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13권 1812년 / 제4장
《전쟁과 평화》 · 제13권 1812년

제4장

《전쟁과 평화》 제13권 4장 삽화

베니히센의 쪽지와 프랑스군 좌익이 경계되지 않고 있다는 카자크의 정보는 공격 명령을 내려야 한다는 최종 징후에 지나지 않았고, 공격은 10월 5일로 정해졌다.

10월 4일 아침 쿠투조프는 작전 명령서에 서명했다. 톨은 예르몰로프에게 그것을 읽어 주며 이후의 준비를 맡아 달라고 했다.

“좋소, 좋소. 지금은 시간이 없소.” 예르몰로프는 대답하고 오두막을 나갔다.

톨이 작성한 작전 명령서는 아주 훌륭했다. 아우스터리츠의 작전 명령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독일어가 아니었지만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제1열은 이곳과 이곳으로 행군한다.” “제2열은 저곳과 저곳으로 행군한다.” 하는 식이었다. 종이 위에서 이 모든 대열은 정해진 시각에 자기 위치에 도착해 적을 섬멸했다. 작전 명령서에서 늘 그렇듯 모든 것이 훌륭하게 구상되어 있었으며, 언제나 그렇듯 정해진 시각에 자기 위치에 도착한 대열은 하나도 없었다.

필요한 수만큼 작전 명령서 사본이 준비되자 장교 한 명이 불려와 그것을 예르몰로프에게 전달하고 처리하도록 보내졌다. 쿠투조프의 전령인 젊은 근위기병 장교는 자기에게 맡겨진 임무의 중요성을 기뻐하며 예르몰로프의 숙소로 갔다.

“나가셨습니다.” 예르몰로프의 전령이 말했다.

근위기병 장교는 예르몰로프가 자주 찾아가는 장군에게 갔다.

“안 계십니다. 장군님도 나가셨습니다.”

장교는 말에 올라 다른 사람을 찾아갔다.

“안 계십니다. 외출하셨습니다.”

‘이 지연의 책임을 나한테 돌리지만 않았으면 좋겠군! 정말 성가신 일이야!’ 장교는 생각하고 진영 전체를 돌아다녔다. 어떤 사람은 예르몰로프가 다른 장군들과 함께 말을 타고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고 했고, 다른 사람은 틀림없이 집에 돌아왔을 것이라고 했다. 장교는 식사도 거른 채 저녁 여섯 시까지 찾아다녔다. 예르몰로프는 어디에도 없었고 그가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도 없었다. 장교는 동료 집에서 음식을 조금 급히 먹고 다시 선봉대로 가서 밀로라도비치를 찾았다. 밀로라도비치도 없었지만, 그곳에서는 그가 키킨 장군의 무도회에 갔으며 예르몰로프도 아마 그곳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곳이 어디요?”

“저기, 예치키노에 있습니다.” 카자크 장교 한 명이 아주 멀리 있는 시골집을 가리키며 말했다.

“뭐요, 우리 전선 밖이라고?”

“전초에 두 개 연대를 세워 두고는 그곳에서 얼마나 흥청거리는지 말도 마십시오! 군악대가 두 개, 합창단이 세 무리나 됩니다!”

장교는 아군 전선 너머 예치키노로 말을 달렸다. 아직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집에서 흘러나오는 병사들의 흥겨운 춤노래 소리가 들렸다.

“초원에서…… 초원에서!” 휘파람과 토르반 연주가 뒤따랐고 이따금 함성에 묻혔다. 그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들떴지만, 동시에 맡겨진 중요한 명령을 더 일찍 수행하지 못했다고 질책받을까 두려웠다. 이미 여덟 시가 넘었다. 그는 말에서 내려 러시아군과 프랑스군 사이에 온전히 남아 있는 큰 시골집 현관으로 올라갔다. 다과실과 홀에서는 하인들이 포도주와 음식을 들고 분주히 오갔다. 창밖에는 합창단들이 무리를 이루고 서 있었다. 장교는 안으로 안내되자마자 군대의 주요 장군들이 모두 한자리에 있는 것을 보았으며, 그중에는 크고 위엄 있는 예르몰로프의 모습도 있었다. 모두 군복 단추를 풀어 놓고 상기되고 활기찬 얼굴로 반원을 이루어 서서 큰 소리로 웃었다. 방 한가운데에서는 얼굴이 붉고 키가 작으며 잘생긴 장군 한 명이 힘차고 날렵하게 트레팍을 추고 있었다.

“하, 하, 하! 잘한다, 니콜라이 이바니치! 하, 하, 하!”

장교는 이런 순간에 중요한 명령을 들고 온 것이 두 배로 잘못한 일처럼 느껴져 기다리고 싶었다. 그러나 장군 한 명이 그를 발견하고 용건을 듣더니 예르몰로프에게 알렸다.

예르몰로프는 눈살을 찌푸린 채 앞으로 나와 장교의 말을 듣고 아무 말 없이 서류를 받아 들었다.

 

“예르몰로프가 우연히 자리를 비운 줄 아나?” 그날 저녁 참모부에 있던 동료가 예르몰로프를 가리켜 근위기병 장교에게 말했다. “책략이었어. 코노브니친을 곤란하게 만들려고 일부러 그런 거야. 내일 얼마나 엉망진창이 되는지 두고 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