빼두었던 반지들을 가느다란 손가락에 다시 끼웠다.

“무엇보다도 기쁨보다 두려움과 가엾음이 훨씬 더 컸어. 그런데 오늘 뇌우가 왔을 때 그렇게 무서운 일을 겪고 나서야 내가 이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게 됐어.”

키티의 얼굴이 환한 미소로 빛났다.

“당신 정말 많이 무서웠지?”

그녀가 말했다.

“나도 그랬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나가고 나니 지금이 더 무서워. 참나무가 어떻게 됐는지 가서 봐야겠어. 카타바소프는 정말 사랑스럽지? 그리고 오늘 하루가 정말 즐거웠어. 당신도 마음만 먹으면 세르게이 이바노비치와 얼마나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지 몰라…… 자, 이제 손님들에게 가. 목욕시키고 나면 여기 늘 덥고 김이 차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