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8부 제11장

농번기의 들판, 가장 괴로운 날들 가운데 하루
농번기의 들판, 가장 괴로운 날들 가운데 하루

세르게이 이바노비치가 포크롭스코예에 도착한 그날은 레빈에게 가장 괴로운 날들 가운데 하나였다.

한창 일이 몰리는 농번기였다. 다른 어떤 생활 조건에서도 볼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자기희생과 노동의 긴장이 온 민중에게서 나타나는 때였다. 그런 자질을 보이는 사람들이 스스로 그것을 높이 평가하고, 그 일이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 아니며, 그 노력의 결과가 그렇게 단순한 것만 아니었다면 사람들은 틀림없이 그것을 대단히 높이 평가했을 것이다.

호밀과 귀리를 베고 거두어 실어 나르고, 남은 초원을 다 베고, 묵힌 밭을 두 번째로 갈고, 씨앗을 타작하고 겨울곡식을 뿌리는 일은 모두 단순하고 평범해 보인다. 그러나 그 모든 일을 제때 끝내려면 어린아이에서 노인까지 온 마을 사람들이 이 서너 주 동안 평소의 세 배는 쉬지 않고 일해야 했다. 크바스와 양파와 흑빵으로 끼니를 때우며, 밤에도 타작하고 곡식 단을 나르고, 하루 두세 시간밖에 자지 못한다. 그리고 이런 일이 해마다 러시아 전역에서 되풀이된다.

삶의 대부분을 시골에서 보내며 민중과 가까이 살아온 레빈은 농번기가 되면 언제나 이 민중 전체의 흥분이 자기에게도 옮겨온다는 것을 느꼈다.

그날 아침 그는 첫 호밀 파종을 보러 갔고, 귀리를 더미로 나르는 곳에도 들렀다. 아내와 처제가 잠자리에서 일어날 무렵 집으로 돌아와 함께 커피를 마신 뒤, 새로 설치한 탈곡기를 돌려 종자를 마련하기로 한 농장으로 걸어서 갔다.

그날 하루 종일 레빈은 관리인과 농부들과 이야기할 때도, 집에서 아내와 돌리와 아이들, 장인과 이야기할 때도, 농장 걱정 말고 요즘 자기를 사로잡고 있는 단 하나의 문제만 생각했다. 그리고 보는 모든 것에서 그 문제와의 관계를 찾았다.

‘나는 도대체 무엇인가? 나는 어디에 있는가? 무엇 때문에 여기에 있는가?’

새로 지붕을 얹은 탈곡장 그늘에 서서, 아직 향기로운 잎이 떨어지지 않은 개암나무 엮음이 껍질이 벗겨진 새 사시나무 지붕대 아래 짚지붕에 눌려 있는 것을 바라보며, 레빈은 열린 문 너머로 맵고 메마른 탈곡 먼지가 들끓고 노니는 가운데 뜨거운 햇빛을 받은 타작마당의 풀과 방금 헛간에서 끌어낸 신선한 짚을 보기도 하고, 얼룩진 머리와 하얀 가슴을 가진 제비들이 휘파람 소리를 내며 지붕 아래로 날아들어 날개를 떨면서 문의 밝은 틈에 머무는 모습을 보기도 했으며, 어둡고 먼지투성이인 탈곡장 속에서 꿈틀거리며 일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이상한 생각에 잠겼다.

‘이 모든 것은 무엇 때문에 하는 걸까?’

그는 생각했다.

‘나는 왜 여기 서서 이 사람들에게 일을 시키고 있지? 이들은 무엇 때문에 모두 이렇게 애쓰고, 내가 보는 앞에서 자기들이 열심히 일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걸까? 저 늙은 마트료나는 왜 저토록 애를 쓰고 있지? 내가 아는 여자지. 화재 때 들보가 떨어져 다쳤을 때 내가 치료해주었어.’

그는 마르고 야윈 여자가 갈퀴로 곡식을 옮기며, 햇볕에 검게 그을린 맨발로 울퉁불퉁하고 단단한 타작마당 위를 힘겹게 밟는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때는 나았지. 하지만 오늘내일이 아니라도 십 년쯤 지나면 저 여자를 땅에 묻을 거야. 그러면 저 여자에게서 아무것도 남지 않겠지. 저기 빨간 치마를 입고, 그렇게 능숙하고 부드러운 동작으로 겨에서 이삭을 털어내는 멋쟁이 여자도 마찬가지야. 저 여자도 묻힐 거야. 저 얼룩말도 곧 묻히겠지.’

