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7권 1810~1811년 / 제4장
《전쟁과 평화》 · 제7권 1810~1811년

제4장

《전쟁과 평화》 제7권 4장 삽화

언제나 대규모 사냥 조직을 유지했지만 이제는 아들에게 전적으로 맡긴 늙은 백작도 9월 15일 이날 기분이 아주 좋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갈 채비를 했다.

한 시간 뒤 사냥 일행 전체가 현관 앞에 모였다. 지금은 하찮은 일에 신경 쓸 때가 아니라는 듯 엄하고 진지한 표정을 지은 니콜라이는 무언가 말하려는 나타샤와 페탸 곁을 지나갔다. 사냥 준비의 모든 세부 사항을 살피고, 사냥감의 자취를 찾도록 사냥개 무리와 사냥꾼들을 먼저 보냈다. 밤색 말 도네츠에 올라 자기 보르조이 세 마리를 향해 휘파람을 분 뒤 타작마당을 가로질러 오트라드노예 숲으로 이어지는 들판을 향해 출발했다. 늙은 백작의 말인 비플랸카라는 적갈색 거세마는 시종 마부가 끌고 갔다. 백작 자신은 작은 이륜마차를 타고 곧장 자신에게 정해진 자리로 가기로 했다.

사냥개는 54마리였고 사냥 시종과 개몰이꾼이 여섯 명이었다. 가족 이외에도 보르조이 담당 사육사가 여덟 명, 보르조이가 40마리 넘게 있었으므로 가족들이 줄에 매어 데려가는 보르조이까지 합하면 개는 약 130마리, 말을 탄 사람은 20명이었다.

개들은 저마다 자기 주인과 자신을 부르는 신호를 알았다. 사냥에 참가한 사람들도 저마다 자기 일과 자리와 해야 할 일을 알았다. 울타리를 지나자마자 모두 소리도 말도 없이 고르고 조용하게 흩어져 오트라드노예 숲으로 이어지는 길과 들판을 따라갔다.

말들은 두꺼운 양탄자 위를 걷듯 들판을 밟았고, 길을 건널 때에는 이따금 웅덩이에 발을 넣어 물을 튀겼다. 안개 낀 하늘은 여전히 고르게, 눈에 띄지 않게 땅으로 내려오는 듯했다. 공기는 고요하고 따뜻했으며 아무 소리도 없었다. 때때로 사냥꾼의 휘파람, 말의 콧김, 채찍이 갈라지는 소리, 무리에서 뒤처진 사냥개가 낑낑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1마일이 조금 못 되는 거리를 갔을 때 개들을 거느린 기수 다섯 명이 안개 속에서 나타나 로스토프 가족에게 다가왔다. 맨 앞에는 커다란 회색 콧수염을 기른 생기 있고 잘생긴 노인이 말을 타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노인이 가까이 오자 니콜라이가 말했다.

“그렇지. 자, 가자!…… 그럴 줄 알았어.” ‘아저씨’가 말을 시작했다. 그는 로스토프 집안의 먼 친척이자 넉넉하지 않은 이웃 지주였다. “자네가 참지 못하리라는 걸 알았지. 잘 나왔어. 그렇지! 자, 가자!” 이것은 ‘아저씨’가 즐겨 쓰는 말이었다. “당장 숲으로 가게. 우리 기르치크 말로는 일라긴 집안 사람들이 사냥개를 데리고 코르니키에 와 있다는군. 그렇지. 자, 가자!…… 자네 코앞에서 새끼들을 잡아갈 걸세.”

“나도 그곳으로 가는 길이에요. 사냥개 무리를 합칠까요?” 니콜라이가 물었다.

사냥개들을 한 무리로 합친 뒤 ‘아저씨’와 니콜라이는 나란히 말을 달렸다. 숄을 겹겹이 두르고도 열정에 찬 얼굴과 반짝이는 눈이 드러난 나타샤가 질주해 다가왔다. 늘 누나 곁을 떠나지 않는 페탸와 사냥꾼 미하일, 그녀를 돌보도록 붙인 마부가 뒤따랐다. 페탸는 웃으며 자기 말을 채찍질하고 고삐를 잡아당겼다. 나타샤는 검은 아랍치크 위에 가볍고 자신 있게 앉아 단단한 손으로 힘들이지 않고 말을 제어했다.

