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저녁 무렵 일라긴은 니콜라이에게 작별을 고했다. 집에서 너무 멀리 나왔다는 것을 깨달은 니콜라이는 사냥 일행이 ‘아저씨’의 작은 마을 미하일로브나에서 하룻밤 묵자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내 집에서 묵으면 더 좋지. 그래, 자, 가자!” ‘아저씨’가 말했다. “보다시피 날씨가 축축하니 쉬어 갈 수도 있고, 작은 백작 영애는 이륜마차로 집에 보내면 되지.”
‘아저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륜마차를 가져오도록 사냥꾼 한 사람을 오트라드노예에 보냈고 니콜라이는 나타샤와 페탸와 함께 말을 타고 ‘아저씨’의 집으로 갔다.
크고 작은 남자 집안 농노 대여섯 명이 주인을 맞으려고 현관으로 달려 나왔다. 늙고 젊은 여자 농노 스무 명가량과 아이들은 도착한 사냥꾼들을 구경하려고 뒷문에서 불쑥불쑥 나타났다. 여자이자 귀족 영애인 나타샤가 말을 타고 온 모습은 농노들의 호기심을 극도로 자극했다. 많은 이가 그녀에게 다가와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가 자기들 말을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니라 구경거리로 내놓은 기이한 존재이기라도 한 듯, 앞에 있는 것을 개의치 않고 나타샤에 관해 말했다.
“아린카! 저것 봐, 옆으로 앉았어! 저렇게 앉았는데 치마가 늘어져 있네…… 봐, 작은 사냥 나팔도 가졌어!”
“어머나! 칼도 좀 봐…….”
“타타르 여자인가?”
“어떻게 곤두박질치지 않았어요?” 그중 가장 대담한 사람이 나타샤에게 직접 물었다.
‘아저씨’는 무성하게 자란 정원 한가운데 자리한 작은 목조 주택의 현관 앞에서 말에서 내렸다. 집안사람들을 한번 훑어보고는 필요 없는 사람은 물러가고 손님과 방문객을 맞을 준비를 모두 하라고 권위 있게 외쳤다.
농노들은 모두 흩어졌다. ‘아저씨’는 나타샤를 말에서 내려 주고 손을 잡아 흔들거리는 나무 계단 위로 이끌었다. 회반죽을 바르지 않아 통나무가 드러난 집은 아주 깨끗하지 않았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티 하나 없이 유지하려고 애쓰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눈에 띄게 방치된 것도 아니었다. 현관방에는 갓 딴 사과 냄새가 났고 늑대와 여우 가죽이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아저씨’는 손님들을 현관방에서 접이식 탁자와 붉은 의자가 놓인 작은 홀로 이끌었다. 이어 둥근 자작나무 탁자와 소파가 있는 응접실을 지나, 찢어진 소파와 닳은 양탄자, 수보로프와 집주인의 부모, 군복 차림인 집주인 자신의 초상화가 걸린 개인 방으로 데려갔다. 서재에서는 담배와 개 냄새가 짙게 났다. ‘아저씨’는 손님들에게 앉아서 편히 쉬라고 한 뒤 방을 나갔다. 등에 아직 진흙이 묻은 루가이는 방으로 들어와 소파에 누워 혀와 이로 몸을 닦았다. 서재 밖으로 이어진 복도에는 너덜너덜한 커튼을 단 칸막이가 보였다. 그 뒤에서는 여자들의 웃음과 속삭임이 들렸다. 나타샤와 니콜라이와 페탸는 겉옷을 벗고 소파에 앉았다. 페탸는 팔꿈치에 몸을 기대더니 곧바로 잠들었다. 나타샤와 니콜라이는 말없이 있었다. 두 사람의 얼굴은 환히 빛났고 배가 고팠으며 무척 즐거웠다. 서로 바라보다가(사냥이 끝나 집 안에 들어왔으므로 니콜라이는 이제 누이에게 남자다운 우월함을 보일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나타샤가 오빠에게 눈을 찡긋했다. 두 사람은 웃을 구실을 마련하기도 전에 오래 참지 못하고 낭랑한 웃음을 터뜨렸다.
