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12권 1812년 / 제5장
《전쟁과 평화》 · 제12권 1812년

제5장

《전쟁과 평화》 제12권 5장 삽화

니콜라이는 안락의자에 앉아 몸을 약간 앞으로 기울인 채 금발 부인에게 바싹 다가가, 얼굴에서 미소를 거두지 않고 신화에 빗댄 찬사를 늘어놓고 있었다. 몸에 꼭 끼는 승마 바지에 싸인 두 다리의 위치를 멋스럽게 바꾸고 향수 냄새를 풍기며, 상대 부인과 자기 자신과 꼭 맞는 헤센식 장화에 담긴 훌륭한 다리 윤곽을 감상하면서, 니콜라이는 이곳 보론네시에 있는 어떤 부인과 달아나고 싶다고 금발 부인에게 말했다.

“어느 부인인데요?”

“매력적인 부인, 여신 같은 분이지요. 그분의 눈은”—니콜라이는 상대 부인을 바라보았다—“푸르고, 입은 산호와 상아 같으며, 몸매는”—그는 그녀의 어깨를 흘끗 보았다—“디아나와 같답니다…….”

남편이 다가와 아내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느냐고 퉁명스럽게 물었다.

“아, 니키타 이바니치!” 니콜라이는 정중히 일어서며 외쳤다. 그리고 니키타 이바니치에게도 자기 농담을 함께 즐기게 하려는 듯, 금발 부인과 달아나려는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침울하게 웃었고 아내는 명랑하게 웃었다. 마음씨 좋은 총독 부인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니콜라이, 안나 이그나티예브나가 자네를 만나고 싶어 하네.” 그녀는 니콜라이가 안나 이그나티예브나가 매우 중요한 인물임을 곧 알아차릴 수 있는 말투로 그 이름을 발음했다. “가세, 니콜라이! 내가 자네를 그렇게 불러도 된다고 했지?”

“아, 물론이지요, 아주머니. 그분이 누구십니까?”

“안나 이그나티예브나 말빈체바 부인이야. 조카딸에게서 자네가 그 애를 구해 준 이야기를 들었다네…… 누구인지 알겠나?”

“제가 구한 사람이 워낙 많아서요!” 니콜라이가 말했다.

“그분의 조카딸, 볼콘스카야 공작 영애 말일세. 지금 아주머니와 함께 보론네시에 와 있지. 어머나! 얼굴이 붉어지는군. 설마 자네……?”

“전혀 아닙니다! 제발 그러지 마십시오, 아주머니!”

“알겠네, 알겠어!…… 참, 자네도 정말!”

총독 부인은 니콜라이를 푸른 머리쓰개를 한 키 크고 몹시 뚱뚱한 노부인에게 데려갔다. 그 노부인은 방금 도시에서 가장 지체 높은 사람들과 카드놀이를 마친 참이었다. 마리야 공작 영애의 외숙모인 말빈체바 부인이었다. 그녀는 부유하고 자식 없는 과부로 늘 보론네시에 살았다. 로스토프가 다가갔을 때 그녀는 서서 카드놀이의 셈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바라보고 엄한 눈초리로 눈을 가늘게 뜬 채, 자기 돈을 딴 장군을 계속 나무랐다.

“만나서 반갑네, 여보게(mon cher).” 그녀는 이윽고 니콜라이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꼭 우리 집에 들르게.”

말빈체바 부인이 분명 좋아하지 않았던 마리야 공작 영애와 그녀의 고인이 된 아버지에 관해 몇 마디를 나누고, 역시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분명한 안드레이 공작에 관해 니콜라이가 아는 바를 물은 뒤, 이 유력한 노부인은 방문하라는 초대를 되풀이하고 니콜라이를 놓아주었다.

니콜라이는 찾아뵙겠다고 약속하고 인사하며 다시 얼굴을 붉혔다. 마리야 공작 영애의 이름을 듣자 그는 자기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수줍음과 두려움까지 느꼈다.

말빈체바 부인과 헤어진 니콜라이는 무도회장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총독의 자그마한 부인은 통통한 손을 그의 소매 위에 얹고 할 이야기가 있다며 그를 자기 응접실로 데려갔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즉시 자리를 비웠다.

“있잖나, 귀여운 사람.” 총독 부인은 상냥하고 조그만 얼굴에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시작했다. “그 아가씨야말로 정말 자네에게 꼭 맞는 짝일세. 내가 중매를 서 주면 어떤가?”

“누구 말씀입니까, 아주머니?” 니콜라이가 물었다.

