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15권 1812-1813년 / 제2장
《전쟁과 평화》 · 제15권 1812-1813년

제2장

《전쟁과 평화》 제15권 2장 삽화

나타샤는 모든 사람에게서 멀어진 느낌에 더하여 자기 가족들에게 특별한 낯섦을 느꼈다. 아버지와 어머니와 소냐 모두가 너무나 가깝고 익숙하고 일상적이어서, 그들의 모든 말과 감정은 자신이 최근 살아온 세계를 모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그들에게 무관심했을 뿐 아니라 적의까지 품었다. 나타샤는 표트르 일리치와 불행한 일에 관한 두냐샤의 말을 들었지만 그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무슨 불행? 그들에게 무슨 불행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거지? 그들은 그저 예전처럼 고요하고 평범한 삶을 살아갈 뿐인데.’ 나타샤는 생각했다.

무도회장으로 들어갔을 때 아버지가 어머니의 방에서 황급히 나오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일그러졌고 눈물로 젖어 있었다. 목을 조르는 흐느낌을 터뜨리려고 방에서 뛰쳐나온 것이 분명했다. 그는 나타샤를 보자 절망적으로 두 팔을 휘두르고, 부드럽고 둥근 얼굴이 일그러질 만큼 고통스럽게 경련하며 흐느꼈다.

“페…… 페탸가…… 가봐라, 가, 네 어머니가…… 부른다……” 그는 어린아이처럼 울며 쇠약한 다리를 빠르게 끌고 의자로 가다가 거의 쓰러지듯 주저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갑자기 나타샤의 온 존재를 전류가 꿰뚫은 듯했다. 끔찍한 고통이 가슴을 내리쳤다. 몸속에서 무언가가 찢겨 자신이 죽어가는 듯한 극심한 아픔을 느꼈다. 그러나 그 고통에 이어 그동안 삶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억누르던 속박에서 풀려나는 느낌이 즉시 찾아왔다. 아버지의 모습과 문 너머에서 들리는 어머니의 끔찍하고 거친 비명은 나타샤가 자신과 자기 슬픔을 곧바로 잊게 했다.

그는 아버지에게 달려갔지만 아버지는 힘없이 팔을 흔들어 어머니의 방문을 가리켰다. 창백하고 턱을 떨고 있는 마리야 공작 영애가 방에서 나와 나타샤의 팔을 잡고 무언가 말했다. 나타샤는 그를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가다가 자신과 싸우는 듯 문 앞에서 잠깐 멈췄고, 이내 어머니에게 달려갔다.

백작부인은 이상하고 불편한 자세로 안락의자에 누워 몸을 쭉 뻗고 벽에 머리를 찧고 있었다. 소냐와 하녀들이 그의 팔을 붙들고 있었다.

“나타샤! 나타샤!…… 사실이 아니야…… 사실이 아니야…… 그가 거짓말하는 거야…… 나타샤!” 백작부인은 주위 사람들을 밀쳐내며 날카롭게 외쳤다. “다들 저리 가! 사실이 아니야! 죽었다니!…… 하, 하, 하!…… 사실이 아니야!”

나타샤는 한쪽 무릎을 안락의자에 얹고 어머니 위로 몸을 굽혀 끌어안았다. 뜻밖의 힘으로 어머니를 일으켜 얼굴을 자기 쪽으로 돌리고 꼭 붙들었다.

“어머니!…… 사랑하는 어머니!…… 제가 여기 있어요, 제일 사랑하는 어머니.” 그는 한순간도 쉬지 않고 계속 속삭였다.

나타샤는 어머니를 놓지 않고 다정하게 붙잡은 채 몸부림쳤다. 베개와 뜨거운 물을 가져오라고 하고 어머니의 옷을 풀어 헤쳤다.

“내 사랑, 내 소중한 분…… 어머니, 나의 보배……” 그는 쉴 새 없이 속삭이며 어머니의 머리와 손과 얼굴에 입 맞췄다. 걷잡을 수 없이 흐르는 자기 눈물이 코와 뺨을 간질이는 것을 느꼈다.

백작부인은 딸의 손을 꼭 누르고 눈을 감은 채 잠시 조용해졌다. 갑자기 평소답지 않게 재빨리 몸을 일으켜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다가 나타샤를 보고는 온 힘을 다해 딸의 머리를 눌러 안았다. 그러고는 고통으로 일그러진 딸의 얼굴 쪽으로 고개를 돌려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나타샤, 너는 나를 사랑하지?” 그가 부드럽고 믿음이 담긴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타샤, 나를 속이지 않을 거지? 사실을 전부 말해줄 거지?”

나타샤는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사랑과 용서를 비는 간청밖에 없었다.

“사랑하는 어머니!” 그는 어머니를 짓누르는 넘치는 슬픔을 어떻게든 자신이 떠맡으려 사랑의 힘을 모으며 되풀이했다.

어머니는 한창때의 사랑하는 아들이 죽었는데도 자신이 살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현실과 헛되이 싸우다가, 다시 현실에서 벗어나 정신착란의 세계로 달아났다.

나타샤는 그날과 그날 밤, 다음 날과 그다음 밤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잠들지 않았고 어머니 곁을 떠나지도 않았다. 끈기 있고 참을성 있는 그의 사랑은 매 순간 백작부인을 온전히 감싸는 듯했다. 설명하거나 위로하는 대신 그를 삶으로 불러냈다.

사흘째 밤 백작부인이 몇 분 동안 아주 조용히 있자 나타샤는 의자 팔걸이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그러나 침대가 삐걱이는 소리에 다시 눈을 떴다. 백작부인이 침대에 앉아 나지막이 말하고 있었다.

“네가 와서 정말 기쁘구나. 피곤하지? 차라도 좀 마시겠니?” 나타샤는 어머니에게 다가갔다. “얼굴도 좋아지고 더 남자다워졌구나.” 백작부인은 딸의 손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

“어머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나타샤, 그 아이는 이제 없어. 이제 없어!”

백작부인은 딸을 끌어안고 처음으로 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