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7권 1810~1811년 / 제3장
《전쟁과 평화》 · 제7권 1810~1811년

제3장

《전쟁과 평화》 제7권 3장 삽화

날씨는 벌써 겨울로 접어들고 있었고 아침 서리가 가을비에 흠뻑 젖은 땅을 얼렸다. 푸른 풀은 빽빽하게 자라 밝은 초록빛을 띠었고, 가축에게 짓밟힌 갈색 겨울 호밀밭의 줄무늬와 연노란 봄 메밀의 그루터기 사이에서 선명하게 도드라졌다. 8월 말에도 검은 밭과 그루터기 사이에 푸른 섬처럼 남아 있던 숲이 우거진 골짜기와 작은 숲은 이제 푸른 겨울 호밀밭 사이의 황금빛과 선홍빛 섬으로 변했다. 산토끼는 여름 털의 절반쯤을 이미 갈아입었고, 새끼 여우들은 흩어지기 시작했으며 어린 늑대들은 개보다 커졌다. 일 년 중 사냥하기 가장 좋은 때였다. 열정적인 젊은 사냥꾼 로스토프의 사냥개들은 겨울 사냥에 알맞게 몸이 단단히 올라 있었지만, 너무 자주 몰아 지쳐 있었다. 사냥꾼들의 회의에서는 개들을 사흘 동안 쉬게 한 다음 9월 16일, 사람 손을 타지 않은 늑대 새끼 한 배가 있는 참나무 숲에서 출발해 먼 사냥길에 나서기로 했다.

그날 사냥개들은 온종일 집에 머물렀다. 서리가 내리고 공기는 매서웠지만 저녁 무렵 하늘이 흐려지면서 날씨가 풀리기 시작했다. 15일, 실내복 차림으로 창밖을 내다본 젊은 로스토프는 사냥하기에 더없이 좋은 아침임을 알았다. 바람 한 점 없이 하늘이 녹아 땅으로 내려앉는 듯했다. 공기 중에서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이슬비를 이루는 미세한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뿐이었다. 정원의 앙상한 잔가지에는 투명한 물방울이 매달렸다가 갓 떨어진 잎 위로 흘러내렸다. 채소밭의 땅은 축축하고 검었으며 양귀비 씨처럼 반짝이다가 가까운 거리에서부터 흐릿하고 습한 안개의 장막 속으로 녹아들었다. 니콜라이는 축축하고 진흙투성이인 현관으로 나갔다. 썩어 가는 낙엽과 개 냄새가 났다. 검은 얼룩이 있고 엉덩이가 넓으며 검은 눈이 툭 튀어나온 암캐 밀카는 주인을 보자 일어나 뒷다리를 뻗고 산토끼처럼 바닥에 엎드렸다. 그러다 갑자기 뛰어올라 니콜라이의 코와 콧수염을 정통으로 핥았다. 다른 수컷 보르조이는 정원 길에서 주인을 발견하자 등을 활처럼 굽히고 꼬리를 치켜든 채 현관으로 곧장 달려와 그의 다리에 몸을 비볐다.

바로 그때 “오호이!” 하는 소리가 들렸다. 가장 낮은 저음과 가장 높은 고음을 한데 합친, 흉내 낼 수 없는 사냥꾼의 외침이었다. 모퉁이를 돌아 수석 사냥꾼이자 개 사육 책임자인 다닐로가 나타났다. 이마 위 머리카락을 우크라이나식으로 일자로 자른, 주름지고 머리가 센 노인이었다. 손에는 길고 휘어진 채찍을 들었고, 사냥꾼에게서만 볼 수 있는 모든 것에 초연하고 경멸적인 표정을 지었다. 그는 주인 앞에서 체르케스 모자를 벗고 경멸하듯 바라보았다. 그 경멸은 주인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았다. 니콜라이는 모든 사람을 얕보며 자신이 그들보다 우월하다고 여기는 이 다닐로도 결국 자기 농노이자 사냥꾼임을 알고 있었다.

“다닐로!” 니콜라이는 소심하게 말했다. 날씨와 사냥개와 사냥꾼을 보자, 연인이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 이전의 모든 결심을 잊듯 사람을 휩쓸어 가는 저항할 수 없는 사냥의 열정에 자신이 사로잡히고 있음을 깨달았다.

