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15권 1812-1813년 / 제6장
《전쟁과 평화》 · 제15권 1812-1813년

제6장

《전쟁과 평화》 제15권 6장 삽화

11월 5일은 이른바 크라스노예 전투의 첫날이었다. 저녁 무렵, 제 위치로 가지 않은 장군들이 많은 논쟁을 벌이고 여러 실수를 저질렀으며 부관들이 상반된 명령을 가지고 이리저리 파견된 뒤, 적이 어디서나 달아나고 있어서 전투는 있을 수도 없고 있지도 않으리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쿠투조프는 크라스노예를 떠나 그날 본부를 옮긴 도브로예로 갔다.

날은 맑고 추웠다. 쿠투조프는 통통하고 작은 백마를 타고 도브로예로 갔다. 그의 뒤에는 불만을 품고 뒤에서 서로 소곤거리는 수많은 장군이 수행했다. 길을 따라 그날 사로잡힌 프랑스인 포로들—그 수가 7천 명이었다—이 무리를 지어 모닥불에 몸을 녹였다. 도브로예 가까이에는 누더기를 걸친 엄청난 포로 무리가 시끄럽게 이야기하면서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온갖 것을 몸에 감고 동여맨 채 길 위에 서 있었다. 그 곁에는 말에서 떼어놓은 프랑스군 대포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총사령관이 다가오자 웅성거림이 멎고 모든 시선이 쿠투조프에게 쏠렸다. 그는 붉은 띠를 두른 흰 모자와 둥근 어깨에서 불룩해진 솜외투를 입고 백마를 탄 채 길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장군 한 사람이 대포와 포로를 어디에서 사로잡았는지 보고하고 있었다.

쿠투조프는 다른 생각에 잠겨 장군의 말을 듣지 않는 듯했다. 그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가늘게 뜨고 유난히 비참해 보이는 포로들을 주의 깊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대부분은 동상에 걸린 코와 뺨 때문에 얼굴이 일그러졌고, 거의 모두 눈이 붉게 붓고 곪아 있었다.

프랑스인 한 무리는 길 가까이 서 있었다. 그 가운데 두 사람은—한 사람은 얼굴이 온통 부스럼으로 뒤덮여 있었다—날고기 한 조각을 손으로 찢고 있었다. 기수들을 흘끗 보는 그들의 눈길과, 부스럼 난 병사가 쿠투조프를 한번 본 뒤 악의에 찬 표정으로 즉시 고개를 돌리고 하던 일을 계속하는 모습에는 끔찍하고 짐승 같은 무언가가 있었다.

쿠투조프는 이 두 병사를 오랫동안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는 얼굴을 찡그리고 눈을 가늘게 뜬 채 생각에 잠겨 머리를 흔들었다. 다른 곳에서는 러시아인 병사가 프랑스인의 어깨를 웃으며 두드리고 친근하게 무언가 말하는 것을 보았다. 쿠투조프는 같은 표정으로 다시 머리를 흔들었다.

“뭐라고 했소?” 그가 장군에게 물었다. 장군은 보고를 계속하며 프랑스군에게서 빼앗아 프레오브라젠스키 연대 앞에 세워둔 몇몇 군기에 총사령관의 관심을 돌렸다.

“아, 군기 말이오!” 쿠투조프는 마음을 사로잡은 생각에서 힘겹게 빠져나오는 것이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방에서 수천 개의 눈이 그의 말을 기다리며 바라보고 있었다.

쿠투조프는 프레오브라젠스키 연대 앞에 멈춰 깊이 한숨을 쉬고 눈을 감았다. 수행원 한 사람이 군기를 든 병사들에게 앞으로 나와 총사령관을 둘러싸라고 손짓했다. 쿠투조프는 몇 초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자기 지위가 부과한 의무에 마지못해 따르는 것이 분명한 태도로 머리를 들고 말하기 시작했다. 장교들이 무리를 지어 그를 에워쌌다. 그는 몇몇을 알아보며 장교들의 원을 주의 깊게 둘러보았다.

“모두에게 감사하오!” 그는 병사들에게 말했다가 다시 장교들을 향했다. 주변의 정적 속에서 천천히 하는 말이 또렷하게 들렸다. “모두의 힘들고 충실한 복무에 감사하오. 승리는 완전하며 러시아는 그대들을 잊지 않을 것이오! 그대들에게 영원한 영광이 있기를!”

그는 말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기를 낮춰라, 낮춰!” 그는 프레오브라젠스키 연대의 군기들 앞에서 프랑스 독수리기를 들고 있던 병사에게 말했다. “낮춰, 더 낮춰. 그렇지. 얘들아, 우라!” 그는 재빨리 턱짓하며 병사들에게 덧붙였다.

“우라아아!” 수천 명의 목소리가 포효했다.

병사들이 함성을 지르는 동안 쿠투조프는 안장 위에서 몸을 앞으로 숙이고 머리를 숙였다. 그의 눈은 온화하고도 어딘가 조소하는 듯한 빛으로 반짝였다.

“자, 형제들이여……” 함성이 멎자 그가 말했다. 그 순간 갑자기 목소리와 얼굴 표정이 바뀌었다. 이제 말하는 사람은 총사령관이 아니라 동료들에게 아주 중요한 것을 말하고 싶은 평범한 노인이었다.

그가 하려는 말을 더 잘 들으려고 장교 무리와 병사들의 대열이 술렁이며 움직였다.

“형제들이여, 여러분에게 힘든 일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소. 하지만 어쩔 수 없소! 견뎌내시오. 이제 오래 남지 않았소! 손님들을 배웅하고 나면 우리도 쉬게 될 것이오. 황제께서는 여러분의 복무를 잊지 않으실 것이오. 여러분은 힘들지만 그래도 고국에 있소. 저들은—어떤 꼴이 되었는지 보시오.” 그는 포로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의 가장 가난한 거지보다도 못한 형편이오. 저들이 강할 때는 우리 자신을 아끼지 않았지만, 이제는 불쌍히 여겨도 되오. 그들도 사람이오. 그렇지 않소, 얘들아?”

쿠투조프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자기를 향한 곧고 공손하며 놀라움에 찬 시선에서 자신의 말에 공감하는 마음을 읽었다. 노인의 온화한 미소가 입가와 눈가를 주름으로 모으면서 그의 얼굴은 갈수록 밝아졌다. 그는 말을 멈추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대체 누가 저들을 여기로 오라고 했나? 당해도 싸다, 빌어먹을 놈들!” 그는 갑자기 머리를 들고 외쳤다.

그러고는 채찍을 휘두르며 원정이 시작된 뒤 처음으로 전속력으로 말을 달려 떠났다. 흐트러진 병사들의 대열에서는 즐거운 웃음과 “우라!”라는 외침이 터졌다.

부대는 쿠투조프의 말을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장엄하게 시작했다가 노인의 소박하고 진솔한 이야기로 바뀐 야전사령관의 연설을 그대로 되풀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연설의 진심 어린 성실함, 적에 대한 연민과 아군의 대의가 정당하다는 의식이 결합된 장엄한 승리감, 노인의 선량한 욕설이 정확히 나타낸 그 감정은 단지 이해된 것이 아니라 모든 병사의 영혼 안에 있었다. 그것은 즐겁게 오랫동안 이어진 그들의 함성으로 표현되었다. 그 뒤 장군 한 사람이 쿠투조프에게 마차를 가져오게 할지를 묻자 쿠투조프는 대답하다가 뜻밖에 흐느꼈다. 크게 감동한 것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