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 열정적인 마음의 고백, 운문으로

알료샤는 마차에서 아버지가 소리쳐 명한 말을 듣고도 한동안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하지만 마음이 어지러웠음에도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지는 않았다. 그것은 그의 방식이 아니었다. 그는 곧장 부엌으로 가서 위층에서 아버지가 무슨 짓을 했는지부터 알아보았다. 그러고는 길을 가다 보면 자신을 괴롭히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으며 길을 나섰다.
서둘러 덧붙이자면, "이부자리와 베개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라던 아버지의 고함은 그를 조금도 두렵게 하지 않았다. 그는 그 위압적인 고함이 그저 효과를 노린 "허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마치 우리 마을의 어느 상인이 친구들과 명명일 잔치를 벌이다가 보드카를 더 내주지 않는다고 화가 나서, 자기 집 그릇과 가구를 부수고 자기와 아내의 옷을 찢고 급기야 창문까지 깨뜨렸던 것과 같은 이치였다—그 모든 것이 그저 보여 주기 위한 짓이었다. 물론 다음 날 술이 깨면 그는 깨진 찻잔과 접시를 아까워했다. 알료샤는 아버지가 다음 날, 어쩌면 그날 저녁이라도 자신을 다시 수도원으로 보내 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아버지가 다른 누구에게는 해를 끼칠지언정 자신에게만은 그러지 않으리라는 것을 굳게 믿었다. 알료샤는 이 세상 그 누구도 자신을 해치고 싶어 하지 않으리라 확신했고, 더 나아가 그 누구도 자신을 해칠 수 없다는 것마저 알고 있었다. 이것은 그에게는 두말할 것도 없이 단번에 받아들여진 공리 같은 것이어서, 그는 그것에 의지해 망설임 없이 제 길을 갔다.
그러나 그 순간 그를 흔든 것은 전혀 다른 종류의 불안이었고, 그것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기에 더더욱 그를 괴롭혔다. 그것은 한 여인에 대한 두려움, 곧 호흘라코바 부인이 건네준 쪽지로 무슨 일인가로 자신을 만나러 와 달라고 그토록 절박하게 청했던 카테리나 이바노브나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이 청과 반드시 가야 한다는 사실은 곧바로 그의 마음속에 불안한 느낌을 불러일으켰고, 암자와 원장 신부 처소에서 있었던 여러 소동에도 불구하고 그 느낌은 아침 내내 점점 더 괴로워져 갔다.
그가 불안했던 것은 그녀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 자신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를 몰라서가 아니었다. 그리고 단지 여자로서 그녀가 두려운 것도 아니었다. 그는 여자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수도원에 들어가기 전까지 줄곧 여자들 틈에서 살아왔다. 그가 두려워한 것은 다름 아닌 카테리나 이바노브나, 그 여인이었다. 그는 그녀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녀가 두려웠다. 그녀를 본 것은 두세 번뿐이었고, 어쩌다 말을 몇 마디 나눈 것이 전부였다. 그는 그녀를 아름답고 자존심 강하며 위압적인 아가씨로 여기고 있었다. 그를 불안하게 한 것은 그녀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였다. 그리고 그 두려움이 막연할수록 두려움 자체는 오히려 더 커져 갔다.
그 아가씨의 뜻이 더없이 고귀하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형 드미트리가 이미 자신에게 몹쓸 짓을 했음에도, 오로지 관대함에서 그를 구하려 애쓰고 있었다. 그럼에도 알료샤는 이 모든 아름답고 관대한 심정을 온전히 인정하면서도, 그녀의 집에 가까워질수록 등줄기에 오싹한 전율이 일었다.
그는 그토록 절친한 벗인 이반이 그녀 곁에 있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이반은 지금쯤 틀림없이 아버지 곁에 있을 터였다. 드미트리 역시 그곳에 없으리라는 것을 그는 더욱 확신했고, 그 이유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 대화는 그녀와 단둘이 나누어야 할 것이었다. 그는 그 운명적인 만남에 앞서 형 드미트리에게 달려가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편지를 보여 주지 않고도 그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드미트리는 꽤 먼 곳에 살았고, 지금쯤 그도 틀림없이 집을 비우고 없을 것이었다. 그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서서 마침내 마음을 정했다. 재빠르고 익숙한 몸짓으로 성호를 긋고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그 무서운 아가씨가 있는 쪽을 향해 단호히 걸음을 돌렸다.
