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14권 1812년 / 제2장
《전쟁과 평화》 · 제14권 1812년

제2장

《전쟁과 평화》 제14권 2장 삽화

이른바 전쟁 법칙에서 벗어난 일 가운데 가장 분명하고 유리한 것은 흩어진 집단들이 한 덩어리로 몰린 사람들을 공격하는 것이다. 이런 행동은 민족적 성격을 띤 전쟁에서 언제나 일어난다. 이때 두 군중이 서로 맞서는 대신 사람들은 흩어져 한 명씩 공격하고, 더 강한 병력의 공격을 받으면 달아났다가 기회가 생기면 다시 공격한다. 스페인의 유격대와 카프카스의 산악 부족들, 1812년의 러시아인들이 그렇게 했다.

사람들은 이런 전쟁을 ‘유격전’이라고 부르며 그렇게 이름 붙이면 의미를 설명한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그런 전쟁은 어떤 규칙에도 들어맞지 않고 오류가 없다고 받아들여지는 유명한 전술 법칙과 정면으로 어긋난다. 그 법칙은 공격자가 충돌 순간 상대보다 강해지도록 병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역사가 보여 주듯 언제나 성공하는 유격전은 그 법칙을 정면으로 어긴다.

이 모순은 군사학이 군대의 힘을 병력 수와 같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생긴다. 군사학은 병력이 많을수록 힘도 크다고 말한다. “Les gros bataillons ont toujours raison.”*

* 대군은 언제나 승리한다.

군사학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역학에서 질량만을 기준으로 운동량을 정의하는 것과 같다. 관련된 질량이 같거나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운동량도 서로 같거나 다르다고 말하는 것이다.

운동량은 질량과 속도의 곱이다.

군사에서 군대의 힘은 병력의 양과 어떤 미지수 x의 곱이다.

군사학은 역사에서 군대의 규모가 그 힘과 일치하지 않고 작은 분견대가 더 큰 부대를 물리친 무수한 사례를 보며 이 미지의 요소가 존재함을 어렴풋이 인정한다. 그리고 그 요소를 때로는 기하학적인 대형에서, 때로는 사용한 장비에서, 가장 흔하게는 지휘관의 천재성에서 찾으려 한다. 그러나 이 요소에 여러 의미를 부여해도 역사적 사실과 일치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이 미지수를 찾으려면 ‘영웅들’을 만족시키려고 채택한, 전쟁 중 지휘관들이 내리는 지시가 효과를 낸다는 잘못된 관점을 버리기만 하면 된다.

그 미지수는 군대의 정신, 곧 군대를 이루는 모든 사람이 싸우고 위험에 맞설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들이 천재의 지휘를 받는지 받지 않는지, 두 줄이나 세 줄 대형으로 싸우는지, 몽둥이로 싸우는지 분당 서른 발을 쏘는 소총으로 싸우는지와는 전혀 상관없다. 싸우려는 사람들은 언제나 싸움에 가장 유리한 조건에 자신을 놓는다.

군대의 정신은 병력의 양과 곱해져 결과적인 힘을 만드는 요소다. 이 미지의 요소, 곧 군대의 정신이 지닌 의미를 정의하고 표현하는 것은 과학의 과제다.

이 문제는 미지수 x 자체 대신 그 힘이 드러나는 조건—장군의 명령이나 사용한 장비 따위—을 제멋대로 놓고 그것을 요소의 진정한 의미로 착각하는 일을 그만둘 때에만 풀 수 있다. 그리고 이 미지수를 싸우고 위험에 맞서고자 하는 욕망의 크고 작음 그 자체로 온전히 인정해야 한다. 그때에만 알려진 역사적 사실을 방정식으로 표현하고 이 요소의 상대적 의미를 비교하여 미지수를 정의할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열 명이나 열 개 대대나 열 개 사단이 열다섯 명이나 열다섯 개 대대나 열다섯 개 사단과 싸워 승리한다. 곧 상대를 모두 죽이거나 포로로 잡으면서 자기 쪽에서는 네 명을 잃는다. 그러면 한쪽에서는 네 명, 다른 쪽에서는 열다섯 명을 잃은 것이다. 따라서 네 명은 열다섯 명과 같았고 4x=15y다. 그러므로 x/y=15/4다. 이 방정식은 미지수의 값을 알려 주지는 않지만 두 미지수의 비율을 알려 준다. 서로 다르게 선택한 역사적 단위—전투, 전역, 전쟁의 시기—를 이런 방정식에 넣으면 일정한 법칙이 존재하고 발견될 수 있는 수열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군대가 공격할 때에는 밀집 대형으로, 퇴각할 때에는 작은 집단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전술 법칙은 군대의 힘이 정신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확인한다. 병사들을 포화 속으로 전진시키려면 공격에 저항하게 할 때보다 더 강한 군기가 필요하며, 그런 군기는 오직 밀집 대형의 이동으로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군대의 정신을 고려하지 않는 이 법칙은 계속해서 틀린 것으로 드러나며, 모든 민족전쟁에서처럼 군대의 정신이 크게 오르내릴 때에는 사실과 특히 뚜렷하게 어긋난다.

1812년 퇴각하는 프랑스군은 전술에 따르면 방어를 위해 분견대로 나뉘어야 했지만 한 덩어리로 모였다. 군대의 정신이 너무나 떨어져 오직 집단만이 군대를 하나로 붙들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러시아군은 전술에 따르면 밀집하여 공격해야 했지만 실제로는 작은 부대로 갈라졌다. 정신이 너무나 고양되어 개개인이 명령 없이도 프랑스군을 공격했으며, 고난과 위험에 몸을 던지도록 강제할 필요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