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12권 1812년 / 제14장
《전쟁과 평화》 · 제12권 1812년

제14장

《전쟁과 평화》 제12권 14장 삽화

마리야 공작 영애는 오라버니가 야로슬라블에서 로스토프 가족과 함께 있다는 말을 니콜라이에게 듣자, 가지 말라고 말리는 아주머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즉시 그곳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혼자 가는 데 그치지 않고 조카도 데려가려 했다. 어려운지 쉬운지,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묻지도 않았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어쩌면 죽어 가고 있을 오라버니 곁에 있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의무였으며, 그의 아들을 데려가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했다. 그래서 떠날 준비를 했다. 안드레이 공작이 직접 소식을 보내지 않은 것은 편지를 쓸 수 없을 만큼 쇠약하거나, 그 먼 여행이 자신과 아들에게 너무 힘들고 위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마리야 공작 영애는 여겼다.

며칠 뒤 마리야 공작 영애는 출발 준비를 마쳤다. 마차는 보론네시로 올 때 탔던 거대한 집안용 마차와 반개방식 경마차, 짐마차였다. 부리엔 양과 어린 니콜라이와 그의 가정교사, 늙은 유모와 하녀 세 명, 티혼, 그리고 아주머니가 동행하라고 보내 준 젊은 하인과 전령이 함께 길을 떠났다.

모스크바를 지나는 통상적인 길은 생각할 수 없었다. 마리야 공작 영애가 갈 수밖에 없었던 리페츠크, 랴잔, 블라디미르, 슈야를 거치는 우회로는 몹시 길었다. 역참마다 말을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아주 힘들었고, 프랑스군이 나타났다는 말이 도는 랴잔 부근에서는 위험하기까지 했다.

이 힘든 여행 동안 부리엔 양과 데살과 마리야 공작 영애의 하인들은 그녀의 활력과 굳센 정신에 놀랐다. 그녀는 누구보다 늦게 잠자리에 들고 일찍 일어났으며 어떤 어려움에도 기가 꺾이지 않았다. 동행자들에게까지 전해진 그녀의 활동성과 활력 덕분에 일행은 둘째 주가 끝날 무렵 야로슬라블에 가까워졌다.

보론네시에서 보낸 마지막 며칠은 그녀의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들이었다. 로스토프를 향한 사랑은 이제 그녀를 괴롭히거나 불안하게 하지 않았다. 그 사랑은 온 영혼을 채워 자기 존재와 떼어 놓을 수 없는 일부가 되었고, 그녀는 더 이상 맞서 싸우지 않았다. 요즈음 그녀는 사랑한다는 것과 사랑받는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말로 자신에게 분명히 표현한 적은 없었지만 그랬다. 마지막으로 니콜라이를 만났을 때, 그가 오라버니가 로스토프 가족과 함께 있다는 소식을 알려 주러 왔을 때 그것을 확신했다. 안드레이 공작이 회복한다면 나타샤와의 관계가 다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니콜라이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리야 공작 영애는 그가 그 일을 알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얼굴에서 알아보았다.

그럼에도 자신을 대하는 사려 깊고 섬세하고 다정한 태도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두 집안 사이의 관계 덕분에 그가 우정을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 기뻐하는 듯하다고 마리야 공작 영애에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녀는 일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고, 사랑받는다고 느꼈으며 그 점에서 행복했다.

그러나 정신의 한쪽에서 느끼는 이 행복은 오라버니를 향한 슬픔을 온전히 느끼는 것을 막지 않았다. 도리어 한쪽에서 누리는 정신적 평온 덕분에 오라버니를 향한 감정을 더욱 남김없이 드러낼 수 있었다. 보론네시를 떠나는 순간 그 감정이 너무나 강렬해서, 근심과 절망에 시달린 얼굴을 바라보며 배웅하던 사람들은 그녀가 여행 중에 병이 나리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녀가 그토록 적극적으로 맡은 여행의 어려움과 온갖 걱정이 잠시 슬픔에서 구해 주고 힘을 주었다.

여행할 때 늘 그렇듯 마리야 공작 영애는 여행의 목적을 잊고 오직 여정 자체만 생각했다. 그러나 야로슬라블에 가까워지자 며칠 뒤가 아니라 바로 그날 저녁 무엇이 자기를 기다릴지 모른다는 생각이 다시 떠올랐고 동요는 극도에 이르렀다.

로스토프 가족이 야로슬라블 어디에 머무는지, 안드레이 공작의 상태가 어떤지를 알아보라고 미리 보냈던 전령은 성문으로 막 들어오는 큰 마차를 맞으러 나왔다가 창문 밖으로 내다보는 공작 영애 얼굴의 무서운 창백함에 질렸다.

