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15권 1812-1813년 / 제8장
《전쟁과 평화》 · 제15권 1812-1813년

제8장

《전쟁과 평화》 제15권 8장 삽화

그 무렵 러시아 병사들은 거의 믿기 어려울 만큼 비참한 처지에 있었다. 따뜻한 장화와 양가죽 외투가 없고 머리 위를 가릴 지붕도 없이 영하 18도의 눈 속에 있었으며, 병참대가 늘 부대를 따라오지 못해 정해진 양의 식량조차 받지 못했다. 이런 조건이라면 그들이 매우 슬프고 침울한 광경을 보였으리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오히려 군대는 물질적 조건이 가장 좋았을 때에도 이보다 더 명랑하고 활기찬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낙담하거나 힘을 잃기 시작한 사람은 날마다 군대에서 걸러져 나갔기 때문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약한 사람들은 오래전에 모두 뒤에 남겨졌고, 이제는 육체와 정신 양면에서 군대의 정수만 남아 있었다.

제8중대의 엮은 울타리 뒤에는 어느 곳보다 많은 사람이 모였다. 선임하사 두 명도 그들과 함께 앉아 있었고 그들의 모닥불은 다른 곳보다 밝게 타올랐다. 그들은 울타리 곁에 앉게 해주는 대가로 땔나무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이봐, 마케예프! 빌어먹을 자식, 어떻게 된 거야? 길을 잃었나, 늑대에게 잡아먹혔나? 나무를 더 가져와!” 붉은 머리에 얼굴도 붉은 병사가 연기 때문에 눈을 찡그리고 깜박이면서도 불에서 물러나지 않은 채 소리쳤다. “그리고 너, 갈까마귀, 가서 나무를 가져와!” 그는 다른 병사에게 말했다.

이 붉은 머리 병사는 하사도 상등병도 아니었지만 튼튼했으므로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에게 명령했다. ‘갈까마귀’라고 불리는 뾰족한 코의 작고 마른 병사는 순순히 일어나 가려 했다. 바로 그때 나무 한 짐을 나른 젊은 병사의 날씬하고 잘생긴 모습이 불빛 속으로 들어왔다.

“이리 가져와. 잘했어!”

그들은 나무를 쪼개 불 위에 눌러놓고 입으로 불어대고 외투 자락으로 부채질했다. 불길은 쉭쉭 소리를 내며 타닥거렸다. 병사들은 더 가까이 다가와 파이프에 불을 붙였다. 나무를 가져온 잘생긴 젊은 병사는 두 손을 허리에 얹고 제자리에서 언 발을 빠르고 날렵하게 구르기 시작했다.

“어머니! 이슬은 차갑지만 맑다네…… 내가 총병이라 다행이네……” 그는 음절 하나하나가 끝날 때마다 딸꾹질하는 시늉을 하며 노래했다.

“조심해, 밑창이 날아가겠다!” 붉은 머리 병사는 춤추는 병사의 장화 밑창이 늘어진 것을 보고 소리쳤다. “춤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군!”

춤추던 병사는 멈춰 서서 늘어진 가죽 조각을 떼어 불 속에 던졌다.

“정말 그렇군, 친구.” 그는 말하고 앉아서 배낭에서 푸른 프랑스 천 조각을 꺼내 발에 감았다. “김 때문에 망가지는 거야.” 그는 발을 불 쪽으로 뻗으며 덧붙였다.

“곧 새것을 지급한대. 저놈들을 다 때려잡고 나면 장비를 두 벌씩 받는다는군!”

“그 빌어먹을 페트로프 녀석은 결국 뒤처진 모양이야.” 선임하사 한 명이 말했다.

“나는 오래전부터 그 녀석을 지켜봤지.” 다른 선임하사가 말했다.

“뭐, 변변찮은 병사니까…….”

“하지만 제3중대에서는 어제 아홉 명이 없어졌다는군.”

“그래, 다 좋은데 발이 얼어붙으면 어떻게 걷겠나?”

“어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선임하사가 말했다.

“너도 그렇게 하고 싶은 거냐?” 늙은 병사가 언 발을 말한 병사에게 나무라듯 돌아보며 말했다.

“하지만 말입니다.” ‘갈까마귀’라고 부르는 뾰족한 코의 병사가 모닥불 건너편에서 몸을 일으키며 가늘고 불안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살찐 사람은 야위기라도 하지만 마른 사람은 죽습니다. 저를 보십시오! 이제 힘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는 갑자기 결심한 듯 선임하사를 돌아보며 덧붙였다. “저를 병원으로 보내라고 말씀해주십시오. 온몸이 아픕니다. 어차피 따라가지 못할 겁니다.”

“됐다, 됐어!” 선임하사가 조용히 대답했다.

병사는 더 말하지 않았고 대화는 계속되었다.

“오늘 저 프랑스 놈들을 정말 많이 잡았는데, 사실 제대로 된 장화랄 만한 걸 신은 놈이 하나도 없더군.” 한 병사가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했다. “겉모양만 장화였어.”

