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7권 1810~1811년 / 제12장
《전쟁과 평화》 · 제7권 1810~1811년

제12장

《전쟁과 평화》 제7권 12장 삽화

모두가 펠라게야 다닐로브나의 집에서 썰매를 타고 돌아올 때, 언제나 모든 것을 보고 알아차리는 나타샤는 자신과 쇼스 부인은 딤믈러가 탄 썰매를 타고, 소냐는 니콜라이와 하녀들이 탄 썰매를 타고 돌아가도록 자리를 정했다.

돌아오는 길에 니콜라이는 경주하지 않고 일정한 속도로 썰매를 몰았다. 그는 모든 것을 환상적으로 바꾸어 놓는 그 빛 속에서 소냐의 얼굴을 자꾸 들여다보며, 다시는 헤어지지 않겠다고 결심한 소냐의 눈썹과 콧수염 아래에서 예전의 소냐와 지금의 소냐를 찾았다. 그는 그녀에게서 옛 모습과 새로운 모습을 모두 알아보았다. 코르크 탄내가 입맞춤의 감각을 떠올리게 하자 차가운 공기를 가슴 가득 들이마셨고, 아래로 날아가는 땅과 반짝이는 하늘을 바라보며 자신이 다시 요정의 나라에 와 있다고 느꼈다.

“소냐, 너는 괜찮니?” 니콜라이는 이따금 물었다.

“응!” 소냐가 대답했다. “너는?”

집까지 절반쯤 왔을 때 니콜라이는 마부에게 고삐를 넘겨주고 잠시 나타샤의 썰매로 달려가 옆 발판에 올라섰다.

“나타샤!” 그가 프랑스어로 속삭였다. “있잖아, 소냐에 관해 마음을 정했어.”

“소냐에게 말했어요?” 나타샤는 갑자기 온 얼굴이 기쁨으로 환해져 물었다.

“아, 그 콧수염과 눈썹을 하고 있으니 너도 정말 이상해 보여!…… 나타샤, 기쁘니?”

“정말 기뻐요, 정말 기뻐! 오빠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었어요. 말하지는 않았지만 오빠는 소냐를 나쁘게 대했어요. 소냐의 마음이 얼마나 고운지 알아요, 니콜라이! 나는 때로 못된 아이지만 소냐가 행복하지 않은데 나만 행복한 것이 부끄러웠어요.” 나타샤는 말을 이었다. “이제는 정말 기뻐요! 자, 소냐에게 돌아가요.”

“아니, 잠깐만…… 아, 너도 정말 우습게 보이는구나!” 니콜라이는 나타샤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외쳤다. 그는 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롭고 낯설며 매혹적으로 다정한 무언가를 누이에게서도 발견했다. “나타샤, 마법 같지 않니?”

“그래요.” 나타샤가 대답했다. “오빠는 정말 잘했어요.”

‘지금 모습 그대로의 소냐를 전에도 보았더라면 오래전에 그 아이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을 것이고, 소냐가 시키는 대로 무엇이든 했을 텐데. 그러면 모든 일이 잘되었을 거야.’ 니콜라이는 생각했다.

“그러니까 너도 기쁘고, 내가 옳게 했다는 거지?”

“아, 정말 잘했어요! 얼마 전에 그 일로 어머니와 다투었어요. 어머니는 소냐가 오빠를 낚으려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지요! 하마터면 어머니께 버럭 화를 낼 뻔했어요. 나는 누구든 소냐를 나쁘게 말하게 두지 않을 거예요. 소냐에게는 좋은 점밖에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모든 게 잘된 거구나?” 니콜라이는 누이가 진심인지 확인하려고 다시 그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고는 썰매에서 뛰어내려 장화로 눈을 뽀드득거리며 자기 썰매로 돌아갔다. 검은담비 모자 아래에서 콧수염과 빛나는 눈을 올려다보며 행복하게 미소 짓는 똑같은 체르케스인이 여전히 그곳에 앉아 있었다. 그 체르케스인은 소냐였고, 그 소냐는 틀림없이 행복하고 사랑 넘치는 그의 미래 아내였다.

집에 도착한 뒤 어머니에게 멜류코프네에서 저녁을 어떻게 보냈는지 이야기하고 나서 아가씨들은 침실로 갔다. 옷은 벗었지만 코르크로 그린 콧수염은 지우지 않은 채, 두 사람은 오랫동안 앉아 자신들의 행복을 이야기했다. 결혼하면 어떻게 살지, 남편들이 어떻게 친구가 될지, 자신들이 얼마나 행복할지를 이야기했다. 나타샤의 탁자에는 두냐샤가 미리 준비해 둔 거울 두 개가 놓여 있었다.