‘아저씨’는 페탸와 나타샤를 못마땅한 듯 돌아보았다. 그는 사냥이라는 진지한 일에 경박함이 섞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우리도 가요!” 페탸가 외쳤다.

“그래, 안녕, 안녕! 하지만 사냥개들보다 앞으로 나가지는 마라.” ‘아저씨’가 엄하게 말했다.

“니콜라이 오빠, 트루닐라는 정말 훌륭한 개예요! 나를 알아봤어요.” 나타샤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사냥개를 두고 말했다.

‘우선 트루닐라는 그냥 ‘개’가 아니라 해리어야.’ 니콜라이는 생각했다. 그는 지금 이 순간 두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할 거리를 누이도 느끼게 하려는 듯 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나타샤는 알아차렸다.

“우리가 방해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아저씨.” 그녀가 말했다. “우리 자리로 가서 꼼짝하지 않을게요.”

“그러면 좋지, 작은 백작 영애.” ‘아저씨’가 말했다. “다만 말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라.” 그가 덧붙였다. “왜냐하면, 그래, 자, 가자! 네게는 붙잡을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까.”

수백 야드 떨어진 곳에 오트라드노예 숲이 오아시스처럼 보였고 사냥꾼들은 이미 그곳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로스토프는 어느 지점에서 사냥개들을 풀지 ‘아저씨’와 마지막으로 정하고, 어떤 짐승도 나올 수 없을 만한 나타샤의 자리를 일러 준 뒤 골짜기 위쪽으로 돌아갔다.

“조카, 자네는 큰 늑대를 노리는군.” ‘아저씨’가 말했다. “놓치지 않도록 조심하게!”

“그건 상황에 달렸지요.” 로스토프가 대답했다. “카라이, 이리 와!” 그는 ‘아저씨’의 말에 보르조이를 부르는 것으로 대답했다. 카라이는 아래턱 살이 늘어진 털북숭이 늙은 개로, 혼자서 큰 늑대에게 달려든 일로 유명했다. 모두가 자기 자리를 잡았다.

아들이 사냥에 얼마나 열심인지 아는 늙은 백작은 늦지 않으려고 서둘렀다. 사냥꾼들이 아직 자기 자리에 다다르기도 전에 일리야 로스토프 백작이 즐겁고 상기된 얼굴로 볼살을 떨며 검은 말들이 끄는 마차를 타고 겨울 호밀밭을 가로질러, 늑대가 나올 만한 자신에게 정해진 곳에 도착했다. 그는 외투를 바로잡고 사냥칼과 뿔나팔을 착용한 뒤, 자기처럼 털이 세기 시작한 온순하고 매끈하며 살찌고 편안한 비플랸카에 올라탔다. 말들과 이륜마차는 집으로 돌려보냈다. 일리야 로스토프 백작은 마음속으로 열렬한 사냥꾼은 아니었지만 사냥 규칙을 잘 알았다. 서 있어야 할 길가의 덤불 가장자리로 가서 고삐를 정리하고 안장에 자리를 잡았다. 준비가 되었다고 느낀 그는 미소를 지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백작 곁에는 개인 시종인 시몬 체크마르가 있었다. 노련한 기수였지만 이제는 안장 위에서 몸이 다소 뻣뻣한 노인이었다. 체크마르는 사나운 늑대사냥개 세 마리를 줄에 매어 붙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 개들도 주인과 말처럼 살이 쪘다. 영리한 늙은 개 두 마리는 줄에 매지 않은 채 엎드려 있었다. 숲 가장자리를 따라 100보쯤 떨어진 곳에는 백작의 또 다른 마부 미트카가 서 있었다. 대담한 기수이자 열성적인 사냥꾼이었다. 백작은 오래된 관습에 따라 사냥 전에 따뜻하게 데운 브랜디를 은잔으로 한 잔 마시고 간단히 음식을 먹은 뒤, 자신이 좋아하는 보르도 포도주 반 병으로 입가심했다.

