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레빈은 얼마 전 돌리와 아이들 사이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아이들만 남겨졌을 때 그들은 촛불 위에서 산딸기를 구워먹고, 우유를 입 안으로 분수처럼 뿜어 서로에게 먹이고 있었다. 돌리는 현장을 발견하고 아이들을 나무라면서, 그들이 망가뜨리는 물건들을 어른들이 얼마나 힘들게 마련하는지, 그 모든 수고가 아이들을 위해 이루어지는 것이며, 컵을 깨뜨리면 차를 마실 그릇이 없어지고 우유를 쏟아버리면 먹을 것이 없어져 굶어 죽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어머니의 말을 들으면서 보인 차분하고 우울한 불신이 레빈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이들은 재미있는 놀이가 중단된 것이 아쉬울 뿐, 어머니가 하는 말은 한마디도 믿지 않았다. 사실 믿을 수도 없었다. 자기들이 누리는 것 전체의 규모를 상상할 수 없었고, 지금 자기들이 망가뜨리고 있는 것이 바로 자기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원래부터 있는 거야.’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듯했다.
‘재미있거나 중요한 것이 아니야. 늘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거니까. 언제나 똑같을 거야. 우리는 그런 걸 생각할 필요 없어. 이미 다 마련되어 있는걸. 우리는 우리만의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내고 싶어. 그래서 컵에 산딸기를 넣어 촛불에 굽고, 우유를 분수처럼 서로의 입에 바로 뿜어넣는 걸 생각해낸 거야. 재미있고 새롭잖아. 컵으로 마시는 것보다 나쁠 것도 없고.’
‘내가 자연의 힘이 무엇인지, 인간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성으로 찾아다닐 때 하고 있던 짓도 바로 이와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레빈은 계속 생각했다.
‘모든 철학 이론이 하는 일도 이와 같지 않은가? 인간에게는 낯설고 본성에도 맞지 않는 사고의 길을 따라, 사람이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고, 그것 없이는 살 수조차 없을 만큼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을 다시 알게 하려는 것이 아닌가? 각 철학자의 이론이 전개되는 모습을 보면, 그 철학자는 삶의 근본 의미를 농부 표도르만큼이나 확실히, 그보다 조금도 더 분명하지 않게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모두가 알고 있는 것에 돌아오기 위해 의심스러운 지적 우회로를 걸으려 한다는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아이들을 혼자 내버려두고 그들 스스로 그릇도 마련하고, 우유도 짜고, 모든 것을 처음부터 얻어내게 해보라. 그래도 장난을 칠까? 굶어 죽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마찬가지 아닌가? 온갖 욕망과 생각을 가진 우리를, 한 분 하느님과 창조주라는 개념도 없이 내버려두어 보라! 선이라는 개념도, 도덕적 악을 설명하는 개념도 없이 내버려두어 보라!’
‘그런 개념들 없이 무엇인가를 한번 세워보라고 해보라!’
‘우리가 파괴할 수 있는 것은 정신적으로 배부르기 때문이야. 바로 아이들처럼!’
‘나에게 영혼의 평화를 주는, 저 농부와 함께 나누고 있는 이 기쁜 지식은 어디에서 왔을까? 나는 어디에서 이것을 얻었지?’
‘나는 하느님이라는 개념 속에서 길러졌고, 기독교인으로 자랐으며, 기독교가 내게 준 정신적인 좋은 것들로 평생을 채웠고, 그 좋은 것들로 가득 찬 채 그것을 먹고 살아왔어. 그런데 아이들처럼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파괴해왔지. 아니, 내가 살아가는 바로 그것을 파괴하려고 했어. 그러다가 삶의 중요한 순간이 닥치면, 춥고 배고픈 아이들이 어머니에게 달려가듯 나는 그분에게 가. 그런데도 장난을 치다 꾸지람을 듣는 아이들보다도 못하게, 나는 내가 배가 불러 벌이는 어린애 같은 장난들이 내 죄로 계산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
‘그래. 내가 아는 것을 나는 이성으로 아는 것이 아니야. 그것은 내게 주어진 것이고, 내게 드러난 것이야. 나는 그것을 마음으로, 교회가 고백하는 근본적인 것에 대한 믿음으로 알아.’
‘교회? 교회라…….’
레빈은 자신에게 되풀이하고는 몸을 옆으로 돌려 한쪽 팔을 받치고, 저 멀리 강 쪽으로 내려가는 소 떼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교회가 고백하는 모든 것을 내가 믿을 수 있을까?’
그는 지금 얻은 평화를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을 일부러 떠올리며 자기 자신을 시험했다. 늘 가장 낯설고 걸림돌처럼 느껴졌던 교회의 가르침을 의도적으로 생각해보았다.
‘창조? 그렇다면 나는 존재를 무엇으로 설명했지? 존재로? 아무것으로도 설명하지 못했잖아. 악마와 죄? 그렇다면 나는 악을 무엇으로 설명하지?…… 구세주?…….’
‘나는 아무것도,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알 수도 없어. 모든 사람과 함께 내게 전해진 것 말고는.’
이제 그에게는 교회의 믿음 가운데 어느 하나도 가장 중요한 것, 곧 하느님에 대한 믿음과 인간에게 주어진 유일한 목적이 선이라는 믿음을 파괴하지 않는 듯했다.
교회의 모든 믿음 아래에는 자기 욕심 대신 진리를 섬겨야 한다는 믿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믿음들은 그 근본을 해치기는커녕, 오히려 땅 위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가장 중요한 기적이 이루어지기 위해 필요했다. 서로 너무도 다른 수백만 사람들, 현자와 어리석은 사람, 어린아이와 노인, 농부와 리보프, 키티, 거지와 황제까지 모든 사람이 함께 똑같은 하나를 의심 없이 이해하고, 오직 그것 때문에 살 가치가 있으며 우리가 오직 그것만을 귀하게 여기는 영혼의 삶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는 기적 말이다.
그는 등을 대고 누워 높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것이 무한한 공간이고 둥근 천장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모르는가? 하지만 아무리 눈을 가늘게 뜨고 시력을 긴장시켜도 나는 그것을 둥글지 않고 경계가 없는 것으로 볼 수 없어. 무한한 공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단단한 푸른 천장으로 볼 때 의심 없이 옳아. 그 너머를 보려고 애쓸 때보다 오히려 더 옳아.’
레빈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무언가 기쁘면서도 심각한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는 듯한 신비로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처럼 있었다.
‘정말 이것이 믿음일까?’
그는 자기 행복을 믿기가 두려운 듯 생각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는 목까지 차오르는 흐느낌을 삼키고, 눈에 가득 고인 눈물을 두 손으로 닦으며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