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3권 1805년 / 제16장
《전쟁과 평화》 · 제3권 1805년

제16장

《전쟁과 평화》 제3권 16장 삽화

쿠투조프는 부관들을 거느리고 카라비니에리 부대 뒤를 말 걸음으로 따라갔다.

종대 뒤에서 반 마일도 가지 않아 두 갈래 길이 나뉘는 곳의 외딴 빈집 앞에 멈췄다. 아마 여관이었던 집이었다. 두 길은 모두 내리막이었고 양쪽으로 부대가 행군하고 있었다.

안개는 걷히기 시작했고 약 1마일 반 떨어진 맞은편 고지에 적군이 희미하게 보였다. 왼쪽 아래에서는 총소리가 더욱 뚜렷해졌다. 쿠투조프는 멈춰 오스트리아 장군과 이야기했다. 조금 뒤에서 두 사람을 바라보던 안드레이 공작은 쌍안경을 빌리려고 부관에게 돌아섰다.

“보십시오, 보십시오!” 부관은 먼 부대가 아니라 바로 앞 언덕 아래를 보며 말했다. “프랑스군입니다!”

두 장군과 부관은 서로 빼앗을 듯 쌍안경을 붙잡았다. 모두의 표정이 갑자기 공포로 바뀌었다. 1마일 반 밖에 있어야 할 프랑스군이 갑자기 뜻밖에도 바로 앞에 나타난 것이다.

“적이라고?…… 아니야!…… 그래, 저기 있다!…… 틀림없어…… 하지만 어떻게?” 여러 목소리가 말했다.

안드레이 공작은 맨눈으로도 오른쪽 아래, 쿠투조프가 선 곳에서 500보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압셰론 병사들을 향해 올라오는 프랑스군의 밀집 종대를 보았다.

‘바로 이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이 왔다. 내 차례야.’ 안드레이 공작은 생각하고 말에 박차를 가해 쿠투조프에게 다가갔다.

“압셰론 연대를 멈춰야 합니다, 각하!” 그가 외쳤다. 바로 그 순간 연기가 주위를 뒤덮고 아주 가까이에서 총성이 들렸다. 안드레이 공작에게서 두 걸음도 안 되는 곳에서 순진한 공포에 질린 목소리가 “형제들! 모두 끝났어!”라고 외쳤다. 그 말이 명령이라도 된 듯 모두가 달아나기 시작했다.

혼란스럽고 갈수록 커지는 군중이 오 분 전 부대가 황제들 앞을 지나간 곳으로 되돌아 달렸다. 그 무리를 멈추기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자신이 휩쓸려 돌아가지 않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볼콘스키는 무리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애쓰며, 어찌 된 일인지 이해하지 못해 당황한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평소와 달리 붉고 화난 얼굴의 네스비츠키는 당장 떠나지 않으면 반드시 포로가 된다고 쿠투조프에게 외쳤다. 쿠투조프는 같은 자리에 남아 대답하지 않고 손수건을 꺼냈다. 뺨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안드레이 공작은 억지로 길을 뚫어 그에게 다가갔다.

“다치셨습니까?” 그는 떨리는 아랫입술을 간신히 억누르며 물었다.

“상처는 여기가 아니라 저기 있네!” 쿠투조프는 다친 뺨에 손수건을 누르고 달아나는 병사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들을 멈춰!” 그가 외쳤다. 그러면서도 불가능함을 깨달은 듯 말에 박차를 가해 오른쪽으로 갔다.

달아나는 무리의 새로운 물결이 그를 붙잡아 함께 뒤로 밀어냈다.

부대는 너무 빽빽하게 달려 한번 둘러싸이면 다시 빠져나오기 어려웠다. 한 사람은 “가! 왜 길을 막아?”라고 외쳤다. 같은 곳에서 다른 사람은 돌아서 허공에 총을 쐈고, 또 다른 병사는 쿠투조프가 탄 말을 때렸다. 쿠투조프는 큰 힘을 들여 왼쪽으로 그 인파를 벗어나 절반도 남지 않은 수행원과 함께 가까운 포성 쪽으로 갔다. 도주자 무리에서 빠져나와 쿠투조프 가까이 있으려던 안드레이 공작은 연기 속 언덕 비탈에서 여전히 사격하는 러시아 포대와 그곳으로 달려드는 프랑스군을 보았다. 더 위에는 러시아 보병 일부가 포대를 지키러 전진하지도, 도망치는 군중과 함께 후퇴하지도 않은 채 서 있었다. 말을 탄 장군 하나가 보병대에서 떨어져 쿠투조프에게 다가왔다. 수행원은 네 명만 남았다. 모두 창백했고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저 악당들을 멈추게!” 쿠투조프는 달아나는 병사들을 가리키며 연대장에게 숨을 헐떡여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을 벌주기라도 하듯 탄환들이 작은 새 떼처럼 연대와 쿠투조프 수행원 위로 쉭쉭 날아갔다.