“카자크들이 그놈들 장화를 가져갔어. 대령님이 쓰실 오두막을 치우며 놈들을 밖으로 내왔지. 불쌍해서 볼 수가 있어야지, 얘들아.” 춤추던 병사가 끼어들었다. “놈들을 뒤집는데 하나가 아직 살아 있는 것 같더니, 믿을 수 있겠나, 자기네 말로 무언가 지껄이더군.”

“하지만 그놈들은 깨끗한 족속이야, 얘들아.” 처음 말한 병사가 계속했다. “자작나무 껍질처럼 하얗더군. 아주 훤칠한 놈들도 있어서 귀족이라고 해도 믿겠더라고.”

“뭘 그렇게 생각해? 저쪽에서는 온갖 신분의 사람을 병사로 뽑잖아.”

“하지만 그놈들은 우리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해.” 춤추던 병사는 어리둥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느 군주를 섬기느냐고 물었더니 자기 방식대로 지껄이더군. 이상한 족속들이야!”

“그런데 이상한 일이지, 친구들.” 그들이 하얗다고 놀랐던 병사가 계속했다. “모자이스크의 농민들이 그러는데, 전투가 벌어진 곳 알지, 그곳에서 시체를 묻기 시작했을 때 그 시체들은 거의 한 달이나 누워 있었대. 그런데 농민 말이 ‘종이처럼 하얗고 깨끗한 채로 누워 있는데 화약 냄새 한 줄기조차 나지 않는다’는 거야.”

“추위 때문이었나?” 누군가 물었다.

“참 똑똑한 친구군! 추위 때문이라니! 날씨가 더웠잖아. 추위 때문이었다면 우리 시체도 썩지 않았겠지. ‘하지만’ 그 사람이 말하길, ‘우리 쪽 시체로 다가가면 전부 썩어서 구더기가 들끓는다. 그래서 손수건으로 얼굴을 싸고 고개를 돌린 채 끌어내는데 겨우 해낼 수 있다. 하지만 저쪽 시체들은 종이처럼 하얗고 화약 냄새 한 줄기만큼도 나지 않는다’는 거야.”

모두가 침묵했다.

“먹는 것 때문이겠지.” 선임하사가 말했다. “그놈들은 귀족들이 먹는 것과 같은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었으니까.”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전투가 벌어진 모자이스크 근처의 그 농민 말로는 주위 열 개 마을에서 사람을 모두 불러모아 20일 동안 실어냈는데도 시체를 다 치우지 못했다는군. 늑대들은 또 어떻고, 그가 그러는데…….”

“그게 진짜 전투였지.” 늙은 병사가 말했다. “기억할 만한 건 그 전투뿐이야. 그 뒤로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일뿐이지.”

“그런데 영감님, 그저께 우리가 놈들에게 달려갔는데 말입니다. 세상에, 가까이 가지도 못했는데 그놈들이 총을 내던지고 무릎을 꿇더군요. ‘파르동!’ 하고 말입니다. 그건 한 가지 이야기일 뿐이고요. 플라토프가 ‘폴레옹 그자를 두 번이나 붙잡았다는군요. 하지만 제대로 된 주문을 몰랐답니다. 붙잡고 또 붙잡아도 아무 소용이 없어요! 손안에서 새로 변해 날아가 버린답니다. 죽일 방법도 없다더군요.”

“키셀료프, 너를 보니 일등가는 거짓말쟁이로구나!”

“거짓말이라니! 정말 사실입니다.”

“내 손에 들어와 붙잡았으면 사시나무 말뚝으로 땅에 박아 묻어버렸을 거야.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망쳤나!”

“어쨌든 이제 끝을 볼 거야. 그자가 다시 이곳에 오지는 않겠지.” 늙은 병사가 하품하며 말했다.

대화가 잦아들고 병사들은 잠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별을 봐. 정말 놀랍도록 빛나잖아! 여자들이 빨래를 펼쳐놓은 것 같군.” 한 병사가 은하수를 감탄하며 바라보고 말했다.

“내년에 풍년이 들 징조야.”

“나무가 좀 더 필요하겠어.”

“등을 녹이면 배가 얼어. 참 이상하지.”

“오, 주여!”

“왜 밀어대는 거야? 불이 네 것뿐이냐? 저 녀석 뻗은 꼴 좀 봐!”

뒤이은 정적 속에서 잠든 사람들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다른 사람들은 몸을 뒤척이며 이쪽저쪽을 녹이고 이따금 몇 마디씩 주고받았다. 백 보쯤 떨어진 모닥불에서는 여러 사람이 즐겁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5중대에서 저렇게 떠들어대는 소리를 들어봐!” 병사 하나가 말했다. “사람도 어찌나 많은지!”

병사 하나가 일어나 제5중대로 갔다.

“굉장히 재미있게들 놀고 있더군.” 그가 돌아와 말했다. “프랑스 놈 둘이 찾아왔어. 하나는 완전히 얼어붙었고 다른 하나는 지독하게 으스대는 녀석이야. 노래를 부르고 있어…….”

“아, 나도 건너가서 봐야겠어…….”

병사들 몇 명이 제5중대로 건너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