백작은 술과 마차를 달린 탓에 얼굴이 다소 붉어져 있었다. 눈에는 물기가 조금 돌고 평소보다 더 반짝였다. 모피 외투에 몸을 감싸고 안장에 앉은 모습은 나들이 나온 아이 같았다.

모든 준비를 끝낸, 야위고 볼이 움푹 팬 체크마르는 30년 동안 가장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모신 주인을 계속 흘끗 바라보았다. 주인의 기분을 알아차린 그는 즐거운 대화를 기대했다. 세 번째 사람이 조심스럽게 숲을 지나 말을 타고 와서(분명 미리 주의를 받은 모습이었다) 백작 뒤에 멈추었다. 회색 수염을 기른 노인으로 여성용 외투를 입고 머리에는 꼭대기가 높고 뾰족한 모자를 썼다. 여자 이름인 나스타시야 이바노브나로 불리는 익살꾼이었다.

“그래, 나스타시야 이바노브나!” 백작은 그에게 눈을 찡긋하며 속삭였다. “짐승을 놀라 달아나게 하면 다닐로가 자네를 혼내 줄 걸세!”

“나도 이 일이라면 좀 알지요!” 나스타시야 이바노브나가 말했다.

“쉿!” 백작은 속삭이고 시몬을 돌아보았다. “젊은 백작 영애를 보았나?” 그가 물었다. “어디 있지?”

“페트르 도련님과 함께 자로프의 무성한 풀밭 곁에 계십니다.” 시몬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귀한 아가씨지만 사냥을 무척 좋아하십니다.”

“자네도 그 애가 말 타는 모습을 보고 놀랐겠지, 시몬, 그렇지?” 백작이 말했다. “웬만한 남자보다 낫지!”

“물론입니다! 놀라울 정도지요. 아주 대담하고 여유롭습니다!”

“니콜라이는? 랴도프 고지에 있지, 그렇지?”

“그렇습니다, 나리. 어디에 서야 하는지 아십니다. 사냥을 너무 잘 이해하셔서 다닐로와 저도 자주 깜짝 놀랍니다.” 시몬은 주인이 무엇을 들으면 좋아할지 잘 알고 말했다.

“말도 잘 타지, 그렇지? 말 위의 모습도 아주 훌륭하고, 그렇지?”

“그림 그 자체입니다! 며칠 전 자바르진스크 숲의 무성한 풀밭에서 여우를 어떻게 몰아냈는지 보셨어야 합니다! 무서운 곳을 뛰어넘으셨지요. 숲에서 한꺼번에 뛰쳐나올 때의 광경이란…… 말은 1천 루블짜리이고 기수는 값을 매길 수도 없습니다! 그래요, 그렇게 멋진 사람은 멀리 가서 찾아야 합니다.”

“멀리 가서 찾아야 한다…….” 백작은 시몬이 더 말하지 않은 것이 아쉬운 듯 되풀이했다. “멀리 가서 찾아야 해.” 그는 코담배갑을 꺼내려고 외투 자락을 뒤로 젖히며 말했다.

“며칠 전 정복을 입고 미사를 마치고 나오셨을 때 미하일 시도리치가…….” 시몬은 말을 끝내지 않았다. 고요한 공기 속에서 두세 마리 사냥개만 짖는 사냥의 음악을 또렷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귀를 기울이며 주인에게 경고하듯 손가락을 흔들었다. “개들이 새끼들의 자취를 잡았습니다…….” 그가 속삭였다. “랴도프 고지로 곧장 가고 있습니다.”

백작은 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거둘 생각도 잊고 코담배갑을 손에 든 채 집어 들지는 않고, 좁게 트인 공간 너머 정면의 먼 곳을 바라보았다. 사냥개가 짖는 소리에 이어 다닐로의 사냥 나팔에서 늑대를 알리는 낮은 음이 울렸다. 사냥개 무리는 처음 짖던 세 마리와 합류했고, 늑대를 뒤쫓을 때 특유하게 음이 치솟는 우렁찬 짖음이 들렸다. 개몰이꾼들은 더 이상 개들을 부추기지 않고 “울류류”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다른 소리 위로 때로는 굵은 저음으로, 때로는 찌르듯 날카롭게 다닐로의 목소리가 솟아올랐다. 그의 목소리는 숲 전체를 가득 채우고 훨씬 멀리 트인 들판까지 퍼져 나가는 듯했다.

