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7권 1810~1811년 / 제11장
《전쟁과 평화》 · 제7권 1810~1811년

제11장

《전쟁과 평화》 제7권 11장 삽화

체격이 크고 활기찬 여자 펠라게야 다닐로브나 멜류코바는 안경을 쓰고 헐렁한 옷차림으로 응접실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딸들이 따분해하지 않도록 애쓰며 그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들은 녹인 밀랍을 눈 위에 조용히 떨어뜨리고 밀랍 형상이 벽에 드리울 그림자를 살펴보다가 현관방에서 새로 도착한 사람들의 발소리와 목소리를 들었다.

경기병과 귀부인과 마녀와 광대와 곰들은 현관방에서 헛기침을 하고 얼굴의 서리를 닦아 낸 뒤, 촛불을 서둘러 밝힌 무도실로 들어왔다. 광대인 딤믈러와 귀부인인 니콜라이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소리 지르는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변장놀이꾼들은 얼굴을 가리고 목소리를 바꾼 채 여주인에게 인사하고 방 안 곳곳에 자리 잡았다.

“어머나! 누가 누군지 알아볼 수가 없네! 나타샤! 누구처럼 보이는지 좀 봐! 정말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구나. 그런데 딤믈러 씨도 정말 훌륭하지! 알아보지 못했어! 춤추는 것 좀 봐. 어머나, 저기 체르케스인이 있네. 정말이지, 우리 귀여운 소냐에게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그런데 저 사람은 누구야? 그래, 여러분 덕분에 우리가 신이 났구나! 니키타와 바냐, 탁자들을 치워라! 우리는 이토록 조용히 앉아 있었는데. 하, 하, 하! 경기병 좀 봐, 경기병! 꼭 소년 같구나! 저 다리 좀 봐!…… 눈 뜨고는 못 보겠어…….” 여러 목소리가 말했다.

젊은 멜류코프 집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나타샤는 그들과 함께 안쪽 방으로 사라졌다. 그곳에서 코르크와 여러 실내복과 남자 옷이 필요하다고 하자, 문 뒤로 드러난 아가씨들의 맨팔이 시종에게서 그것들을 받아 갔다. 10분 뒤 멜류코프 집안의 젊은이들이 모두 변장놀이꾼들 틈에 합류했다.

펠라게야 다닐로브나는 손님들이 놀 수 있도록 방을 치우라고 지시하고 귀족들과 농노들에게 내놓을 음식도 준비하게 한 뒤, 안경을 벗지 않은 채 변장놀이꾼들 사이를 돌아다녔다. 억누른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얼굴을 들여다보았지만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딤믈러와 로스토프가 사람들만 알아보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자기 딸들은 물론 딸들이 걸친 죽은 남편의 실내복과 군복조차 알아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 사람은 누구지?” 그녀는 카잔 타타르인으로 변장한 자기 딸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가정교사에게 물었다. “로스토프가 사람 중 하나겠지! 자, 경기병 나리, 어느 연대에서 복무하시오?” 그녀가 나타샤에게 물었다. “여기, 이 터키인에게 파스틸라를 좀 내주게!” 펠라게야 다닐로브나는 음식을 나르던 집사에게 명령했다. “그 사람의 율법에서도 그건 금하지 않으니까.”

변장했으니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리라고 단정하여 전혀 수줍어하지 않는 이들이 기묘하면서도 우스운 몸짓으로 춤추는 모습을 보다가, 펠라게야 다닐로브나는 때때로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러면 억누를 수 없는 너그럽고 나이 든 이의 웃음으로 그녀의 뚱뚱한 몸 전체가 흔들렸다.

“우리 사셴카 좀 봐! 사셴카를 봐!” 그녀가 말했다.

러시아 시골 춤과 합창 춤이 끝나자 펠라게야 다닐로브나는 농노와 귀족을 하나의 커다란 원 안에 모두 모았다. 반지와 끈과 은화 1루블을 가져오자 모두가 함께 놀이를 했다.

한 시간이 지나자 의상은 모두 구겨지고 흐트러졌다. 코르크로 그린 눈썹과 콧수염은 땀에 젖어 벌겋게 달아오른 즐거운 얼굴 위에 번져 있었다. 펠라게야 다닐로브나는 변장놀이꾼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솜씨 좋게 꾸민 의상과, 특히 그 의상들이 젊은 아가씨들에게 잘 어울리는 것을 감탄하며 바라보고 자신을 이토록 즐겁게 해 준 모두에게 감사했다. 손님들은 응접실에서 저녁을 먹도록 초대받았고, 농노들에게는 무도실에 음식이 차려졌다.

“아무도 없는 목욕탕에서 운세를 알아보는 것은 정말 무서워요!” 멜류코프 집에 얹혀사는 노처녀가 저녁 식사 중에 말했다.

“왜요?” 멜류코프가의 맏딸이 말했다.

“아가씨는 가지 못할걸요. 용기가 있어야 하니까…….”

“제가 갈게요.” 소냐가 말했다.

“그 아가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주세요!” 멜류코프가의 둘째 딸이 말했다.

“그러니까 말이에요.” 노처녀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언젠가 한 아가씨가 밖으로 나가 수탉 한 마리를 데려가고 두 사람 몫으로 식탁을 제대로 차린 뒤 앉았어요. 한동안 앉아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오는 소리가 들리지 뭐예요…… 마구 방울을 단 썰매가 도착하고, 그 사람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가 들어왔는데 사람의 모습, 장교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어요. 들어와서는 아가씨와 함께 식탁에 앉았지요.”

“아! 아!” 나타샤가 공포에 질린 듯 두 눈을 굴리며 소리쳤다.

“그래서요? 어떻게…… 그가 말도 했나요?”

