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14권 1812년 / 제10장
《전쟁과 평화》 · 제14권 1812년

제10장

《전쟁과 평화》 제14권 10장 삽화

보초막으로 돌아온 페탸는 통로에서 데니소프를 만났다. 데니소프는 페탸를 보내준 일을 후회하며 초조와 불안 속에서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가 외쳤다. “그래,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는 황홀해진 페탸의 이야기를 들으며 되풀이했다. “하지만 빌어먹을 녀석, 너 때문에 잠도 못 잤잖아! 그래도 하느님 감사합니다. 이제 누워. 아침이 되기 전까지 조금은 잘 수 있어.”

“하지만…… 아니요.” 페탸가 말했다. “아직 자고 싶지 않아요. 게다가 저는 제 자신을 알아요. 잠이 들면 끝이에요. 그리고 전투 전에는 자지 않는 게 습관이 됐습니다.”

그는 한동안 오두막에 앉아 즐거운 마음으로 정찰에서 겪은 일들을 되새기고 다음 날 벌어질 일을 생생하게 그려보았다.

그러다가 데니소프가 잠든 것을 보고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밖은 여전히 캄캄했다. 비는 그쳤지만 나무에서는 아직 물방울이 떨어졌다. 보초막 가까이에는 카자크들의 임시 막사와 한데 매어놓은 말들이 검은 형체로 보였다. 오두막 뒤에는 말들을 곁에 세워둔 수레 두 대의 어두운 윤곽이 드러났고, 골짜기에서는 꺼져가는 모닥불이 붉게 빛났다. 카자크와 경기병 모두가 잠든 것은 아니었다. 이따금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와 가까이서 말들이 먹이를 씹는 소리 사이로, 속삭임처럼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페탸는 밖으로 나와 어둠 속을 들여다본 뒤 수레로 다가갔다. 수레 아래에서는 누군가 코를 골았고, 그 둘레에는 안장을 얹은 말들이 서서 귀리를 씹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페탸는 우크라이나산이면서도 자신이 ‘카라바흐’라고 부르는 말을 알아보고 다가갔다.

“자, 카라바흐! 내일은 우리가 한몫할 거야.” 그는 말의 콧김 냄새를 맡고 입을 맞추며 말했다.

“나리께선 왜 주무시지 않습니까?” 수레 아래 앉아 있던 카자크가 말했다.

“아니, 저…… 리하초프—그게 자네 이름 맞지? 내가 방금 돌아온 것 알아? 프랑스군 진영에 다녀왔어.”

페탸는 말을 타고 다녀온 일뿐 아니라 그 목적과, 왜 ‘되는대로’ 행동하는 것보다 목숨을 거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지까지 카자크에게 자세히 들려주었다.

“이제 좀 주무셔야겠습니다.” 카자크가 말했다.

“아니, 나는 이런 데 익숙해.” 페탸가 말했다. “그런데 자네 권총의 부싯돌은 닳지 않았나? 내가 몇 개 가져왔어. 필요 없어? 가져도 돼.”

카자크는 페탸를 더 자세히 보려고 수레 밑에서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나는 모든 일을 정확히 하는 데 익숙하거든.” 페탸가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준비도 없이 되는대로 처리했다가 나중에 후회하지. 나는 그런 게 싫어.”

“그러시겠지요.” 카자크가 말했다.

“아, 참, 또 하나! 이보게, 제발 내 군도를 좀 갈아주겠나? 날이 무……” 페탸는 거짓말하기가 두려웠다. 그 군도는 한 번도 간 적이 없었다. “할 수 있겠어?”

“물론 할 수 있습니다.”

리하초프는 일어나 짐을 뒤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숫돌에 강철을 가는 전투적인 소리를 냈다. 페탸는 수레 위로 올라가 가장자리에 앉았다. 카자크는 수레 아래에서 군도를 갈았다.

“그런데 병사들은 자고 있나?” 페탸가 물었다.

“자는 사람도 있고 우리처럼 안 자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 그 소년은?”

“베세냐 말입니까? 아, 저기 통로에 드러누웠습니다. 놀란 뒤라 곯아떨어졌지요. 어찌나 기뻐하던지!”

그 뒤 페탸는 오랫동안 침묵한 채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어둠 속에서 발소리가 나더니 검은 형체가 나타났다.

“뭘 갈고 있나?” 수레로 다가온 사람이 물었다.

“이 나리의 군도입니다.”

“잘하는군.” 페탸가 경기병이라고 생각한 그 사람이 말했다. “잔은 여기 두었나?”

“저기 바퀴 옆에 있습니다!”

경기병은 잔을 집었다.

“곧 날이 밝겠군.” 그가 하품하며 말하고는 가버렸다.

페탸는 자신이 길에서 1마일도 떨어지지 않은 숲속, 데니소프의 유격대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했다. 그는 프랑스군에게서 빼앗은 수레 위에 앉아 있었고, 그 옆에는 말들이 매여 있었으며, 수레 아래에는 리하초프가 앉아 그의 군도를 갈고 있었다. 오른쪽의 크고 검은 얼룩은 보초막이고 왼쪽 아래의 붉은 얼룩은 꺼져가는 모닥불의 잔불이며, 잔을 가지러 온 사람은 물을 마시고 싶은 경기병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것을 알지도 못했고 알려고 기다리지도 않았다. 그는 현실과 닮은 것이 하나도 없는 동화의 왕국에 있었다. 크고 검은 얼룩은 실제로 보초막일 수도 있었고 땅속 가장 깊은 곳으로 통하는 동굴일 수도 있었다. 붉은 점은 불일 수도 있고 거대한 괴물의 눈일 수도 있었다. 그가 정말 수레 위에 앉아 있는지도 몰랐다. 어쩌면 끔찍하게 높은 탑 위에 앉아 있어서, 거기서 떨어지면 꼬박 하루나 한 달 동안 떨어지거나 영원히 밑바닥에 닿지 못할 수도 있었다. 수레 아래에 앉은 사람이 그저 카자크 리하초프일 수도 있었지만, 세상 누구도 알지 못하는 가장 친절하고 용감하고 놀랍고 훌륭한 사람일 수도 있었다. 경기병이 정말로 물을 가지러 왔다가 골짜기로 돌아갔을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냥 사라져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무로 녹아버렸는지도 몰랐다.