백작과 시종은 잠시 말없이 귀 기울인 뒤 사냥개들이 두 무리로 갈라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열렬하게 짖는 더 큰 무리의 소리는 멀리서 차츰 사라지기 시작했다. 다른 무리는 백작 곁의 숲을 지나 달려갔고, 그쪽에서는 다닐로가 “울류류”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두 무리의 소리는 뒤섞였다가 다시 갈라졌지만 모두 점점 멀어졌다.

시몬은 한숨을 쉬고 어린 보르조이가 얽어 놓은 줄을 바로잡으려고 몸을 숙였다. 백작도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 손에 든 코담배갑을 발견하고 뚜껑을 열어 한 꼬집 집었다. “뒤로!” 시몬은 숲에서 앞으로 뛰어나오려는 보르조이에게 외쳤다. 백작은 놀라 코담배갑을 떨어뜨렸다. 나스타시야 이바노브나는 말에서 내려 그것을 주웠다. 백작과 시몬은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흔히 일어나는 것처럼 뜻밖에도 사냥 소리가 갑자기 가까워졌다. 우렁차게 짖는 사냥개들과 “울류류”라고 외치는 다닐로가 바로 앞에 있는 듯했다.

백작이 몸을 돌리자 오른쪽에서 미트카가 눈이 튀어나올 듯 자신을 바라보며 모자를 들어 정면의 반대편을 가리키는 모습이 보였다.

“조심하십시오!” 그는 오래전부터 그 말을 외치지 못해 애태웠다는 것이 분명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보르조이들을 풀어 주고 백작 쪽으로 질주했다.

백작과 시몬은 숲에서 달려 나와 왼쪽을 보았다. 늑대 한 마리가 몸을 좌우로 부드럽게 흔들며 느긋하게 달려 더 왼쪽으로, 바로 그들이 서 있는 곳을 향하고 있었다. 성난 보르조이들은 낑낑거리다가 줄에서 풀려나 말발굽 사이를 지나 늑대에게 달려들었다.

늑대는 멈추었다. 심한 목병을 앓는 사람처럼 무거운 이마를 어색하게 개들 쪽으로 돌렸고, 여전히 몸을 좌우로 조금 흔들며 두어 번 뛰었다. 그러고는 꼬리를 홱 휘두르며 숲 가장자리로 사라졌다. 바로 그 순간 맞은편 숲에서 먼저 한 마리, 이어 또 한 마리, 또 한 마리가 울부짖는 듯한 소리를 내며 허둥지둥 뛰쳐나왔다. 사냥개 무리 전체가 들판을 가로질러 늑대가 사라진 바로 그곳으로 달려갔다. 사냥개들 뒤에서 개암나무 덤불이 갈라지더니 땀으로 검게 젖은 다닐로의 밤색 말이 나타났다. 길쭉한 말 등에 다닐로가 모자도 쓰지 않은 채 앞으로 웅크려 앉아 있었다. 헝클어진 회색 머리카락은 땀에 젖어 붉어진 얼굴 위로 늘어졌다.

“울류류류! 울류류!…….” 그가 외쳤다. 백작을 발견하자 눈에서 번개가 번뜩였다.

“빌어먹을!” 그는 백작에게 위협적으로 채찍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늑대를 놓치셨잖습니까!…… 무슨 사냥꾼이 이렇습니까!” 겁먹고 부끄러워하는 백작에게 더 말할 가치도 없다는 듯, 다닐로는 백작 때문에 치민 분노를 모두 실어 땀에 젖어 숨을 헐떡이는 밤색 거세마의 옆구리를 채찍질하고 사냥개들을 뒤쫓아 날아갔다. 벌받은 학생 같은 백작은 곤란한 처지를 시몬이 동정해 주기를 바라며 미소를 지어 보이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시몬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그는 덤불을 돌아 질주하고 있었다. 사냥에 참가한 사람들이 양쪽에서 몰려들어 늑대의 앞길을 막으려 했지만, 그러기도 전에 늑대는 숲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