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8권 1811~1812년 / 제14장
《전쟁과 평화》 · 제8권 1811~1812년

제14장

《전쟁과 평화》 제8권 14장 삽화

아침이 되어 걱정과 소란이 시작되었다. 모두가 일어나 움직이고 이야기하기 시작했으며 재봉사들이 다시 왔다.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가 나타나자 아침을 먹으라는 부름을 받았다. 나타샤는 자신에게 향하는 모든 눈길을 붙잡으려는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불안하게 모두를 바라보며 평소와 똑같아 보이려고 애썼다.

하루 중 기분이 가장 좋은 아침 식사가 끝나자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는 안락의자에 앉아 나타샤와 백작을 불렀다.

“자, 친구들. 이제 모든 일을 생각해 보았고 내 충고는 이래요.” 그녀가 말을 시작했다. “알다시피 어제 볼콘스키 공작을 만나러 갔어요. 이야기를 좀 했지요…… 그분이 갑자기 고함을 지르려고 하더군요. 하지만 내가 고함에 눌릴 사람이 아니잖아요. 할 말은 다 했어요!”

“그래서 그분은요?” 백작이 물었다.

“그분이라고요? 미쳤어요…… 들으려 하지도 않더군요. 하지만 말해 무엇 하겠어요? 가엾은 아이를 이미 지치게 했잖아요.”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가 말했다. “내 충고는 백작님이 일을 마치고 오트라드노예 집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기다리라는 거예요.”

“아, 싫어요!” 나타샤가 외쳤다.

“그래, 돌아가서 기다려.”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가 말했다. “약혼자가 지금 이곳으로 오면 다툼을 피할 수 없을 거야. 하지만 노인과 단둘이 이야기를 마치고 나면 네게 갈 테지.”

로스토프 백작은 이 충고의 타당성을 이해하고 찬성했다. 노인이 마음을 돌리면 나중에 모스크바나 민둥산에서 만나는 편이 훨씬 나았다. 마음을 돌리지 않는다면 그의 뜻을 거스르는 결혼식은 오트라드노예에서만 준비할 수 있었다.

“정말 옳은 말씀입니다. 그분을 찾아가 이 아이까지 데려간 것이 후회되는군요.” 늙은 백작이 말했다.

“아니, 왜 후회하세요? 이곳에 왔으니 인사를 드려야 했지요.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분 일이에요.”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는 손가방 안에서 무언가를 찾으며 말했다. “게다가 혼수도 준비되었으니 기다릴 일이 없어요. 준비되지 않은 것은 뒤에 보내 줄게요. 여러분을 보내기 싫지만 이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그러니 하느님의 축복과 함께 가세요!”

손가방에서 찾던 것을 꺼낸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는 나타샤에게 건넸다. 마리야 공작 영애에게서 온 편지였다.

“네게 편지를 썼구나. 가엾게도 얼마나 마음을 졸이는지 몰라! 네가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할까 두려워하는 거야.”

“하지만 그분은 저를 좋아하지 않아요.” 나타샤가 말했다.

“허튼소리는 하지 마!”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가 외쳤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아요.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요.” 나타샤는 편지를 받으며 대담하게 대답했다. 얼굴에는 차갑고 성난 결의가 떠올라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가 더 유심히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런 식으로 대답하지 마라, 얘야!” 그녀가 말했다. “내 말은 사실이야! 답장을 쓰렴!”

나타샤는 대답하지 않고 마리야 공작 영애의 편지를 읽으려고 자기 방으로 갔다.

마리야 공작 영애는 두 사람 사이에 생긴 오해 때문에 절망하고 있다고 썼다. 아버지가 어떤 감정을 품었든, 오라버니가 선택한 사람이며 그의 행복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준비가 된 자신은 나타샤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믿어 달라고 간청했다.

“그렇다고 아버지가 아가씨에게 나쁜 뜻을 품었다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그녀는 썼다. “아버지는 병들고 늙은 분이니 용서해야 합니다. 하지만 선량하고 너그러우셔서 아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여자를 사랑하실 겁니다.” 마리야 공작 영애는 다시 만날 시간을 정해 달라고 나타샤에게 청했다.

