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13권 1812년 / 제6장
《전쟁과 평화》 · 제13권 1812년

제6장

《전쟁과 평화》 제13권 6장 삽화

이튿날 군대는 저녁에 정해진 장소에 집결하여 밤에 전진했다. 짙은 자줏빛 구름이 낀 가을밤이었지만 비는 내리지 않았다. 땅은 축축해도 진흙탕은 아니었고, 군대는 소리 없이 전진했다. 이따금 포병대의 금속 부딪는 소리만 희미하게 들렸다. 병사들은 큰 소리로 말하거나 파이프 담배를 피우거나 불을 켜는 것이 금지되었고, 말이 울지 못하게 애썼다. 작전의 비밀스러움이 매력을 더해 주어 그들은 명랑하게 행군했다. 몇몇 대열은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생각하여 멈추고 무기를 한데 세운 뒤 차가운 땅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대다수는 밤새 행군하여 자기들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 분명한 곳에 도착했다.

오직 오를로프데니소프 백작과 그의 카자크들—모든 분견대 가운데 가장 덜 중요한 부대—만 정해진 시각에 정해진 장소에 도착했다. 이 분견대는 스트로밀로바 마을에서 드미트롭스크로 이어지는 길가의 숲 가장자리에서 멈췄다.

새벽녘 잠이 들었던 오를로프데니소프 백작은 프랑스군 탈영병이 끌려오는 바람에 깨어났다. 포니아토프스키 군단 소속의 폴란드인 중사였다. 그는 복무 중 부당한 대우를 받아 넘어왔다고 폴란드어로 설명했다. 오래전에 장교가 되었어야 하며 자신은 그들 누구보다 용감한데도 그렇게 되지 못했으므로 그들을 떠났고 앙갚음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는 뮈라가 그곳에서 1마일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밤을 보내고 있으며, 호송 병력 백 명을 내주면 그를 산 채로 붙잡겠다고 했다. 오를로프데니소프 백작은 동료 장교들과 의논했다.

거절하기에는 너무나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모두 자원했고 모두 시도해 보라고 권했다. 오랜 논쟁과 말다툼 끝에 그레코프 소장이 카자크 연대 두 개를 이끌고 폴란드인 중사와 함께 가기로 했다.

“자, 명심해라.” 오를로프데니소프 백작은 헤어질 때 중사에게 말했다. “네가 거짓말을 했다면 개처럼 목매달겠다. 하지만 사실이면 금화 백 닢을 주마!”

중사는 대답하지 않고 단호한 태도로 말에 올라, 병력을 재빨리 집결한 그레코프와 함께 떠났다. 그들이 숲속으로 사라지자 오를로프데니소프 백작은 그레코프를 배웅하고 돌아왔다. 그는 이른 새벽의 신선한 공기에 몸을 떨면서도 자기 책임으로 벌인 일에 흥분하여, 기만적인 새벽빛과 꺼져 가는 모닥불 속에서 이제 막 보이기 시작한 적진을 살폈다. 오른쪽의 트인 비탈에는 아군 대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야 했다. 그는 그쪽을 바라보았다. 상당히 멀리서도 보였을 대열들은 보이지 않았다. 백작에게는 프랑스 진영이 술렁이기 시작하는 것처럼 보였고, 눈이 밝은 부관도 이를 확인했다.

“아, 정말 너무 늦었어.” 오를로프 백작은 진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믿었던 사람이 눈앞에서 사라지면 흔히 그렇듯, 중사는 사기꾼이며 거짓말을 했고, 러시아군의 전체 공격은 그가 하늘만이 아는 곳으로 데려갈 두 연대가 없어서 망치게 되리라는 사실이 갑자기 아주 명백하게 보였다. 그토록 많은 병력 한가운데서 총사령관을 어떻게 붙잡는단 말인가!

“그 악당은 틀림없이 거짓말을 했어.” 백작이 말했다.

“아직 불러올 수 있습니다.” 오를로프 백작처럼 적진을 바라보자 이 모험이 미덥지 않게 느껴진 수행원 한 명이 말했다.

“어? 정말…… 어떻게 생각하나? 계속 가게 둘까, 말까?”

“돌아오라고 사람을 보낼까요?”

“돌아오게 해, 돌아오게 해!” 오를로프 백작은 시계를 보며 갑자기 단호하게 말했다. “너무 늦겠어. 날이 완전히 밝았네.”