얼마 뒤 ‘아저씨’가 카자크식 외투에 푸른 바지와 목이 짧은 장화를 신고 들어왔다. 나타샤는 오트라드노예에서 놀랍고 우스운 눈으로 바라보았던 바로 그 옷차림이 꼭 알맞고 연미복이나 프록코트보다 전혀 못하지 않다고 느꼈다. ‘아저씨’도 기분이 좋았다. 남매의 웃음에 기분이 상하기는커녕(두 사람이 자신의 생활 방식을 비웃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해 본 적도 없었다) 함께 즐겁게 웃었다.
“바로 그거야, 작은 백작 영애. 그래, 자, 가자! 이런 사람은 처음 보는군!” 그는 니콜라이에게 긴 대의 파이프를 건네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손가락 세 개를 움직여 대가 짧아진 다른 파이프를 집어 들며 말했다. “온종일 남자처럼 말을 타고도 여전히 생기가 넘치잖아!”
‘아저씨’가 다시 나타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 발소리로 보아 맨발의 소녀가 연 듯했다. 커다란 쟁반에 음식을 가득 담은 마흔 살쯤 된 뚱뚱하고 혈색 좋고 아름다운 여인이 들어왔다. 턱이 두 겹이고 입술은 도톰하고 붉었다. 그녀는 눈길과 모든 몸짓에 손님을 맞는 위엄과 진심을 담고 방문객들을 바라보며 기분 좋게 미소 짓고 공손히 절했다. 유난히 뚱뚱해 가슴과 배가 앞으로 나오고 머리를 뒤로 젖혀야 했는데도, ‘아저씨’의 살림을 맡은 이 여자는 아주 가볍게 걸었다. 탁자로 가서 쟁반을 내려놓고 통통하고 흰 두 손으로 병과 여러 전채와 접시를 능숙하게 꺼내 탁자에 차렸다. 일을 마치자 옆으로 물러나 얼굴에 미소를 띤 채 문가에 섰다. ‘여기 내가 있습니다. 내가 바로 그 여자예요! 이제 ‘아저씨’를 이해하시겠습니까?’ 그녀의 표정은 로스토프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해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니시야 표도로브나가 들어왔을 때 주름진 이마와 살짝 오므린 입술에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띤 ‘아저씨’의 표정이 뜻하는 바를 니콜라이뿐 아니라 나타샤도 알아차렸다. 쟁반에는 약초주 한 병과 여러 종류의 보드카, 절인 버섯, 버터밀크로 반죽한 호밀 과자, 벌집째 담은 꿀, 숙성한 꿀술과 거품이 이는 꿀술, 사과, 날것과 구운 견과, 견과와 꿀로 만든 과자가 있었다. 뒤이어 갓 구운 닭과 햄, 꿀로 만든 잼과 설탕으로 만든 잼도 가져왔다.
그 모든 음식은 아니시야 표도로브나가 살림을 꾸리며 거두고 마련한 결실이었다. 모든 냄새와 맛에는 아니시야 표도로브나 자신의 기운이 배어 있었다. 풍성함과 깨끗함과 희고 정갈함, 기분 좋은 미소의 맛이었다.
“이것도 드세요, 작은 백작 영애님!” 그녀는 나타샤에게 이것저것 권하며 거듭 말했다.
나타샤는 모든 음식을 먹었다. 이런 버터밀크 과자, 이렇게 향기로운 잼, 이런 꿀과 견과 과자, 이런 닭고기는 어디에서도 보거나 먹은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시야 표도로브나는 방을 나갔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체리 브랜디를 마시며 로스토프와 ‘아저씨’는 지난 사냥과 앞으로 할 사냥, 루가이와 일라긴의 개들에 관해 이야기했다. 나타샤는 소파에 반듯이 앉아 반짝이는 눈으로 귀를 기울였다. 페탸에게도 무언가 먹이려고 몇 번이나 깨웠지만 그는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릴 뿐이었다. 나타샤는 이 낯선 환경에서 너무나 마음이 가볍고 행복해서 이륜마차가 지나치게 일찍 데리러 올까 봐 두려울 뿐이었다. 자기 집에서 친구를 처음 맞을 때 흔히 생기는 우연한 침묵이 찾아오자, ‘아저씨’는 손님들의 마음속 생각에 답하듯 말했다.
