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8부 제9장

읽고 생각할수록 멀어지는 목표
읽고 생각할수록 멀어지는 목표

이런 생각들은 때로 약해지고 때로 강해지면서 그를 괴롭히고 고문했지만, 한 번도 그를 떠난 적은 없었다.

그는 읽고 생각했다. 그러나 읽고 생각할수록 자기가 좇는 목표에서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았다.

최근 모스크바에서, 그리고 시골로 돌아온 뒤에는 유물론자들에게서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플라톤과 스피노자, 칸트와 셸링, 헤겔과 쇼펜하우어를 다시 읽고 또 읽었다. 삶을 유물론적으로 설명하지 않는 철학자들이었다.

다른 학설, 특히 유물론에 대한 반박을 읽거나 스스로 만들어낼 때는 그 사상들이 결실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삶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읽거나 스스로 만들어내기 시작하면 언제나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었다.

정신, 의지, 자유, 실체 같은 모호한 말들에 주어진 정의를 따라가며, 철학자들이 그를 위해 만들어놓은 말의 덫이나 자기 스스로 만들어놓은 덫에 일부러 걸어 들어가면, 무언가를 이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그 인위적인 사고의 과정을 잠시 잊고 실제 삶으로 돌아가, 바로 얼마 전까지 논리를 따라 생각할 때 자기를 만족시켰던 것을 다시 바라보면, 그 모든 인공적인 구조물은 갑자기 카드로 쌓은 집처럼 무너져버렸다. 그 구조물이란 결국 같은 말들을 서로 다른 자리에 옮겨놓아 만든 것일 뿐이며, 삶에는 이성보다 더 중요한 무엇인가가 있다는 사실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한동안 그는 쇼펜하우어를 읽으며 그가 말한 ‘의지’ 자리에 ‘사랑’을 넣어보았다. 그 새로운 철학은, 거기서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기 전 이틀쯤은 그를 위로했다. 그러나 삶의 자리에서 다시 그것을 바라보는 순간 그것 역시 무너져버렸고, 추위를 막지 못하는 얇은 모슬린 옷에 지나지 않음이 드러났다.

형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는 그에게 호먀코프의 신학 저술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레빈은 호먀코프 저작 제2권을 읽었다. 처음에는 논쟁적이고 세련되며 재치 있는 어조가 거슬렸지만, 그 안에서 제시된 교회에 관한 가르침은 그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다.

그를 먼저 사로잡은 것은 신성한 진리를 깨닫는 능력은 한 개인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결합된 사람들의 총체, 곧 교회에 주어진다는 생각이었다.

지금 실제로 살아 있고, 모든 사람의 신앙을 이루며, 하느님을 머리로 삼기 때문에 거룩하고 오류가 없는 교회를 먼저 믿은 다음, 그 교회로부터 하느님과 창조와 타락과 구속에 대한 믿음을 받아들이는 편이 훨씬 쉽겠다는 생각은 그를 기쁘게 했다. 멀고 신비로운 하느님, 창조 같은 것에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쉬워 보였다.

그러나 그 뒤 가톨릭 저자가 쓴 교회사를 읽고, 다시 정교회 저자가 쓴 교회사를 읽어보자, 본질상 오류가 없어야 할 두 교회가 서로를 부정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러자 호먀코프의 교회론에도 환멸을 느꼈고, 이 건물 역시 철학의 구조물들과 마찬가지로 먼지처럼 무너져 내렸다.

그해 봄 내내 그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지냈고 끔찍한 순간들을 겪었다.

‘내가 무엇이며 왜 여기에 있는지 알지 못하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 그런데 그것을 나는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살아갈 수도 없다.’

레빈은 스스로에게 말했다.

‘무한한 시간과 무한한 물질과 무한한 공간 가운데 유기체라는 작은 거품 하나가 생겨난다. 그 거품은 잠시 있다가 터진다. 그리고 그 거품이 바로 나다.’

이것은 고통스러운 거짓말이었다. 그러나 인간의 사고가 수세기에 걸쳐 이 방향으로 기울여온 노력에서 나온 유일하고 마지막 결론처럼 보였다.

거의 모든 분야의 인간 탐구가 바탕으로 삼고 있는 마지막 신념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것이 시대를 지배하는 신념이었고, 다른 모든 설명보다 그래도 더 명료했기 때문에 레빈 역시 언제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그것을 받아들여버렸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거짓말만도 아니었다. 그것은 복종할 수 없는 악하고 적대적인 어떤 힘이 인간을 향해 던지는 잔인한 조롱처럼 느껴졌다.

그 힘에서 벗어나야 했다. 그리고 벗어나는 길은 누구의 손에나 있었다. 악에 대한 복종을 끝내기만 하면 되었다. 그 방법은 단 하나, 죽음이었다.

그리하여 행복한 가정을 가진 건강한 사람인 레빈은 여러 차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데 가까이 갔다. 그는 자기가 목을 매지 못하도록 끈을 감추었고, 총으로 자신을 쏘게 될까 두려워 총을 들고 다니는 일도 피했다.

그러나 레빈은 총을 쏘지도 않았고 목을 매지도 않았다. 그는 계속 살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