부관은 그레코프를 쫓아 숲속으로 말을 달렸다. 그레코프가 돌아왔을 때 오를로프데니소프 백작은 포기한 시도와, 여전히 나타나지 않는 보병 대열을 헛되이 기다리는 일, 그리고 적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에 모두 흥분하여 진격하기로 결심했다. 그의 부하들도 모두 같은 흥분을 느꼈다.

“말에 올라!” 그가 낮은 목소리로 명령했다. 병사들은 자기 자리를 잡고 성호를 그었다…… “하느님의 도움을 받아, 앞으로!”

“우라아아!” 함성이 숲에 메아리쳤다. 카자크 중대들은 자루에서 쏟아져 나오기라도 하듯 창을 끌며 차례차례 진격하여, 개울을 건너 적진을 향해 명랑하게 돌진했다.

카자크를 처음 본 프랑스 병사 하나가 절망과 공포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자 옷도 입지 못하고 막 잠에서 깬 진영의 사람들은 대포와 소총과 말을 버린 채 사방으로 달아났다.

카자크들이 뒤와 주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프랑스군을 추격했다면 뮈라와 그곳의 모든 것을 사로잡았을 것이다. 장교들이 바란 것은 그것이었다. 그러나 카자크들이 전리품과 포로를 손에 넣고 나면 움직이게 할 수 없었다. 명령을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자리에서 포로 천오백 명과 대포 서른여덟 문을 사로잡았고, 군기와 카자크들에게 가장 중요해 보인 말, 안장, 말 덮개 따위도 빼앗았다. 이 모든 것을 처리하고 포로와 대포를 확보하며 전리품을 나누어야 했다. 고함이 오가고 서로 조금 싸우기까지 했으며, 카자크들은 모두 그 일에 몰두했다.

더 이상 추격받지 않은 프랑스군은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분견대를 이루어 사격을 시작했다. 오를로프데니소프는 여전히 다른 대열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더 나아가지 않았다.

한편 “제1열은 행군한다.” 하는 식으로 적힌 작전 명령서에 따라, 베니히센이 지휘하고 톨이 길을 안내한 지각한 대열의 보병은 질서 있게 출발했으나 늘 그렇듯 어딘가에는 도착했어도 정해진 장소에는 도착하지 못했다. 늘 그렇듯 명랑하게 출발한 병사들은 멈추기 시작했다. 불평이 들리고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퍼졌으며 마침내 뒤로 움직였다. 부관과 장군들이 말을 타고 이리저리 달리며 고함치고 화내고 다투었다. 완전히 잘못된 곳에 왔고 늦었다고 말하며 욕설도 조금 퍼붓다가,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저 어디든 도착하려고 앞으로 갔다. “어딘가에는 닿겠지!” 실제로 그들은 어딘가에는 도착했지만 제 위치는 아니었다. 몇몇은 끝내 제 위치에 도착하기도 했으나 아무 쓸모가 없을 만큼 늦어, 총탄을 맞기에는 꼭 알맞은 때였다. 이 전투에서 아우스터리츠의 바이로터와 같은 역할을 맡은 톨은 부지런히 이곳저곳으로 말을 달려 어디에서나 모든 것이 뒤죽박죽임을 발견했다. 그는 이미 날이 완전히 밝은 뒤 숲에서 바고부트의 군단과 맞닥뜨렸다. 그 군단은 오래전에 오를로프데니소프와 합류했어야 했다. 실패 때문에 흥분하고 속상한 데다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 톨은 군단장에게 달려가 총살당해 마땅하다며 심하게 질책했다. 침착한 성격의 노련한 군인 바고부트 장군도 모든 지연과 혼란과 엇갈림 때문에 마음이 뒤틀린 터라, 모두를 놀라게 하고 평소 성격과 전혀 다르게 격노하여 톨에게 불쾌한 말을 했다.

“나는 누구에게도 가르침을 받고 싶지 않소. 하지만 내 부하들과 함께 죽는 일이라면 누구 못지않게 잘할 수 있소.” 그는 말하고 단 하나의 사단을 이끌고 전진했다.

적의 포화 아래 들판으로 나온 용감한 장군은 흥분한 나머지 지금 단 하나의 사단으로 전투에 들어가는 것이 쓸모 있는지 없는지를 생각하지 않고, 부하들을 이끌고 포화 속으로 곧장 나아갔다. 위험과 포탄과 총알은 성난 기분의 그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 첫 총알 가운데 하나가 그를 죽였고 다른 총알들은 많은 부하를 죽였다. 그의 사단은 아무런 쓸모 없이 얼마 동안 포화 속에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