지금 페탸가 무엇을 보더라도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모든 일이 가능한 동화의 왕국에 있었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도 땅과 마찬가지로 동화의 나라였다. 날이 개고 있었고 나무 꼭대기 너머로 구름이 빠르게 흘러가며 별들을 가린 장막을 걷어내는 듯했다. 때로는 구름이 지나가고 맑고 검은 하늘이 나타나는 것 같았다. 때로는 검은 공간이 구름인 것 같았다. 때로는 하늘이 머리 위로 높이, 한없이 높이 솟아오르는 듯하다가, 손으로 만질 수 있을 만큼 낮게 내려앉는 듯했다.

페탸는 눈이 감기기 시작해 몸을 조금 흔들었다.

나무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졌다. 나지막한 말소리가 들렸다. 말들은 울고 서로 밀쳤다. 누군가 코를 골았다.

“스윽-삭, 스윽-삭……” 군도가 숫돌에 갈리며 쉭쉭 소리를 냈다. 그 순간 페탸는 알 수 없는, 감미롭고 장엄한 찬가를 연주하는 조화로운 관현악을 들었다. 페탸는 나타샤만큼, 아니 니콜라이보다 더 음악적이었지만 음악을 배운 적도 음악에 관해 생각한 적도 없었다. 그래서 뜻밖에 머릿속에 떠오른 선율이 특별히 새롭고 매혹적으로 느껴졌다. 음악은 점점 또렷해졌다. 선율은 자라나 이 악기에서 저 악기로 옮겨갔다. 연주되는 것은 푸가였다. 페탸는 푸가가 무엇인지 전혀 몰랐지만 말이다. 때로는 바이올린 같고 때로는 호른 같은, 그러나 바이올린이나 호른보다 더 아름답고 맑은 각각의 악기가 자기 부분을 연주했다. 한 악기가 선율을 마치기도 전에 거의 같은 가락을 시작한 다른 악기와 합쳐지고, 이어 세 번째와 네 번째 악기와 합쳐졌다. 그러면 모든 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졌다가 다시 갈라지고 또다시 합쳐져, 때로는 장엄한 교회 음악이 되고 때로는 눈부시게 찬란하고 승리에 찬 음악이 되었다.

‘아—그래, 꿈속에서 들었던 거야!’ 페탸는 앞으로 휘청이며 혼잣말을 했다. ‘내 귀에 들려. 하지만 어쩌면 내 음악인지도 몰라. 자, 계속해라, 나의 음악아! 이제!……’

그는 눈을 감았다. 사방의 먼 곳에서 소리가 날아와 화음으로 커졌다가 갈라지고 합쳐지며, 다시 모두가 똑같이 감미롭고 장엄한 찬가 속에 뒤섞였다. ‘아, 정말 황홀해! 내가 원하는 만큼, 내가 원하는 대로!’ 페탸는 생각했다. 그는 그 거대한 관현악단을 지휘하려 했다.

‘이제 조용히, 조용히 사라져라!’ 그러자 소리가 그의 명령에 따랐다. ‘이제 더 풍성하게, 더 즐겁게. 더욱더 즐겁게!’ 그러자 알 수 없는 깊은 곳에서 점점 더 승리에 찬 소리가 솟아올랐다. ‘이제 목소리들도 합쳐져라!’ 페탸가 명령했다. 처음에는 멀리서 남자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이어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는 조화롭고 승리에 찬 힘으로 커졌다. 페탸는 그 비할 데 없는 아름다움에 경외와 기쁨을 느끼며 귀를 기울였다.

장엄한 승리의 행진곡에 노래와 나무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스윽-삭-삭……” 하는 군도 가는 소리가 뒤섞였다. 말들도 다시 서로 밀치고 울었지만 합창을 방해하지 않고 그 속에 어우러졌다.

페탸는 이것이 얼마나 오래 계속되었는지 몰랐다. 그는 줄곧 즐거워하며 자신의 기쁨에 놀랐고, 이를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아쉬워했다. 리하초프의 다정한 목소리가 그를 깨웠다.

“다 됐습니다, 나리. 이걸로 프랑스 놈을 둘로 쪼갤 수도 있겠습니다!”

페탸는 잠에서 깨어났다.

“날이 밝아, 정말 날이 밝고 있어!” 그가 외쳤다.

전에는 보이지 않던 말들이 이제 꼬리까지 보였고, 잎이 떨어진 나뭇가지 사이로 물기 어린 빛이 드러났다. 페탸는 몸을 털고 벌떡 일어나 주머니에서 1루블을 꺼내 리하초프에게 주었다. 그러고는 군도를 휘둘러 날을 시험한 뒤 칼집에 넣었다. 카자크들은 말의 매듭을 풀고 안장 복대를 조이고 있었다.

“지휘관님도 오십니다.” 리하초프가 말했다.

데니소프는 보초막에서 나와 페탸를 부른 다음 출발 준비를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