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8부 제14장

소 떼 곁에서 들려오는 바퀴 소리
소 떼 곁에서 들려오는 바퀴 소리

레빈은 앞을 바라보다가 소 떼를 보았고, 이어 보로노이를 매단 자기 수레와 마부를 보았다. 마부는 소 떼 가까이 다가가 목동과 무어라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윽고 레빈은 바로 가까운 곳에서 바퀴 소리와 배불리 먹은 말이 콧김을 내뿜는 소리를 들었지만, 생각에 너무 깊이 잠겨 있어서 마부가 왜 자기에게 오는지조차 떠올리지 못했다.

마부가 바로 앞까지 와서 그를 부르고 나서야 레빈은 그 사실을 기억했다.

“마님께서 보내셨습니다. 형님이 오셨고 또 어떤 신사분도 함께 오셨답니다.”

레빈은 수레에 올라 고삐를 잡았다.

잠에서 막 깨어난 사람처럼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허벅지 사이와 고삐가 닿는 목 부분에 거품이 밴 잘 먹은 말을 바라보고, 곁에 앉은 마부 이반을 바라보면서, 자기가 형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 아내가 자기가 오래 돌아오지 않아 걱정하고 있으리라는 것, 그리고 형과 함께 온 손님이 누구인지 생각해내려고 했다.

그런데 형도, 아내도, 알 수 없는 손님도 이제는 예전과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앞으로는 모든 사람과의 관계가 달라질 것 같았다.

‘형과는 이제 늘 우리 사이에 있던 그 거리감이 없어질 거야. 논쟁도 하지 않을 거고. 키티와도 다시는 싸우지 않을 거야. 손님이 누구든 다정하고 친절하게 대해야지. 사람들에게도, 이반에게도…… 모든 것이 달라질 거야.’

레빈은 달리고 싶어 안달하며 콧김을 내뿜는 좋은 말을 팽팽한 고삐로 억제하면서, 곁에 앉은 이반을 바라보았다. 이반은 할 일이 없어진 두 손을 어디에 둘지 몰라 자꾸 셔츠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레빈은 그와 이야기를 시작할 구실을 찾았다.

그는 이반이 안장띠를 너무 높게 당겨놓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꾸짖는 말처럼 들릴 것 같았다. 지금 그는 따뜻하고 다정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러나 달리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오른쪽으로 가셔야 합니다. 저기 그루터기가 있습니다.”

마부가 레빈의 고삐에 손을 대며 말했다.

“제발 건드리지 말고 가르치지도 마!”

레빈은 마부가 끼어드는 것이 성가셔 화를 내며 말했다.

예전과 똑같았다. 이런 간섭은 늘 그를 짜증나게 했고 지금도 그랬다. 그는 자기 영혼의 상태가 현실과 부딪치는 순간 자기 자신까지 곧바로 바꾸어놓으리라 생각한 것이 얼마나 잘못이었는지 즉시 슬프게 깨달았다.

집에서 사분의 일 베르스타쯤 떨어진 곳에서 그는 그리샤와 탄야가 자기를 향해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코스탸 삼촌! 엄마도 오고 있고, 할아버지도, 세르게이 이바노비치 아저씨도, 또 누가 있어요.”

아이들은 수레에 올라타며 말했다.

“누군데?”

“엄청 무섭게 생겼어요! 그리고 손을 이렇게 해요.”

탄야는 수레 위에서 일어서며 두 팔을 휘저어 카타바소프를 흉내 냈다.

“늙은 사람이야, 젊은 사람이야?”

탄야의 몸짓에서 누군가가 떠오른 레빈은 웃으며 물었다.

‘아, 제발 불쾌한 사람만 아니었으면!’

그는 생각했다.

길모퉁이를 돌아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들을 보자, 레빈은 밀짚모자를 쓰고 탄야가 흉내 낸 그대로 두 팔을 흔들며 걸어오는 카타바소프를 알아보았다.

카타바소프는 철학을 실제로 연구한 적 없는 자연과학자들을 통해 얻은 철학 지식을 가지고 철학 이야기를 하는 것을 무척 좋아했고, 레빈은 최근 모스크바에서 그와 여러 차례 격렬하게 논쟁했었다.

카타바소프가 자기가 이겼다고 분명히 생각했던 그런 논쟁 하나가, 레빈이 그를 알아보는 순간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올랐다.

‘아니야. 이제는 절대로 논쟁하지 않을 거야. 내 생각을 경솔하게 입 밖에 내지도 않을 거야.’

레빈은 생각했다.

수레에서 내려 형과 카타바소프에게 인사를 한 뒤, 레빈은 아내가 어디 있는지 물었다.

“미탸를 콜로크 숲으로 데려갔어. 집이 너무 더워서 거기 자리를 잡으려고 했지.”

돌리가 말했다.

레빈은 숲은 위험하다며 늘 아내에게 아이를 데려가지 말라고 했으므로 이 말을 듣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이를 이리저리 들고 돌아다니는구나.”

늙은 공작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지하 얼음창고에도 한번 데려가 보라고 했지.”

“양봉장에 오려고 했어. 네가 거기 있을 줄 알았거든. 우리도 그쪽으로 가는 길이야.”

돌리가 말했다.

“그래, 요즘은 무엇을 하며 지내나?”

세르게이 이바노비치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뒤로 처져 동생과 나란히 걸으며 물었다.

“별것 없어. 늘 그렇듯 농장일을 하지.”

레빈이 대답했다.

“그런데 형은 얼마나 있을 거야? 우리는 오래 기다렸는데.”

“한 이 주쯤. 모스크바에 일이 아주 많아.”