편지를 읽은 나타샤는 답장을 쓰려고 책상 앞에 앉았다. “사랑하는 공작 영애님.” 프랑스어로 빠르고 기계적으로 쓰다가 멈추었다. 전날 저녁 벌어진 그 모든 일 뒤에 무엇을 더 쓸 수 있겠는가? ‘그래, 그래! 그 모든 일이 있었고 이제 모든 것이 달라졌어.’ 쓰기 시작한 편지를 앞에 둔 채 생각했다. ‘그분과 헤어져야 할까? 정말 그래야 하나? 끔찍해…….’ 이 무서운 생각을 피하려고 소냐에게 가서 함께 옷본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식사가 끝난 뒤 나타샤는 자기 방으로 가서 마리야 공작 영애의 편지를 다시 집어 들었다. ‘정말 모든 것이 끝난 것일까?’ 그녀는 생각했다. ‘이 모든 일이 이렇게 빨리 일어나 이전의 모든 것을 무너뜨린 것일까?’ 안드레이 공작을 향한 사랑을 예전의 온전한 힘으로 되살려 떠올렸고, 동시에 자신이 쿠라긴을 사랑한다고 느꼈다. 자신을 안드레이 공작의 아내로 생생히 그렸고, 상상 속에서 자주 되풀이했던 행복한 장면들을 떠올렸다. 그와 동시에 흥분으로 달아오른 채 전날 아나톨과 만난 모든 세부를 되새겼다.

‘그것도 함께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타샤는 때때로 완전한 당혹감 속에서 물었다. ‘그래야만 완전히 행복할 수 있어. 하지만 이제는 선택해야 하고 두 사람 중 누구 없이도 행복할 수 없어. 다만,’ 그녀는 생각했다. ‘안드레이 공작에게 일어난 일을 말하는 것도 숨기는 것도 똑같이 불가능해. 하지만 저분과는 아무것도 망가지지 않았어. 그렇다고 그토록 오랫동안 살아온 안드레이 공작의 사랑이 주는 기쁨을 정말 영원히 버려야 하는 걸까?’

“아가씨!” 하녀 하나가 신비로운 태도로 방에 들어와 속삭였다. “어떤 남자가 이것을 아가씨께 전해 달라고 했어요.” 하녀는 나타샤에게 편지를 건넸다.

“다만 제발, 그리스도를 생각해서라도…….” 하녀가 말을 이었다. 나타샤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기계적으로 봉인을 뜯어 아나톨의 연애편지를 읽었다. 한마디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그 남자,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에게서 온 편지라는 것만은 알았다. 그렇다. 그를 사랑했다. 그렇지 않다면 일어난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겠는가? 그의 연애편지를 어떻게 손에 들고 있을 수 있겠는가?

나타샤는 떨리는 손으로 돌로호프가 아나톨을 위해 써 준 열정적인 연애편지를 들었다. 읽으면서 자기가 느낀다고 상상한 모든 것의 메아리를 그 안에서 발견했다.

“어젯밤부터 내 운명은 결정되었습니다. 당신에게 사랑받거나 죽는 길뿐이며 다른 길은 없습니다.” 편지는 이렇게 시작했다. 이어 그는 그녀의 부모가 자신에게 딸을 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고 썼다. 나타샤에게만 밝힐 수 있는 은밀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지만, 그녀가 자신을 사랑한다면 ‘네’라는 한마디만 하면 되고 어떤 인간의 힘도 두 사람의 행복을 막지 못한다고 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길 것이며 자신이 그녀를 훔쳐 땅끝까지 데려가겠다고 했다.

‘그래, 그래! 나는 그분을 사랑해!’ 나타샤는 편지를 스무 번째 읽으며 한마디 한마디에서 유난히 깊은 뜻을 찾아내며 생각했다.

그날 저녁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는 아하로프가에 갈 예정이어서 아가씨들도 데려가겠다고 했다. 나타샤는 머리가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집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