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14권 1812년 / 제7장
《전쟁과 평화》 · 제14권 1812년

제7장

《전쟁과 평화》 제14권 7장 삽화

모스크바에서 떠난 뒤 가족과 헤어진 페탸는 자기 연대에 합류했고 곧 큰 유격대를 지휘하는 장군의 전령으로 뽑혔다. 장교 임명을 받은 때부터, 특히 현역군에 합류하여 뱌지마 전투에 참여한 뒤로는 어른이 되었다는 행복한 흥분에 끊임없이 사로잡혀 있었고 진정으로 영웅적인 일을 할 기회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언제나 황홀할 만큼 서둘렀다. 군대에서 보고 겪는 일에 크게 기뻐하면서도 진정한 영웅적 위업은 늘 자기가 우연히 없는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그래서 언제나 자기가 없는 곳으로 가려고 서둘렀다.

10월 21일 장군이 데니소프의 분견대로 누군가를 보내고 싶다는 뜻을 밝히자, 페탸는 자기를 보내 달라고 너무나 애처롭게 간청하여 장군은 거절할 수 없었다. 그러나 페탸를 보내면서 뱌지마 전투에서 그가 벌인 무모한 행동을 떠올렸다. 지시받은 곳까지 길을 따라가는 대신 프랑스군의 포화 아래 선두 대열로 달려가 권총을 두 번이나 쏜 일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데니소프의 어떤 작전에도 참여하지 말라고 분명히 금지했다. 데니소프가 남을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 페탸가 얼굴을 붉히고 당황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숲 가장자리로 가기 전까지만 해도 지시를 엄격히 이행하여 곧바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프랑스군과 티혼을 보고 그날 밤 틀림없이 공격이 있으리라는 것을 알자, 젊은이들이 견해를 바꾸는 빠르기로 그때까지 크게 존경했던 장군은 형편없는 독일인이고, 데니소프는 영웅이며 예사울도 영웅이고 티혼도 영웅이므로 어려운 순간 그들을 떠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결론 내렸다.

데니소프와 페탸와 예사울이 산지기 오두막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어스름이 내리고 있었다. 황혼 속에서 안장을 얹은 말들과 빈터에 임시 거처를 엮어 놓고, 프랑스군에게 연기가 보이지 않을 숲속 움푹한 곳에 활활 타오르는 불을 지피는 카자크와 경기병들이 보였다. 작은 오두막 복도에서는 소매를 걷어붙인 카자크 한 명이 양고기를 썰고 있었다. 방 안에서는 데니소프 부대의 장교 세 명이 문짝을 상판으로 바꾸고 있었다. 페탸는 젖은 옷을 벗어 말리도록 건네고 곧바로 장교들이 저녁 식탁을 마련하는 일을 돕기 시작했다.

십 분 뒤 식탁이 준비되어 냅킨이 깔렸다. 탁자 위에는 보드카와 럼주 한 병, 흰 빵과 구운 양고기와 소금이 있었다.

장교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 기름이 두 손으로 흘러내리는 고소하고 기름진 양고기를 손으로 찢어 먹으면서 페탸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황홀하고 어린아이 같은 상태에 있었고, 따라서 다른 사람들도 자기를 똑같이 사랑한다고 확신했다.

“그러면 바실리 드미트리치,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는 데니소프에게 말했다. “제가 하루 동안 곁에 남아도 괜찮지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자기 질문에 답했다. “아시다시피 저는 알아보라는 명령을 받았고, 자, 알아보고 있습니다…… 저를 바로…… 가장 중요한 곳에만 들여보내 주세요…… 포상은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하고 싶어요…….”

페탸는 이를 악물고 주위를 둘러보며 고개를 뒤로 젖히고 두 팔을 휘둘렀다.

“가장 중요한 곳에……” 데니소프가 미소 지으며 되풀이했다.

“제발 제가 무언가를 지휘하게만 해 주세요. 정말로 지휘할 수 있게요……” 페탸가 말을 이었다. “대장님께 무슨 손해가 있겠습니까?…… 아, 칼이 필요하십니까?” 그는 양고기 한 조각을 자르려는 장교에게 몸을 돌려 말했다.

그는 접칼을 건넸다. 장교는 칼을 감탄하며 바라보았다.

“그냥 가지십시오. 저에게는 그런 것이 여러 개 있습니다.” 페탸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맙소사! 완전히 잊고 있었네요!” 그는 갑자기 외쳤다. “건포도가 있습니다. 아주 좋은 것, 씨 없는 것 말입니다. 새로 온 종군 상인이 있는데 훌륭한 물건이 정말 많습니다. 10파운드쯤 샀습니다. 저는 단것을 즐겨 먹거든요. 드시겠습니까?……” 페탸는 복도로 달려가 자기 카자크에게 가서 건포도가 5파운드쯤 든 자루 몇 개를 가지고 돌아왔다. “드십시오, 여러분, 드세요!”

