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14권 1812년 / 제13장
《전쟁과 평화》 · 제14권 1812년

제13장

《전쟁과 평화》 제14권 13장 삽화

10월 22일 정오, 피에르는 진창이 되고 미끄러운 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며 자기 발과 울퉁불퉁한 노면을 바라보았다. 이따금 주변의 낯익은 무리를 바라보다가 다시 발을 내려다보았다. 그 무리도 발도 똑같이 낯익고 자신의 것이었다. 잿빛 도는 푸른 털의 안짱다리 개는 길가를 즐겁게 달렸다. 때로는 날렵함과 흡족함을 과시하듯 뒷다리 하나를 들고 세 다리로 깡충거리다가, 다시 네 다리로 달리며 썩은 고기 위에 앉은 까마귀들에게 달려들어 짖었다. 그 개는 모스크바에 있을 때보다 더 즐겁고 털에 윤기가 났다. 주변 곳곳에는 사람에서 말에 이르기까지 여러 동물의 살점이 각기 다른 단계로 썩어가며 널려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늑대를 쫓아냈으므로 개는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었다.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금방이라도 그치고 하늘이 갤 듯했지만 잠시 잦아든 뒤에는 전보다 더 세차게 내렸다. 물을 잔뜩 머금은 길은 더 이상 빗물을 흡수하지 못했고, 물은 바퀴 자국을 따라 시내처럼 흘렀다.

피에르는 좌우를 바라보고 세 걸음씩 수를 세어 손가락으로 헤아리며 걸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비에게 말을 걸며 되풀이했다. ‘자, 자, 계속 내려라! 더 세차게 퍼부어라!’

그는 자신이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듯했지만, 영혼의 아득히 깊은 곳에서는 중요하고 위안이 되는 무언가에 몰두해 있었다. 그것은 전날 카라타예프와 나눈 대화에서 나온, 지극히 미묘한 정신적 결론이었다.

전날 숙영지에서 피에르는 꺼져가는 모닥불 곁에서 추위를 느끼고 일어나 더 잘 타는 옆 모닥불로 갔다. 그곳에는 플라톤 카라타예프가 제의처럼 외투로 머리까지 덮고 앉아, 이제는 쇠약해졌지만 여전히 사람의 마음을 끄는 유쾌한 목소리로 피에르가 아는 이야기를 병사들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이미 자정이 지난 뒤였다. 그 시간에는 대개 카라타예프의 열이 내려 유난히 활기를 띠었다. 피에르는 불 가까이 다가가 병으로 약해진 플라톤의 목소리를 듣고, 불꽃에 환히 비친 애처로운 얼굴을 보자 가슴이 아프게 찔리는 듯했다. 이 사람에 대한 연민이 두려워 떠나고 싶었지만 다른 불이 없었으므로 그는 플라톤을 보지 않으려 애쓰며 앉았다.

“그래, 몸은 좀 어때?” 그가 물었다.

“몸이 어떠냐고요? 병을 원망하면 하느님께서 죽음도 허락하지 않으십니다.” 플라톤은 대답하고 곧바로 하던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래서 말입니다, 형제여.” 그는 창백하고 야윈 얼굴에 미소를 띠고 두 눈에 유난히 행복한 빛을 비추며 계속했다. “그러니까, 형제여…….”

피에르는 오래전부터 그 이야기를 잘 알았다. 카라타예프는 피에르에게만도 대여섯 번 들려주었고 언제나 각별히 기쁜 감정으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아무리 잘 알아도 피에르는 이제 처음 듣는 것처럼 귀를 기울였다. 카라타예프가 이야기를 하며 분명히 느끼는 고요한 황홀감이 피에르에게도 전해졌다. 그것은 가족과 함께 선량하고 하느님을 경외하는 삶을 살던 늙은 상인이 어느 날 부유한 상인인 동료와 니즈니 장터로 간 이야기였다.

두 사람은 여관에 묵어 잠들었는데 다음 날 아침 동료 상인이 물건을 빼앗기고 목이 잘린 채 발견되었다. 늙은 상인의 베개 밑에서는 피 묻은 칼이 나왔다. 그는 재판을 받고 채찍질을 당하고 콧구멍이 찢긴 뒤, 카라타예프의 표현대로 ‘절차에 맞게’ 시베리아 강제노역장으로 보내졌다.