“보다시피 나는 이렇게 삶을 마치고 있네…… 죽음이 오겠지. 그래, 자, 가자! 아무것도 남지 않아. 그런데 무엇 때문에 누구를 해치겠나?”
이 말을 할 때 ‘아저씨’의 얼굴은 대단히 의미심장하고 심지어 잘생겨 보였다. 로스토프는 아버지와 이웃들에게서 그에 관해 들은 좋은 말을 자기도 모르게 모두 떠올렸다. ‘아저씨’는 온 지방에서 더없이 정직하고 사심 없는 괴짜로 알려져 있었다. 가족 간의 다툼을 판정할 때 불려 갔고 유언 집행인으로 뽑혔으며 사람들이 비밀을 맡겼고 치안판사와 다른 직책에 선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공직을 한사코 거절했다. 가을과 봄에는 밤색 거세마를 타고 들판을 돌아다녔고, 겨울에는 집에 앉아 있었으며 여름에는 무성하게 자란 정원에 누워 지냈다.
“아저씨는 왜 관직에 나가지 않으세요?”
“예전에 한번 나갔다가 그만두었지. 나는 그런 일에 맞지 않아. 그래, 자, 가자! 도무지 앞뒤를 분간할 수 없더군. 그런 일은 자네들이나 하는 거야. 나는 머리가 모자라거든. 하지만 사냥은 다른 문제지. 그래, 자, 가자! 거기 문을 열어라!” 그가 외쳤다. “왜 닫았어?”
복도 끝의 문은 사냥꾼들의 방, 곧 사냥 시종들이 쓰는 방으로 이어졌다.
맨발이 빠르게 바닥을 밟는 소리가 나더니 보이지 않는 손이 사냥꾼들의 방으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그곳에서는 분명 솜씨가 뛰어난 누군가가 연주하는 발랄라이카의 맑은 소리가 들렸다. 한동안 그 선율에 귀 기울이던 나타샤는 더 잘 들으려고 복도로 나갔다.
“내 마부 미트카야…… 좋은 발랄라이카를 하나 마련해 주었지. 나는 저 소리를 좋아하네.” ‘아저씨’가 말했다.
‘아저씨’가 사냥에서 돌아오면 미트카가 사냥꾼들의 방에서 발랄라이카를 연주하는 것이 관습이었다. ‘아저씨’는 그런 음악을 좋아했다.
“아주 좋군! 정말 훌륭해!” 니콜라이는 그 소리가 무척 마음에 든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끄럽기라도 한 듯, 자기도 모르게 다소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아주 좋다고요?” 나타샤는 오빠의 말투를 알아차리고 나무라듯 말했다. “‘아주 좋은’ 정도가 아니라 정말 황홀해요!”
‘아저씨’의 절인 버섯과 꿀과 체리 브랜디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게 느껴졌듯, 그 순간에는 그 곡도 나타샤에게 음악적 기쁨의 절정으로 느껴졌다.
“더 해 주세요, 더!” 발랄라이카 소리가 멈추자 나타샤는 문가에서 외쳤다. 미트카는 악기를 다시 조율한 뒤 꾸밈음과 변주를 넣어 《마님》의 선율을 다시 퉁겼다. ‘아저씨’는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고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귀 기울였다. 선율은 백 번이나 되풀이되었다. 발랄라이카는 여러 번 다시 조율되었고 같은 음들이 거듭 울렸지만 듣는 이들은 싫증 내지 않고 몇 번이고 다시 듣고 싶어 했다. 아니시야 표도로브나가 들어와 풍만한 몸을 문설주에 기댔다.