그는 그녀의 집을 알고 있었다. 큰길을 지나 장터를 가로질러 가면 한참을 돌아가는 길이었다. 우리 마을은 작지만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집들 사이 거리가 멀었다. 그러는 동안 아버지는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어쩌면 아직 그 명령을 잊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아버지가 무리한 요구를 할 수도 있으니 서둘러 다녀와야 했다. 그래서 그는 뒷길로 질러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이 근방의 지형이라면 구석구석 훤히 꿰고 있었다. 그것은 울타리를 끼고 돌고 나무 울짱을 넘고 남의 집 뒷마당을 가로지르는 것을 뜻했는데, 그가 마주치는 사람마다 그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다. 이렇게 하면 절반의 시간 만에 큰길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는 아버지 집과 이웃한 정원을 지나야 했는데, 그 정원은 창문이 네 개 달린 다 쓰러져 가는 작은 집에 딸려 있었다. 알료샤가 알기로 이 집의 주인은 몸져누운 늙은 여인으로, 페테르부르크의 장군 댁들에서 상류층 하녀로 일하던 딸과 함께 살고 있었다. 지금은 병든 어머니를 돌보느라 일 년째 집에 머물러 있었다. 그녀는 늘 고운 옷을 차려입었지만, 그녀와 늙은 어머니는 워낙 궁핍해진 나머지 날마다 표도르 파블로비치의 부엌으로 수프와 빵을 얻으러 왔고, 마르파는 그때마다 흔쾌히 내어 주었다. 그렇게 수프를 얻으러 오면서도 그 젊은 여인은 자기 옷은 단 한 벌도 팔지 않았고, 그중 하나는 심지어 긴 옷자락까지 달려 있었다—이 사실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을 늘 훤히 꿰고 있는 라키틴에게서 들은 것이었다. 그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잊어버렸지만, 지금 그 정원에 다다르자 문득 옷자락 달린 그 옷이 떠올랐고, 생각에 잠겨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가 전혀 뜻밖의 광경과 마주쳤다.
정원 울짱 너머로 드미트리가 무언가를 밟고 올라선 채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는 격렬하게 손짓하며 그를 부르고 있었는데, 누가 엿들을까 봐 두려운 듯 감히 말은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알료샤는 울짱 쪽으로 뛰어갔다.
"고개를 들어 봐 준 게 다행이군. 하마터면 큰 소리로 부를 뻔했어." 드미트리가 기쁨에 찬 다급한 속삭임으로 말했다. "어서 이리로 넘어와! 네가 와 주다니 정말 잘됐다! 마침 네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어!"
알료샤도 기뻤지만 어떻게 울짱을 넘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드미트리가 튼튼한 손을 그의 팔꿈치 밑으로 넣어 뛰어오르는 것을 도와주었다. 법복 자락을 걷어 올린 알료샤는 맨발의 개구쟁이 못지않은 날렵함으로 울짱을 뛰어넘었다.
"잘했다! 자, 이리로 와." 드미트리가 들뜬 속삭임으로 말했다.
"어디로?" 알료샤가 속삭이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자신들 말고는 아무도 없는 인적 없는 정원 안에 있음을 알아차렸다. 정원은 작았지만 집까지는 적어도 쉰 걸음은 떨어져 있었다.
"여긴 아무도 없는데. 왜 속삭이는 거야?" 알료샤가 물었다.
"왜 속삭이냐고? 이런 젠장!" 드미트리가 있는 힘껏 소리쳤다. "이것 보라고, 자연이 사람에게 이런 어리석은 장난을 치는 법이지. 나는 여기 몰래 숨어서 망을 보고 있었어. 나중에 다 설명해 줄게. 그런데 비밀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럴 필요도 없는데 바보처럼 속삭이기 시작한 거야. 자, 가자. 저쪽으로. 그때까지는 조용히 있어. 너한테 입 맞추고 싶구나.
세상에 있는 신께 영광을, 내 안에 있는 신께 영광을…
네가 오기 전에 여기 앉아서 이 구절을 되뇌고 있던 참이었어."