“모두 알아보았습니다, 공작 영애님. 로스토프 가족은 여기에서 멀지 않은 광장, 볼가강 바로 위쪽에 있는 상인 브론니코프의 집에 머물고 있습니다.” 전령이 말했다.

마리야 공작 영애는 겁에 질려 묻는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자기가 무엇보다 알고 싶어 하는 것, 오라버니가 어떤 상태인지를 왜 대답하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부리엔 양이 대신 그 질문을 했다.

“공작님의 상태는 어떠한가요?” 그녀가 물었다.

“공작님께서도 같은 집에 함께 계십니다.”

‘그렇다면 살아 계시는구나.’ 마리야 공작 영애는 생각하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상태는 어떠하냐?”

“하인들 말로는 여전히 똑같다고 합니다.”

‘여전히 똑같다’가 무엇을 뜻하는지 마리야 공작 영애는 묻지 않았다. 앞에 앉아 기쁜 표정으로 도시를 바라보는 일곱 살 난 어린 니콜라이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흘끗 본 뒤 고개를 숙였다. 육중한 마차가 덜컹거리고 흔들리며 좌우로 기우뚱하다 멈출 때까지 다시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내려지는 마차 계단이 덜커덕거렸다.

마차 문이 열렸다. 왼쪽에는 물, 곧 큰 강이 있었고 오른쪽에는 현관이 있었다. 입구에는 사람들이 서 있었다. 하인들과, 굵고 검은 땋은 머리를 한 혈색 좋은 처녀가 있었는데, 마리야 공작 영애에게는 불쾌할 만큼 꾸민 듯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소냐였다. 마리야 공작 영애는 계단으로 달려 올라갔다. “이쪽입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처녀가 똑같이 꾸민 미소를 띠고 말했다. 공작 영애는 홀에서 동양인 같은 용모의 나이 든 부인과 마주 섰다. 그 부인은 감격한 표정으로 급히 다가왔다. 백작부인이었다. 그녀는 마리야 공작 영애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다.

“*Mon enfant! Je vous aime et vous connais depuis longtemps.*” 그녀가 중얼거렸다.

* “내 아이! 나는 그대를 사랑하며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답니다.”

동요 속에서도 마리야 공작 영애는 이 사람이 백작부인이며 그에게 무언가 말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떻게 했는지는 거의 알지 못했지만, 자기가 들은 것과 같은 어조로 공손한 프랑스어 몇 마디를 가까스로 내뱉고 물었다. “그분은 어떠하신가요?”

“의사는 위험하지 않다고 합니다.” 백작부인이 말했다. 그러나 말하면서 한숨과 함께 두 눈을 들어 올렸고, 그 몸짓은 자신의 말과 모순되는 뜻을 전했다.

“어디 계신가요? 뵐 수 있을까요—뵈어도 될까요?” 공작 영애가 물었다.

“잠깐만요, 공작 영애, 잠깐만요, 귀여운 분! 이 아이가 그분의 아들인가요?” 백작부인은 데살과 함께 들어오는 어린 니콜라이 쪽으로 돌아서며 말했다. “모두 들어갈 자리가 있어요. 큰 집이니까요. 아,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로군요!”

백작부인은 마리야 공작 영애를 응접실로 데려갔다. 소냐는 그곳에서 부리엔 양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백작부인은 아이를 어루만졌고 늙은 백작이 들어와 공작 영애를 맞았다. 마리야 공작 영애가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와 비교해 그는 몹시 달라져 있었다. 그때는 활기차고 명랑하고 자신감 있는 노인이었지만, 이제는 가엾고 어리둥절한 사람처럼 보였다. 마리야 공작 영애와 이야기하면서 자기가 옳게 하고 있는지를 모두에게 묻기라도 하듯 계속 주위를 돌아보았다. 모스크바와 재산을 잃고 익숙한 생활의 궤도에서 내던져진 뒤, 그는 자기 중요성에 대한 감각을 잃고 이제 삶에는 자기 자리가 없다고 느끼는 듯했다.

오라버니를 되도록 빨리 보고 싶은 단 하나의 소망밖에 없었고, 그를 보는 것만을 바라는 이 순간에 사람들이 자기를 대접하고 조카를 감탄하는 척하려는 것이 속상했지만, 공작 영애는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알아차리고 자기가 들어온 이 새로운 질서에 잠시 따를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그래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힘들기는 했지만 이 사람들에게 화가 나지는 않았다.

“이 아이는 제 조카딸입니다.” 백작은 소냐를 소개하며 말했다. “공작 영애께서는 모르시지요?”