“그래서 말입니다, 형제여.” 바로 이 대목에서 피에르가 다가왔다. “십 년인가 그보다 더 세월이 흘렀습니다. 노인은 죄수로 살면서 마땅히 순종하고 나쁜 짓을 하지 않았지요. 그저 하느님께 죽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죄수들이 우리처럼 한데 모였고 노인도 그들 가운데 있었습니다. 그들은 각자 무엇 때문에 고통받고 하느님께 어떤 죄를 지었는지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구는 사람 하나를 죽였다고 하고, 누구는 둘을 죽였다고 하며, 누구는 집에 불을 질렀다고 했습니다. 또 누구는 그저 떠돌이였을 뿐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고 했지요. 그래서 그들이 노인에게 물었습니다. ‘어르신은 무엇 때문에 벌을 받고 계십니까?’ ‘사랑하는 형제들이여,’ 노인이 말했습니다. ‘나는 나와 다른 사람들의 죄 때문에 벌을 받고 있소. 하지만 나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고 남의 물건을 빼앗지도 않았으며, 그저 가난한 형제들을 도왔을 뿐이오. 나는 상인이었고, 사랑하는 형제들이여, 재산도 많았소.’ 그리고 차례대로 모든 일을 들려주었습니다. ‘내 신세가 슬픈 것은 아니오.’ 노인이 말했습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징계하신 모양이오. 다만 늙은 아내와 아이들이 가엾소.’ 그러고는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무리에는 바로 그 상인을 죽인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디서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어르신?’ 그가 물었습니다. ‘언제, 몇 월이었습니까?’ 그는 모든 일을 캐물었고 가슴이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노인에게 다가가 이렇게 그 발 앞에 엎드렸습니다! ‘어르신은 저 때문에 죽어가고 계십니다.’ 그가 말했습니다. ‘여러분, 정말입니다. 이분은 아무 죄 없이 헛되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 일을 한 것은 저입니다.’ 그가 말했습니다. ‘어르신이 주무실 때 제가 머리 밑에 칼을 넣었습니다. 그리스도를 봐서라도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어르신!’”

카라타예프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는 불을 바라보며 기쁘게 웃고 장작을 한데 모았다.

“그러자 노인이 말했습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을 용서하실 것이오. 우리는 그분 앞에서 모두 죄인이오. 나는 내 죄 때문에 고통받는 것이오.’ 그러고는 쓰라린 눈물을 흘렸습니다. 자, 사랑하는 벗들이여, 어떻게 됐을 것 같습니까?” 카라타예프가 계속했다. 이제 하려는 이야기에 가장 큰 매력과 전체 의미가 담겨 있기라도 한 듯, 황홀한 미소로 그의 얼굴은 갈수록 환해졌다. “어떻게 됐을 것 같습니까, 사랑하는 벗들이여? 그 살인자는 관청에 자백했습니다. ‘나는 여섯 사람의 목숨을 빼앗았습니다.’ 그가 말했습니다. 그는 큰 죄인이었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이 노인이 가엾습니다. 저 때문에 고통받게 하지 마십시오.’ 그가 자백하자 모든 것이 기록되고 절차에 맞게 서류가 발송되었습니다. 그곳은 멀리 떨어져 있었고 재판을 하고 이 일 저 일을 처리하고 절차대로 서류를 작성하는 동안—관청 사람들 말입니다—시간이 흘렀습니다. 이 일은 황제에게까지 올라갔습니다. 얼마 뒤 황제의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상인을 풀어주고 판결에 따라 보상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서류가 도착하자 사람들이 노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아무 죄 없이 헛되이 고통받던 노인이 어디 있나? 황제의 서류가 왔다!’ 그래서 그를 찾기 시작했지요.” 여기서 카라타예프의 아래턱이 떨렸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이미 그를 용서하셨습니다. 그는 죽고 없었습니다! 그렇게 된 것입니다, 사랑하는 벗들이여!” 카라타예프는 이야기를 끝내고 미소를 띤 채 앞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피에르의 영혼을 희미하지만 기쁘게 채운 것은 이야기 자체가 아니었다. 그것은 이야기의 신비로운 의미, 곧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안 카라타예프의 얼굴을 환히 밝힌 황홀한 기쁨과 그 기쁨의 신비로운 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