“커피포트가 필요하시지요?” 그는 예사울에게 물었다. “우리 종군 상인에게 아주 훌륭한 것을 샀습니다! 그 사람은 훌륭한 물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정직합니다. 그 점이 가장 중요하지요. 반드시 보내 드리겠습니다. 아니면 혹시 부싯돌이 떨어졌거나 닳았습니까? 그런 일도 가끔 있지요. 제가 좀 가져왔습니다. 여기 있습니다.”—그는 자루 하나를 보여 주었다—“백 개입니다. 아주 싸게 샀습니다. 원하시는 만큼 가져가십시오. 아니면 전부 가져가셔도 됩니다…….”

그러다가 말을 너무 많이 했을까 갑자기 겁이 난 페탸는 입을 다물고 얼굴을 붉혔다.

다른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았는지 떠올리려 했다. 그날 일어난 일을 되짚다가 프랑스인 북 치는 소년을 기억했다. ‘우리는 여기서 아주 잘 지내지만 그 아이는 어떨까? 어디에 두었지? 먹을 것을 주었나? 마음을 상하게 하지는 않았을까?’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부싯돌에 관해 말을 너무 많이 했다고 깨달은 뒤라 이제는 입을 열기가 두려웠다.

‘물어볼 수도 있겠지.’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말할 거야. “자기도 어린아이라 소년을 불쌍히 여기는군.” 내가 어린아이인지 아닌지는 내일 보여 주겠어. 물으면 이상해 보일까?’ 페탸는 생각했다. ‘그래도 상관없어!’ 그는 즉시 얼굴을 붉히고 장교들이 비웃는 표정을 짓는지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붙잡은 소년을 불러 먹을 것을 좀 주어도 될까요?…… 어쩌면…….”

“그래, 불쌍한 아이야.” 데니소프는 이 말에 수치스러운 것이 전혀 없다고 보는 것이 분명한 태도로 말했다. “불러오너라. 이름은 뱅상 보스야. 데려오라고 해.”

“제가 부르겠습니다.” 페탸가 말했다.

“그래, 그래, 불러라. 불쌍한 아이야.” 데니소프가 되풀이했다.

데니소프가 이 말을 했을 때 페탸는 문 곁에 서 있었다. 그는 장교들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가 데니소프에게 바싹 다가가 말했다.

“입 맞추게 해 주세요, 사랑하는 형님! 아, 정말 훌륭하고 멋집니다!”

페탸는 데니소프에게 입을 맞추고 오두막 밖으로 달려 나갔다.

“보스! 뱅상!” 페탸는 문밖에 멈춰 외쳤다.

“누구를 찾으십니까, 장교님?”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물었다.

페탸는 그날 붙잡힌 프랑스인 소년을 찾는다고 대답했다.

“아, 베센니?” 카자크 한 명이 말했다.

소년의 이름 뱅상은 카자크들에게 벌써 베센니, 곧 봄의 것으로 바뀌었고 농민과 병사들에게는 베세냐로 바뀌었다. 두 변형에서 모두 봄을 뜻하는 말은 그 어린 소년이 준 인상과 잘 어울렸다.

“저기 모닥불 곁에서 몸을 녹이고 있습니다. 어이, 베세냐! 베세냐!—베센니!” 어둠 속에서 웃는 목소리들이 서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영리한 아이입니다.” 페탸 곁에 서 있던 경기병이 말했다. “조금 전에 먹을 것을 주었습니다. 몹시 배고파하더군요!”

어둠 속에서 맨발이 진흙탕 물을 첨벙거리며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고 북 치는 소년이 문으로 왔다.

“Ah, c’est vous!” 페탸가 말했다. “Voulez-vous manger? N’ayez pas peur, on ne vous fera pas de mal.”* 그는 수줍고 다정하게 소년의 손을 만졌다. “Entrez, entrez.”*(2)

* “아, 너로구나! 먹을 것 좀 먹을래? 두려워하지 마. 아무도 너를 해치지 않을 거야.”

* (2) “들어와, 들어와.”

“Merci, monsieur.”* 북 치는 소년은 거의 어린아이 같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고 문지방에 더러운 두 발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 “고맙습니다, 장교님.”

페탸는 북 치는 소년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감히 하지 못했다. 복도에서 소년 곁에 망설이며 서 있었다. 그러다가 어둠 속에서 아이의 손을 잡고 꼭 눌렀다.

“들어와, 들어와!” 그는 부드럽게 속삭이며 되풀이했다. ‘아, 내가 이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는 생각하고 문을 열어 소년을 먼저 들여보냈다.

소년이 오두막에 들어간 뒤 페탸는 그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이 자기 위신에 맞지 않는다고 여겨 멀찍이 앉았다. 그러나 주머니 속 돈을 손으로 만지며 북 치는 소년에게 조금 주면 우습게 보일지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