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15권 1812-1813년 / 제1장
《전쟁과 평화》 · 제15권 1812-1813년

제1장

《전쟁과 평화》 제15권 1장 삽화

죽어가는 동물을 볼 때 인간은 공포를 느낀다. 자기와 같은 물질이 눈앞에서 소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죽어가는 존재가 사랑하고 가까운 사람일 때는 생명이 꺼지는 데서 오는 이 공포뿐 아니라 단절과 영혼의 상처까지 생긴다. 육체의 상처와 같은 그 상처는 때로 치명적이고 때로 아물지만, 언제나 욱신거리며 외부의 자극이 닿을 때마다 움츠러든다.

안드레이 공작이 죽은 뒤 나타샤와 마리야 공작 영애는 똑같이 이것을 느꼈다. 두 사람은 기가 꺾인 채 자신들을 뒤덮은 위협적인 죽음의 구름 앞에서 눈을 감고 감히 삶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했다. 그들은 벌어진 상처에 거칠고 고통스러운 것이 닿지 않도록 조심스레 지켰다. 거리에서 빠르게 지나가는 마차, 식사하라는 부름, 어떤 옷을 준비할지 묻는 하녀의 말, 더 나쁘게는 진실하지 않거나 힘없는 위로의 말까지 모든 것이 모욕처럼 느껴져 상처를 아프게 자극했다. 그런 것들은 두 사람이 상상 속에서 여전히 울리는 엄숙하고 두려운 합창에 귀 기울이려 애쓰던 데 필요한 고요를 깨뜨리고, 한순간 눈앞에 펼쳐졌던 신비롭고 끝없는 광경을 바라보지 못하게 했다.

둘만 있을 때에야 그런 모욕과 고통에서 자유로웠다. 서로에게조차 거의 말하지 않았고, 말을 해도 아주 사소한 일에 관한 것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 미래를 조금이라도 언급하기를 피했다. 미래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그의 기억을 모욕하는 듯했다. 죽은 그와 관계된 것은 더욱 조심스럽게 피했다. 자신들이 겪고 느낀 일은 말로 표현할 수 없으며, 그의 삶의 세부를 언급하는 것은 눈앞에서 이루어진 신비의 장엄함과 신성함을 침해하는 듯했다.

계속 입을 다물고 그 주제로 이어질 수 있는 모든 것을 끊임없이 피하면서, 말해서는 안 될 것의 경계에서 번번이 멈춰 서는 그 상태는 두 사람이 함께 느끼는 것을 더욱 순수하고 또렷하게 마음속에 드러냈다.

그러나 순수하고 완전한 기쁨이 불가능하듯 순수하고 완전한 슬픔도 불가능하다. 자기 운명의 완전히 독립된 자기 운명의 결정권자이자 조카의 보호자와 교육자가 된 마리야 공작 영애가, 첫 두 주 동안 머물렀던 슬픔의 세계에서 삶으로 가장 먼저 불려 나왔다. 친척들에게 온 편지에 답해야 했다. 어린 니콜라이를 묵게 한 방에는 습기가 차서 아이가 기침하기 시작했다. 알파티치가 영지의 형편에 관한 보고와 함께 야로슬라블로 와서는, 화재를 면해 약간만 수리하면 되는 모스크바 보즈드비젠카 거리의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조언과 제안을 내놓았다. 삶은 멈추지 않았고 살아야 했다. 그때까지 살아온 고립된 명상의 세계에서 빠져나오기가 마리야 공작 영애에게 아무리 힘들고, 나타샤를 홀로 남겨두는 것이 아무리 안타깝고 거의 부끄럽게 느껴져도, 생활의 걱정들이 그의 관심을 요구했고,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 요구에 따랐다. 마리야 공작 영애는 알파티치와 회계 장부를 살펴보고 데살과 조카에 관해 의논했으며, 모스크바로 갈 준비를 명령하고 직접 챙겼다.

나타샤는 혼자 남았다. 마리야 공작 영애가 출발 준비를 시작한 때부터 나타샤는 그에게서도 거리를 두었다.

마리야 공작 영애는 나타샤를 자기와 함께 모스크바로 보내달라고 백작부인에게 청했다. 부모는 딸이 날마다 쇠약해지는 것을 보고 환경을 바꾸고 모스크바 의사들의 진찰을 받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했으므로 기꺼이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나는 어디에도 가지 않아요.” 이 제안을 받은 나타샤가 대답했다. “제발 나를 그냥 혼자 있게 해주세요!” 그러고는 슬픔보다는 분함과 짜증 때문에 솟는 눈물을 가까스로 참으며 방에서 뛰쳐나갔다.

마리야 공작 영애에게 버림받고 슬픔 속에 홀로 남겨졌다고 느낀 뒤, 나타샤는 거의 언제나 자기 방에 혼자 있었다. 소파 구석에 두 발까지 웅크리고 앉아 가늘고 신경질적인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뜯고 비틀면서, 우연히 눈에 들어온 곳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이 고독은 그를 지치고 괴롭혔지만 그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누군가 들어오기만 하면 그는 재빨리 일어나 자세와 표정을 바꾸고 책이나 바느질감을 집어 들었다. 침입자가 나가기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것이 분명했다.

그는 자기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두려운 물음을 안은 채 영혼의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그곳을 어느 순간에는 꿰뚫어 볼 수 있을 듯한 느낌을 줄곧 받았다.