프랑스군은 포대를 공격하다 쿠투조프를 보고 그에게 사격했다. 일제사격 뒤 연대장은 다리를 움켜잡았고 병사 몇 명이 쓰러졌으며, 군기를 든 기수 소위가 그것을 손에서 놓쳤다. 군기는 흔들리며 쓰러지다가 가까운 병사들의 총에 걸렸다. 병사들은 명령도 없이 사격하기 시작했다.

“아! 아! 아!” 쿠투조프는 절망적으로 신음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볼콘스키!” 늙고 무력하다는 자각으로 목소리를 떨며 속삭였다. 흐트러진 대대와 적을 가리키며 “볼콘스키, 저게 뭔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수치와 분노의 눈물에 목이 막힌 안드레이 공작은 말에서 뛰어내려 군기로 달려갔다.

“전진, 제군들!” 그는 아이처럼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바로 이것이다!’ 그는 군기 자루를 붙잡고 자기를 겨눈 것이 분명한 탄환 소리를 즐겁게 들으며 생각했다. 병사 몇 명이 쓰러졌다.

“만세!” 안드레이 공작은 외쳤다. 무거운 군기를 간신히 들고 대대 전체가 뒤따르리라는 굳은 확신으로 앞으로 달렸다.

정말로 몇 걸음만 혼자 달렸다. 병사 하나가 움직이고 또 하나가 움직이더니 곧 대대 전체가 “만세!”를 외치며 달려와 그를 추월했다. 대대 하사가 달려와 무게 때문에 안드레이 공작의 손에서 흔들리는 군기를 받아 들었지만 곧 전사했다. 안드레이 공작은 다시 군기를 잡아 자루를 끌며 대대와 함께 달렸다. 정면에는 아군 포병들이 보였다. 일부는 싸우고 일부는 대포를 버리고 그쪽으로 달려왔다. 프랑스 보병들이 포병대의 말을 빼앗고 대포를 돌리는 것도 보였다. 안드레이 공작과 대대는 벌써 대포에서 스무 걸음 안에 있었다. 머리 위로 탄환이 끊임없이 윙윙거리고 좌우에서는 병사들이 계속 신음하며 쓰러졌다. 그러나 그는 보지 않고 정면 포대에서 벌어지는 일만 바라보았다. 붉은 머리의 포병 하나가 비뚤어진 샤코를 쓰고 밀대 한쪽을 잡아당기고, 프랑스 병사가 다른 쪽을 잡아당기는 모습이 이제 또렷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듯 어쩔 줄 모르면서도 화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엇을 하는 거지?’ 안드레이 공작은 그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붉은 머리 포병은 무기도 없는데 왜 달아나지 않지? 프랑스 병사는 왜 찌르지 않고? 저자가 총검을 기억해 찌르기 전에는 도망치지 못할 텐데…….’

정말로 다른 프랑스 병사가 총을 끌며 몸싸움하는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 승리한 듯 밀대를 차지하고도 무엇이 기다리는지 깨닫지 못한 붉은 머리 포병의 운명이 결정되려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안드레이 공작은 결말을 보지 못했다. 가까운 병사가 몽둥이를 힘껏 휘둘러 머리를 때린 듯했다. 조금 아팠지만, 바라보던 것을 보지 못하게 정신을 흐린 것이 가장 괴로웠다.

‘이게 뭐지? 내가 쓰러지는 건가? 다리에 힘이 없어.’ 그는 생각하고 등을 대고 쓰러졌다. 프랑스군과 포병들의 싸움이 어떻게 끝나는지, 붉은 머리 포병이 죽었는지, 대포를 빼앗겼는지 지켜보려고 눈을 떴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머리 위에는 이제 하늘밖에 없었다. 맑지는 않지만 헤아릴 수 없이 높은 하늘, 그 위를 회색 구름이 천천히 미끄러지고 있었다. ‘얼마나 고요하고 평화롭고 장엄한가. 내가 달릴 때와는 전혀 달라. 우리가 고함치며 싸우고 달릴 때와도, 겁먹고 화난 얼굴로 포병과 프랑스 병사가 밀대를 다투던 것과도 전혀 달라. 저 구름들은 저 높고 무한한 하늘에서 얼마나 다르게 흘러가는가! 왜 전에는 저 높은 하늘을 보지 못했을까? 이제야 발견하다니 얼마나 행복한가! 그래! 저 무한한 하늘을 빼면 모두 헛되고 모두 거짓이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고 오직 저것뿐이다. 그러나 저것조차 존재하지 않아. 고요와 평화밖에는 아무것도 없어. 하느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