“듣는 게 좋으세요?” 그녀는 ‘아저씨’와 아주 흡사한 미소를 나타샤에게 지으며 말했다. “우리 미트카가 잘 연주하지요.” 그녀가 덧붙였다.
“저 부분은 제대로 연주하지 못하는군!” ‘아저씨’는 갑자기 힘찬 몸짓을 하며 말했다. “여기서는 확 터뜨려야 해. 그래, 자, 가자! 확 터뜨려야 한다고.”
“아저씨도 연주하세요?” 나타샤가 물었다.
‘아저씨’는 대답하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아니시야, 가서 내 기타 줄이 괜찮은지 좀 보아라. 오래도록 손대지 않았거든. 그래, 자, 가자! 이제 그만두었어.”
아니시야 표도로브나는 가벼운 걸음으로 기꺼이 심부름을 하러 가서 기타를 가져왔다.
‘아저씨’는 아무도 바라보지 않은 채 기타의 먼지를 불어 내고 앙상한 손가락으로 몸통을 두드린 뒤 조율하고 안락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다소 연극적인 몸짓으로 왼쪽 팔꿈치를 둥글게 들고 지판보다 조금 위쪽에서 기타를 잡았다. 아니시야 표도로브나에게 눈을 찡긋하고 맑고 낭랑한 화음 하나를 울린 뒤, 《마님》이 아니라 잘 알려진 노래인 《처녀가 거리를 걸어왔네》를 아주 느린 박자로 조용하고 부드럽고 자신 있게 연주하기 시작했다. 정확하고 반듯한 박자로 연주하는 선율은 아니시야 표도로브나의 온 존재에서 흘러나오는 차분한 즐거움과 같은 감정을 니콜라이와 나타샤의 마음속에서 떨리게 했다. 아니시야 표도로브나는 얼굴을 붉히고 머릿수건으로 얼굴을 가리며 웃음을 터뜨린 채 방을 나갔다. ‘아저씨’는 정확하고 세심하며 힘 있고 단호하게 계속 연주하면서, 아니시야 표도로브나가 서 있던 자리를 달라진 영감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회색 콧수염 밑의 얼굴 한쪽이 조금 웃는 듯했다. 특히 노래가 흥겨워지고 박자가 빨라지면서 손가락이 현 위를 달릴 때 이따금 무언가가 탁 튀는 듯한 순간에는 더욱 그랬다.
“멋져요, 멋져요! 계속해요, 아저씨, 계속해요!” 연주가 끝나자마자 나타샤가 외쳤다. 벌떡 일어나 아저씨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다. “니콜라이, 니콜라이!” 그녀는 ‘무엇이 내 마음을 이렇게 움직이게 하는 걸까?’라고 묻기라도 하듯 오빠를 돌아보며 말했다.
니콜라이도 ‘아저씨’의 연주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아저씨’는 곡을 다시 연주했다. 아니시야 표도로브나의 웃는 얼굴이 문가에 다시 나타났고 그 뒤로 다른 얼굴들도 보였다…….
맑고 달콤한 물 길으러 나온 아가씨, 멈춰 주오, 내 부탁 들어주오……
‘아저씨’는 다시 한번 연주하며 손가락을 능숙하게 현 위로 움직였다. 그러다 갑자기 멈추고 어깨를 들썩였다.
“계속해 주세요, 사랑하는 아저씨.” 나타샤는 자기 목숨이라도 달린 듯 애원하는 목소리로 간청했다.
‘아저씨’가 일어섰다. 그의 안에 두 사람이 있는 듯했다. 한 사람은 흥겨운 사내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었고, 다른 흥겨운 사내는 민속춤을 추려고 순진하면서도 정확한 자세를 잡았다.
“자, 조카야!” 그는 방금 화음을 울린 손으로 나타샤에게 손짓하며 외쳤다.