“그런데 그 모든 일이 언제 이루어질까? 영영 이루어지지 않을까 봐 두려워…… 너무나 행복한 일일 테니까!” 나타샤는 일어나 거울들 쪽으로 가며 말했다.

“앉아 봐, 나타샤. 어쩌면 그분이 보일지도 몰라.” 소냐가 말했다.

나타샤는 거울 하나의 양옆에 촛불 하나씩을 켜고 자리에 앉았다.

“콧수염 난 사람이 보여.” 나타샤는 자기 얼굴을 보며 말했다.

“웃으시면 안 돼요, 아가씨.” 두냐샤가 말했다.

소냐와 하녀의 도움을 받아 나타샤는 손에 든 거울을 다른 거울과 마주 보도록 알맞게 맞추었다. 그녀의 얼굴은 진지해졌고, 말없이 앉아 있었다. 거울 속에 비친 촛불들이 끝없이 멀어지는 줄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나타샤는 들은 이야기에 따라 맨 끝의 흐릿하고 윤곽도 분명하지 않은 네모 속에서 관이나 그분, 곧 안드레이 공작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리 작은 얼룩이라도 사람이나 관의 모습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빠르게 눈을 깜박이기 시작하더니 거울에서 물러났다.

“왜 다른 사람들은 보는데 나는 못 보는 걸까?” 나타샤가 말했다. “이제 네가 앉아 봐, 소냐. 오늘 밤에는 반드시 해야 해! 나를 위해 해 줘…… 오늘은 정말 너무 무서워!”

소냐가 거울 앞에 앉아 위치를 알맞게 맞추고 바라보기 시작했다.

“소냐 아가씨는 틀림없이 무언가 보실 거예요.” 두냐샤가 속삭였다. “아가씨는 웃기만 하시잖아요.”

소냐는 그 말과 나타샤의 속삭임을 들었다.

“소냐는 틀림없이 볼 거야. 작년에도 무언가 보았어.”

3분가량 모두가 침묵했다.

“물론 보겠지!” 나타샤가 속삭였지만 말을 끝내지 못했다. 갑자기 소냐가 들고 있던 거울을 밀어내고 손으로 두 눈을 가렸다.

“아, 나타샤!” 소냐가 외쳤다.

“봤어? 봤어? 무엇이었어?” 나타샤는 거울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소냐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저 눈을 깜박이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순간 나타샤가 “물론 보겠지!”라고 하는 말을 들었을 뿐이었다. 소냐는 두냐샤와 나타샤 어느 쪽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지만 가만히 앉아 있기가 힘들었다. 자신이 눈을 가리며 어떻게, 왜 그런 외침을 터뜨렸는지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그분을 보았어?” 나타샤는 소냐의 손을 움켜쥐며 다그쳤다.

“응. 잠깐만…… 나…… 그분을 보았어.” 소냐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말했다. 아직 나타샤가 말하는 ‘그분’이 니콜라이인지 안드레이 공작인지도 알지 못했다.

‘내가 무언가 보았다고 말하지 못할 이유가 뭐야? 다른 사람들도 보잖아! 게다가 내가 보았는지 못 보았는지 누가 알겠어?’ 소냐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번쩍 스쳤다.

“응, 그분을 보았어.” 소냐가 말했다.

“어떻게? 서 있었어, 누워 있었어?”

“아니, 보았는데……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그러다 그분이 누워 있는 것이 보였어.”

“안드레이 공작이 누워 있었어? 아픈 거야?” 나타샤는 겁에 질린 눈을 친구에게 고정한 채 물었다.

“아니, 오히려 반대야, 반대라고! 얼굴은 즐거워 보였고, 내 쪽으로 몸을 돌렸어.” 그렇게 말하는 동안 소냐 자신도 자신이 묘사한 것을 정말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그다음에는, 소냐?…….”

“그다음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잘 알아볼 수 없었어. 파란 것과 빨간 것이 있었는데…….”

“소냐! 그분은 언제 돌아오실까? 언제 그분을 보게 될까! 아, 하느님, 그분과 나 자신과 모든 일이 너무나 두려워!…….” 나타샤는 말을 시작했다. 소냐가 달래는 말에도 대답하지 않고 침대로 들어갔다. 촛불이 꺼진 뒤에도 오랫동안 두 눈을 뜨고 꼼짝없이 누워, 서리가 낀 유리창 너머의 달빛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