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8부 제2장

의용병들로 북적이는 쿠르스크 역 앞
의용병들로 북적이는 쿠르스크 역 앞

세르게이 이바노비치와 카타바소프가 이날 유난히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는 쿠르스크 철도역 앞에 마차를 세우고, 짐을 싣고 뒤따라오던 하인이 잘 왔는지 막 살피려는 순간, 네 대의 삯마차에 나누어 탄 자원병들이 도착했다.

꽃다발을 든 부인들이 그들을 맞았고, 뒤따라 몰려든 군중과 함께 역 안으로 들어갔다.

자원병을 맞으러 나왔던 부인 가운데 한 사람이 홀을 나가다가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를 보고 프랑스어로 말을 걸었다.

“당신도 배웅하러 오셨어요?”

“아닙니다. 나도 떠나는 길입니다, 공작부인. 동생에게 가서 좀 쉬려고요. 공작부인은 늘 이렇게 배웅하십니까?”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는 아주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안 할 수가 있어야지요! 그런데 정말 우리 모스크바에서만 벌써 팔백 명이나 떠났나요? 말빈스키는 내 말을 믿지 않더군요.”

“팔백 명이 넘습니다. 모스크바에서 직접 떠나지 않은 사람까지 합치면 이미 천 명이 넘지요.”

“거봐요! 내가 그렇다니까!”

부인은 기뻐하며 말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 모금액도 거의 백만 루블이나 된다면서요?”

“백만을 넘었습니다, 공작부인.”

“오늘 전보는 또 어떻고요? 터키군이 또 패했다면서요.”

“예, 읽었습니다.”

그 전보에는 사흘 연속 모든 전선에서 터키군이 패하여 달아났고, 다음 날에는 결정적인 전투가 예상된다는 소식이 적혀 있었다.

“아, 참, 있잖아요. 아주 훌륭한 젊은이가 한 명 있는데 자원병으로 가고 싶어 해요. 그런데 왜인지 자꾸 일이 어렵게 되었어요. 내가 부탁드리려 했는데, 내가 아는 사람이니 쪽지 한 장만 써주세요. 리디야 이바노브나 백작부인이 보낸 사람이에요.”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는 그 젊은이에 관해 공작부인이 아는 사정을 자세히 물은 다음 1등 대합실로 들어가 담당자에게 쪽지를 써서 그녀에게 건넸다.

“브론스키 백작 있잖아요, 그 유명한…… 그 사람이 이 열차로 떠나요.”

그가 돌아와 쪽지를 건네자 공작부인은 승리감과 의미심장함이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간다는 말은 들었지만 언제인지는 몰랐습니다. 이 열차입니까?”

“내가 직접 봤어요. 여기 있어요. 어머니 한 분만 배웅하러 오셨고요. 어쨌든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가장 나은 선택이에요.”

“그렇습니다. 물론이지요.”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동안 군중이 식당 쪽으로 한꺼번에 몰려갔다. 그들도 그쪽으로 움직였고, 한 신사가 잔을 손에 들고 자원병들에게 하는 연설이 들려왔다.

“신앙을 위하여, 인류를 위하여, 우리의 형제들을 위하여 봉사하러 가는 여러분을…….”

그 사람은 문장마다 점점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위대한 일을 향해 떠나는 여러분을 어머니 모스크바가 축복합니다. 지비오!”

그는 마지막을 거의 울먹이며 외쳤다.

모두가 “지비오!”를 외쳤고, 새로 몰려든 군중이 홀 안으로 밀려들어 공작부인을 넘어뜨릴 뻔했다.

“아, 공작부인, 어떻습니까!”

군중 한가운데서 갑자기 나타난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참 멋지고 뜨겁게 말하지 않았습니까? 브라보! 아,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도 계시는군요! 당신도 한 말씀 해주시지요. 아시잖아요, 사람들을 격려하는 그런 말. 당신은 그런 걸 참 잘하시니까.”

그는 부드럽고 존경스럽고 조심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세르게이 이바노비치의 팔을 살짝 잡아끌었다.

“아니, 나는 곧 떠날 거야.”

“어디로요?”

“시골로, 동생에게.”

