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피야 미하일로브나는 발끝으로 살금살금 걸어 나갔다. 유모는 창가리개를 내리고, 아기침대의 모슬린 덮개 안에 든 파리들을 쫓아내고, 창틀 유리창에 부딪치며 맴돌던 말벌 한 마리도 내쫓은 뒤, 시들어가는 자작나무 가지를 흔들어 어머니와 아기에게 바람을 보내며 앉아 있었다.
“더워도 너무 덥네요! 하느님이 비라도 좀 내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유모가 말했다.
“그래요, 그래요. 쉿, 쉿…….”
키티는 가볍게 몸을 흔들면서 대답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미탸가 아직 힘없이 흔들고 있는, 마치 손목을 실로 졸라맨 것처럼 통통한 작은 손을 다정하게 감싸 안고 있었다. 아기는 눈을 떴다가 감기를 되풀이했다.
그 작은 손은 키티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너무도 입맞추고 싶었으나, 그러다 아이를 깨울까 두려워 참았다. 마침내 손의 움직임이 멎고 눈도 감겼다.
아이의 긴 속눈썹이 가끔 위로 들리면서, 계속 젖을 빨던 아이는 희미한 빛 속에서 검게 보이는 촉촉한 눈으로 어머니를 바라보곤 했다.
유모는 자작나무 가지를 흔드는 것을 멈추고 졸기 시작했다.
위층에서는 늙은 공작의 우렁찬 목소리와 카타바소프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 없이도 벌써 이야기가 한창인가 봐.’
키티는 생각했다.
‘그래도 코스탸가 없는 건 아쉽네. 또 양봉장에 들렀나 봐. 요즘 자주 거기 가 있는 것이 서운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행이야. 그게 기분전환이 되니까. 봄보다 지금은 훨씬 명랑하고 좋아졌어. 그때는 얼마나 우울하고 괴로워했던지, 내가 다 무서울 정도였으니까. 참 우스운 사람이야!’
그녀는 미소 지으며 속삭였다.
키티는 남편을 괴롭힌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것은 그의 불신앙이었다.
만일 누군가 그녀에게 내세에서 남편이 믿음을 갖지 않은 채 죽는다면 구원받지 못하리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면, 그녀는 그렇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남편의 불신앙은 그녀를 불행하게 만들지 않았다.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구원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세상 무엇보다 남편의 영혼을 사랑하는 그녀는 그 불신앙을 떠올릴 때 미소를 지었고 마음속으로 그가 우습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왜 일 년 내내 그런 철학책들을 읽는 걸까?’
그녀는 생각했다.
‘그 책들에 진실이 적혀 있다면 읽어서 알아내면 될 텐데. 거짓말이라면 왜 읽지? 자기도 믿고 싶다고 하잖아. 그런데 왜 믿지 못하는 걸까? 아마 너무 많이 생각해서겠지. 그리고 너무 많이 생각하는 것은 혼자 있기 때문이야. 늘 혼자, 혼자. 우리한테는 모든 것을 다 말할 수 없으니까. 이번 손님들은 코스탸에게 좋을 거야. 특히 카타바소프는. 코스탸는 그 사람하고 논쟁하는 걸 좋아하니까.’
그러고는 곧 손님들을 어디에 재우는 것이 더 편할지, 카타바소프를 따로 재울지 세르게이 이바노비치와 같은 방을 쓰게 할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생각이 떠올라 키티는 놀라 몸을 떨었고, 그 바람에 미탸까지 불편해져 엄한 눈길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세탁부가 아직 빨래를 가져오지 않은 것 같은데. 손님용 침구는 전부 써버렸잖아. 내가 챙기지 않으면 아가피야 미하일로브나가 세르게이 이바노비치에게 누가 쓰던 침구를 내놓을지도 몰라.’
그 생각만으로도 키티의 얼굴에는 피가 확 몰렸다.
‘그래, 내가 챙겨야지.’
그렇게 결심한 그녀는 다시 이전의 생각으로 돌아가려다가, 무언가 중요한 정신적인 생각을 아직 끝맺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하고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떠올리려 했다.
‘그래, 코스탸는 믿지 않지.’
그녀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그래, 믿지 않아도 좋아! 차라리 언제까지나 지금처럼 있는 편이 마담 슈탈처럼 되거나, 내가 외국에 있을 때 되고 싶어 했던 그런 사람이 되는 것보다 훨씬 나아. 아니, 코스탸는 절대로 위선자가 되지는 않을 거야.’
그리고 얼마 전 남편이 보여준 선량함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두 주 전,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가 돌리에게 참회하는 편지를 보내왔다. 그는 자기 명예를 구해달라고, 빚을 갚을 수 있도록 돌리의 재산을 팔아달라고 간청했다.
돌리는 절망했다. 남편을 미워하고 경멸하고 가엾게 여기다가, 이혼하겠다고도 하고 부탁을 거절하겠다고도 했으나, 끝내 자기 재산의 일부를 파는 데 동의했다.
그 일을 떠올리면서 키티는 저도 모르게 애정 어린 미소를 지었다. 남편이 얼마나 난처해했던가. 마음에 걸리는 일을 꺼내려고 여러 차례 서투르게 말을 돌리다가, 마침내 돌리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도울 단 하나의 방법을 생각해내고는, 키티에게 자기 몫의 재산을 돌리에게 넘겨주자고 제안했던 것이다. 키티 자신은 생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 사람이 믿지 않는 사람이란 말이지?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누군가를, 어린아이 하나라도 서운하게 할까 그렇게 두려워하는 사람이! 모든 것은 남을 위해 하고 자기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는 코스탸가 자기 재산관리인이 되어주는 것을 당연한 의무처럼 생각하고, 언니도 마찬가지야. 이제 돌리와 아이들까지 전부 코스탸가 돌보고 있잖아. 매일 찾아오는 농부들도 마치 코스탸가 자기들을 위해 일해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하고.’
“그래, 그저 네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 되어다오. 그저 그렇게만.”
키티는 미탸를 유모에게 넘겨주며 아이의 볼에 입술을 살짝 대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