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3권 1805년 / 제11장
《전쟁과 평화》 · 제3권 1805년

제11장

《전쟁과 평화》 제3권 11장 삽화

다음 날 황제는 비샤우에 머물렀고 주치의 빌리에가 여러 번 불려 갔다. 본부와 인근 부대에는 황제가 편찮다는 소식이 퍼졌다. 측근들에 따르면 그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밤잠도 설쳤다. 이런 병세는 죽은 자와 부상병을 본 일이 예민한 마음에 강한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17일 새벽, 휴전기를 들고 와 러시아 황제 알현을 요구한 프랑스 장교가 전초기지에서 비샤우로 호송되었다. 그 장교는 사바리였다. 황제는 막 잠들었으므로 사바리는 기다려야 했다. 정오에 알현을 허락받았고 한 시간 뒤 돌고루코프 공작과 함께 프랑스군 전초기지로 떠났다.

사바리는 알렉산드르에게 나폴레옹과의 회담을 제안하러 왔다는 소문이 돌았다. 온 군대가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하도록 개인 회담은 거절되었다. 대신 비샤우의 승리자인 돌고루코프 공작이 군주를 대신해 사바리와 함께 파견되었다. 기대와 달리 협상이 진정으로 평화를 바라는 데서 나온 것이라면 나폴레옹과 교섭하기 위해서였다.

저녁 무렵 돌고루코프는 돌아와 곧장 황제를 찾아가 오랫동안 단둘이 머물렀다.

11월 18일과 19일, 군대는 이틀간 전진했고 적의 전초부대는 짧게 총격을 주고받은 뒤 물러났다. 19일 정오부터 군 수뇌부에서는 크게 흥분한 부산한 움직임이 시작되어, 잊지 못할 아우스터리츠 전투가 벌어진 20일 아침까지 이어졌다.

19일 정오까지 그 움직임—열띤 대화와 왕래, 부관들의 파견—은 황제의 본부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날 오후에는 쿠투조프의 본부와 각 종대 지휘관의 참모부에까지 미쳤다. 저녁에는 부관들이 군대의 모든 끝과 구석까지 퍼뜨렸고, 19일에서 20일로 넘어가는 밤에 동맹군 8만 명 전체가 웅성거리는 소리 속에서 숙영지에서 일어났다. 군대는 출렁이더니 길이 6마일의 거대한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침에 황제 본부에서 시작되어 뒤따르는 모든 움직임을 일으킨 집중된 활동은 거대한 탑시계의 중심 톱니가 처음 움직이는 것과 같았다. 톱니 하나가 천천히 움직이면 다른 것이 움직이고 세 번째 것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톱니들은 갈수록 빠르게 돌고 지렛대와 톱니바퀴가 작동하고 종이 울리며 인형이 튀어나오고, 그 모든 활동의 결과로 바늘이 규칙적으로 앞으로 간다.

시계 장치에서처럼 군대라는 기계도 한번 충격을 받으면 최종 결과까지 나아간다. 충격이 아직 전달되지 않은 부품들은 바로 그 순간까지 무심하게 고요하다. 맞물린 톱니바퀴들이 축 위에서 삐걱거리고 회전하는 도르래가 빠른 속도로 윙윙거리는데도, 이웃의 톱니는 백 년 동안 그대로 있을 준비가 된 듯 조용히 멈춰 있다. 그러나 지렛대가 그것을 거는 순간이 오면 충격에 복종하여 삐걱거리며, 자신은 결과와 목적을 알지 못하는 공동의 움직임에 합류한다.

시계에서 수많은 톱니와 도르래가 복잡하게 움직인 결과가 시간을 가리키는 바늘의 느리고 규칙적인 움직임일 뿐이듯, 러시아인과 프랑스인 16만 명의 모든 복잡한 인간 활동—그들의 정념과 욕망과 후회와 굴욕과 고통, 자부심과 공포와 열광의 폭발—의 결과는 삼제 회전이라 불린 아우스터리츠 전투의 패배, 곧 인간 역사의 문자판 위에서 바늘이 천천히 움직인 것일 뿐이었다.

그날 안드레이 공작은 당직이어서 끊임없이 총사령관 곁을 지켰다.

저녁 여섯 시, 쿠투조프는 황제의 본부로 가서 잠시 황제를 만난 뒤 궁정대원수 톨스토이 백작을 찾아갔다.

볼콘스키는 이 기회에 돌고루코프를 찾아가 다가올 작전의 세부를 알아보려 했다. 쿠투조프가 어떤 일로 심란하고 불만스러우며 본부에서도 그에게 불만을 품고 있다고 느꼈다. 또한 황제의 본부 사람들은 모두 다른 사람이 모르는 것을 안다는 투로 그를 대했으므로 돌고루코프와 이야기하고 싶었다.

“잘 지냈나, 친구?” 돌고루코프가 말했다. 그는 빌리빈과 차를 마시고 있었다. “축제는 내일이야. 자네 노인은 어떤가? 기분이 나쁜가?”