마리야 공작 영애는 소냐에게 몸을 돌려 이 처녀를 향해 솟아난 적대적인 감정을 억누르려 애쓰며 입을 맞추었다. 그러나 주위 사람 모두의 기분이 자기 마음속 상태와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에 짓눌렸다.

“그분은 어디 계신가요?” 그녀는 모두를 향해 다시 물었다.

“아래층에 계십니다. 나타샤가 함께 있어요.” 소냐가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사람을 보내 여쭤보았습니다. 공작 영애님께서 피곤하실 것 같아요.”

분함의 눈물이 마리야 공작 영애의 두 눈에 맺혔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백작부인에게 그에게 가는 길을 다시 물으려 했다. 그때 가볍고 성급하면서도 힘차게 튀어 오르는 듯한 발걸음이 문에서 들렸다. 공작 영애는 돌아보다가 거의 뛰다시피 들어오는 나타샤를 보았다. 오래전 모스크바에서 만났을 때 그토록 마음에 들지 않았던 바로 그 나타샤였다.

그러나 공작 영애는 나타샤의 얼굴을 바라보자마자 이 사람이 자기 슬픔의 진정한 동반자이며, 따라서 친구임을 깨달았다. 그녀에게 달려가 끌어안고 어깨에 기대 울기 시작했다.

안드레이 공작의 침대 머리맡에 앉아 있던 나타샤는 마리야 공작 영애가 도착했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살며시 그의 방을 나왔다. 마리야 공작 영애에게는 힘차게 들렸던 그 빠른 발걸음으로 그녀에게 서둘러 갔다.

나타샤가 응접실로 뛰어 들어왔을 때 흥분한 얼굴에는 단 하나의 표정만 있었다. 그를 향한, 마리야를 향한,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 가까이에 있는 모든 것을 향한 한없는 사랑과 연민, 다른 사람들을 위해 겪는 고통과 그들을 돕기 위해 자신을 온전히 바치려는 격렬한 열망이었다. 그 순간 나타샤의 마음에는 자기 자신이나 안드레이 공작과 자신의 관계에 관한 생각은 전혀 없는 것이 분명했다.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마리야 공작 영애는 나타샤의 얼굴을 처음 보는 순간 이 모든 것을 알아차렸고 슬픔이 섞인 기쁨으로 그녀의 어깨에 기대 울었다.

“가요, 그분께 가요, 마리야.” 나타샤는 그녀를 다른 방으로 데려가며 말했다.

마리야 공작 영애는 고개를 들고 눈물을 닦은 뒤 나타샤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그녀에게서 이해하고 배울 수 있으리라고 느꼈다.

“어떻게……” 그녀는 질문을 시작하다가 말을 멈추었다.

말로 묻거나 대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나타샤의 얼굴과 눈이 모든 것을 더 분명하고 깊이 말해 주어야 했다.

나타샤는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자기가 아는 모든 것을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두려워하고 망설이는 듯했다. 마음 가장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보는 그 빛나는 두 눈 앞에서는 자기가 보는 진실 전체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느끼는 듯했다. 갑자기 나타샤의 입술이 떨리고 입 주위에 보기 흉한 주름이 모였다.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껴 울었다.

마리야 공작 영애는 이해했다.

그래도 여전히 희망하며 자신도 믿지 않는 말을 입으로 물었다.

“하지만 상처는 어떠한가요? 전반적인 상태는요?”

“직접…… 직접 보실 거예요.” 나타샤는 이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울음을 멈추고 침착한 얼굴로 그에게 갈 수 있을 때까지 그의 방 가까운 아래층에 잠시 앉아 있었다.

“병세가 그동안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나빠진 지 오래되었나요? 언제 그런 일이 생겼나요?” 마리야 공작 영애가 물었다.

처음에는 발열과 그가 겪는 통증 때문에 위험했지만, 트로이차에서는 그것이 지나갔고 의사는 괴저만을 걱정했다고 나타샤는 말했다. 그 위험도 지나갔다. 야로슬라블에 도착했을 때 상처가 곪기 시작했고—나타샤는 곪는 일과 같은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의사는 그 곪는 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열이 났지만, 의사는 그 열이 그리 심각하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 이틀 전에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겼어요.” 나타샤는 흐느낌을 참으며 말했다.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분이 어떤 모습인지 직접 보실 거예요.”

“더 쇠약해지셨나요? 더 마르셨나요?” 공작 영애가 물었다.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 더 나빠요. 직접 보실 거예요. 아, 마리야, 그분은 너무 선하세요. 그분은 살 수 없어요, 살 수 없어요. 왜냐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