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3권 1805년 / 제12장
《전쟁과 평화》 · 제3권 1805년

제12장

《전쟁과 평화》 제3권 12장 삽화

그날 밤 아홉 시가 조금 지나, 바이로터는 작전안을 가지고 작전회의가 열릴 쿠투조프의 숙소로 왔다. 각 종대 지휘관은 모두 소집되었고, 참석을 거절한 바그라티온 공작을 빼면 정해진 시각에 모두 모였다.

예정된 전투를 완전히 장악한 바이로터의 열성과 민첩함은 마지못해 회의를 주재하는 불만스럽고 졸린 쿠투조프와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바이로터는 이미 막을 수 없게 된 움직임의 선두에 있다고 느끼는 듯했다. 무거운 수레를 매달고 내리막을 달리는 말처럼, 자신이 끄는지 수레에 떠밀리는지도 모른 채 그 움직임이 어디로 이어질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질주했다. 그날 저녁 적의 전초선을 직접 정찰하러 두 번, 러시아와 오스트리아 황제에게 보고하고 설명하러 두 번 갔으며, 자기 본부에서는 독일어로 작전 배치를 받아쓰게 했다. 몹시 지친 채 쿠투조프에게 도착했다.

그는 너무 바빠 총사령관에게 예의를 차리는 것조차 잊은 듯했다. 말을 가로막고 빠르고 불분명하게 이야기했으며 상대를 보지 않았고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진흙투성이인 그는 가엾을 만큼 지치고 정신없어 보이면서도 오만하고 자신만만했다.

쿠투조프는 아우스터리츠 근처의 소박한 귀족 저택에 머물고 있었다. 총사령관 집무실이 된 큰 응접실에는 쿠투조프와 바이로터, 작전회의 위원들이 모여 차를 마시며 바그라티온 공작만 기다렸다. 마침내 전령이 공작이 참석하지 못한다고 알렸다. 이를 보고하러 들어온 안드레이 공작은 회의 참석을 허락한 쿠투조프의 사전 승인을 이용해 방에 남았다.

“바그라티온 공작이 오지 않으니 시작해도 되겠습니다.” 바이로터는 서둘러 일어나 브륀 일대의 거대한 지도가 펼쳐진 탁자로 다가갔다.

쿠투조프는 군복 단추를 풀어 굵은 목이 깃 밖으로 빠져나오듯 불거진 채 낮은 의자에서 거의 잠들어 있었다. 통통한 늙은 두 손은 팔걸이에 가지런히 놓였다. 바이로터의 목소리에 애써 한쪽 눈을 떴다.

“그래, 그래, 시작하게! 벌써 늦었네.”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떨구고 눈을 감았다.

처음에는 위원들이 쿠투조프가 자는 척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어지는 낭독 중 코에서 나는 소리는 그가 작전안을 경멸하는 태도보다 훨씬 중대한 일, 곧 참을 수 없는 인간의 수면 욕구를 채우는 데 몰두했음을 증명했다. 그는 정말 잠들었다. 바이로터는 한순간도 낭비할 수 없는 사람의 몸짓으로 그를 흘끗 보고 잠든 것을 확인한 뒤, 서류를 들고 크고 단조로운 목소리로 제목부터 읽었다.

“1805년 11월 30일, 코벨니츠와 소콜니츠 후방의 적 진지를 공격하기 위한 작전 배치.”

작전 배치는 몹시 복잡하고 어려웠다. 다음과 같이 시작했다.

“적의 좌익은 숲이 우거진 언덕에 기대고, 우익은 코벨니츠와 소콜니츠에서 그곳 연못 뒤로 뻗어 있는 반면, 아군 좌익은 적의 우익을 크게 앞질러 있으므로, 특히 소콜니츠와 코벨니츠 마을을 점령하여 적의 측면을 공격하고 슐라파니츠와 튀라사 숲 사이의 평야로 추격하면 적 정면을 방어하는 슐라파니츠와 벨로비츠의 협로를 피할 수 있어 유리하다. 이를 위해서는…… 제1종대는 행군하고…… 제2종대는…… 제3종대는…….” 바이로터는 이런 식으로 읽었다.

