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방도시의 역에 정차했을 때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는 식당으로 가지 않고 플랫폼을 왔다 갔다 걸었다.
처음 브론스키가 탄 객차 앞을 지날 때에는 창문에 커튼이 내려져 있었다. 그런데 다시 지나가다가 창가에 앉은 늙은 브론스카야 백작부인을 보았다. 그녀는 코즈니셰프를 불렀다.
“내가 이렇게 따라가는 중이에요. 쿠르스크까지 그 아이를 배웅해주려고요.”
“예, 들었습니다.”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는 창 앞에 멈춰 객차 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그가 한 일은 정말 훌륭한 결단입니다.”
그는 객실 안에 브론스키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덧붙였다.
“그 끔찍한 일을 겪고 나서 달리 뭘 할 수 있었겠어요?”
“정말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세르게이 이바노비치가 말했다.
“아, 내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들어오세요…… 아,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 상상도 못 하실 거예요!”
세르게이 이바노비치가 객실로 들어가 그녀 옆 소파에 앉자 백작부인은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상상도 못해요! 여섯 주 동안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았고, 내가 애원해야 겨우 음식을 입에 댔어요. 단 한순간도 혼자 둘 수가 없었습니다. 자기를 죽일 만한 것은 전부 치워버렸어요. 우리는 아래층에서 살고 있었지만 무슨 일이 날지 알 수 없었지요. 아시다시피 그 아이는 그 여자 때문에 전에도 한 번 총을 쏜 적이 있잖아요.”
노부인은 그 기억에 눈썹을 찌푸렸다.
“그래요, 그 여자는 그런 여자가 끝나야 하는 방식으로 끝났어요. 죽는 방법조차 비열하고 천박했지요.”
“우리가 판단할 일은 아닙니다, 백작부인.”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지만 백작부인께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지는 이해합니다.”
“아, 말도 마세요! 나는 영지에 있었고, 그 아이도 나와 함께 있었어요. 쪽지가 하나 왔습니다. 알료샤가 답장을 써서 보냈어요. 우리는 그 여자가 바로 그 역에 와 있다는 걸 전혀 몰랐지요. 저녁에 내가 내 방으로 막 들어갔는데 우리 메리가 와서 역에서 어떤 부인이 열차 밑으로 몸을 던졌다고 말했어요. 순간 무언가 내 가슴을 쳤습니다. 그 여자라는 걸 알았어요. 내가 첫 번째로 한 말은 그 애한테 말하지 말라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벌써 알려져버렸어요. 그 아이의 마부가 거기 있었고 모든 걸 봤더군요. 내가 방으로 뛰어갔을 때 알료샤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보는 것조차 무서울 정도였지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장 그곳으로 말을 달려갔어요.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나도 몰라요. 하지만 돌아왔을 때는 거의 죽은 사람 같았습니다. 알아볼 수도 없었어요. 의사는 prostration complète, 완전한 탈진이라고 했어요. 그다음에는 거의 광증 같은 상태가 시작됐지요.”
백작부인은 손을 내저었다.
“아, 무슨 말을 더 하겠어요! 끔찍한 때였습니다. 아니, 뭐라고들 하든 그 여자는 나쁜 여자였어요. 도대체 그런 절망적인 정열이라는 게 뭡니까! 늘 무언가 특별한 것을 증명하려 들었지요. 그래서 결국 증명했잖아요. 자기 자신도 망치고 훌륭한 두 사람, 남편과 내 불쌍한 아들까지 망쳤어요.”
“남편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세르게이 이바노비치가 물었다.
“그 사람이 딸아이를 데려갔어요. 처음에는 알료샤도 뭐든 다 좋다고 했지요. 그런데 지금은 남의 손에 자기 딸을 넘겨줬다는 생각 때문에 몹시 괴로워합니다. 하지만 이미 한 말을 다시 거둬들일 수는 없어요. 카레닌도 장례식에 왔습니다. 우리는 알료샤와 마주치지 않게 하려고 애를 썼지요. 남편에게는 그래도 일이 쉬워졌지요. 그 여자가 그를 풀어줬으니까. 하지만 내 불쌍한 아들은 자기 전부를 그 여자에게 바쳤어요. 모든 걸 버렸습니다. 자기 경력도, 나도. 그런데도 그 여자는 불쌍히 여기기는커녕 일부러 마지막까지 완전히 망쳐버렸어요. 아니, 뭐라고들 하든 그 죽음 자체가 종교 없는 추악한 여자의 죽음이에요. 하느님, 용서해 주세요. 하지만 아들이 망가진 것을 보고 있으면 그 여자를 기억하는 것조차 미워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지금은 어떻습니까?”
“이건 하느님이 도우신 거예요. 세르비아 전쟁 말입니다. 나는 늙은 사람이어서 그런 건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 애에게는 하느님이 보내주신 일이에요. 물론 어머니인 내게는 무섭지요. 게다가 페테르부르크에서는 사람들이 그 일을 별로 좋게 보지 않는다더군요, ce n’est pas très bien vu à Pétersbourg. 하지만 어쩌겠어요! 오직 이것만이 그 아이를 다시 일으킬 수 있었어요. 야시빈이라는 친구가 있지요. 모든 재산을 도박으로 잃고 세르비아로 가게 되었는데, 알료샤에게 들러 함께 가자고 설득했습니다. 지금은 그 일에 몰두하고 있어요. 제발 그 아이와 이야기 좀 해주세요. 기분을 좀 돌려주고 싶어요. 너무 침울하거든요. 하필이면 이가 몹시 아프기도 하고요. 당신이라면 아주 반가워할 겁니다. 저쪽으로 걷고 있을 거예요.”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는 기꺼이 그러겠다고 말하고 열차 반대쪽으로 건너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