정원은 대략 삼 에이커쯤 되었고, 나무는 사방의 울타리를 따라서만 심어져 있었다. 사과나무, 단풍나무, 보리수, 자작나무 들이었다. 정원 한가운데는 텅 빈 풀밭이었는데, 여름이면 그곳에서 몇 백 킬로그램이나 되는 건초를 베어 냈다. 정원은 여름 한 철 얼마간의 루블을 받고 세를 놓았다. 정원 가장자리를 따라서는 산딸기며 까치밥나무며 구스베리 덤불도 심어져 있었고, 최근에는 집 가까이에 텃밭도 새로 일구어 놓았다.
드미트리는 동생을 정원에서 가장 외진 구석으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보리수와 까치밥나무, 딱총나무, 백당나무, 라일락의 오래된 덤불이 우거진 사이로, 세월에 검게 바랜 다 쓰러져 가는 초록빛 정자가 하나 서 있었다. 벽은 살대를 엮어 만든 것이었지만 지붕만은 아직 비를 가릴 만했다. 이 정자가 언제 지어졌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전해 오는 이야기로는, 오십 년쯤 전 당시 이 집의 주인이었던 폰 슈미트라는 퇴역 대령이 세운 것이라 했다. 이제는 온통 낡아 마룻바닥이 썩어 들어가고 판자는 헐거워졌으며 목재에서는 곰팡내가 났다. 정자 안에는 땅에 고정된 초록빛 나무 탁자가 있었고, 그 둘레에는 아직 앉을 만한 초록빛 벤치 몇 개가 놓여 있었다.
알료샤는 곧바로 형이 얼근히 취해 들뜬 상태임을 알아차렸는데, 정자 안으로 들어서자 탁자 위에 반쯤 남은 브랜디 병과 술잔 하나가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
"저건 브랜디야." 드미트리가 웃었다. "네 표정에 다 쓰여 있구나. '또 마시고 있군!' 그 허깨비 같은 생각은 믿지 마라.
쓸모없이 거짓말하는 무리를 믿지 말고, 네 의심일랑 내려놓아라.
나는 마시는 게 아니라, 네 친구 라키틴 그 돼지 같은 녀석의 말마따나 그저 '탐닉'하고 있을 뿐이야. 그 녀석은 언젠가 문관 참사관이 되겠지만, 언제까지고 '탐닉'이란 말만 입에 달고 살 거다. 앉아라. 알료샤, 너를 품에 안고 으스러지도록 꽉 껴안고 싶구나. 왜냐하면 이 세상에서—진실로—진—실—로 말이야(알아듣겠니?)—나는 너 말고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으니까!"
그는 마지막 말을 일종의 도취 상태에서 내뱉었다.
"너 말고 딱 한 사람, 내가 파멸에 이르도록 사랑에 빠진 그 '계집' 말고는 아무도 없어. 하지만 사랑에 빠졌다고 해서 사랑하는 건 아니야. 어떤 여자에게 사랑에 빠지면서도 동시에 그녀를 미워할 수 있는 법이지. 그걸 기억해 둬! 이런 이야기는 아직 명랑하게 할 수 있구나. 여기 탁자 옆에 앉아, 나도 네 곁에 앉아서 너를 바라보며 계속 이야기하마. 너는 가만히 있고 나는 계속 말할 테니, 이제야 그럴 때가 왔으니까.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조용히 말하는 게 좋겠다. 여기서는—여기서는—어떤 귀가 엿듣고 있는지 결코 알 수 없으니까. 다 설명해 주마. 이를테면 '이야기는 계속된다'는 거지. 내가 왜 그토록 너를 그리워했을까? 왜 요 며칠, 그리고 바로 지금 이 순간까지도 너를 그토록 목말라했을까? (여기 닻을 내린 지 닷새째다.) 왜냐하면 오직 너에게만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으니까. 그래야만 하니까, 네가 필요하니까, 내일이면 나는 구름 속에서 날아오를 테니까, 내일이면 삶이 끝나고 또 시작될 테니까. 벼랑 밑 구덩이로 떨어지는 걸 느껴 본 적이 있니, 그런 꿈을 꿔 본 적이 있니? 지금 내가 바로 그렇게 떨어지고 있어, 그런데 꿈이 아니야. 그리고 나는 두렵지 않아, 너도 두려워하지 마. 아니, 사실은 두렵기도 해, 하지만 그것을 즐기고 있어. 아니, 즐긴다기보다는 황홀경에 가깝지. 뭐가 됐든 될 대로 되라지! 강한 정신이든, 약한 정신이든, 계집애 같은 정신이든—뭐가 됐든 상관없어! 자연을 찬미하자. 저 햇살을 봐라, 하늘이 얼마나 맑은지, 잎사귀는 온통 초록빛이고, 아직 여름이야. 오후 네 시, 이 고요함이라니! 어디 가던 길이었니?"