“기분이 나쁘다고 하지는 않겠지만, 자기 말에 귀를 기울여 주기를 바라는 것 같네.”

“하지만 작전회의에서 그의 말을 들었잖나. 이치에 맞는 말을 하면 앞으로도 듣겠지. 보나파르트가 회전을 가장 두려워하는 지금 시간을 끌며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은 불가능해.”

“그래, 그를 만났지?” 안드레이 공작이 말했다. “보나파르트는 어떤가? 어떤 인상을 받았나?”

“그래, 만났어. 그자는 회전을 무엇보다 두려워한다고 확신했네.” 돌고루코프는 나폴레옹과의 회담에서 내린 이 일반적인 결론을 몹시 소중히 여기는 듯 되풀이했다. “전투가 두렵지 않다면 왜 회담을 청했겠나? 왜 협상을 하고, 무엇보다 후퇴했겠나? 후퇴는 그의 전쟁 방식과는 정반대인데 말이야. 믿게, 그는 두려워해. 회전이 무서운 거야. 그의 때가 왔네! 내 말을 기억하게!”

“하지만 말해 보게. 그는 어떤 사람이던가?” 안드레이 공작이 다시 물었다.

“회색 외투를 입고 내가 자기를 ‘폐하’라고 불러 주기를 몹시 바랐지만, 유감스럽게도 내게서 아무 호칭도 받지 못한 사람이지! 그게 그 사람의 전부야.” 돌고루코프는 미소 지으며 빌리빈을 돌아보았다.

“늙은 쿠투조프를 아무리 존경한다 해도,” 그가 말을 이었다. “이제 확실히 우리 손아귀에 든 그자에게 달아나거나 우리를 속일 기회를 주면서 기다린다면 우리는 아주 훌륭한 사람들이겠지! 아니, 수보로프와 그의 원칙을 잊어서는 안 돼. 공격받는 처지에 놓이지 말고 먼저 공격하라는 원칙 말이야. 전쟁에서는 늙은 지연론자들의 모든 경험보다 젊은이들의 활력이 더 자주 길을 보여 준다고 믿네.”

“하지만 어느 위치에서 공격하나? 오늘 전초기지에 가 보았는데 적 주력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네.” 안드레이 공작이 말했다.

그는 자신이 세운 공격 계획을 돌고루코프에게 설명하고 싶었다.

“아, 그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네.” 돌고루코프는 재빨리 말하고 일어나 탁자 위에 지도를 펼쳤다. “모든 가능성을 예상했어. 그자가 브륀 앞에 있다면…….”

돌고루코프 공작은 바이로터의 측면 기동 계획을 빠르지만 불분명하게 설명했다.

안드레이 공작은 대답하며 자기 계획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바이로터의 계획이 이미 승인되었다는 불리한 점만 아니었다면 그만큼 훌륭했을 수도 있었다. 그가 기존 계획의 결점과 자기 계획의 장점을 설명하기 시작하자 돌고루코프 공작은 듣기를 멈추고 지도 대신 안드레이 공작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래도 오늘 밤 쿠투조프의 숙소에서 작전회의가 열릴 테니, 그곳에서 이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네.” 돌고루코프가 말했다.

“그렇게 하겠네.” 안드레이 공작은 지도에서 물러서며 말했다.

“신사 여러분, 대체 무엇을 그렇게 걱정하십니까?” 그때까지 재미있다는 미소로 대화를 듣다가 이제 농담이 준비된 듯한 빌리빈이 말했다. “내일 승리하든 패배하든 러시아 무기의 영광은 안전합니다. 당신의 쿠투조프를 빼면 종대 지휘관 가운데 러시아인은 한 명도 없으니까요! 지휘관들은 빔펜 장군 각하, 랑제론 백작, 리히텐슈타인 공작, 호엔로에 공작, 마지막으로 프리시프리시, 그 밖의 모든 폴란드식 이름들입니다.”

“조용히 하게, 험담꾼!” 돌고루코프가 말했다. “사실이 아니야. 이제 러시아인도 둘 있네. 밀로라도비치와 도흐투로프야. 아라크체예프 백작의 신경이 너무 약하지만 않았다면 셋이었겠지.”

“아무래도 쿠투조프 장군이 나오신 것 같군.” 안드레이 공작이 말했다. “신사 여러분, 행운과 성공을 빕니다!” 그는 돌고루코프와 빌리빈의 손을 잡은 뒤 밖으로 나갔다.

돌아가는 길에 안드레이 공작은 말없이 곁에 앉은 쿠투조프에게 내일 전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쿠투조프는 부관을 엄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잠시 뒤 대답했다. “나는 전투에서 질 것이라 생각하네. 톨스토이 백작에게도 그렇게 말하고 황제께 전해 달라고 부탁했지. 그가 뭐라고 대답했는지 아나? ‘하지만 장군, 나는 쌀밥과 커틀릿을 맡고 있으니 군사 문제는 장군이 알아서 하시오!’ 그래…… 내가 받은 대답이 그것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