12월 말 어느 날, 검은 모직 옷을 입은 창백하고 야윈 나타샤는 땋은 머리를 무심히 틀어 올린 채 소파 구석에 두 발까지 웅크리고 있었다. 그는 허리띠 끝을 신경질적으로 구겼다 폈다 하면서 문의 한쪽 모서리를 바라보았다.

그는 안드레이가 떠나간 방향, 삶의 저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에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고 아주 멀고 있을 법하지 않은 곳으로 여겼던 삶의 저편은 이제 삶의 이편보다 더 가깝고 친숙하며 이해할 수 있었다. 삶의 이편에 있는 것은 모두 공허와 황폐, 아니면 고통과 모욕뿐이었다.

나타샤는 그가 있다고 아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곳에 있는 안드레이를 이곳에 있었을 때와 다른 모습으로는 상상할 수 없었다. 그는 이제 안드레이가 미티시치와 트로이차와 야로슬라블에 있을 때의 모습을 다시 보았다.

그의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들었으며 그의 말과 자기 말을 되풀이했다. 때로는 두 사람이 할 수도 있었던 다른 말을 지어냈다.

안드레이는 벨벳 외투를 입고 안락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야위고 창백한 손에 머리를 기댄 채 누워 있었다. 가슴은 끔찍하게 움푹 패고 어깨는 치켜올라갔다. 입술은 굳게 다물려 있고 눈은 반짝이며 창백한 이마에는 주름이 생겼다가 사라졌다. 한쪽 다리가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작지만 빠르게 떨렸다. 나타샤는 그가 끔찍한 통증과 싸우고 있음을 알았다. ‘저 고통은 어떤 것일까? 그는 왜 저런 고통을 겪을까?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어떻게 아픈 것일까?’ 나타샤는 생각했다. 안드레이는 자기를 지켜보는 나타샤를 알아차리고 눈을 든 뒤 진지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한 가지 무서운 일이 있어.” 그가 말했다. “고통받는 사람에게 영원히 자신을 묶는 것. 그것은 끊임없는 고문일 거야.” 그러고는 나타샤를 살피듯 바라보았다. 나타샤는 언제나처럼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대답했다. “이대로 계속되지는 않을 거예요. 그럴 수 없어요. 당신은 나을 거예요. 완전히 나을 거예요.”

나타샤는 이제 그 장면의 시작부터 그를 바라보았고 그때 느낀 것을 다시 겪었다. 그는 자기 말에 안드레이가 보낸 길고 슬프고 엄한 눈길을 떠올리고, 그 오래 이어진 시선에 담긴 꾸짖음과 절망의 뜻을 이해했다.

‘나는 그가 계속 고통받는다면 끔찍할 거라는 데 동의했어.’ 나타샤는 이제 혼잣말을 했다. ‘나는 그 사람에게 끔찍한 일일 테니 그렇게 말했을 뿐인데, 그는 다르게 이해했어. 내게 끔찍할 거라고 생각한 거야. 그때 그는 아직 살고 싶어 했고 죽음을 두려워했어. 그런데 나는 너무 서툴고 어리석게 말했어! 내가 뜻한 바를 말하지 않았어. 나는 전혀 다르게 생각했는데. 생각한 대로 말했다면 이렇게 말했을 거야. 그가 계속 죽어가야 하고 내 눈앞에서 끊임없이 죽어가더라도, 지금의 나에 비하면 나는 행복했을 거라고. 이제는 아무것도 없어…… 아무도 없어. 그는 그것을 알았을까? 아니, 몰랐고 영원히 모를 거야. 이제는 영원히, 영원히 바로잡을 수 없겠지.’ 이제 안드레이는 다시 나타샤에게 같은 말을 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상 속에서 나타샤가 다르게 대답했다. 그는 안드레이의 말을 막고 말했다. “당신에게는 무섭겠지만 내게는 아니에요! 내 삶에는 당신 말고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잖아요. 당신과 함께 고통받는 것이 내게는 가장 큰 행복이에요.” 그러자 안드레이는 죽기 나흘 전 그 끔찍한 저녁에 그랬던 것처럼 나타샤의 손을 잡아 힘주어 눌렀다. 나타샤는 그때 할 수도 있었지만 이제야 입 밖에 내는 다정하고 사랑에 찬 다른 말들을 상상 속에서 말했다.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을! 사랑하고, 사랑해요……” 그는 두 손을 경련하듯 힘껏 맞잡고 절망적인 힘으로 이를 악물며 말했다…….

감미로운 슬픔이 그를 압도했고 두 눈에는 이미 눈물이 차올랐다. 그러다가 나타샤는 자기가 누구에게 이런 말을 하는지 갑자기 스스로 물었다. 모든 것이 다시 단단하고 메마른 당혹 속에 뒤덮였다. 나타샤는 다시 긴장한 채 눈살을 찌푸리고 안드레이가 있는 세계를 응시했다. 이제, 바로 이제 그 신비를 꿰뚫는 듯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나타샤에게 모습을 드러내려는 것처럼 느껴진 바로 그 순간, 문손잡이가 요란하게 덜컹이는 소리가 귀를 아프게 때렸다. 하녀 두냐샤가 겁먹은 얼굴로 여주인에게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빠르고 거칠게 방으로 들어왔다.

“어서 아버님께 가보세요!” 두냐샤가 이상하고 흥분한 눈빛으로 말했다. “불행한 일이…… 표트르 일리치 도련님께…… 편지가…….” 그는 흐느끼며 말을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