장군들은 어려운 작전 배치를 마지못해 듣는 듯했다. 키 크고 금발인 북스회덴 장군은 벽에 등을 기대고 타는 촛불을 응시하며, 듣지도 않고 듣는 척할 마음조차 없는 듯했다. 바이로터 맞은편에는 혈색 좋은 밀로라도비치가 군인다운 자세로 앉아 반짝이는 두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콧수염 끝을 위로 비틀고 팔꿈치를 바깥으로 벌려 두 손을 무릎에 놓고 어깨를 치켜들었다. 그는 고집스럽게 침묵하다 바이로터가 낭독을 끝내자 시선을 돌려 다른 장군들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눈길로는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만족하는지 알 수 없었다. 바이로터 옆의 랑제론 백작은 전형적인 남프랑스인 얼굴에 미묘한 미소를 띤 채, 초상이 든 금제 코담뱃갑의 모서리를 섬세한 손가락으로 빠르게 돌렸다. 가장 긴 문장 중간에 그는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가느다란 입술 끝에 적의 어린 정중함을 띠며 끼어들려 했다. 바이로터는 계속 읽으며 화난 얼굴로 눈살을 찌푸리고 팔꿈치를 홱 움직였다. ‘의견은 나중에 말하고 지금은 지도를 보며 들으시오’라는 뜻이었다. 랑제론은 당혹스럽게 눈을 들어 밀로라도비치에게 설명을 구하듯 돌아보았지만, 인상적이면서도 무의미한 시선을 만나자 슬프게 눈을 내리고 다시 코담뱃갑을 돌렸다.

“지리 수업이군!” 그는 혼잣말처럼, 그러나 들릴 만큼 크게 중얼거렸다.

프셰비셰프스키는 품위 있고 공손한 태도로 한 손을 바이로터 쪽 귀에 대고 주의 깊게 몰두했다. 작은 체구의 도흐투로프는 바이로터 맞은편에 부지런하고 겸손하게 앉아 펼친 지도 위로 몸을 숙이고 작전 배치와 낯선 지형을 성실히 살폈다. 잘 듣지 못한 단어와 어려운 지명을 여러 번 되물었고 바이로터는 되풀이해 주었다. 도흐투로프는 그것을 적었다.

한 시간 넘는 낭독이 끝나자 랑제론은 코담뱃갑을 멈추고 바이로터도 특정한 누구도 보지 않은 채 말했다. 적은 움직이고 있으므로 그 위치를 안다고 가정해 세운 이런 계획은 실행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의 반론은 타당했지만, 주된 목적은 학생들을 대하듯 자신만만하게 작전안을 읽은 바이로터에게 상대가 바보가 아니라 군사 문제를 가르칠 수도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여 주려는 데 있었다.

바이로터의 단조로운 목소리가 멎자 쿠투조프는 방앗간의 졸음 오는 물레 소리가 끊길 때 방앗간 주인이 깨듯 눈을 떴다. 랑제론의 말을 들으며 ‘아직도 그 어리석은 짓을 하는군’이라고 말하는 듯하더니, 곧 눈을 감고 머리를 더 깊이 떨궜다.

랑제론은 작전안 작성자로서 바이로터의 허영심을 가능한 한 독하게 찌르려 했다. 보나파르트가 공격받는 대신 공격할 수도 있어 계획 전체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로터는 어떤 반론이든 미리 예상했다는 듯 확고하고 경멸적인 미소로 모두 맞받았다.

“그자가 공격할 수 있었다면 오늘 했을 겁니다.” 그가 말했다.

“그러면 무력하다고 생각하시오?” 랑제론이 말했다.

“병력은 기껏해야 4만입니다.” 바이로터는 늙은 여인이 치료법을 설명하려 할 때 의사가 짓는 미소로 대답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공격을 기다리는 것은 파멸을 자초하는 셈이군.” 랑제론은 미묘하게 냉소적인 미소를 짓고 다시 밀로라도비치에게 지지를 구했다.

그러나 그 순간 밀로라도비치는 장군들의 논쟁이 아닌 전혀 다른 일을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맹세코!” 그가 말했다. “내일 전장에서 모든 것을 알게 되겠지요.”

바이로터는 러시아 장군들의 반론을 받고, 자신뿐 아니라 두 황제까지 확신시킨 일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 이상하고 우습다는 듯 다시 미소 지었다.

“적은 불을 끄고 진영에서는 계속 소음이 들립니다. 무슨 뜻이겠습니까? 우리가 유일하게 두려워해야 할 후퇴이거나, 진지를 바꾸는 것입니다.” 그는 냉소적으로 미소 지었다. “설령 튀라사에 진지를 잡아도 우리의 수고를 크게 덜어 줄 뿐이며 세부까지 모든 배치는 그대로입니다.”

“어떻게 그렇습니까?……” 오래전부터 의문을 말할 기회를 기다리던 안드레이 공작이 입을 열었다.