“자네와 공작 영애를 맺어 주겠다는 말일세. 예카테리나 페트로브나는 릴리를 말하지만, 나는 아니라고, 공작 영애라고 하지! 내가 나서 주길 바라나? 자네 어머니도 틀림없이 내게 고마워하실 걸세. 정말 매력적인 아가씨야! 게다가 전혀 그렇게 못생기지도 않았고.”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니콜라이는 그런 생각에 모욕이라도 받은 듯 대답했다. “군인답게 말씀드리자면, 아주머니, 저는 누구에게도 억지로 다가가지 않고, 누구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말했다.

“그렇다면 기억해 두게. 이건 농담이 아닐세!”

“물론 아닙니다!”

“그래, 그래.” 총독 부인은 혼잣말하듯 말했다. “하지만 이것 말고도, 귀여운 사람, 자네는 저쪽 금발 부인에게 지나치게 친절하더군. 그 남편이 정말 딱하지 않나…….”

“아닙니다, 그와 저는 좋은 친구입니다.” 니콜라이는 순진하게 말했다. 자신에게 그토록 즐거운 소일거리가 다른 사람에게는 즐겁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그의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총독 부인에게 대체 무슨 허튼소리를 한 거지!’ 니콜라이는 저녁 식사 때 문득 생각했다. ‘정말로 중매를 시작하겠어…… 그러면 소냐는……?’ 총독 부인에게 작별 인사를 할 때 그녀가 또다시 미소 지으며 “그럼 기억해 두게!”라고 말하자, 그는 그녀를 한쪽으로 데려갔다.

“그런데 아주머니,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무슨 일인가, 귀여운 사람? 자, 여기 앉세.” 그녀가 말했다.

니콜라이는 어머니나 누이동생이나 친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을 가장 은밀한 생각을 거의 낯선 사람이나 다름없는 이 여자에게 털어놓고 싶은 욕구와 필요를 문득 느꼈다. 훗날 그에게 매우 중대한 결과를 가져온, 청하지도 않았고 설명할 수도 없는 그 솔직함의 충동을 돌이켜 볼 때면, 그는 그런 경우 누구나 그렇듯 그것이 그저 자신을 사로잡았던 어리석은 변덕에 지나지 않았다고 여겼다. 그러나 그 솔직함의 분출은 다른 사소한 사건들과 더불어 그와 그의 온 가족에게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

“아시다시피 아주머니, 어머니께서는 오래전부터 제가 돈 많은 상속녀와 결혼하기를 바라셨습니다. 하지만 돈 때문에 결혼한다는 생각만 해도 저는 역겹습니다.”

“아, 그래, 무슨 말인지 알겠네.” 총독 부인이 말했다.

“하지만 볼콘스카야 공작 영애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사실대로 말씀드리지요. 우선 저는 그분이 무척 마음에 들고, 그분에게 끌립니다. 게다가 그런 상황에서—그토록 기이하게—만나고 나니, ‘이건 운명이야’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습니다. 특히 어머니께서 오래전부터 그 일을 생각해 오셨다는 점을 떠올리면 말입니다. 그런데 전에는 어째서인지 그분을 만날 기회가 전혀 없었고, 늘 서로 엇갈렸습니다. 제 누이 나타샤가 그분의 오라버니와 약혼해 있던 동안에는 물론 제가 그분과의 결혼을 생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나타샤의 약혼이 깨지자마자 제가 그분을 만나야 했다니…… 그리고 모든 일이…… 그러니 아시겠지요…… 저는 이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겁니다. 아주머니께만 말씀드리는 겁니다.”

총독 부인은 고맙다는 듯 그의 팔꿈치를 눌렀다.

“제 사촌 소냐를 아시지요? 저는 그 애를 사랑하고 결혼하겠다고 약속했으며, 그렇게 할 겁니다…… 그러니 아시다시피 그런 일은 있을 수가……” 니콜라이는 얼굴을 붉히며 두서없이 말했다.

“귀여운 사람,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나! 소냐에게는 아무것도 없고, 자네 아버지의 재정 상태도 몹시 나쁘다고 자네 스스로 말하지 않았나. 그리고 자네 어머니는 어쩌고? 우선 그 일은 어머니를 죽게 만들 걸세. 또 소냐에게는 어떤 삶이 되겠나—그 애에게 진정 마음이 있다면 말이야? 자네 어머니는 절망하고, 자네들은 모두 파산하고…… 아니야, 귀여운 사람, 자네와 소냐는 그 점을 깨달아야 하네.”

니콜라이는 말없이 있었다. 그런 주장을 들으니 마음이 놓였다.

“그래도 아주머니, 그건 불가능합니다.” 그는 잠시 침묵한 뒤 한숨을 쉬며 다시 말했다. “게다가 공작 영애가 저를 받아 주겠습니까? 더구나 지금은 상중입니다. 그런 생각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내가 당장 자네를 결혼시키려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모든 일에는 합당한 방법이 있는 법일세.” 총독 부인이 대답했다.

“아주머니도 참 대단한 중매쟁이십니다……” 니콜라이는 그녀의 작고 통통한 손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