“무슨 분부이십니까, 나리?” 사냥꾼은 대부제처럼 깊고, 사냥할 때 고함을 질러 쉰 굵은 저음으로 말했다. 두 개의 번뜩이는 검은 눈이 눈썹 밑에서 침묵하는 주인을 바라보았다. ‘이걸 참을 수 있겠습니까?’ 그 눈은 이렇게 묻는 듯했다.

“좋은 날이지, 그렇지? 사냥하고 말을 달리기에도 말이야, 그렇지?” 니콜라이는 밀카의 귀 뒤를 긁으며 물었다.

다닐로는 대답하지 않고 눈을 찡긋했다.

“새벽에 우바르카를 보내 소리를 엿듣게 했습니다.” 잠시 뒤 그의 굵은 목소리가 울렸다. “그 녀석 말로는 *암늑대가 새끼들을* 오트라드노예 숲으로 옮겼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울부짖고 있답니다.” 두 사람이 모두 알고 있는 그 암늑대가 새끼들과 함께 집에서 1.5마일쯤 떨어진 작은 오트라드노예 숲으로 옮겨 갔다는 뜻이었다.

“가야겠지, 그렇지?” 니콜라이가 말했다. “우바르카와 함께 내게로 오게.”

“나리 뜻대로 하겠습니다.”

“그럼 개들 먹이는 일은 미뤄 두게.”

“알겠습니다, 나리.”

5분 뒤 다닐로와 우바르카가 니콜라이의 큰 서재에 서 있었다. 다닐로는 몸집이 큰 사람이 아니었지만 방 안에 선 모습은 인간의 생활에 맞춘 가구와 물건들 사이 바닥에 말이나 곰이 있는 것 같았다. 다닐로 자신도 그것을 느꼈다. 늘 그랬듯 문 바로 안쪽에 서서 주인의 방에서 무언가를 부술까 봐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 움직이지 않으려 애썼다. 다시 그 천장 아래를 벗어나 탁 트인 하늘 밑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필요한 말을 서둘러 모두 했다.

질문을 마치고 다닐로에게 사냥개들의 상태가 좋다는 의견을 억지로 받아 낸 뒤(다닐로 자신도 사냥에 나가고 싶어 했다), 니콜라이는 말에 안장을 얹으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다닐로가 막 나가려 할 때 나타샤가 빠른 걸음으로 들어왔다. 머리도 다 만지지 않았고 옷도 다 입지 않은 채 늙은 유모의 커다란 숄을 둘러쓰고 있었다. 페탸도 동시에 뛰어 들어왔다.

“사냥 가려고요?” 나타샤가 물었다. “그럴 줄 알았어요! 소냐는 오빠가 가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오늘 같은 날은 사냥을 안 갈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알았어요.”

“그래, 갈 거야.” 니콜라이는 마지못해 대답했다. 오늘은 제대로 사냥할 생각이어서 나타샤와 페탸를 데려가고 싶지 않았다. “가기는 하지만 늑대 사냥만 할 거야. 너희는 지루할 텐데.”

“내가 사냥을 가장 좋아한다는 것을 알잖아요.” 나타샤가 말했다. “공평하지 않아요. 오빠 혼자 가려고 말에 안장을 얹게 해 놓고 우리에게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러시아인의 길을 막는 장애물은 없다!’ 우리도 갈 거야!” 페탸가 외쳤다.

“하지만 너는 갈 수 없어. 엄마가 안 된다고 하셨어.” 니콜라이가 나타샤에게 말했다.

“아니, 갈 거예요. 반드시 갈 거예요.” 나타샤가 단호하게 말했다. “다닐로, 우리 말에도 안장을 얹으라고 해요. 미하일도 내 사냥개들을 데리고 와야 해요.” 그녀는 사냥꾼에게 덧붙였다.

다닐로는 방 안에 있는 것 자체를 성가시고 부적절하게 여겼지만 젊은 아가씨와 무언가를 의논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눈을 내리깔고, 마치 자기와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인 듯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나가는 동안 젊은 아가씨를 우연히 다치게 하지 않도록 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