그는 불룩한 배를 무겁게 흔들고 벌어진 콧구멍으로 거칠게 숨을 쉬며 발밑에서 돌아가는 경사진 쳇바퀴 위를 걷는 말을 바라보았다.

‘저 말도 묻히고, 곱슬곱슬한 수염에 겨가 잔뜩 끼고 하얀 어깨가 드러나도록 셔츠가 찢어진 저 곡식 투입꾼 표도르도 묻힐 거야. 지금은 곡식 단을 풀고, 무언가 명령하고, 여자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날렵하게 움직여 큰 바퀴의 벨트를 바로잡고 있지만 말이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들만이 아니라 나도 묻힐 거고 아무것도 남지 않겠지. 무엇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레빈은 동시에 시계를 보며 한 시간에 얼마나 많은 곡식을 탈곡하는지 계산하고 있었다. 그것을 알아야 하루 작업량을 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벌써 한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이제 겨우 세 번째 더미에 손을 댔군.’

레빈은 생각하고 투입꾼에게 다가가 기계 소음을 이기려고 목소리를 높여 곡식을 조금씩 넣으라고 말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넣잖아, 표도르! 걸리는 게 보이지? 그러니까 일이 안 나가지. 골고루 펼쳐서 넣어!”

땀에 젖은 얼굴에 먼지가 달라붙어 새까매진 표도르는 무어라고 소리쳐 대답했으나, 여전히 레빈이 원하는 방식으로 하지 않았다.

레빈은 탈곡기 드럼 앞으로 다가가 표도르를 옆으로 밀어내고 직접 곡식을 넣기 시작했다.

농부들의 점심시간까지 ―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 함께 일한 뒤, 그는 투입꾼과 탈곡장 밖으로 나왔다. 두 사람은 종자로 쓰려고 타작마당 한쪽에 가지런히 쌓아둔 노란 호밀 더미 곁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투입꾼은 멀리 떨어진 마을 출신이었다. 전에 레빈이 공동경작 방식으로 땅을 빌려주었던 바로 그 마을이었다. 지금 그 땅은 여관 주인에게 임대되어 있었다.

레빈은 표도르와 그 땅 이야기를 하다가, 같은 마을의 부유하고 성실한 농부 플라톤이 내년에 그 땅을 맡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값이 너무 비싸서 플라톤은 수지가 안 맞을 겁니다, 콘스탄틴 드미트리치.”

농부는 땀으로 젖은 가슴팍에서 곡식 이삭을 골라내며 대답했다.

“그런데 키릴로프는 어떻게 수지가 맞지?”

“미튜하 말입니까?”

농부는 여관 주인을 업신여기는 별명으로 부르며 말했다.

“콘스탄틴 드미트리치, 그 사람이야 왜 수지가 안 맞겠습니까! 있는 대로 쥐어짜고 자기 몫부터 챙기지요. 농부 사정은 봐주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포카니치 영감님은 ― 그는 늙은 플라톤을 그렇게 불렀다 ― 사람 가죽을 벗기듯 하지는 않지요. 어떤 때는 외상도 주고, 어떤 때는 깎아주기도 합니다. 그러니 다 받아내지 못하는 거지요. 그분도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왜 깎아준다는 거지?”

“그야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어떤 사람은 자기 욕심만을 위해 삽니다. 미튜하 같은 사람 말이지요. 배만 불리는 겁니다. 하지만 포카니치 영감님은 올바른 분이에요. 영혼을 위해 삽니다. 하느님을 생각하며 살지요.”

“어떻게 하느님을 생각한다는 거지? 영혼을 위해 산다는 건 무슨 뜻인가?”

레빈은 거의 외치듯 물었다.

“뻔하지요. 진실하게, 하느님 뜻대로 사는 겁니다. 사람은 다 다르잖습니까. 나리만 해도 그렇지요. 남을 억울하게 하지는 않으시잖아요…….”

“그래, 그래, 잘 가게!”

레빈은 흥분으로 숨을 몰아쉬며 말하고는 몸을 돌려 지팡이를 들고 집 쪽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포카니치가 영혼을 위해, 진실하게, 하느님 뜻대로 산다는 농부의 말을 듣는 순간, 지금까지 어렴풋했으나 중대한 수많은 생각들이 마치 어딘가 갇혀 있다가 한꺼번에 풀려난 것처럼 쏟아져 나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돌진하며 레빈의 머릿속에서 빛처럼 소용돌이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