그때 쿠투조프가 깨어나 심하게 기침하고 장군들을 둘러보았다.

“신사 여러분, 내일, 아니 자정이 지났으니 오늘의 작전 배치는 이제 바꿀 수 없소.” 그가 말했다. “모두 들었으니 각자의 의무를 다합시다. 하지만 전투 전에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없소……” 그는 잠시 멈췄다. “푹 자는 것보다.”

그는 일어나려는 듯 움직였다. 장군들은 인사하고 물러갔다. 자정이 지나 있었다. 안드레이 공작도 나갔다.

기대했던 의견을 말하지 못한 작전회의는 그에게 막연하고 불안한 인상을 남겼다. 돌고루코프와 바이로터가 옳은지, 쿠투조프와 랑제론 등 공격 계획에 반대한 이들이 옳은지 알 수 없었다. ‘쿠투조프는 정말 황제께 자기 견해를 분명히 말할 수 없었을까? 궁정과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수만 명의 목숨과 내 목숨까지 위험에 놓여야 한단 말인가?’ 그는 생각했다.

‘그래, 내일 죽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 죽음을 생각하자 멀고도 내밀한 추억들이 잇달아 떠올랐다. 아버지와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작별한 일, 아내를 처음 사랑한 나날, 그녀의 임신을 떠올리고 아내와 자신을 가엾게 여겼다. 신경이 날카롭고 감상적으로 누그러진 채 네스비츠키와 함께 묵는 오두막을 나와 앞을 오갔다.

밤은 안개가 자욱했고 달빛은 그 사이로 신비롭게 빛났다. ‘그래, 내일, 내일!’ 그는 생각했다. ‘내일이면 모든 것이 끝날지도 몰라! 이 추억들은 사라지고 아무 의미도 없겠지. 내일이면 아마, 아니 틀림없이 처음으로 내 능력을 모두 보여 주어야 한다는 예감이 들어.’ 상상 속에는 전투와 패배, 한곳에 집중된 전투와 지휘관들의 망설임이 떠올랐다. 그러다 오래 기다린 행복한 순간, 그의 툴롱이 마침내 나타났다. 그는 쿠투조프와 바이로터와 황제들에게 자기 의견을 단호하고 명확하게 말한다. 모두가 옳음을 깨닫지만 아무도 실행하려 하지 않자, 그는 연대와 사단을 맡아 누구도 간섭하지 못하게 하고 결정적인 지점으로 이끌어 혼자 승리를 거둔다. ‘하지만 죽음과 고통은?’ 다른 목소리가 말했다. 안드레이 공작은 대답하지 않고 승리를 계속 꿈꿨다. 다음 전투의 작전 배치는 혼자 세운다. 명목상 쿠투조프 참모부의 부관이지만 모든 일을 혼자 한다. 다음 전투도 혼자 이긴다. 쿠투조프는 해임되고 그는 임명된다…… ‘그러고 나면?’ 다른 목소리가 물었다. ‘그전에 열 번 다치거나 죽거나 배신당하지 않는다 해도…… 그다음은?’ ‘그다음은,’ 그는 자신에게 대답했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알 수도 없어. 하지만 내가 영광을 원하고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사랑받고 싶다면, 그것을 원하며 그것만을 원하고 그것을 위해 산다는 것이 내 잘못은 아니야. 그래, 오직 그것뿐이야!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지만, 오, 하느님! 명성과 사람들의 존경밖에 사랑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죽음도 부상도 가족을 잃는 것도 두렵지 않아. 아버지와 누이와 아내가 아무리 귀하고 소중해도, 끔찍하고 부자연스럽게 보이겠지만, 한순간의 영광과 인간들 위에 서는 승리, 알지도 못하고 앞으로도 모를 사람들의 사랑을 위해 모두를 당장 내줄 수 있어. 여기 있는 사람들의 사랑을 위해.’ 그는 쿠투조프의 뜰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짐을 꾸리는 전령들이었다. 마부인 듯한 목소리가 안드레이 공작도 아는 쿠투조프의 늙은 요리사 티트를 놀렸다. “이봐, 티트, 티트!”

“왜?” 노인이 대답했다.

“가서 보리나 좀 타작해, 티트!” 익살꾼이 말했다.

“아, 지옥에나 가!” 전령과 하인들의 웃음에 파묻힌 목소리가 외쳤다.

‘그래도 나는 이들 모두를 이기는 승리밖에 사랑하지 않고 소중히 여기지 않아. 이 안개 속에서 내 위를 떠도는 신비로운 힘과 영광만을 소중히 여겨.’