"아버지한테 가던 길이었는데, 그 전에 카테리나 이바노브나한테 먼저 들를 참이었어."
"그녀한테, 그리고 아버지한테까지! 오호! 이런 절묘한 우연이 있나! 내가 왜 널 기다리고 있었는지 아니? 내 영혼의 구석구석에서, 심지어 갈비뼈 속에서까지 너를 그렇게 갈망하고 목말라했던 이유가 뭐겠니? 바로 너를 아버지에게, 그리고 그녀, 카테리나 이바노브나에게 보내서, 그녀와 아버지 두 사람 모두와의 일을 끝장내기 위해서였어. 천사를 보내려고 말이야. 다른 누구든 보낼 수 있었겠지만, 나는 굳이 천사를 보내고 싶었거든. 그런데 마침 네가 아버지와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니."
"형은 정말로 나를 보낼 생각이었어?" 알료샤가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소리쳤다.
"가만있어! 너도 이미 알고 있었잖아! 네가 단번에 다 알아차리는 게 보이는구나. 하지만 조용히, 잠깐만 조용히 있어. 슬퍼하지 말고, 울지도 말고."
드미트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손가락을 이마에 댔다.
"그녀가 네게 부탁했겠지, 편지든 뭐든 써서 보냈겠지, 그래서 그녀에게 가는 거지?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면 가지 않았을 테고?"
"여기 그녀의 쪽지가 있어." 알료샤가 주머니에서 그것을 꺼냈다. 드미트리는 재빨리 훑어보았다.
"게다가 넌 뒷길로 오고 있었지! 오, 신이시여, 그를 뒷길로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우화 속 어리석은 늙은 어부에게 온 황금 물고기처럼 그가 내게로 왔구나! 들어 봐, 알료샤, 들어 봐, 동생아! 이제 너에게 모든 걸 다 말해 주마, 누군가에게는 말해야 하니까. 하늘에 있는 천사에게는 이미 말했지만, 이제는 땅 위의 천사에게 말하고 싶구나. 너는 땅 위의 천사야. 너는 듣고, 판단하고, 용서해 줄 테지. 그리고 그게 바로 내가 필요로 하는 거야, 나보다 높은 누군가가 나를 용서해 주는 것 말이다. 들어 봐! 만약 두 사람이 이 세상 모든 것을 저버리고 미지의 세계로 날아가 버린다면—적어도 둘 중 하나라도—그리고 그렇게 날아가 버리거나 파멸에 이르기 전에 그가 다른 누군가를 찾아가서 '이걸 해 다오' 하고 말한다면—전에는 한 번도 청한 적 없는, 오직 죽음을 앞두고서야 청할 수 있는 그런 부탁을—그 상대가 친구나 형제라면 거절할 수 있을까?"
"내가 해 줄게, 하지만 그게 뭔지 말해 봐, 그리고 서둘러." 알료샤가 말했다.
"서둘러! 흠!… 서두르지 마라, 알료샤, 너는 서두르면서 스스로를 괴롭히는구나. 지금은 서두를 필요가 없어. 이제 세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으니까. 아, 알료샤, 네가 황홀경을 이해하지 못한다니 참으로 안타깝구나. 그런데 내가 지금 이 녀석한테 무슨 소릴 하는 거지? 마치 네가 그걸 이해하지 못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나도 참 바보로군! 대체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거야? '고귀하라, 오 인간이여!'—이건 누가 한 말이었더라?"