그 말과 함께 두 형제의 눈이 마주쳤다. 레빈은 언제나 형과 친하고, 무엇보다도 꾸밈없이 편안한 관계가 되기를 원했고 지금은 그 바람이 특히 강했지만, 형의 눈을 바라보기가 어색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눈을 내리깔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세르게이 이바노비치가 좋아할 만하면서도, 모스크바의 일이라고 말할 때 이미 암시한 세르비아 전쟁과 슬라브 문제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지 않을 화제를 찾다가 레빈은 형의 책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 형 책에 대한 평론은 좀 나왔어?”

그가 물었다.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는 그 질문이 일부러 꺼낸 것임을 알아차리고 미소 지었다.

“아무도 그 일에는 관심이 없어. 나부터도 그렇고.”

그가 말했다.

“다리야 알렉산드로브나, 저것 좀 보시오. 비가 오겠군요.”

그는 사시나무 꼭대기 위로 나타난 흰 구름들을 양산으로 가리키며 덧붙였다.

그 말 몇 마디만으로 레빈이 그렇게 피하고 싶어 했던, 적대적이지는 않지만 차가운 관계가 두 형제 사이에 다시 자리 잡기에 충분했다.

레빈은 카타바소프에게 다가갔다.

“오시길 정말 잘하셨어요.”

그가 말했다.

“오래전부터 오려고 했습니다. 자, 이제 이야기도 하고 구경도 하지요. 스펜서는 읽으셨습니까?”

“아니요, 끝까지 읽지는 않았어요.”

레빈이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사람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흥미롭군요. 왜지요?”

“그러니까…… 나를 괴롭히는 문제들의 해답을 그 사람이나 그와 비슷한 사람들에게서는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이제 완전히 깨달았거든요. 이제는…….”

그러나 카타바소프의 평온하고 유쾌한 얼굴 표정이 문득 레빈의 눈에 들어왔다. 이 이야기를 계속하면 분명 자기의 현재 기분을 망가뜨릴 것 같았고, 그 마음상태를 잃는 것이 너무도 아까웠다. 그는 자기 결심을 떠올리고 말을 멈추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지요. 양봉장으로 가실 거라면 이쪽, 이 오솔길입니다.”

그는 모두에게 말했다.

좁은 오솔길을 따라, 한쪽이 노랑과 보랏빛 꽃이 섞인 이반다마리야로 빽빽하게 덮이고 그 사이사이에 짙은 초록의 키 큰 여로가 자라난 아직 베지 않은 빈터까지 간 레빈은, 벌을 무서워하는 양봉장 방문객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해둔 젊은 사시나무의 짙고 시원한 그늘 아래 벤치와 나무토막에 손님들을 앉혔다. 그리고 자신은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줄 빵과 오이와 새 꿀을 가져오려고 울타리 안으로 갔다.

가능한 한 빠른 동작을 하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점점 더 자주 곁을 스쳐 지나가는 벌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 채 그는 오솔길을 따라 오두막까지 갔다. 현관 바로 앞에서 벌 한 마리가 윙 소리를 내며 그의 수염에 걸렸지만, 레빈은 조심스럽게 벌을 풀어주었다.

그늘진 현관 안으로 들어가 벽 못에 걸어둔 벌망을 내려 머리에 쓰고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울타리 친 양봉장으로 들어갔다.

잘 깎아놓은 땅 위에는 그가 하나하나의 사연을 다 알고 있는 낡은 벌통들이 일정한 줄을 맞추어 서 있었고, 말뚝에 인피 끈으로 묶여 있었다. 울타리 가장자리에는 그해 새로 들여놓은 젊은 벌통들이 줄지어 있었다.

벌통 입구 앞에는 수벌과 벌들이 한곳에서 맴돌고 부딪치며 눈앞을 어지럽혔다. 그 사이를 일벌들은 모두 같은 방향으로, 꽃이 핀 보리수나무가 있는 숲으로 꿀을 찾아 날아갔다가 벌통으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귀에는 끊임없이 갖가지 소리가 울렸다. 바쁘게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일벌의 소리, 나팔을 불듯 게으르게 소리 내는 수벌의 소리, 적이 나타난 듯 불안해하며 자기 재산을 지키기 위해 침을 쏘려고 몰려드는 문지기 벌들의 소리였다.

울타리 저편에서는 늙은 양봉가가 나무 테를 깎느라 레빈이 온 것을 보지 못했다. 레빈은 그를 부르지 않고 양봉장 한가운데 멈춰 섰다.

그는 현실이 벌써 자신의 마음상태를 이만큼 낮추어놓았다는 사실에서 잠시 벗어나 혼자 있을 수 있게 된 것을 기뻐했다.

자기는 이미 이반에게 화를 냈고, 형에게 차갑게 굴었으며, 카타바소프에게는 경솔하게 철학 이야기를 꺼냈다.

‘그것이 정말 한순간의 기분에 불과해서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지나가버리는 것일까?’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다시 자기 안의 상태로 돌아가자, 새롭고 중요한 일이 자기 안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을 기쁘게 느낄 수 있었다. 현실은 그가 찾아낸 영혼의 평화를 잠시 가렸을 뿐, 그 평화는 여전히 온전히 자기 안에 있었다.

지금 주위를 빙빙 돌며 위협하고 신경을 흩뜨리는 벌들이 그에게 완전한 육체적 평온을 빼앗아 몸을 움츠리고 피하게 하는 것처럼, 수레에 올라탄 순간부터 그를 에워싼 갖가지 생활의 걱정도 정신의 자유를 빼앗았다. 그러나 그것은 그가 그 걱정들 한가운데 있는 동안뿐이었다.

벌들 때문에도 그의 육체적인 힘이 조금도 줄지 않고 온전히 남아 있는 것처럼, 그가 새로 깨달은 정신적인 힘 역시 온전히 자기 안에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