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8권 1811~1812년 / 제18장
《전쟁과 평화》 · 제8권 1811~1812년

제18장

《전쟁과 평화》 제8권 18장 삽화

복도에서 울고 있는 소냐를 발견한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는 그녀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게 했다. 나타샤에게 온 쪽지를 가로채 읽은 뒤 그것을 손에 들고 나타샤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 파렴치하고 못된 것!” 그녀가 말했다. “한마디도 듣지 않겠다.”

놀랐지만 눈물은 흘리지 않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나타샤를 밀어내고 방에 가둔 뒤, 문지기에게 그날 저녁 찾아오는 사람들은 들여보내되 다시 나가게 하지는 말라고 명했다. 또 하인에게 그들을 자신에게 데려오라고 이르고, 응접실에 앉아 납치범들을 기다렸다.

가브릴로가 찾아온 자들이 다시 달아났다고 알리자,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는 얼굴을 찌푸린 채 일어나 두 손을 등 뒤로 모으고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며 오랫동안 방들을 오갔다. 자정 무렵 그녀는 주머니 속 열쇠를 만지작거리며 나타샤의 방으로 갔다. 소냐는 복도에 앉아 흐느끼고 있었다.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 제발 저를 들여보내 주세요!” 소냐가 애원했지만,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는 대답하지 않고 문을 열어 들어갔다. ‘역겹고 몹쓸…… 내 집에서…… 끔찍한 계집애, 행실 고약한 것! 그저 아버지가 가엾을 뿐이지!’ 그녀는 분노를 억누르며 생각했다. ‘아무리 어려워도 모두에게 입을 다물라고 하고 백작에게는 숨겨야겠다.’ 그녀는 단호한 걸음으로 방에 들어갔다. 나타샤는 소파에 누워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꼼짝하지 않았다.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가 떠났을 때와 똑같은 자세였다.

“훌륭한 아가씨로구나! 참으로 훌륭해!”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가 말했다. “내 집에서 애인과 밀회를 약속하다니! 모르는 척해도 소용없어. 내가 말할 때 들어!” 그녀는 나타샤의 팔을 건드렸다. “내가 말할 때 들으란 말이다! 가장 천한 계집처럼 네 명예를 더럽혔어. 원래라면 달리 다루겠지만 네 아버지가 가여우니 숨겨 주겠다.”

나타샤는 자세를 바꾸지 않았지만, 온몸은 숨이 막힐 듯 소리 없는 경련성 흐느낌으로 들썩였다.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는 소냐를 돌아보고 나타샤 곁 소파에 앉았다.

“그자가 내 손아귀에서 달아난 것은 운이 좋았지. 하지만 내가 반드시 찾아낼 거야!” 그녀가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내 말이 들리니, 안 들리니?” 그녀는 덧붙였다.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는 커다란 손을 나타샤의 얼굴 밑으로 넣어 자신 쪽으로 돌렸다. 나타샤의 모습을 본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와 소냐는 모두 놀랐다. 두 눈은 눈물 없이 번들거렸고, 입술은 굳게 다물렸으며, 두 볼은 움푹 들어가 있었다.

“나를 내버려 둬요!…… 이제 내게 무슨 상관이에요?…… 나는 죽을 거예요!” 나타샤는 중얼거리며 사납게 힘을 주어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의 손에서 벗어난 뒤 다시 원래 자세로 쓰러졌다.

“나탈리!”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가 말했다. “나는 네가 잘되기를 바란다. 그대로 누워 있어라. 그럼 손대지 않으마. 하지만 들어. 네가 얼마나 잘못했는지는 말하지 않겠다. 너도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네 아버지가 내일 돌아오시면 내가 뭐라고 말해야 하지? 응?”

나타샤의 몸이 다시 흐느낌으로 떨렸다.

“그분이 알게 되면 어떻게 하려고 하니? 네 오빠와 약혼자는?”

“제게는 약혼자가 없어요. 제가 거절했어요!” 나타샤가 외쳤다.

“그건 마찬가지야.”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가 말을 이었다. “그들이 이 일을 들으면 그냥 넘기겠니? 네 아버지는 내가 잘 알아…… 그자에게 결투를 신청하면 그것으로 괜찮겠어? 응?”