알료샤는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어쩌면 자신이 할 일이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드미트리는 탁자에 팔꿈치를 괴고 머리를 손에 기댄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 둘 다 말이 없었다.
"알료샤." 드미트리가 말했다. "웃지 않을 사람은 너뿐이구나. 나의 고백을 실러의 '환희의 찬가'로 시작하고 싶어! 독일어는 모르지만 그런 제목이라는 것만은 알지. 내가 취해서 헛소리를 한다고는 생각하지 마라. 나는 조금도 취하지 않았어. 브랜디가 제법 독하긴 하지만, 나를 취하게 하려면 두 병은 필요하지.
발그레한 얼굴의 실레노스가 비틀거리는 당나귀를 타고 가네.
하지만 나는 아직 넉 잔도 채 마시지 않았으니, 나는 실레노스가 아니야. 나는 실레노스는 아니지만 강하기는 하지—한번 결심을 굳혔으니까 말이야. 이 말장난은 용서해 다오. 오늘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용서해야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 질질 끌지는 않을 테니. 나는 지금 진지하게 말하고 있고, 곧 본론에 들어갈 거야. 애태우게 만들지는 않으마. 잠깐, 어떻게 시작했더라?"
그는 고개를 들고 잠시 생각하더니 열정에 차서 읊기 시작했다.
"거칠고 두려움에 떨며 동굴 속에 벌거벗은 원시인이 몸을 숨겼고 집 없는 유목민은 떠돌며 기름진 들판을 황폐하게 했네. 창과 화살을 겨누며 사냥꾼은 숲속을 헤매었으니… 저 잔혹하고 적대적인 기슭에 좌초한 가엾은 자들에게 화 있으라!
높은 올림포스 봉우리에서 어머니 케레스가 내려오셨네, 잃어버린 딸 프로세르피나를 찾아 저 사나운 땅을 헤매며. 그러나 여신은 안식처를 찾지 못했고 그 어디에서도 다정한 환대를 받지 못했으며 신들에 대한 경배를 증언할 신전 하나 보지 못했네.
들과 포도밭에서는 잔치를 꾸밀 과실 하나 오지 않고 오직 피 흘리는 제물의 살점만이 제단의 불 위에서 그을렸으니, 슬픔에 잠긴 여신이 시선을 돌리는 그 어느 곳을 보아도 가장 비천한 타락에 빠진 인간의 추악함만이 드러났네."
드미트리는 흐느끼며 알료샤의 손을 붙잡았다.
"동생아, 동생아, 지금도 우리는 타락 속에, 타락 속에 있어. 이 땅 위에서 인간이 겪는 고통은 실로 어마어마하고, 그 괴로움도 실로 어마어마해. 나를 그저 술과 오물 속에서 뒹구는 장교 제복 걸친 짐승쯤으로 여기지는 마라. 내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면, 나는 다른 무엇보다도 저 타락한 인간에 대해 생각한단다. 신께 맹세코 내가 거짓말을 하거나 허세를 부리는 게 아니길 빈다. 내가 그 인간에 대해 생각하는 건, 바로 내가 그 인간이기 때문이야.
그가 그 비천함에서 영혼을 씻고 빛과 존엄에 이르고자 한다면 영원토록 몸을 돌려 매달려야 하리 저 태고의 어머니 대지에게.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하면 영원토록 어머니 대지에 매달릴 수 있느냐는 거야. 나는 그녀에게 입 맞추지도, 그녀의 품에 매달리지도 않아. 내가 농부가 되어야 할까, 아니면 목동이 되어야 할까? 나는 그저 나아갈 뿐, 그것이 수치를 향한 길인지 빛과 기쁨을 향한 길인지도 몰라. 그게 바로 문제야, 세상 모든 것이 수수께끼니까! 그리고 내가 더없이 비천한 타락에 빠질 때마다(늘 그래 왔지만) 나는 언제나 케레스와 인간에 관한 저 시를 읽었어. 그게 나를 개심시켰을까? 절대 아니지! 나는 카라마조프니까. 구덩이로 뛰어들 때조차 나는 발뒤꿈치를 하늘로 향한 채 거꾸로 곤두박질치면서, 그 치욕스러운 자세로 떨어지는 것을 오히려 기뻐하고 그것을 자랑스러워한단다. 그리고 바로 그 타락의 밑바닥에서 나는 찬미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지. 나를 저주받게 두어라. 나를 비천하고 천박하게 두어라, 다만 내 신을 감싸고 있는 저 베일의 자락에만은 입 맞추게 해다오. 설령 내가 악마를 따르고 있다 할지라도, 나는 당신의 아들입니다, 주여, 그리고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나는 그 기쁨을 느낍니다, 그것 없이는 세상이 존재할 수 없는 그 기쁨을요.