나타샤는 어깨에서 숄을 벗어 던지고 ‘아저씨’ 앞으로 달려갔다. 두 손을 허리에 짚고 어깨를 움직인 뒤 자세를 잡았다.
망명 프랑스인 가정교사에게 교육받은 이 젊은 백작 영애는 어디에서, 어떻게, 언제 자신이 마신 러시아의 공기로부터 그런 정신과 몸짓을 받아들였을까? 프랑스식 ‘숄 춤(pas de châle)’이 벌써 오래전에 지워 버렸으리라 여길 만한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그 정신과 몸짓은 ‘아저씨’가 그녀에게 기대한, 흉내 낼 수도 가르칠 수도 없는 러시아적인 것이었다. 나타샤가 자세를 잡고 의기양양하고 자랑스러우면서도 장난스러운 기쁨으로 미소 짓자마자, 니콜라이와 다른 사람들을 처음 사로잡았던, 그녀가 제대로 하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은 끝났다. 그들은 벌써 그녀에게 감탄하고 있었다.
* 프랑스식 숄 춤.
나타샤는 정확하게, 더없이 정확하게 춤을 추었다. 아니시야 표도로브나는 춤에 필요한 손수건을 곧바로 건네주었고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비단과 벨벳 속에서 자라 자신과는 전혀 다른 가냘프고 우아한 백작 영애가 자기 안에 있는 모든 것,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와 고모, 모든 러시아 남녀의 마음속에 있는 것을 이해하는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았다.
“그래, 작은 백작 영애. 그래, 자, 가자!” 춤이 끝나자 ‘아저씨’는 기쁘게 웃으며 외쳤다. “잘했다, 조카야! 이제 너와 결혼할 훌륭한 젊은이를 찾아야겠구나. 그래, 자, 가자!”
“이미 정해졌어요.” 니콜라이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니, 그래?” ‘아저씨’는 놀라 나타샤를 묻는 듯 바라보았다. 나타샤는 행복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훌륭한 분이에요!” 그녀가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을 하자마자 새로운 생각과 감정이 떠올랐다. ‘“이미 정해졌다”고 말할 때 니콜라이의 미소는 무슨 뜻이었을까? 오빠는 기뻐하는 걸까, 그렇지 않은 걸까? 내 볼콘스키가 우리의 즐거움을 인정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하는 듯해. 하지만 그분은 모든 것을 이해할 거야. 지금 어디에 계실까?’ 그녀는 생각했고 얼굴이 갑자기 진지해졌다. 그러나 그것은 1초뿐이었다. ‘그 일을 생각해서는 안 돼.’ 그녀는 자신에게 말하고 다시 미소 지으며 ‘아저씨’ 곁에 앉아 다른 곡도 연주해 달라고 부탁했다.
‘아저씨’는 다른 노래와 왈츠를 연주했다. 잠시 멈춘 뒤 목을 가다듬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냥 노래를 불렀다.
어젯밤 날이 저물 무렵 눈은 가볍고 포근히 내렸네……
‘아저씨’는 농민들이 노래하듯 불렀다. 노래의 모든 뜻은 가사에 있고 선율은 저절로 따라오며, 가사와 떨어진 선율은 존재하지 않고 오직 말에 운율을 주기 위해 있을 뿐이라는 충만하고 순진한 확신을 품고 노래했다. 그 결과 새의 노랫소리처럼 의식하지 않고 부르는 선율은 유난히 훌륭했다. 나타샤는 ‘아저씨’의 노래에 황홀해졌다. 하프 배우기를 그만두고 기타만 연주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저씨’에게 기타를 빌려 곧바로 그 노래의 화음을 찾아냈다.
9시가 지나자 나타샤와 페탸를 데리러 보냈던 이륜마차 두 대와 말을 탄 사람 세 명이 도착했다. 백작과 백작부인은 두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몹시 걱정하고 있다고 그중 한 사람이 말했다.