“아, 저를 내버려 두세요! 왜 아예 끼어든 거예요? 왜요? 왜? 누가 부탁했어요?” 나타샤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고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를 악의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소리쳤다.

“그럼 너는 무엇을 바란 거냐?”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도 다시 화가 나 외쳤다. “누가 너를 자물쇠로 가두어 놓았어? 누가 그자가 집으로 찾아오는 걸 막았지? 왜 무슨 집시 가수라도 되는 것처럼 너를 데리고 달아나야 해?…… 그래, 그자가 너를 데려갔다고 치자…… 사람들이 그자를 찾지 못했을 것 같아? 네 아버지나 오빠나 약혼자가? 그자는 악당이고 천하의 몹쓸 놈이야. 그건 틀림없어!”

“그 사람은 여러분 모두보다 나아요!” 나타샤는 벌떡 일어서며 외쳤다. “당신이 끼어들지만 않았어도…… 아, 하느님! 이게 다 뭐예요? 대체 뭐예요? 소냐, 왜 그랬어?…… 나가!”

그녀는 자신이 불러온 재앙을 슬퍼하는 사람이 보이는 절망적인 격렬함으로 울음을 터뜨렸다.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가 다시 말하려 했지만 나타샤가 외쳤다.

“나가요! 나가! 모두 나를 미워하고 경멸하잖아요!” 그녀는 다시 소파에 몸을 던졌다.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는 한동안 계속 나타샤를 타일렀다. 이 모든 일을 아버지에게 숨겨야 한다고 당부하고, 나타샤 자신이 모든 일을 잊고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겠다고만 한다면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나타샤는 대답하지 않았다. 더는 흐느끼지도 않았지만 몸이 차가워지고 오한이 났다.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는 나타샤의 머리 밑에 베개를 넣고 이불 두 채를 덮어 준 뒤 손수 보리수꽃 차를 가져왔지만, 나타샤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자, 자게 내버려 두자.”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는 나타샤가 잠든 줄 알고 방을 나가며 말했다.

그러나 나타샤는 잠들지 않았다. 창백한 얼굴과 크게 뜬 고정된 눈으로 앞만 바라보았다. 그날 밤 내내 잠도 자지 않고 울지도 않았으며, 몇 번이나 일어나 찾아온 소냐에게도 말을 걸지 않았다.

다음 날 로스토프 백작은 약속한 대로 점심때에 맞추어 모스크바 근교의 영지에서 돌아왔다. 그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 매수인과의 거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고, 그리워하던 백작부인과 떨어진 채 모스크바에 더 머물 이유도 없었다.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는 그를 맞아 나타샤가 전날 몹시 아파 의사를 불렀지만 이제는 나아졌다고 말했다. 나타샤는 그날 아침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메마른 입술을 굳게 다물고 건조하고 고정된 눈으로 창가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지켜보다가 방에 누가 들어올 때마다 황급히 돌아보았다. 그녀는 분명 아나톨의 소식을 기다리며 그가 찾아오거나 편지를 보내기를 바라고 있었다.

백작이 찾아오자 나타샤는 남자의 발소리를 듣고 초조하게 돌아보았다가, 곧 얼굴에 다시 차갑고 악의에 찬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를 맞으려고 일어서지도 않았다. “무슨 일이냐, 나의 천사야? 아프니?” 백작이 물었다.

잠시 침묵한 뒤 나타샤가 대답했다. “네, 아파요.”

백작이 왜 그렇게 낙심했는지, 약혼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걱정스럽게 묻자, 나타샤는 아무 일도 없었다고 장담하며 걱정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나타샤의 말을 확인해 주었다. 병을 가장하는 모습과 딸의 괴로움, 소냐와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의 당황한 얼굴을 보고 백작은 자신이 없는 동안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았다. 그러나 사랑하는 딸에게 치욕스러운 일이 생겼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끔찍했고, 자신이 누리던 명랑한 평온을 너무나 소중히 여겼기에 더 묻지 않았다. 그는 특별한 일은 아무것도 생기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려 했고, 딸의 병 때문에 시골로 돌아가는 일이 늦어진 것만 못마땅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