영원한 기쁨이 길러 내나니 만물의 영혼을, 그 은밀한 발효의 불길이 생명의 잔을 불꽃으로 채우네. 그녀의 부름에 풀잎마다 빛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태양계들도 그로부터 생겨났으니 혼돈과 어두운 밤으로부터, 현자의 눈길조차 미치지 못하는 저 끝없는 우주의 영역을 채우며.
풍요로운 자연의 다정한 품에서 숨 쉬는 모든 것은 기쁨을 마시고 새와 짐승과 기어다니는 것들도 모두 그녀가 이끄는 대로 따르네. 인간에게 그녀가 주는 선물은 곤경에 처했을 때의 벗이요 화관이요, 거품 이는 새 술이며, 천사에게는—신의 옥좌를 보는 환상을, 곤충에게는—육욕을 주었네.
하지만 시는 이만하면 됐다! 눈물이 나는구나, 울게 놔둬. 다들 비웃을 만한 어리석은 짓일지도 몰라. 하지만 너는 웃지 않겠지. 네 눈도 반짝이고 있구나. 시는 이제 그만. 이제 신께서 '육욕'을 내려 주신 곤충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고 싶구나.
곤충에게는—육욕을.
내가 바로 그 곤충이야, 동생아, 그건 특히 나를 두고 하는 말이지. 우리 카라마조프 집안사람들은 모두 그런 곤충이야. 그리고 천사 같은 너에게도 그 곤충이 살고 있어서, 언젠가 네 피 속에 폭풍을 일으킬 거다. 폭풍이라 함은, 육욕이라는 게 하나의 폭풍이기 때문이야—폭풍보다 더한 것이지! 아름다움이란 실로 무섭고 두려운 것이란다! 무서운 것은 그것이 아직 다 헤아려진 적이 없고 앞으로도 결코 다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야, 신은 우리에게 오직 수수께끼만을 던져 주시니까. 바로 여기서 온갖 경계가 서로 맞닿고 온갖 모순이 나란히 존재하지. 나는 배운 게 없는 사람이지만, 동생아, 이 문제만은 참으로 많이 생각해 봤단다. 세상에는 얼마나 무서운 신비가 많은지! 너무나 많은 수수께끼가 이 땅에서 인간을 짓누르고 있어. 우리는 할 수 있는 대로 그것들을 풀어야 하고, 물속에서도 어떻게든 살갗을 젖지 않게 해야 해. 아름다움! 나는 고귀한 정신과 마음을 지닌 사람이 성모의 이상에서 시작해 소돔의 이상으로 끝을 맺는다는 생각을 견딜 수가 없어. 더 끔찍한 건, 소돔의 이상을 영혼에 품은 사람이 성모의 이상을 저버리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의 마음이 젊고 순결하던 시절과 다름없이 진실로 그 이상으로 불타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이야. 그래, 인간은 넓어, 너무나 넓지. 나라면 좀 더 좁혔으면 싶다. 대체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는 악마나 알겠지! 머리로는 수치스러운 것이 마음으로는 그저 아름다움일 뿐, 다른 게 아니야. 소돔에도 아름다움이 있을까? 믿어 다오, 인류의 어마어마한 대다수에게는 아름다움이 바로 소돔에 있다는 것을. 너는 그 비밀을 알고 있었니? 무서운 것은 아름다움이 두려운 것일 뿐 아니라 신비롭기까지 하다는 거야. 신과 악마가 그곳에서 싸우고 있고, 그 싸움터는 바로 인간의 마음이지. 하지만 사람은 늘 자기 아픈 곳에 대해서만 말하는 법. 자, 이제 들어 봐, 본론으로 들어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