페탸는 통나무처럼 들려 나와 두 이륜마차 가운데 더 큰 쪽에 눕혀졌다. 나타샤와 니콜라이는 다른 마차에 탔다. ‘아저씨’는 나타샤를 따뜻하게 감싸 주고 전에 없던 다정함으로 작별했다. 건널 수 없는 다리까지 걸어서 배웅했으므로 그들은 여울로 돌아가야 했다. ‘아저씨’는 사냥꾼들에게 등불을 들고 앞서 말을 타게 했다.
“잘 가거라, 사랑하는 조카야.” 어둠 속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타샤가 전에 알던 목소리가 아니라 《어젯밤 날이 저물 무렵》을 부르던 목소리였다.
그들이 지나간 마을에는 붉은 불빛이 보였고 유쾌한 연기 냄새가 났다.
“아저씨는 정말 사랑스러운 분이야!” 큰길에 나오자 나타샤가 말했다.
“그래.” 니콜라이가 대답했다. “춥지 않니?”
“아니요. 아주, 아주 괜찮아요. 마음이 정말 편안해요!” 나타샤는 자신의 감정에 당황한 듯 대답했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침묵했다. 밤은 어둡고 축축했다. 말들은 보이지 않았고 보이지 않는 진창을 첨벙거리며 가는 소리만 들렸다.
삶의 온갖 다양한 인상을 그토록 열렬히 붙잡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무엇이든 받아들이는 아이 같은 영혼 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을까? 그 모든 것이 어떻게 그녀 안에 자리를 잡았을까? 하지만 나타샤는 무척 행복했다. 집에 가까워졌을 때 갑자기 《어젯밤 날이 저물 무렵》의 선율을 부르기 시작했다. 오는 내내 붙잡으려 애쓰다가 마침내 알아낸 곡조였다.
“알아냈니?” 니콜라이가 말했다.
“방금 무슨 생각을 했어요, 니콜라이?” 나타샤가 물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그 질문을 하기를 좋아했다.
“나?” 니콜라이는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글쎄, 처음에는 붉은 사냥개 루가이가 아저씨와 닮았다고 생각했어. 루가이가 사람이라면 말을 타는 솜씨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 태도 때문에 아저씨를 늘 곁에 두었을 거라고 말이야. 아저씨는 정말 좋은 분이야! 그렇지 않니?…… 그래, 너는?”
“나요? 잠깐만요, 잠깐…… 그래요, 처음에는 우리가 이렇게 가면서 집에 돌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이 어둠 속에서 실제로 어디로 가는지는 하늘만이 안다고 생각했어요. 도착하고 보니 갑자기 오트라드노예가 아니라 요정의 나라일 수도 있다고요. 그러고는…… 아니, 다른 생각은 없었어요.”
“알아. 그분을 생각했겠지.” 니콜라이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타샤는 목소리만으로 그 미소를 알아차렸다.
“아니에요.” 나타샤가 말했다. 사실은 다른 모든 것과 동시에 안드레이 공작을 생각했고 그가 ‘아저씨’를 얼마나 좋아했을지도 생각했다. “그리고 오는 내내 ‘아니시야는 어쩌면 그렇게 몸가짐이 훌륭할까, 어쩌면 그렇게!’라고 혼잣말했어요.” 니콜라이는 그녀가 저절로 터뜨리는 행복하고 낭랑한 웃음을 들었다. “그런데 알아요?” 그녀는 갑자기 말했다. “나는 지금처럼 행복하고 평온할 수는 다시 없으리라는 것을 알아요.”
“허튼소리, 말도 안 되는 소리, 엉터리야!” 니콜라이가 외쳤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우리 나타샤는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내게는 이 아이 같은 친구가 다시는 없을 거야. 무엇 때문에 결혼하려는 걸까? 우리는 언제까지나 함께 마차를 타고 다닐 수 있는데!’
‘우리 니콜라이는 정말 사랑스러워!’ 나타샤는 생각했다.
“아, 응접실에 아직 불이 켜져 있어요!” 그녀는 밤의 축축하고 벨벳 같은 어둠 속에서 정겹게 빛나는 집의 창문들을 가리키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