“그럼 내 아내를 만나겠군요. 편지는 써두었지만 당신이 먼저 보겠어요. 제발, 나를 만났고 모든 게 all right, 다 잘되고 있다고 전해주세요. 그 사람은 알아들을 겁니다. 그리고…… 아, 그렇지. 내가 합동위원회 산하 무슨무슨 위원으로 임명됐다고도 말해주세요. 됐어요, 그것도 아내는 알 겁니다. 있잖아요, les petites misères de la vie humaine, 인간 삶의 사소한 고충들이라는 게…….”

그는 변명하듯 공작부인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먀흐카야가 말이에요, 리자가 아니라 비비시 말입니다. 결국 소총 천 정하고 간호수녀 열두 명을 보낸대요. 내가 말씀드렸던가요?”

“예, 들었네.”

코즈니셰프는 내키지 않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떠나신다니 아쉽군요. 내일 우리는 떠나는 두 사람을 위해 만찬을 열거든요. 페테르부르크의 디메르바르트냔스키와 우리 베슬로프스키, 그리샤 말입니다. 둘 다 갑니다. 베슬로프스키는 얼마 전에 결혼했는데도 말이에요. 사나이다운 친구 아닙니까, 공작부인?”

공작부인은 대답하지 않고 코즈니셰프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세르게이 이바노비치와 공작부인이 자기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듯한 기색도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를 조금도 당황시키지 못했다. 그는 웃는 얼굴로 공작부인의 모자에 꽂힌 깃털을 바라보았다가 주위를 두리번거렸고, 무언가 떠올리려는 사람처럼 보였다. 모금함을 들고 지나가는 부인을 보자 그는 불러세워 5루블 지폐 한 장을 넣었다.

“돈이 있는 동안은 저런 모금함을 그냥 보고 지나칠 수가 없다니까요. 그런데 오늘 전보 정말 굉장하지 않습니까? 몬테네그로인들, 대단한 사람들이에요!”

그는 공작부인에게 브론스키가 이 열차로 간다는 말을 듣자 “뭐라고요!” 하고 소리쳤다.

그 순간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의 얼굴에 슬픔이 스쳐갔다. 그러나 잠시 뒤, 한쪽 다리에서 다른 다리로 몸을 가볍게 옮기고 구레나룻을 쓸어내리며 브론스키가 있는 방으로 들어갈 때에는, 누이의 시신 앞에서 절망적으로 울던 일은 이미 완전히 잊었고 브론스키를 그저 영웅이자 옛 친구로만 보고 있었다.

“그 사람에게 결점이 많긴 하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해요.”

오블론스키가 떠나자 공작부인이 세르게이 이바노비치에게 말했다.

“그야말로 아주 러시아적이고 슬라브적인 성품이지요. 다만 브론스키에게 그를 보는 것이 괴롭지 않을까 걱정돼요. 뭐라고들 하든 나는 그 사람 운명이 가슴 아파요. 가는 동안 이야기 좀 해주세요.”

“기회가 된다면 그렇게 하지요.”

“나는 그 사람을 좋아한 적이 없어요. 하지만 이번 일은 많은 걸 씻어줍니다. 혼자 가는 것도 아니고, 자기 돈으로 한 개 기병대를 꾸려 데려간다잖아요.”

“예, 들었습니다.”

종이 울렸다. 모두가 문 쪽으로 밀려갔다.

“저기 있어요!”

공작부인은 긴 외투를 입고 챙 넓은 검은 모자를 쓴 채 어머니의 팔을 잡고 걸어가는 브론스키를 가리켰다. 오블론스키는 그 곁에서 무언가 활기차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브론스키는 눈살을 찌푸린 채 앞만 바라보고 있었고,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가 하는 말을 듣지 못하는 사람 같았다.

오블론스키의 귀띔을 받은 듯 그는 공작부인과 세르게이 이바노비치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말없이 모자를 살짝 들어 올렸다. 나이가 들어버리고 고통이 새겨진 그의 얼굴은 돌처럼 굳어 보였다.

플랫폼에 나오자 브론스키는 아무 말 없이 어머니를 먼저 들여보낸 뒤 객차 안으로 사라졌다.

플랫폼에서는 《하느님, 황제를 지켜주소서》가 울려퍼졌고, 이어 “우라!”와 “지비오!”라는 함성이 터졌다. 가슴이 움푹 팬 키 크고 아주 젊은 자원병 하나가 펠트모자와 꽃다발을 머리 위로 흔들며 유난히 과장되게 인사를 했다. 그 뒤로 장교 두 명과, 기름때 묻은 모자를 쓰고 수염이 무성한 중년 남자가 몸을 내밀어 함께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