“그래요, 사람처럼 말했지요. 모두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그가 아가씨를 설득하기 시작했어요. 아가씨는 닭이 울 때까지 계속 말을 시켰어야 했는데 겁이 난 거예요. 그저 겁에 질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지요. 그러자 그가 아가씨를 덥석 안아 올렸어요. 바로 그때 하녀들이 달려 들어와서 다행이었지요…….”

“왜 아이들을 겁주는 거예요?” 펠라게야 다닐로브나가 말했다.

“어머니도 예전에 직접 운세를 시험해 보셨잖아요…….” 딸이 말했다.

“헛간에서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소냐가 물었다.

“이를테면 지금 헛간으로 가서 귀를 기울이는 거예요. 무엇을 듣느냐에 따라 달라지지요. 망치질하고 두드리는 소리가 나면 나쁘고, 곡식을 옮기는 소리가 나면 좋아요. 때로는 그 소리가 들리기도 해요.”

“어머니, 헛간에서 어머니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주세요.”

펠라게야 다닐로브나는 미소 지었다.

“아, 잊어버렸어…….” 그녀가 대답했다. “하지만 너희 중 누구도 가지 못할걸?”

“아니에요, 제가 갈게요. 펠라게야 다닐로브나, 보내 주세요! 제가 갈게요.” 소냐가 말했다.

“그래, 무섭지 않다면 못 갈 것도 없지.”

“루이자 이바노브나, 가도 될까요?” 소냐가 물었다.

반지와 끈 놀이를 할 때도, 1루블 은화 놀이를 할 때도, 지금처럼 이야기를 나눌 때도 니콜라이는 소냐 곁을 떠나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코르크로 그린 콧수염 덕분에 자신이 소냐를 온전히 알게 된 것은 바로 오늘인 듯했다. 실제로 그날 저녁 소냐는 니콜라이가 여태껏 본 어느 때보다 눈부시고 생기 넘치며 아름다웠다.

‘소냐는 이런 사람이었구나. 나는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니콜라이는 생각했다. 반짝이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자, 전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행복하고 황홀한 미소가 콧수염 아래 두 뺨에 보조개를 만들었다.

“저는 아무것도 무섭지 않아요.” 소냐가 말했다. “지금 바로 가도 될까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람들은 헛간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서서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를 소냐에게 알려 주고 모피 외투를 건네주었다. 소냐는 외투를 머리와 어깨 위로 둘러쓰고 니콜라이를 바라보았다.

‘저 아이는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니콜라이는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지금까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지?’

소냐는 헛간으로 가기 위해 복도로 나갔다. 니콜라이는 너무 덥다는 말을 남기고 서둘러 정문 현관으로 갔다. 사람이 많이 모여 실제로 집 안은 후텁지근했다.

바깥에는 전과 똑같이 춥고 고요한 가운데 같은 달이 떠 있었지만, 달빛은 전보다 더욱 밝았다. 빛이 너무 강하고 눈 위에 수많은 별이 반짝여 하늘을 올려다볼 마음이 들지 않았으며 진짜 별들은 눈에 띄지도 않았다. 하늘은 검고 음울했지만 땅은 즐거워 보였다.

‘나는 바보야, 바보라고!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지?’ 니콜라이는 생각했다. 그는 현관을 뛰쳐나가 집 모퉁이를 돌아 뒤쪽 현관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갔다. 소냐가 그 길로 지나가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길 중간에는 눈 덮인 장작더미들이 놓여 있었다. 잎이 진 늙은 보리수들이 만든 그물 같은 그림자가 장작더미를 가로지르고 그 길이를 따라 뻗으며 눈과 길 위에 드리워져 있었다. 길은 헛간으로 이어졌다. 보석을 깎아 만든 듯한 헛간의 통나무 벽과 눈 덮인 지붕이 달빛 속에서 반짝였다. 정원의 나무 한 그루가 추위에 딱 소리를 내더니 다시 모든 것이 완전히 고요해졌다. 니콜라이의 가슴은 공기가 아니라 영원한 젊음과 기쁨의 힘을 들이마시는 듯했다.

뒤쪽 현관에서 누군가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눈이 내려앉은 맨 아래 계단이 맑은 소리를 내며 삐걱거렸고, 늙은 하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곧장, 곧장 길을 따라가세요, 아가씨. 뒤돌아보지만 마시고요.”

“무섭지 않아요.” 소냐의 목소리가 대답했다. 얇은 신발을 신은 소냐의 발이 눈 위에서 뽀드득거리며 휘파람 같은 소리를 내면서 길을 따라 니콜라이 쪽으로 다가왔다.

소냐는 외투로 몸을 감싼 채 다가왔다. 두어 걸음 거리까지 왔을 때 그녀는 니콜라이를 보았다. 소냐의 눈에도 그는 자신이 알던, 언제나 조금 두려워하던 니콜라이가 아니었다. 그는 여장을 하고 머리가 헝클어진 채 소냐가 처음 보는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소냐는 그를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전혀 다르면서도 똑같아.’ 니콜라이는 달빛으로 온통 환해진 소냐의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는 소냐의 머리를 덮은 외투 아래로 두 팔을 넣어 그녀를 껴안고 가슴에 끌어당겼다. 그리고 콧수염을 달고 코르크 탄내가 나는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소냐도 그의 입술에 힘껏 입 맞춘 뒤 작은 두 손을 빼내 그의 두 뺨을 감쌌다.

“소냐!…… 니콜라이!…….” 두 사람이 한 말은 그것뿐이었다. 그들은 헛간까지 달려갔다가 다시 돌아와, 니콜라이는 정문 현관으로, 소냐는 뒤쪽 현관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